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송영식의 집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소한 백지안이 송영식과 결혼하게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던 양유진이었다.“윤서 씨에게 민관이 얘기 들었습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윤서 얘가 입이 이렇게 가벼워서….”“걱정되니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제게 연락한 거죠. 우리 한번 봅시다.”양유진이 말했다.“제가 도울 방법이 있는지 상의를 좀 해보죠.”여름은 양유진이 지룡을 상대할 파워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무작정 호의를 거절하기도 어려워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지룡 보호실.송영식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불어! 강여름이 시킨 거지?”“아닙니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육민관은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빌어먹을! 이놈의 자식이 아무리 해도 입을 안 여는구먼.”송영식이 씩씩거리면서 보호실에서 나와 올라갔다. 하준은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조각 같은 얼굴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처럼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놈이 기절해 버렸어.”송영식이 분에 차서 내뱉었다.“아무 말도 안 해?”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하준은 놈이 그저 평범한 보디가드인 줄 알았는데 여름에 대한 충성심이 이정도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어쩐지 그렇게 집착을 하며 풀어달라고 하더니만….’송영식이 고개를 저었다.“한 마디도 안 불어. 난 일단 지안이 보러 병원에 좀 다녀올게. 같이 갈래?”“난 좀 씻고 이따가 가볼게.”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와인을 더 따랐다.송영식은 하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뭐라고 말할 것처럼 입을 씰룩거리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송영식이 탄 차가 막 지룡 본부를 빠져나오자마자 몇 대의 차에 둘러싸였다.곧 쿠베리어 멤버들이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송영식은 그들을 보자 차에서 내려서 다가갔다.“수한이냐
전수한이 공손하게 앞으로 나섰다.“안녕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이건 저희 쿠베라 집안일이니 끼어들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어르신께서 너희들에게 영식이에게 손대고 좋다고 하셨단 말인가?”하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송영식이 분에 차 악을 썼다.강여름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일러서 이간질을 한 게 틀림없어!”하준의 눈에 노기ㅏ 어렸다.‘강여름, 감히 이런 비열한 짓을….’전수한이 냉정하게 말했다.“어르신께서 만약 대표님이 반항하거든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끌고 오라 했습니다. 더 이상 집안 망신을 시킬 수 없다고요.”“할아버지가 정신이 어떻게 되셨나…?”송영식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뒤에 있던 몇몇이 송영식의 복부를 가격했다.“정신은 대표님이 차리셔야겠습니다.”전수한이 싸늘하게 경고했다.“작은 어르신 대선이 코앞이라 집안사람들이 하나같이 언행을 고르며 대선을 위한 계획을 짜고 있는데 지금 대표님만 걸림돌입니다. 그저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시다니….”그렇게 말하더니 손짓을 했다. 쿠베리어 멤버들이 전광석화처럼 송영식을 들어 차에 태웠다.“더는 시끄럽게 하지 않고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전수한이 굽신 인사를 하고 갔다.전성의 눈에 하준의 어두운 얼굴이 들어왔다.“회장님….”“그냥 둬. 확실히 영식이네 집안일이니까 우리가 멋대로 손을 대서 지룡과 쿠베리안에 큰 싸움을 일으킬 수는 없어.”하준이 고개를 저었다.지금 쿠베라는 나라 안에서 한 손에 꼽을만한 그룹은 아니다.그러나 쿠베라는 배후가 매우 든든했다. 한동안 쿠베라는 몸을 낮추고 송태구를 대통령 만드는 데만 집중해 왔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그러니 정말 붙으려고 든다면 쿠베리안도 지룡에 쉽게 무너질 정도의 수준이 아닐 터였다.어쨌거나 강여름이 쿠베라에서 아끼는 송영식에게 이렇게 손을 대게 만들 정도로 도발을 했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웠다.‘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이제 나랑 제대
양유진은 그 말을 듣더니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너무나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이 괴로운 모습을 보느니 회사를 포기하겠어요.”여름의 가녀린 몸이 파르르 떨렸다.진작부터 양유진이 자신을 매우 사랑한다는 건 알았지만 자신을 위해서 회사의 미래까지도 던지려고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유진 씨, 저는 그럴 만한 가치가….”여름이 작은 소리로 진심을 전했다.“아니에요. 당신은 지금 큰 그룹의 이사장이고, 서경주의 유일한 혈육이면서 헤이즐의 이사라는 어마어마한 신분을 여러 가지 걸치고 있어요.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얼마나 많을 텐데 그런 소리 말아요.”양유진이 웃었다.“오히려 내게 여름 씨는 너무나 근사한 사람이에요”“농담하지 마세요. 이제 진영 그룹도 꽤 큰 회사가 되었잖아요. 요즘 언론에서도 젊은 새 리더 양유진에 대해서 종종 보도하던걸요. 얼마나 굉장한 아가씨들이 유진 씨와 결혼하고 싶어 할….”“하지만 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양유진이 여름의 말을 끊었다.“나는 조건에 맞추어서 대충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여름은 목이 멨다.“지금 바로 추성호 대표에게 연락을….양유진이 일어섰다.“잠시만요!”여름이 갑자기 양유진을 불러 세웠다.“제가 다시 최하준을 찾아가 볼 생각이에요.”“최하준과 다시 이야기를 해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양유진이 물었다.“나에게 빚진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겁니까, 아니면 그동안 최하준에게 다시 애정이 생기기라도 했나요?”“그런 게 안에요.”여름은 양유진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얼른 부인했다.“아직 당신이 회사를 걸 정도로 상황이 어렵진 않아서 그래요. 앞으로도 최하준과 더 길게 싸워야 할 텐데 우리가 가진 최후의 카드까지 다 꺼내서 쓸 수는 없어요.”“하지만….”“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유진 씨의 뜻은 제가 잘 알겠어요. 최소한 유진 씨가 저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았어요.”여름이 일어섰다.“늦었네요.
“아침에 여울이를 데리고 나가서 하루 좀 놀다 와.”여름이 임무를 주었다.“그게 답니까?”양우형은 좀 얼떨떨했다.“일단은 그래. 여울이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 널 알아보게 하지 말고.”“알겠습니다.”------아침 6시 반.여름은 차를 몰고 지룡 본부로 향하는 길에 최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결국 전화를 하셨군.”하준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난 당신이 그 떨거지 놈을 포기한 줄 알았지.”“아무래도 민관이를 한 번 만나야겠어요. 40분이면 지룡 본부에 도착해요.”여름이 입을 열었다.“웃기시네. 뭘 근거로 나와 담판을 지으시려고 이러지?”하준이 매섭게 물었다.“강여름, 내가 당신을 너무 얕봤어. 쿠베라에 쳐들어가서 이간질을 할 줄이야. 아주 영식이를 처참한 지경으로 몰아넣었더군. 아직까지 연락도 안 돼. 갇혔다고.”“그 댁 어르신께서 일을 이렇게 빨리 처리하실 줄은 몰랐는데.”여름이 입을 비죽거렸다. ‘흥, 요 며칠 들은 소식 중에 유일하게 기쁜 소식이구먼.’“역시 당신이 벌인 짓이었군.”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지안이를 납치하고, 쿠베라에서 영식이를 상대하게 만들어? 당신처럼 악랄하고 지독한 인간은 내가 본 적이 없어.”여름이 피식 웃었다.‘본 적이 없겠지. 눈에 콩깍지가 껴서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뭐가 웃겨?”여름의 웃음에 하준이 울컥했다.“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요.”갑자기 여름이 연인에게 하듯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준은 당황했다. 두 사람이 사귈 때도 여름은 이렇게 애교스럽게 말한 적이 없었다.하준의 얇은 입술이 씰룩거리며 막 입을 열려는데 간병인이 후다닥 와서 말했다.“회장님, 백지안 씨가 깨어났습니다.”하준은 전화를 탁 끊더니 바로 병상으로 달려갔다.----여름은 끊긴 전화를 보며 시옷 입술을 했다.‘아주 백지안이라면 열 일을 제치고 달려가는구먼. 불철주야 곁을 지키고 있다가 깨어났다니까 하던 전화도 끊고 달려갈 정도로 두 눈에, 마음속에 백지안 밖에는 없는 거야.’
# “그래, 지안아.”백윤택이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어제 사고가 나고 나서 최 회장이 여기서 꼼짝도 안 하고 너만 보고 있었다니까.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최 회장도 큰일났을 거라고.”그 말을 듣고 하준이 인상을 썼지만 백지안의 눈에서 반짝이는 희망을 보고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그만 삼키고 말았다.“정말?”백지안이 기대에 차서 하준을 바라보았다.“준, 정말 날 버리지 않아? 내가 더럽다고 생각…”“그런 소리 마.”하준이 말을 끊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우리가 도착했으니까.“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백지안이 절망스러운 얼굴을 했다.“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너무 무서웠어. 흑흑…”백지안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울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마”하준이 백지안의 손을 잡자 지안은 하준의 품으로 뛰어들어 바들바들 떨리는 얼굴을 하준의 몸에 바짝 붙였다.“준, 왜 날 구했어? 난 이제 너무 지쳐서 그만 살고 싶었는데. 어제 일로 예전에 당했던 일이 생각나서 너무 힘들어. 내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어. 제발 날 떠나지 마.”“…그래. 내가 여기 있을 거야.”하준은 어쩔 수 없이 백지안을 달랬다.백지안은 하준이 품에 한동안 안겨있더니 겨우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백윤택이 갑자기 물었다.“그런데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놈은 왜 널 잡아 간 거야?”“나도 모르겠어. 기분이 안 좋아서 쇼핑이라도 할까 하고 나갔는데 주차장에서 뭔가에 맞고 쓰러졌어. 깨어나 보니까 동굴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내 몸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뿌리겠다고….”백지안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나한테 왜 그랬을까?”“정말 너무 하구먼.”백윤택이 벌컥 화를 냈다.“어제 송 대표가 그러는데 그놈이 강여름의 수하라며? 우리 지안이 대신 제대로 복수해 줘.”“가, 강여름이 시킨 짓이야?”백지안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다.“나한테 왜 그러는데? 하준이도 빼앗아 갔으면서 뭐
하준이 병실에서 나가자 백지안은 곧 번쩍 눈을 떴다.“우리 지안이 아주 대단해.”백윤택이 엄지를 치켜올리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흐흐흐, 강여름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녀석의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는 걸 알면 얼마나 화가 날까?”백지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얼마나 화가 나기는, 흥!’백지안는 그자가 강여름의 보디가드로 강여름이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이라고 들었다.‘강여름은 정에 휘둘리는 인간이니 가족 같은 녀석의 손가락이 잘렸다고 하면 미칠 듯 길길이 날뛰겠지.그러고 나면 강여름은 준이 죽도록 원망스러울 테니 영원히 준과 강여름이 재결합하기는 어려울 거야.’----지룡 본부.강여름이 차에서 내려 대문으로 걸어갔다.입구를 지키던 사람이 여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즉시 안쪽에 통보했다.몇 분이 지나자 차윤이 사람을 하나 데리고 나왔다. 여름을 보더니 완전히 깜짝 놀랐다.“사모님….”“사모님은? 애진작부터 난 사모님이 아니에요.”여름이 빙그레 웃으며 차윤을 바라보았다.못 본 사이에 차윤은 피부가 깨나 그을어 있었다. 딱 봐도 그리 좋은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네.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여름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더니 차윤은 괴로운 듯 말했다.“잘 지낸 건 아니지만, 사모님 힘드셨던 것에 비하면 저야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하준이 여름에게 얼마나 매몰차게 대했는지 눈에 담아두었던 차윤은 아랫사람이라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해 괴로웠던 것이다.“저기, 회장님 안 계실 때 얼른 돌아가세요. 겨우 보디가드 하나 때문에 이러실 것 없습니다.”차윤이 다급히 권했습니다.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보디가드도 사람이에요. 게다가 민관이는 나에게 그냥 일개 보디가드가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나에게 충성스러운 그 아이를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지켜주고 싶어.”차윤은 깜짝 놀랐다.“정말 여전하시군요. 하지만…일단 저기 들어가시면 나오지 못하실까 걱정됩니다. 이번에 회장
꽤나 떨어져 있는 데도 여름은 하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에서 잔인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게 느껴졌다.병원에서 오는 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백지안이 하준을 도발하는 소리를 했겠구나 싶었다.“회장님, 강 대표님께서 육민관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전성이 말했다.하준의 얇은 입술의 한쪽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육민관을 보고 싶다? 그러던지.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나올 생각은 마.”여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제 진정이 좀 됐을까 싶어서 차분하게 당신이랑 얘기 좀 하려고 왔어. 정말 우리 사이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하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당신이 총으로 날 겨눌 때 내 기분이 어땠는 줄 알아? 지안이에게 그런 미친 짓을 하다니. 정말 지안이를 그렇게까지 바닥까지 끌어내려야 했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독한 마음을 품을 수가 있나?”여름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지나 진정된 마음으로 찾아왔던 여름은 하준과 말을 할수록 화가 올라왔다.헛웃음이 나왔다.“민관이를 만나서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어. 사람을 죽인 살인범도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변호 받을 권리가 있어. 당신이 뭔데 민관이가 내 지시를 받아서 사람을 납치했다고 단정을 지어? 영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같이 들어가던지.”하준이 싸늘하게 비웃었다.“좋아. 만나게 해 주지. 하지만 당신도 나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하준은 말은 마치더니 무표정하게 전성에게 명령했다.“보호실로 데리고 가.”“회장님.”차윤이 걱정스러운 듯 일어섰다.“시끄러워. 강여름을 경찰에 넘기지 않는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거야.”하준은 싸늘하게 여름을 노려봤다.“안에서 반성하고 인간이 되어서 나오도록 해.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생각하고 그 악독한 마음을 잘 수습해서 나중에 지안이를 증오하고 해치려는 마음이 안 들겠구나 싶으면 내보내 줄지 고려해 보겠어.
하준의 몸이 떨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소리야?”“회장님, 누가 내 가족의 손가락을 잘랐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십시오.”그러더니 차윤은 괴로운 듯 입을 다물었다. 그저 허리를 숙여 봉투를 집더니 병원으로 향했다.하준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밖에는 해가 쨍쨍한데도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었다.‘아니, 아니야. 놈은 그냥 일개 보디가드라고.그리고 강여름도 고통을 당해 봐야 해. 그래야 지안이의 고통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지.’----지룡 보호실.문이 열리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구석에는 마대자루처럼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육민관이 보였다. 이미 기절한 듯 보였다.사납던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온몸은 멍투성이였다.육민관을 살피던 여름의 눈이 마침내 손으로 향하더니 눈이 확 커졌다.“애 손이….”“방금 전 회장님께서 하신 일입니다.”지룡 멤버가 그렇게 말하더니 문을 잠그고 나가버렸다.‘방금 전이라니….’여름의 머리가 윙윙 울렸다.‘내가 기다리는 동안 최하준은 여기서….’떨리던 여름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데도 몰랐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지?’눈물이 떨어졌다. 이제 여름의 눈에 온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원한만이 가득했다.“민관아… 민관아….”여름은 가볍게 육민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여름에게 민관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른다.겨우 두 살 아래인 민관을 여름은 언제나 동생처럼 여겼다.“누님….”육민관이 힘겹게 눈을 떴다.“왜…왜 누님이 여기 있어요? 최…최하준 그놈이 누님을 가뒀나요? 이… 죽일 놈이….”“괜찮아. 다 나갈 방법이 있어서 들어온 거니까.”여름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얘, 네 손이….”“괜찮아요. 그…그냥 손가락 하나잖아요.”육민관은 통증에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잠시 후 육민관의 몸이 심하게 수축되더니 눈꺼풀이 뒤집히는 등 이상한 증상을 보였다.“왜, 왜 그래?”여름이 너무나 놀라서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