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1699 챕터

832화

“상관없어요. 어차피 누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인 걸 뭐.”여름은 하준을 흘끗 쳐다보았다.“뭐 한다고 사람을 저렇게 때렸대? 다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인데.”“……”하준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여름의 팩폭에 찔려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낭패한 하준의 얼굴을 본 양성훈은 놀라서 턱이 바닥에 떨어질 지경이었다. 하준이 누구 앞에서 이렇게 온순한 양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전에 백지안과 사귀실 때는 본 적이 없는 모습인데. 와, 앞으로 강여름 대표에게 정말 잘 보여야겠구나.’“회장님, 민 실장은 반성의 방에 있습니다.”다른 한 명의 보디가드였던 원윤구가 살짝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서 보고 했다. 아까 걷어차인 엉덩이가 아직도 욱신욱신했다.“알았어.”하준은 여름을 데리고 들어갔다.----반성의 방.본부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 왔다가 민 실장은 바로 반성의 방에 갇혔다. 휴대 전화는 바로 빼았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 실장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빨리 열지 못해? 난 병원에 가야 한다고!”민 실장이 문밖을 지키는 사람에게 날카롭게 외쳤다.“회장님께서 백지안님을 돌보라고 하셨단 말이다. 내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안 됩니다. 일단 기다리세요. 회장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문지기가 나지막이 답했다.“회장님이 날 왜 여기로 부르신단 말이야?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민 실장은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그래? 잘못이 없는 게 확실한가?”하준이 문을 쾅 차며 들어왔다. 옆에는 여름이 따르고 있었다. 하준에게서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오셨습니까….”하준의 옆에 있는 여름을 보자 민 실장은 얼굴에 거부감이 확 올라왔다. 그러나 아랫사람으로서 함부로 큰소리를 칠 수 없었다. 그저 병원에서 우두커니 혼자 있을 백지안이 걱정스러웠다.‘회장님은 정말 지안 님에게 너무 하셔.’여기저기 다친 양석훈과 원윤구가 살짝 원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난번에 강여름 대표에게 이혼협의서에 사인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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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화

“지금 저 말 좀 들어보라지? 난 최하준의 애인인데 저 건방진 말투라니. 내가 백지안이 아니라서 날 적대시하는 거잖아. 전에도 차윤이 날 보호해 주는 걸 우습게 생각하더니, 백지안 곁에 오래 있다 본 이제 백지안이 자기 상사인 줄 아나 봐?”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조곤조곤 팩트를 짚었다.“그런 거 아니거든요!”민 실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지룡에서 가장 금기 시되는 것이 최가에 대한 불충이다. 불충했다가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어째서 날 이렇게 모함하시는 거죠? 전 강여름 대표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저는 그저 일개 보디가드일 뿐이라고요.”“지룡 멤버가 어떻게 그냥 일개 보디가드일 수가 있어? 자신을 너무 낮추는 거 아닌가요?”여름이 하준을 보고 웃었다.“물어볼 게 있어. 민 실장은 언제부터 백지안의 보디가드를 맡은 거야?”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지안이가 실종되기 전부터 7~8년은 되었지.”“그러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백지안을 따라다녔다는 말이네.”여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민 실장은 여름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챘다. “내가 백지안 님을 오래 모시긴 했지만, 내가 얼마나 오래 그분을 모셨든 상관없이 난 지룡에서 파견된 사람입니다.”하준이 미간을 문지르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 전에는 백지안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지룡에서 가장 세심한 민정화를 붙여주었던 것이다.나중에 백지안이 돌아온 뒤에 사람을 하나 붙여달라면서 가장 익숙한 사람이라며 민정화를 언급하기에 바로 동의했다.그런데 때로는 두 사람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둘 사이에는 당연히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었을 것이고 그것은 차윤과 여름의 관계와 비슷한 것일 터였다.게다가 민정화는 흰 종이처럼 깨끗할 때부터 백지안을 따랐으니 당연히 둘 사이는 훨씬 더 깊었을 것이다.“민 실장, 그만 해. 네가 내 뒤에서 여름이를 해친 것이 사실이다. 반드시 지룡의 처벌을 받아야 해.”하준이 싸늘하게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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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화

여름은 흠칫했다.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민 실장은 여름이 동요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악랄하게 소리 질렀다.“백지안 님과 관계가 가능해지면 당신 따위 찾지 않으실 거야. 못 믿겠다면 스스로 알아보시던지. 회장님의 심리적인 저항만 치료된다면 당신은 이용 가치가 없어. 그러니 뒷날을 생각해서 내게 일말의 체면이라도 남겨주는 게 좋을걸. 나주에 후회할 일 하지 말라고!”“그런 거였군.”여름은 심호흡을 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끄덕였다.“그러면 좀 있다 가서 물어봐야겠네.”“그러기만 해 봐.”민정화가 펄쩍 뛰었다. 여름의 마음에 틈을 만들려는 의도였는데 만약 자신이 여름에게 그따위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회장님이 알게 되면 목숨이 남아나지 못할 판이었다. 그런 문제는 남자에게 있어 엄청난 체면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여름은 소리 내어 웃었다. 민정화가 점점 더 두려워하는 것을 보니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하준과 백지안이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아직까지 관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오호, 이거 퍽 재미있게 되었는걸.그러니까 최면으로 머릿속은 가져갔는지 몰라도 몸에는 거부당하고 있다?’어쩐지 갑자기 하준에게 마음이 약해졌다. 돌연 이전에 느껴지던 거리감이 확 사라진 느낌이었다.“뭘 잘 모르시나 본데, 왜 백지안에게는 그쪽 방면에 흥미가 안 생기는지 알아? 최하준이 마음속에는 나뿐이기 때문이거든.”여름의 가위가 민정화의 바지를 갈라 내려갔다.드러나는 살에 수치스러워 소리 지르느라 민정화는 이제 여름에게 쓸데없는 소리 할 겨를이 없었다.“시선 돌리지 말고 똑바로 보세요. 시선 돌리는 사람은 내가 봐두겠어요.”강여름은 그 자리에 있는 남자들을 하나씩 노려보았다.거대한 체구의 남자들은 귀까지 빨개진 채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반성의 방에서 그 긴 세월을 일했지만 이렇게나 곤란한 일은 진짜 처음이네.’어쨌든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민정화의 몸에 눈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데다 평소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섹시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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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화

“저분은…?”여름이 결국 돌아보며 물었다.그러나 제대로 다시 얼굴을 보기도 전에 하준이 확 잡아당겼다.하준이 사뭇 카리스마 있는 시선으로 여름을 내려다보았다.“다른 남자를 너무 쳐다보지 마.”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중년 아저씨는 내 취향이 아니거든. 그냥 워낙 아우라가 대단해서 물어본 거지.”“지룡 당주야. 지룡파 두목인데 내 명령만 들어.”하준이 설명했다.“지룡 당주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물이야. 지룡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온갖 각고의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지룡의 당주이니 당연히 아우라가 있지.”“응.”여름이 끄덕였다.“아 참, 방금 내가 민 실장 옷을 다 잘라버려서 아마 이제 날 엄청 미워할 것 같아.”“감히 그런 생각도 못 할 거야.”하준이 뼈까지 시리게 할 정도로 차가운 시선이 드러났다.“당신은 내 사람이야. 당신을 미워하면 날 미워한다는 뜻인데 그랬다가는 뼈도 못 추리게 돼.”여름은 은근슬쩍 하준을 훔쳐보았다.‘하여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들 감히 자기를 배반할 인간은 없고 누구나가 다들 자신에게 충성하고, 공경한다고 믿는 병이 있나 봐.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잡기 어려운 건데.’“그렇지만 민 실장은 당신 코앞에서 나에게 수치스러운 모욕을 줬던 사람이야. 그건 당신하고 백지안 사이에서 민 실장은 백지안을 더 신경 쓴다는 말이지. 내가 민 실장을 노린 거라고 생각하지 마. 방금 내 복수는 당신에게 주의하라는 뜻으로 한 일이야.”여름은 당당하게 말했다.하준은 결국 여름을 흘끗흘끗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날 신경 써 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지금은 당신에게 맞추어 주기는 했지만 당신에게 넘어갈 생각도 없으니까.”여름이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절대 그런 일 없을 거야.”하준이 여름을 꼭 안았다.“자기야, 앞으로 내 거대한 힘이 당신을 지켜주는 우산이 되어 줄 거야.”‘당신을 해치는 사람이 아니라….’하준은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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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화

“그도 그렇네. 민 실장이 뭐 별거라고.”“……”방 안.전 당주가 앞서서 들어섰다.뒤이어 민정화가 들어가 문을 닫더니 외투를 바닥에 떨어트리며 전 당주를 뒤에서 끌어안았다.“차라리 죽고 싶어! 부끄러워서 이젠 못 살아.”전 당주가 돌아섰다. 가리지 않은 민정화의 몸을 보더니 담담하던 검은 눈에 음험함이 스쳤다.“쓸데없는 소리.”당주 전성이 가라앉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내가 진작에 경고했었지? 백지안은 그저 네 경호 대상일 뿐이라고. 백지안과 강여름 사이의 개인감정 싸움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넌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일만 해내면 되는 거였어.”“하지만 지안 님은 정말 너무 억울했다고요.”민정화가 훌쩍거렸다.“난 그냥 회장님의 분부대로 몸뒤짐을 한 것뿐인데. 강여름은 나한테 원한을 품고 복수한 거라고요. 왜 지안 님에 대한 분노를 나한테 쏟는 거야? 회장님도 그래. 지안 님하고 사이가 좋을 때는 하늘의 달도 다 따줄 것 같더니만 강여름하고 사이가 좋아지니 계속 우리한테만 죄를 뒤집어씌우고. 남의 아랫사람이 된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피곤한 일이야.”“입 다물어!”전 당주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 그 수많은 남자 앞에서 옷이 벗겨지는데 얼마나 모욕적인지 알아?”민정화는 엉엉 울었다.“그 놈들 눈빛은 죽어도 못 잊어. 그… 그 더러운 눈 빛…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어.”그러더니 민정화는 문으로 돌진했다.“이상한 소리 하지 마.”전 당주가 즉시 민정화를 잡더니 힘껏 품으로 당겨 안았다.“난 이제 어떡하지? 이제 앞으로는 날 안지 마.”민정화가 전성의 가슴에서 무너지듯 울었다.“쉿, 네가 어떻게 자라왔는지는 어릴 때부터 내가 다 봐왔어.”전성이 가볍게 민정화의 머리를 쓸었다.“안아 줘. 나 너무 견디기 힘들어.”민정화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전성의 가슴팍을 잡아당겼다.옷깃을 꼭 잡은 채 입을 맞추었다.민정화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덤벼들자 전성도 견딜 수가 없었다.긴 입맞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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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화

하준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내가 전 당주와 민 실장 사이를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전성은 깜짝 놀랐다. 내내 하준의 눈을 잘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저, 저는….”“뭐, 민 실장? 매력적이지. 하지만 전 당주도 그냥 나이만 먹은 건 아니잖나? 별별 사람 다 봐 왔잖아?”하준이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민 실장은 더 이상 내게 충성하지 않아. 지룡에 남겨 두기에는 영 안심을 할 수 없어.”전성은 씁쓸하게 웃었다.‘정화는 다릅니다.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봐왔어요. 꼬맹이인 줄 알았던 녀석이 성숙한 여인이 되어 내게 애정을 보였을 때는 오래도록 억눌러왔던 피가 순간적으로 들끓었단 말입니다.’“마음 아픈가?”하준이 갑자기 물었다.“아닙니다. 민 실장은 그냥 일개 지룡 멤버일 뿐인걸요. 하지만 민 실장을 이렇게 지룡에서 내보내면 내부에서 말이 많을 겁니다. 그냥 조용히 외국으로 내보내시죠.”전성이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지룡의 당주로서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울 수는 없었다.“그래. 자네 체면도 살려줘야 하니 그 의견에 따르겠네.”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전화를 끊었다.휴대 전화를 쥔 전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 후 민정화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바로 출국 준비해. X국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 나중에 시간 나면 내가 보러 갈게.”민정화는 경악했다.“무슨 말이에요? 내가 왜 갑자기 외국으로 나가? 시간이 나면 보러 오다니? 이번에 나가면 나 못 돌아와요?”“회장님 뜻이야. 네가 회장임의 역린을 건드렸어. 네 충성심을 의심하신다.”전성이 쓴웃음을 지었다.“회장님께서 널 지룡에서 내보내든지 해외로 내보내든지 선택하라고 하시더라. 내 말 들어. X국은 나름 괜찮은 나라야. 가서 임무를 수행하며 사는 데 어려움은 없을 거야.”“그런 곳은 가고 싶지 않아!”민정화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회장님은 이미 내게 충분히 과한 벌을 주셨다고!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우리 민씨 집안이 대대손손 최가를 모셨다고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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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화

“회장님은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상혁이 말을 끊었다.“김 실장….”백지안은 깜짝 놀랐다.“그러면 회의 끝나고….”“간병인이 갔다면 다른 분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간병인에게 함부로 성질부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간병인 분들도 사람입니다. 다들 자기 분수껏 열심히 돈을 버시는 분들이에요. 사람이 하는 일로 사람의 고하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상혁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백지안을 찌르는 것 같았다.“무슨 말이에요? 지금 김 실장도 날 무시하는 거예요? 잘 들어요. 난 하준이 마음속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백지안 님, 제가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상혁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백지안은 화가 나서 휴대 전화를 던져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곧 민정화가 나타났다. 그런데 민정아가 백지안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그 강여름이란 인간 정말 너무 악독하더라고요….”민정화는 오후에 있었던 일을 백지안에게 풀어놓았다.백지안은 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민정화가 안쓰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단 며칠 만에 최하준이 강여름에게 홀딱 빠져버린 데다 여름에게 지룡 본부까지 공개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정화 씨, 미안해. 이게 다 나 때문에….”백지안은 죄책감에 괴로운 척하며 눈물을 떨궜다.“내가 너무 무능해서 자기도 지켜주지 못하고 그런 모욕을 당하게 만들었네.”“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지안 님을 탓하지 않아요.”민정화가 얼른 말을 받았다.“그저 제가 앞으로는 지안 님을 보호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지룡에서 새로운 사람을 보낼 거예요. 지안님 퇴원하실 때쯤에는 저는 함께하지 못할 거예요. 회장님이 이번에는 강여름에게 너무 푹 빠졌어요. 정말 너무 나빠요.”“그런 소리 마.”백지안이 중얼거렸다.“강여름이 자기를 첫 스텝으로 삼은 걸 거야. 앞으로는 이제 날 상대하려고 들겠지. 애초에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한 것에 원망을 품고 있으니까 강여름의 복수 명단에 분명 내가 들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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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화

백지안은 그 말을 들으니 분노가 치밀었다.하준의 마음은 강여름이 훔쳐 가고 예비로 끼고 있으려고 했던 송영식은 임윤서에 메여있었다.‘그 인간은 강여름의 절친이잖아? 둘 다 똑같이 못된 것들이지.’“영식아, 나 너무 짜증 난다.”백지안이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늘 내 곁에 붙여두던 민 실장도 이제 데려가 버렸어.”“민 실장은 네 보디가드였잖아?”송영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민 실장도 지룡에서 데려가 버리고….”백지안이 씁쓸하게 한숨을 쉬었다.“간병인도 가버렸어. 내가 성질이 더럽다나 어쨌다나?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어 버렸을까?”“이런, 하준이 자식은 정말 인간도 아니구먼.”송영식은 하준이 이렇게까지 백지안에게 매정하게 굴 줄은 몰랐다.‘헤어진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아파서 입원했는데 옆에 붙여놨던 사람까지 거둬갈 일이냐?’“쓸데없는 생각 마. 내가 곧 갈게.”송영식이 전화를 끊고 막 가려고 돌아서는데 언제부터인지 임윤서가 거기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하얀 니트 원피스에 야구캡을 쓴 임윤서의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어려있었다. 아무리 봐도 웬 유명 배우가 소박하게 차려입고 나선 듯한 모양새였다.“안녕하세요? 아니, 내가 리버사이드파크로 이사한 건 대체 어떻게 아셨을까?”임윤서가 빙그레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최하준 회장이 말한 건 아니겠지?”그 일을 생각하니 송영식은 열불이 뻗쳤다.실은 하준이 리버사이드파크의 아파트를 임윤서에 주었다는 이야기를 이주혁에게 들었던 것이다.임윤서는 느른하게 한숨을 쉬었다.“최하준 회장은 참 손이 크지 뭐예요. 난 원래 여름이랑 살려고 그랬는데 여름이를 만나는데 내가 거치적거렸던지 최하준 회장이 그냥 여기 집을 덜렁 주지 뭐야? 이 큰 집에 혼자 있으니까 어찌나 좋은지!”“말 다했나?”송영식은 이곳에 오는 길에 내내 스스로 성질을 잘 눌러야 한다고 되뇌며 왔는데 아무래도 임윤서와 대화만 시작했다 하면 혈압이 올라서 가만있기가 힘들었다.“뭐, 난 내 할말 다했어요. 그쪽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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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화

임윤서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요. 요즘 매일 바깥 음식을 먹었더니 속이 별로예요. 오늘은 집에서 먹고 싶은데 정 같이 밥을 먹고 싶다면 그쪽에서 저에게 밥을 한 번 해주시던가?”“뭐?”송영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싫으면 마시고. 만난 김에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그, 그럼 해주지.”송영식은 할 수 없이 임윤서를 따라 들어갔다.오만한 송영식이 임윤서의 눈치를 살피는 날이 오다니 정말 별일이었다.집에 들어가자 임윤서는 바로 소파에 털썩 앉더니 테이블에 펼쳐진 주전부리를 먹기 시작했다.“빨리해주세요. 맛없으면 얘기 안 하고 싶을지도 몰라요. 누구 불러서 도움받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전 진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송영식은 침울한 얼굴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뭔가가 많긴 했는데 죄다 요거트, 우유, 과일, 치즈 같은 것뿐 식재료는 거의 없었다. 결국 한참을 뒤지다가 냉동실을 열어보니 소갈비와 생선, 냉동 새우가 나왔다.날짜를 확인해 보니 유통기한이 지나기 직전이었다.송영식은 한심한 눈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임윤서를 쳐다보았다.‘대충 어떤 인간인지 알겠구먼. 아주 요리하고는 담을 쌓았네. 저런 인간을 누가 데려가서 살지 정말 걱정이다.’임윤서는 칩스를 다 먹고 주방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더니 송영식이 갈비를 해동하고 있었다.전에 갈비를 사 올 때는 제대로 한번 해먹어 보겠다고 의욕적이었지만 밑간이 없이 구웠더니 너무 맛이 없는 데다 속은 익히기도 힘들었다.“어라, 갈비 하시게요? 그거 하기 되게 힘들던데.”임윤서가 알려주었다.“안 되겠으면 내려가서 뭐 먹을 거 대충 사가지고 오세요.”“됐어요.”송영식은 무표정하게 임윤서를 쓱 쳐다보더니 다시 음식을 하는데 집중했다.그 모습을 보니 임윤서는 동성에 있는 자기네 집 강아지가 생각났다.임윤서는 바로 엄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엄마 포롱이는요? 조금 아까 어떤 남자를 봤는데 포롱이를 닮은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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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화

송영식이 침착하게 말을 받았다.“그렇게 놀랄 일입니까? 내가 요리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그럼요. 난 그쪽 같은 도련님은 허구한 날 백지안 뒤꼭지나 따라다니면서 부르면 부르는 대로 따라다니고 다른 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줄 알았죠.”임윤서가 서슴없이 말을 뱉었다.“……”‘내가 갈비찜에 독을 탔어야 해. 그러면 아주 깨끗하게 모두 다 끝났을 텐데.’임윤서는 갈비찜을 집어 맛을 보았다.‘어머 어머, 이게 뭐야? 너무 맛있잖아? 이거 뭐 완전 궁중 요리 수준인데?튀김은 어지간한 유명 일식집 튀김 못지않아. 생선구이도 완전 겉바속촉!흠흠, 뭐 워낙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도 몰라.’“이게 다 직접 한 거예요?”임윤서는 신기해 죽을 지경이었다.“뭐 집에 있는 쉐프가 만들어서 드론으로 날렸다던지 그런 거 아니고?”“무슨 소립니까? 다 내가 직접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거 좋아해서 꽤나 솜씨가 좋다고요.”송영식은 슬슬 참을 수가 없었다.“최하준 회장은 그렇게 요리에는 곰손인데 친구는 이렇게 요리 천재라니 정말 뜻밖이네요.”임윤서는 다시 감탄해 마지않았다. 처음으로 송영식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흠, 뭐 이목구비가 꽤 시원스럽단 말이야. 웃으면 초승달이 되는 저 눈이 평소에 나만 보면 불을 뿜어서 그렇지. 키도 크고 늘씬하니 아주 타고난 모델이란 말이야.이대로 데뷔했으면 아마 팬덤도 어마어마하게 형성됐을 그런 타입이거든.’“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봅니까? 아무리 그렇게 쳐다봐도 내가 그쪽을 좋아할 일 없습니다.”송영식은 임윤서의 시선에 은근히 불편해서 덧붙였다.“흠흠, 그러면 이제 정식 주제로 들어가 볼까요?”“그래요. 말해 보세요.”임윤서가 끄덕였다.송영식이 말했다.“그쪽에서 SE와 협력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SE는 어쨌거나 국내에서 늘 2선 브랜드요. 보통은 10대, 20대 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피부 보호 라인 위주의 브랜드죠. 그러니 브랜드 자체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니라서 그쪽이 SE와 협력해 봤자 당신의 레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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