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지안아.”백윤택이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어제 사고가 나고 나서 최 회장이 여기서 꼼짝도 안 하고 너만 보고 있었다니까.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최 회장도 큰일났을 거라고.”그 말을 듣고 하준이 인상을 썼지만 백지안의 눈에서 반짝이는 희망을 보고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그만 삼키고 말았다.“정말?”백지안이 기대에 차서 하준을 바라보았다.“준, 정말 날 버리지 않아? 내가 더럽다고 생각…”“그런 소리 마.”하준이 말을 끊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우리가 도착했으니까.“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백지안이 절망스러운 얼굴을 했다.“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너무 무서웠어. 흑흑…”백지안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울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마”하준이 백지안의 손을 잡자 지안은 하준의 품으로 뛰어들어 바들바들 떨리는 얼굴을 하준의 몸에 바짝 붙였다.“준, 왜 날 구했어? 난 이제 너무 지쳐서 그만 살고 싶었는데. 어제 일로 예전에 당했던 일이 생각나서 너무 힘들어. 내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어. 제발 날 떠나지 마.”“…그래. 내가 여기 있을 거야.”하준은 어쩔 수 없이 백지안을 달랬다.백지안은 하준이 품에 한동안 안겨있더니 겨우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백윤택이 갑자기 물었다.“그런데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놈은 왜 널 잡아 간 거야?”“나도 모르겠어. 기분이 안 좋아서 쇼핑이라도 할까 하고 나갔는데 주차장에서 뭔가에 맞고 쓰러졌어. 깨어나 보니까 동굴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내 몸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뿌리겠다고….”백지안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나한테 왜 그랬을까?”“정말 너무 하구먼.”백윤택이 벌컥 화를 냈다.“어제 송 대표가 그러는데 그놈이 강여름의 수하라며? 우리 지안이 대신 제대로 복수해 줘.”“가, 강여름이 시킨 짓이야?”백지안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다.“나한테 왜 그러는데? 하준이도 빼앗아 갔으면서 뭐
하준이 병실에서 나가자 백지안은 곧 번쩍 눈을 떴다.“우리 지안이 아주 대단해.”백윤택이 엄지를 치켜올리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흐흐흐, 강여름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녀석의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는 걸 알면 얼마나 화가 날까?”백지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얼마나 화가 나기는, 흥!’백지안는 그자가 강여름의 보디가드로 강여름이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이라고 들었다.‘강여름은 정에 휘둘리는 인간이니 가족 같은 녀석의 손가락이 잘렸다고 하면 미칠 듯 길길이 날뛰겠지.그러고 나면 강여름은 준이 죽도록 원망스러울 테니 영원히 준과 강여름이 재결합하기는 어려울 거야.’----지룡 본부.강여름이 차에서 내려 대문으로 걸어갔다.입구를 지키던 사람이 여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즉시 안쪽에 통보했다.몇 분이 지나자 차윤이 사람을 하나 데리고 나왔다. 여름을 보더니 완전히 깜짝 놀랐다.“사모님….”“사모님은? 애진작부터 난 사모님이 아니에요.”여름이 빙그레 웃으며 차윤을 바라보았다.못 본 사이에 차윤은 피부가 깨나 그을어 있었다. 딱 봐도 그리 좋은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네.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여름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더니 차윤은 괴로운 듯 말했다.“잘 지낸 건 아니지만, 사모님 힘드셨던 것에 비하면 저야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하준이 여름에게 얼마나 매몰차게 대했는지 눈에 담아두었던 차윤은 아랫사람이라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해 괴로웠던 것이다.“저기, 회장님 안 계실 때 얼른 돌아가세요. 겨우 보디가드 하나 때문에 이러실 것 없습니다.”차윤이 다급히 권했습니다.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보디가드도 사람이에요. 게다가 민관이는 나에게 그냥 일개 보디가드가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나에게 충성스러운 그 아이를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지켜주고 싶어.”차윤은 깜짝 놀랐다.“정말 여전하시군요. 하지만…일단 저기 들어가시면 나오지 못하실까 걱정됩니다. 이번에 회장
꽤나 떨어져 있는 데도 여름은 하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에서 잔인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게 느껴졌다.병원에서 오는 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백지안이 하준을 도발하는 소리를 했겠구나 싶었다.“회장님, 강 대표님께서 육민관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전성이 말했다.하준의 얇은 입술의 한쪽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육민관을 보고 싶다? 그러던지.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나올 생각은 마.”여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제 진정이 좀 됐을까 싶어서 차분하게 당신이랑 얘기 좀 하려고 왔어. 정말 우리 사이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하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당신이 총으로 날 겨눌 때 내 기분이 어땠는 줄 알아? 지안이에게 그런 미친 짓을 하다니. 정말 지안이를 그렇게까지 바닥까지 끌어내려야 했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독한 마음을 품을 수가 있나?”여름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지나 진정된 마음으로 찾아왔던 여름은 하준과 말을 할수록 화가 올라왔다.헛웃음이 나왔다.“민관이를 만나서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어. 사람을 죽인 살인범도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변호 받을 권리가 있어. 당신이 뭔데 민관이가 내 지시를 받아서 사람을 납치했다고 단정을 지어? 영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같이 들어가던지.”하준이 싸늘하게 비웃었다.“좋아. 만나게 해 주지. 하지만 당신도 나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하준은 말은 마치더니 무표정하게 전성에게 명령했다.“보호실로 데리고 가.”“회장님.”차윤이 걱정스러운 듯 일어섰다.“시끄러워. 강여름을 경찰에 넘기지 않는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거야.”하준은 싸늘하게 여름을 노려봤다.“안에서 반성하고 인간이 되어서 나오도록 해.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생각하고 그 악독한 마음을 잘 수습해서 나중에 지안이를 증오하고 해치려는 마음이 안 들겠구나 싶으면 내보내 줄지 고려해 보겠어.
하준의 몸이 떨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소리야?”“회장님, 누가 내 가족의 손가락을 잘랐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십시오.”그러더니 차윤은 괴로운 듯 입을 다물었다. 그저 허리를 숙여 봉투를 집더니 병원으로 향했다.하준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밖에는 해가 쨍쨍한데도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었다.‘아니, 아니야. 놈은 그냥 일개 보디가드라고.그리고 강여름도 고통을 당해 봐야 해. 그래야 지안이의 고통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지.’----지룡 보호실.문이 열리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구석에는 마대자루처럼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육민관이 보였다. 이미 기절한 듯 보였다.사납던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온몸은 멍투성이였다.육민관을 살피던 여름의 눈이 마침내 손으로 향하더니 눈이 확 커졌다.“애 손이….”“방금 전 회장님께서 하신 일입니다.”지룡 멤버가 그렇게 말하더니 문을 잠그고 나가버렸다.‘방금 전이라니….’여름의 머리가 윙윙 울렸다.‘내가 기다리는 동안 최하준은 여기서….’떨리던 여름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데도 몰랐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지?’눈물이 떨어졌다. 이제 여름의 눈에 온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원한만이 가득했다.“민관아… 민관아….”여름은 가볍게 육민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여름에게 민관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른다.겨우 두 살 아래인 민관을 여름은 언제나 동생처럼 여겼다.“누님….”육민관이 힘겹게 눈을 떴다.“왜…왜 누님이 여기 있어요? 최…최하준 그놈이 누님을 가뒀나요? 이… 죽일 놈이….”“괜찮아. 다 나갈 방법이 있어서 들어온 거니까.”여름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얘, 네 손이….”“괜찮아요. 그…그냥 손가락 하나잖아요.”육민관은 통증에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잠시 후 육민관의 몸이 심하게 수축되더니 눈꺼풀이 뒤집히는 등 이상한 증상을 보였다.“왜, 왜 그래?”여름이 너무나 놀라서 물었
“그리고 이 사건은 백지안과 반드시.. 관련이 있어요.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백지안의 배후에 있는 인물입니다.”육민관이 간신히 말을 이었다.“놈은 이미… 우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여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그 얘기를 최하준에게도 다 했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더군요.”육민관이 피식 웃었다.“누님 남자 보는 눈은 왜 그렇게 후졌어요? 내가… 훨씬 나은 것 같은데.”“내가 너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어떻게,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어?”여름이 걱정스럽게 민관을 바라보았다.“약 기운 때문에 힘들어서 그렇지….”민관이 헐떡거렸다.“하지만… 통증이 정신을 깨어있게 해줘요. 오히려 그래서 버틸 수 있네요. 그리고 누님, 제가 죽으면 죽는 거죠. 어쨌거나… 제 목숨은 어차피 누님께 빚졌던 것인걸요.”“그런 소리 마. 어쨌든 내가 널 데리고 나갈 거니까.”여름이 새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민관의 손을 잡으며 맹세했다.이때 철문이 열리더니 하준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하준의 눈이 번뜩했다.“손가락뿐 아니라 손까지도 잃어버리고 싶은 모양이지?”하준이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여름을 확 잡아챘다.“그만 해!”여름은 결국 주먹을 날렸다.생각지 못한 일격에 전혀 방비가 없던 하준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몸의 고통은 마음의 고통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다른 남자 때문에 내게 주먹질을 하다니.”하준은 폭주하는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여름을 노려보았다.“이렇게 감싸고 도는 꼴을 보니 살려둘 수가 없군그래.”“민관이에게 앞으로 손가락 하나라도 까닥해 봐. 당신 눈앞에서 내가 죽어버리겠어.”여름이 협박했다.“이놈을 사랑하나?”하준이 눈이 악마처럼 번득였다.“이 아이는 내 가족이야.”여름이 붉어진 눈으로 하준을 노려보았다.“나랑 윤서가 타향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지내는 동안 민관이가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았더라면 우린 애진작에 죽었을 거야. 내가 민
최하준의 안색이 확 변했다. 여름을 죽어라 노려봤다.여름의 눈은 물결치지 않는 호수처럼 평온했다.“민관이 말이 맞아. 우리가 사귀었던 거라면 이제 정식으로 헤어지자고 말할게. 최하준, 우리 헤어져. 다시는 당신과 만나고 싶지 않아. 영원히. 그러니까 이제 당신이 날 용서하든 말든 난 아무 상관이 없어.”결연하면서도 평온한 여름의 얼굴을 보면서 하준은 심장이 바들바들 떨렸다.이루 말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가 온몸을 덮친 것만 같았다.여름이 코앞에 있는 데도 너무나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하준은 여름과 헤어질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송영식이 무릎을 꿇으며 지안과 결혼해 달라고 애원할 때도, 여름이 백지안을 납치하라고 명령했다고 생각했을 때조차도….하준은 죄는 일단 육민관에게 뒤집어씌우고 여름은 반성하는 기미만 있으면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어떻게 당신이….”하준은 한동안 입이 굳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애 손가락을 자르는 짓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지.”여름의 눈에 원한이 가득했다.“민관이는 내 동생이야. 가족의 손가락이 잘렸을 때 기분이 어떤지 알아? 뼈가 부러지면 다시 접합하면 되고, 피부가 찢어졌으면 치료하면 되지.하지만 손가락을 자르는 건 얘기가 달라. 잘린 손가락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고! 당신은 악마야! 당신 같은 인간은 백지안과 어울리니, 가, 가서 둘이 천년만년 잘살아 보라고!”“시끄러워!”하준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질렀다.“내가 백지안과 결혼을 하더라도 당신은 내 곁에 붙어 있어! 내가 죽을 때까지 못 놓아줘!”“그럼 죽어! 당신처럼 후안무치한 인간은 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 안 되니까.”이제 여름은 대놓고 욕을 퍼부었다.“당신 같은 인간이야말로 정신병원에서 평생토록 나오지 말았어야 해!”“……”보호실은 갑자기 죽음과도 같은 적막에 싸였다.하준은 핏발 가득한 눈으로 여름을 노려보았다.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여울이 어디 있는지 전화 한 번 해보지 그래?”여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암시를 주었다.하준은 떨리는 가슴을 안고 급히 여울의 키즈폰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대체 여울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하준의 두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곧 여름을 잡아먹을 기세였다.“나는 여울이와 영상통화를 할 방법이 있지. 그렇지만 일단은 내 휴대폰을 돌려주셔야겠어.”여름이 하준에게 손을 뻗었다.하준은 바로 사람을 보내 여름의 휴대 전화를 가져오도록 했다. 여름은 양우형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화면 건너편에 마스크를 쓴 사내가 나타났다.“찾으셨습니까?”“꼬맹이 좀 보여줘.”여름이 명령했다.양우혁은 곧 여울을 바꿔 주었다.“큰아빠!”여울이 방글방글 웃었다.하준은 서둘러 배경을 살펴보았다. 성운빌이 아니었다. 완전히 낯선 곳인데 장소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여울아, 오늘은 유치원에 안 갔어?”하준이 다급히 물었다.“여름이 이모가 오늘 같이 놀러 가자고 이 삼촌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큰아빠, 여름이 이모한테 언제 오는지 물어봐 주세요.”여울이 천진난만하게 물었다.“나 이제 심심한데.”“여울아, 거기가 어딘지 알겠어?”“몰라요. 처음 온 데인데….”“이제 그만 휴대폰은 삼촌에게 줘.”양우형이 전화기를 빼앗아 가더니 카메라를 보고 웃어 보였다.“빨리 좀 와주십시오. 저는 애를 본 적이 없어서 이제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려고 합니다”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준이 여름의 팔을 와락 잡았다.“이봐! 당신을 온전히 믿는 어린애에게까지 손을 대다니 이러고도 당신이 사람이야! 내가 미쳤지, 이런 사람을 사랑하다니….”팔을 잡고 마구 흔들어 대는 통에 여름은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섰다. 얼마나 세게 잡혔는지 피가 안 통했다.“내가 인간도 아니라고? 그래, 10분 내로 우리를 풀어주지 않으면 인간 같지도 않은 내가 꼬맹이를 어떻게 하라고 했을 것 같아?”여름은 침착하게 협박을 이어 나갔다.“날 협박
육민관이 경찰에 넘겨지자 정상적인 프로토콜에 따라 일단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야 심문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육민관이 경찰 손에 들어갔으니 최하준은 사적으로 육민관을 건드릴 방법이 없었다. “나도 신고할 것이 있습니다.”하준이 후다닥 뛰어오더니 여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내 조카를 납치했습니다. 아이를 해칠지도 모르니 당장 구속하고 조사해 주십시오.”“좋습니다. 두 분은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경찰이 말했다.곧 육민관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여름은 경찰차에 타고 하준은 뒤에서 다른 차를 타고 경찰서로 이동했다.경찰서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최양하가 여울이를 데리고 왔다.“안녕하세요? 경찰 아저씨네?”여울은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발랄하게 인사를 했다.“꼬마 아가씨, 안녕!”경찰이 여울의 통통한 볼을 쓰다듬더니 매우 의아하다는 시선으로 하준을 돌아보았다.“저기… 조카분이 납치됐다고 하지 않으셨나요?”“……”하준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최양하를 쏘아보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여울이가 왜 너랑 같이 돌아와? 그 마스크 쓴 남자는?”“양우형 씨 말하는 거예요? 방금 전까지 여울이랑 놀아주다가 갔는데.”최양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형님, 왜 여울이가 납치됐다고 그랬습니까?”“너 지금 강여름이랑 짜고 날 가지고 논 거냐?”최하준은 분기탱천해서 최양하의 멱살을 잡았다.“너 같은 놈은 여울이 아빠가 될 자격이 없어!”“이모, 팔이 왜 이래요?”갑자기 여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울은 어느새 여름에게 다가가 팔목의 멍을 보더니 울음을 터트렸다.“잘못해서 어디 부딪혔어. 아무것도 아니야.”여름이 여울이를 안아주려고 팔을 뻗는데 하준이 후다닥 여울을 안아버렸다. “당신은 여울이를 안을 자격이 없어. 비켜!”여울은 이렇게 험악한 하준의 모습을 처음 보아서 놀란 나머지 흠칫했다가 곧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여름이 이모한테 왜 무섭게 말해요. 큰아빠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