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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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화

“당신에게 나는 그저 일개 조제사일 뿐이었는지 몰라도 우리 같은 조제사들이 얼마나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조제사가 되는지는 생각해 봤어요?그때 당신들 같은 재벌 2세가 클럽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동안 우리는 실험실에 갇혀서 연구를 거듭하고, 당신들이 골프하고 요트에서 낚시할 때, 우리는 죽어라고 책을 씹어 먹을 듯 공부했다고.”그러면서 임윤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때 당신이 날 블랙리스트에 넣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막다른 곳까지 몰렸었는지 알기나 해요? 게다가 그때 백윤택 사건까지 겹치면서 난 마트에서 사람들에게 계란을 맞기도 했다고. 그래서 결국 국내에서는 버틸 수가 없어서 해외로 나간 거예요.해외에서는 또 완전 이름도 모르는 새내기로 시작하다 보니 또 무시를 당했지. 매일 퇴근도 못 하고 1년 365일에 360일을 실험실에서 보내다가 몇 번을 기절했는지 몰라.2번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서 밤을 넘기다가 깨어나 보면 병원이고 그랬어요.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난 내 존엄을 되찾기 위해서 그때마다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어요.”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속이 쓰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저기, 울지 말라고.”송영식은 속이 따끔따끔 찔리던 참에 임윤서가 울어버리니 어쩔 줄을 몰랐다.자신이 아주 세상 나쁜 놈이 된 기분이었다.“난 슬프고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울지도 말라고?”임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그런데 사람이 워낙 예쁘다 보니 우는 모습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빗속에 꽃이 피는 듯한 느낌이었다.“그, 그럼 울어요.”송영식은 움찔하더니 입을 다물었다.“송영식!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내가 이렇게 우는데 달래줄 생각은 안 하잖아. 이러니까 여자 친구가 없지.”임윤서가 눈물을 닦던 휴지를 송영식에게 집어던졌다.“…임윤서 씨, 이거 진짜 어이없네.”송영식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그래, 나 원래 이렇게 어이없는 인간이다!”임윤서는 코를 팽 풀었다. 예쁘장한 작은 얼굴이 우는 바람에 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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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화

백지안은 보통 화가 난 게 아니었다.어장 관리 대상인 송영식이 회의 따위 때문에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전에는 완전히 자기 손바닥 위에서 놀던 송영식이었다. 백지안이 말 한마디면 얼마나 멀리 있든 무슨 일을 하던 중이건 무조건 달려오곤 했었다.그런데 임윤서 때문에 자신을 바람 맞출 줄이야….그러나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는 없어서 괜찮은 척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괜찮아. 그래서 임윤서랑은 얘기가 잘 됐어?”“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그쪽에서 오슬란 지분의 10%를 요구하고 있어.”송영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방금 임원진 미팅을 했는데 다들 그 정도는 내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 임윤서를 오슬란에 묶어둘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해볼 만하다고.”“10%라고?”백지안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서? 다들 동의했어?”“어쩔 수가 없어. 그렇게 해서라도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고 나면 오슬란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거야.”백지안은 송영식에게 멍청이라고 욕을 한바탕 퍼붓고 싶었다.그러고 싶은 걸 꾹 참느라고 속이 다 터져나갈 지경이었다.전화를 끊고 나서 여름은 바로 백윤택에게 전화를 걸었다.백윤택은 그 말을 듣더니 엉덩이가 들썩거렸다.“송 대표가 완전히 임윤서에게 넘어갔구먼. 임윤서에게 10%를 주느니 그냥 너에게 주는 게 훨씬 나을 텐데 말이야.”영하의 상장가를 생각해 보니 임윤서의 몸값이 자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백윤택 눈에 임윤서는 그저 동성에서 온 촌뜨기에 지나지 않는 데 생각할수록 분했다.“도저히 못 참겠어. 기회를 봐서 임윤서를 어떻게 좀 해봐.”백지안이 이를 갈았다.“그리고 나서는 강여름을 손봐주자고.”“나도 임윤서를 이대로 표기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3년 전 못다 한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어.”백윤택이 갑자기 음험하게 웃었다.“고것이 오슬란의 주주가 된 뒤에 내가 고것을 내 아내로 만들어 버리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설마….”백지안의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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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화

“뭐래? 그냥 좀 아까워서 그러지. 가만 생각해 보면 백지안 참 팔자 좋지 않냐? 그저 그 인간이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아니, 말이야 바른말이지, 송영식이 요리를 아주 잘하더라. 갈비찜이며 튀김이 진짜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임윤서는 지금도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일 지경이었다.“그러고 보니까 송영식이 아주 쓸모없는 인간은 아니네. 요즘 그렇게 음식 솜씨 좋은 사람이 흔한가 어디? 최하준을 봐도 그렇고….”여름은 한숨이 나왔다.“그 인간은 그저 내가 차려준 밥을 먹을 줄밖에 모른다니까. 나도 누가 나한테 밥 좀 해줬으면 좋겠다.”“양유진 대표 있잖아?”임윤서가 눈을 찡긋거렸다.여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요즘 양유진은 여름의 계획에 방해가 될까 봐 일체 연락까지 끊고 있었다. 여름은 그야말로 양유진에게 마음의 빚이 컸다.한창 식사 중인데 하준에게서 전화가 왔다.“난 이제 접대 끝났는데 자기는 어디야?”여름이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7시였다.“뭐 이렇게 빨리 끝났대?”“응, 난 그쪽 대표들하고는 대충 저녁 먹고 나왔어. 김 실장이 2차 데리고 나갔지.”“난 윤서랑 밖에서 밥 먹는데. 먼저 들어가요.”여름이 느른하게 대답했다.하준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난 자기랑 같이 있고 싶은데, 당신은 왜 허구한 날 친구랑만 놀려고 그래?”“아니, 내 삶이 일 아니면 당신 밖에 없어야 돼? 나도 맛있는 것도 좀 먹고 놀고 싶다고.”여름은 전화를 끊었다.‘최하준이 이렇게 질척거리는 인간인지 왜 전에는 몰랐을까?’밥을 다 먹고 나서 여름은 윤서와 마사지 샵으로 갔다.가는 길에 계속 하준에게서 톡이 날라왔다.-마사지 샵은 뭐 하러 가? 집에서 팩하면 되잖아?여름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집에서 하는 팩이랑 전문 샵에서 남한테 마사지 받는 거랑은 천지차이라고.-난 그런 거 몰라. 주소 불러 봐. 내가 가서 결제나 해줄게.여름은 ‘결제’라는 말에 넘어가서 주소를 불러주고 말았다.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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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5화

곧 남자 넷이 침대로 달려들었다. “형님, 얘기 임윤서네요..”그 중 하나가 사진을 꺼내 임윤서의 얼굴을 대조해 보며 말했다.“그렇군. 끌고 가.”두목인 듯한 남자가 손을 휘저으며 명령하더니 여름을 노려보았다.“너희는 먼저 가. 난 여기서 재미 좀 볼라니까.”“형님, 저도 좀….”옆에 있던 녀석이 임윤서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어쨌든 그쪽에서도 건드리면 안 된다고 그러진 않았잖아요?”“그래.”“이거 놔!”달려드는 남자들을 보며 여름과 임윤서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때 누군가가 문을 차고 들어왔다. 뛰어 들어온 최하준은 여름의 옷이 찢긴 것을 보더니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았다.“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누…누구야?”넷은 들어온 사람의 기세에 눌렸다.“네놈들을 끝장내 주러 온 사람이다.”하준은 그대로 한 놈씩 처리하기 시작했다.넷을 모두 쓰러트리고 하준은 바로 옷을 벗어 여름을 감쌌다. 하얗게 드러난 여름의 피부에 난 상처를 보니 새삼 울화가 치밀어 쓰러져 있는 놈들을 한 번씩 더 걷어찼다.“살려 주십시오. 저희도 그냥 돈 받고 하는 일입니다.”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이 애걸했다.“그쪽은 나름 거물이니 함부로 건드리진 마시고요.”하준이 싸늘하게 물었다.“누구냐?”“SE그룹의 한지용 대표입니다.”“한 대표가 보냈다고! 이 자식이!”임윤서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네. 당신이 오슬란으로 간다는 걸 알고 한 대표가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저희에게 데려오라고 했습니다.”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이 하준을 바라보았다.“형씨, 한 대표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요. 오늘 일은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시죠. 보아하니 형씨도 한 가닥하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 우리 같이 잘 지내봅시다.”“잘 지내?”하준이 나지막이 웃었다. 웃음소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싸늘함이 섞여 있었다. “내가 누군 줄 알고?”“누, 누군데요?”“나 최하준이야.”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다시 놈의 손가락을 밟았다.좁은 실내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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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화

여름인 뜬금없이 하준을 보더니 웃었다.“그렇게까지 오버 안 해도 나 질투 안 해.”하준은 짐짓 눈을 크게 뜨고 여름을 쳐다봤다.“난 당신 말고 다른 여자한테는 손 대기도 싫단 말이야.”여름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심장이 눈치도 없이 마구 두근거렸다.가련하게 집어 들려 있는 임윤서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대충 어떤 표정일지가 상상되었다.여름이 복수극의 대본대로 하준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아무래도 둘이 무슨 로맨스물이라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하준은 차 문을 열더니 무표정하게 임윤서를 뒷자석에 던져 넣고 여름은 조심스럽게 보조석에 앉혀 안전벨트를 해주었다.가는 길에 하준은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애들 좀 데리고 이쪽으로 와. 마사지 샵 봉쇄하고 경찰 신고하고 기자 불러. 오늘 내로 SE그룹 한지용을 무너뜨려야겠어. 오늘 마사지샵 사건 관련자는 하나도 빼지 말고 다 잡아들이도록 해.”“알겠습니다.”접대를 하던 상혁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하준은 내내 냉혹한 얼굴로 운전에 집중했다.임윤서와 여름은 떠들 기력도 없어서 아무 말 없이 기대어 있었다.병원에 도착하자 하준은 윤서를 바로 매정하게 의사에게 넘겨버리고 여름은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의사에게 채혈을 부탁했다.해결 결과를 기다리면서 마침내 하준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앞으로는 윤서랑 놀지 마. 밥만 먹으면 그냥 집에 들어오라고.”“오늘 일은 사고잖아….”“사고는 사고지. 하지만 이게 다 임윤서 때문이잖아.”하준이 차갑게 내뱉었다.“임윤서 때문에 당신까지 끌려들어 간 거잖아.”“최하준, 그만 해요. 나랑 윤서는 친구야. 끌려 들어가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내가 언제 당신 친구들 원망했어?”여름이 무거운 얼굴을 하고 불만 섞인 말투로 하준의 말을 끊었다.“더구나 요 몇 년 해외에 있는 동안 나랑 윤서는 우리 둘밖에 기댈 사람이 없었다고. 윤서는 나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어.그리고 잊어버리셨나 본데 3년 전 백윤택 일로 당신이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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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화

송영식은 말문이 탁 막혔다.“아니, 내가 정말 전생에 송영식에게 무슨 죽을죄를 지어서 이럴까?”임윤서는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내가 왜 당신 때문에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나고?”“대체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데…?”송영식은 더욱 안절부절못했다.임윤서가 막 입을 열려는데 커다란 손이 다가와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갔다.하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윤서 씨 병원이야. 당장 와서 네가 책임지고 집에 데려다줘.”“하준아….”“한지용의 스캔들은 이미 싹 언론에 자료 뿌렸어. 이 기회를 어떻게 잡을 지는 이제 네 손에 달렸어. 그리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어떻게 대접을 해야 하는지, 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배우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그렇게 말하더니 하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휴대 전화를 임윤서에게 건네더니 다시 여름을 돌보러 가버렸다.20분 뒤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의사는 큰 문제는 없을 거라며 집에 가서 하루 푹 쉬면 된다며 내일이면 기력을 회복할 거라고 얘기했다.그 말을 듣더니 하준은 바로 여름을 안고 일어섰다.“집에 가자.”여름은 걱정스럽게 윤서를 돌아보았다.“하지만 윤서는….”“병원에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거야. 곧 영식이가 도착할 테니 우리는 먼저 가자고.”윤서가 손을 휘휘 저었다.“먼저가. 너희들 남아 있다가 송 대표 만나면 또 싸울라.”“그래. 윤서 씨 말이 맞아. 나도 지금 영식이랑 싸우기 싫다고.”하준도 송영식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그럼 조심해. 혹시나 송 대표가 데리러 안 오거든 연락해.”여름이 말을 마치자 하준은 여름을 안고 나가버렸다.임윤서는 부러운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남자친구 따위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고 있으니 괜히 또 남친 있으면 좋겠다 싶잖아.’곧 송영식이 도착했다. 머리가 온통 헝클어진 채 환자복을 입고 연체동물처럼 병상에 늘어져 있는 윤서를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졌다.“하준이는?”“갔어요. 나랑 여름이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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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화

“거참. 내가 나름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거든요.”송영식이 툭 뱉었다.돌아가는 길에 차에서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윤서는 마취가 되는 향을 들이마신 탓에 도저히 내려앉는 눈꺼풀을 감당할 수 없었다.리버사이트파크게 도착해서 송영식은 실내등을 켰다. 돌아보니 윤서는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숱 많은 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유리처럼 투명한 피부가 드러나 보였다. 평소에는 미운 말만 뱉어내기 바쁜 임윤서였지만 이렇게 온순하고 무해한 아기 고양이 같은 모습을 보니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였다.송영식은 잠시 망설이다가 트렁크에서 담요를 꺼내다가 가만히 윤서의 몸에 덮어주었다. 자기는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성운빌.하준은 잠든 여름을 살그머니 안방 침대에 뉘었다.돌아오는 길에 여름은 결국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가만히 여름을 들여다보던 하준은 곧 물을 받아다 가만가만 여름의 옷을 벗겼다. 몸에 남은 멍과 상처를 보니 사뭇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하준은 결국 얼굴이 달아올랐다.전에는 여름을 안을 때마다 너무나 충동적이고 급했던 탓에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곡선이야.’한창 혈기 왕성한 남자인 하준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몸을 꼼꼼히 닦아낸 하준은 다시 여름에게 조심스럽게 잠옷을 입혔다. 그리고 자신은 냉수로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하준은 여름의 수건을 썼다. 익숙한 여름의 냄새가 너무나 포근하게 느껴졌다. 결벽증이 있는 하준인데도 여름이 사용했던 수건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하준은 그대로 여름 옆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여름과 한 이불을 덮고 여름 냄새를 맡으며 누워있자니 흐뭇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결국 하준은 여름을 품에 안았다.여름은 깨지 않았다. 오히려 하준의 품을 파고들더니 착 감겨들었다. 익숙한 듯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하준은 심장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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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화

“아니거든….”여름은 한참을 몸부림쳐 봤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도리어 하준의 눈빛만 더욱 불타오를 뿐이었다.너무나 익숙한 상황이었다. 여름은 일순 숨도 크게 쉴수가 없었다.“놔. 함부로 굴지 말고.”“난 함부로 굴고 싶은데. 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해?”하준이 휘릭 몸을 굴리니 단단한 팔이 여름의 양옆에 놓였다. 뜨거운 숨결이 여름의 얼굴이 닿았다.“뭘 언제까지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여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굴을 피했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차마 하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 자세가 오히려 매끈하고 아름다운 목선을 드러내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여름아, 우린 부부였잖아.”하준이 여름이 자신을 바라보도록 얼굴을 살그머니 돌리더니 거세게 입을 맞췄다.“싫어….”여름은 마구 몸부림을 쳤다.그러나 하준은 힘도 세지만 여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하준이 그간 아무도 안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전처럼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침대에서 벗어나려던 여름의 의지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한편.푹 자고 난 윤서도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뒷좌석에 누워서 얌전히 베개를 베고 담요까지 덮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윤서는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어젯밤에 벌어졌던 일과 송영식이 데려다주는 가운데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는 사실을 간신히 기억해 내다.‘그러면 지금 베고 있는 베개도 송영식이 베어주고, 담요도 송영식이 직접 덮어준 거야?”윤서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내내 윤서에게 송영식은 악랄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다. 그러니 윤서가 자기 차에서 잠들었다면 밖으로 차내 버리거나 누굴 시켜서 괴롭혔다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한 송영식은 윤서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살그머니 일어나 앉아서 운전석에 있는 송영식을 바라보았다. 송영식이 꼼짝도 않고 있자 윤서는 가만히 앞으로 몸을 숙여 송영식을 들여다보았다.송영식은 눈을 감고 쉬고 있었는데 정말 대리석 같은 피부에 코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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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화

하준은 아파서 헉하더니 원망스러운 말투로 툭 뱉었다.“다른 남자를 칭찬하니까 그러지.”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내 말이 틀려? 송영식 대표가 얼굴 잘생긴 것 말고는 천하에 쓸모없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장점이 꽤 있잖아.”“걔가 당신 욕한 적도 있다고.”하준이 부루퉁해서 말했다. 자다 깨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 칭찬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우울한 일이 있겠는가?“당신은 안 했어?”여름이 하준을 일깨웠다.“남 험담하지 말지? 내가 당신 옛날얘기 하나씩 꺼내길 바라는 거야?”“……”하준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자기야, 나 배고프다.”여름은 웃었다.“이런 우연이 있나? 밥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있었더니 난 힘이 하나도 없어.”“…내가 먹을 것 좀 만들어 줄까?”하준이 여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런데 내가 한 음식은 자기가 한 것처럼 맛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먹어 줄 거지?”“정 안 되면 계란찜 해 먹자. 가르쳐 줄게.”여름이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여름의 도움을 받아 하준은 간단한 점심을 차릴 수 있었다. 둘 다 너무 시장했던 덕에 하준의 처참한 요리 실력에도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밥을 다 먹자 상혁이 회사 일로 전화를 걸어왔다. 하준은 지시를 마치더니 말했다.“내 옷 좀 성운빌로 가져 와. 이제 여기서 지낼 거야.”“쿨럭, 아, 알겠습니다.”여름이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가더니 외쳤다.“그럴 필요 없어요.”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아, 왜?”하준의 입이 튀어나왔다.“일단은 동거하고 싶지 않아.”여름이 일어났다.“밤을 보낼 거면 내가 당신 집으로 갈게. 그리고, 집안일 하는 사람 불러줘. 당신 집에 가서 밥하고 빨래할 생각은 없거든.”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름은 생글생글 웃었다.“우리 집은 좁잖아? 그리고 일해주는 사람도 없으면 당신 삼시 세끼에 옷이며 양말이며 다 내가 빨아야 한다면,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절대 안 할 거야. 백지안은 무슨 공주님 모시듯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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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화

하준의 여름의 눈에 짙게 깔린 분노를 보고 깜짝 놀랐다.“난 그냥 장난으로….”“장난이거나 말거나 날 때렸잖아? 아침에는 좋다고 안아놓고 이제는 사람을 괴롭혀? 됐어. 가!”여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화난 시늉만 할 생각이었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늘 갑이었던 하준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쫓겨나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화를 내려고 했지만 눈시울을 붉히는 여름을 보자 당황스러웠다. 다급히 여름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는 속삭였다.“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날 한 대 때릴래?”“됐어. 당신 몸에 손대기도 싫어.”여름은 얼굴을 돌렸다. 촉촉한 입술을 부루퉁하고 내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 나름대로 또 너무나 귀여웠다.하준은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여름의 손을 잡아 자기 뺨에 댔다.“용서해 줘.”“싫어.”여름은 눈을 내리깔고 고집을 부렸다.“그러면 반성 의자에 가서 앉아 있을까?”늘 누군가에게 갑이었던 하준이 이렇게 여자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백지안이라고 해도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을 터였다.“뭐, 알았어. 그만 해.”여름은 하준의 간절한 얼굴을 보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하준은 여름의 미소를 보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하준도 자신이 이렇게 누군가를 달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보았다.백지안과 사귈 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백지안은 종종 하준에게 삐친 척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면 하준은 그냥 ‘그러던지’정도의 느낌으로 여름이 삐쳤을 때처럼 마음이 떨린다든지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가만 생각해본 백지안과 사귈 때는 마음에 어떤 파문이 느껴지거나 한 적이 없었다. 무슨 의례적인 일을 하듯이 그다지 분노하지도, 달콤한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그저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가 자신을 지배할 뿐이었다.‘너는 백지안을 사랑한다. 백지안에게 잘 해줘라.”‘그런데… 그게 사랑이었을까?난 정말 지안이를 사랑했던 걸까?진정한 사랑은 지금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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