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1699 챕터

852화

“왜 그래?”하준이 의아해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당신이랑 백지안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래.”여름이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미안해.”하준이 여름을 돌려세웠다. 그러더니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지금 내 마음은 너무나 확실해. 널 사랑해.”여름은 하준의 키스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저도 모르게 하준의 목에 팔을 둘렀다.원래는 일어나서 출근을 할 생각이었으나 결국 회사에 가지 못했다.다음날, 하준은 운전해서 여름을 데려다주려고 했다. 여름은 입구 상가 앞에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왜 그래?”하준이 여름을 돌아보았다. 어제 하루를 같이 보내고 났더니 여름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막 피어나는 장미처럼 눈부시게 촉촉한 느낌이었다.“병원 좀 다녀와야 해.”여름은 안전벨트를 풀더니 내렸다. 곧 산부인과를 들러 사후 피임약을 받아오더니 생수 한 병과 함께 들고 차에 탔다.“뭘 산 거야?”하준이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생수와 함께 약을 삼킨 여름은 눈을 깜빡이더니 가방에서 사후피임약을 꺼내 보여주었다.핸들을 잡은 하준의 손등에서 힘줄이 불끈거렸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다음부터는 그런 거 먹지 말지. 난 당신랑 평생을 함께할 거야. 아이도….”“지난번에는 함께 밤을 보내고 나서 당신이 사다 줬잖아.”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난 좀 두렵다고.”“전에는 내가 왜 그랬….”“전에 임신했을 때의 안 좋은 기억도 아직 내게는 트라우마야. 그런 고통과 두려움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봐줬으면 좋겠어.”여름이 가차 없이 말했다.“정말 미안해.”하준은 너무나 괴로웠다.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이전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왜 여름이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을까? 아무리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왜 조금 더 다정하게 해주지 못했을까?’생각할수록 그때의 자신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앞으로는 약 먹지 마. 부작용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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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화

초콜릿을 집어 먹던 여름은 먹이 턱 막혔다. ‘아, 뭐야? 허스키 빙의했냐고?’가만히 챗을 보던 여름은 어쩐지 웃음이 났다.----밤. 호프집.여름의 옆에 버버리를 입은 육민관이 앉아 있었다.“이번에 니아 만쪽 알아보느라고 고생 많았다. 그래, 어땠어?”여름이 민관에게 맥주 병을 따서 건네며 물었다.“이런 일은 매우 은밀히 이루어져서 알아내기 힘들더라고요.”민관이 맥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더니 으쓱해 했다.“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거기서 딱 엉덩이 붙이고 있었더니 결국에는 들려오는 풍문이 좀 있더라고요. 확실히 그쪽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인원이 좀 있었어요. 당시에 웬 젊고 잘생긴 아시아 사람이 직접 가서 큰돈을 들여 사람을 선발했다고 하더라고요.”“사진이 있나?”“없습니다.”육민관은 ‘네가 그러면 그렇지’ 시선을 받고는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아, 거기는 전 세계에서 제일로 정신 사나운 곳이라고요. 하지만 그쪽은 조직이 있으니까 괜히 정보가 잘못 새 나갔다가는 같이 일 못해요.”“젊고 잘생긴 아시아 사람이라… 백윤택 정도일까나? 간덩어리도 크고 그런 위험한 인물들과 얽힐 수 있는 인물일 테니까.”여름은 생각에 잠겼다.“아니면 백지안에게 도움을 주는 다른 사람이 있었을까?”“분명 배후에 누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육민관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백지안은 아직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는 않은 거예요.”“그러면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이제는 급해졌으니 곧 움직일 거야.”여름은 맥주를 한 모금 삼켰다. 갑자기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왜 그래요? 기분이 안 좋으세요?”육민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고 보니, 누님과 최하준은 이제 사귀게 되었죠? 전 남편과 재결합한 기분이 어때요? 전에는 그렇게 잔인하게 차버렸던 전 남편이 이제는 좀 귀한 대접 좀 해주나요?”여름은 육민관에게 눈을 부라렸다. 육민관이 헤헤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러죠. 어쨌거나 누님이 사랑했던 사람이니 마음이 약해지지나 않았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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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화

술을 마신 탓에 다음 날 깨어나니 여름은 속이 쓰렸다.세수를 하다가 하준의 전화를 받았다. 하준은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어젯밤에 어디 갔었어?”“일이 있어서….”“그 이이라는 게 호프집에서 술 마시는 일이었어?”하준이 으르렁거리며 물었다.“당신이 직접 오늘 아침 뉴스를 보라고. 10분이면 당신 집에 도착할 거야. 만나서 제대로 설명해 보시지.”그러더니 전화를 끊었다.여름은 놀라서 얼른 휴대 전화를 열어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벨레스 후계자 미스터리의 남자와 다정한 모습 사진을 보니 호프집의 여름과 육민관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찍혀있었다.“……”여름은 마른 세수를 했다. 민관의 정면 모습이 노출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육민관은 여름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조수인데 얼굴이 알려졌다가는 매우 골치가 아파질 판이었다.‘기자 놈들은 이렇게나 할 일이 없나?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날 왜 따라다니는 거야?나중에 한 번 제대로 손을 봐줘야지 안 되겠어.’여름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자 하준의 조각 같은 얼굴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그 남자 누구야?”정말이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난 그렇게 여름에게 공을 들이고 1분 1초 단위로 여름 생각만 하는데 여름이는 날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다니! 게다가 뒷모습으로 봤을 때 그 녀석 생긴 것도 허접해 보이지 않았다고. 몸매도 아주 좋고 말이야.겨우겨우 서인천을 떼어냈더니 이놈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강여름! 왜 이렇게 남자가 꼬이는 거야? 남자가 안 꼬이면 죽어? 아니면, 내가 당신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나?”하준은 화가 나서 여름의 어깨를 와락 부여잡았다.여름은 잡힌 어깨가 아팠다. 눈앞의 폭력적인 최하준의 모습을 보니 어젯밤 육민관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름은 감정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최하준, 당신하고 사귀겠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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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화

‘내가 이렇게 화가 났는데 왜 날 달래주지도 않고 변명조차도 하지 않는 거야?그냥 잘못했다고 빌고 앞으로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나도 못 이기는 척하고 용서해 줄 텐데.그런데 여름이 태도가 어떻게 이렇게 싸늘할 수가 있지?’“강여름. 잘 모르나 본데, 내 사람이 되고 나면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없어. 내가 헤어지겠다고 해야지 당신이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는 거야.”그러더니 하준은 쾅 하고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여름은 한숨을 폭 쉬더니 육민관에게 전화했다.“어제 너 기자에게 사진 찍혔다. 일단 어디 가서 숨어 있어. 나돌아 다니지 말고. 일이 있으면 내가 연락할게.”이후로 하준은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다.여름은 그러거나 말거나 벨레스 별장으로 하늘을 보러 갔다. 가서 보니 하늘은 매우 큰 레고 세트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외할아버지가 사주셨어?”여름이 박스를 보니 한정판 레고였다. 값이 꽤 나갈 것이 분명했다.“유진이 삼촌이 사주셨는데요. 어제 유치원에 왔다갔어요.”하늘이가 고개를 들더니 환하게 웃었다.여름은 움찔했다. 하늘이는 그렇게 잘 웃는 아이가 아이인데 양유진의 선물에 이렇게 환하게 웃는 것을 보니 매우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였다.양유진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두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늘 마음에 두고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여름의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양유진이 늘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여름의 계획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 거의 찾아오지도 않았다.“유진이 삼촌이 그렇게 좋아?”여름이 다정하게 물었다.“삼촌은 엄마를 좋아하니까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하늘이 진지하게 말했다.“난 엄마가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다면 다 좋아요.”여름이 고개를 숙여 아들의 이마에 입맞춤을 쪽 해주었다.서경주가 다가와 웃었다.“하늘이는 내가 본 중에 제일 철이 든 애다. 애가 너무 철이 들어서 마음이 아파.”“그러니까요.”여름은 아들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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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화

“네 말이 맞는 것도 같구나…”서경주는 여름의 말에 놀라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마침내 감탄한 듯 말했다.그래도 서경주가 망설이자 여름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영 손을 못 떼시겠거든 제게 전권을 주세요.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아버지는 너무 정에 얽매였어요. 위자영에게는 죄책감에, 서경재에게는 형제애에,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부모의 정에…. 그런 데 얽매이지만 않았더라면 그때 아버지와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헤어지지도 않았을 거고, 지금 아버지가 이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을 거예요. 솔직히 이렇게 지내시는 게 아버지는 행복하세요?”서경주가 쓴웃음을 지었다.‘행복할 리가 있나. 유인이가 내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나는 매 순간이 후회로 점철되어 있었는걸.주변 사람들이 죄다 날 바보 취급하고 상처를 주면서도 진정한 사과를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그래, 여름아. 이 일은 너에게 맡기마.”서경주가 끄덕였다.“전권을 네게 주겠다.”“새 회사를 차리시게 되면 내내 아버지와 마음이 맞았던 분들을 데리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보세요.”여름이 덧붙였다.“하지만 이 일은 너무 소문내시면 안 돼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셨다가는 엄청 진노하실 거예요.”다음날, 여름은 바로 팀을 꾸려서 재계에 떠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엄 실장이 곧 소식을 가지고 왔다.“대표님, C국의 고다 주식회사 기시다 사장이 벨레스에 관심이 꽤 있다고 합니다. 마침 기시다 사장이 오늘 오천으로 간다고 합니다. 내일 열리는 도자박람회에 참가하려고요.”“도자기?”놀란 여름의 눈썹이 휙 올라갔다.“네. 기시다 사장이 도자기를 매우 좋아한다네요.”엄 실장이 말했다.“바로 티켓 예약해 주세요. 오늘 바로 오천으로 날아가야겠어.”여름이 결연하게 말했다.----FTT그룹.저녁 9시. 회장실의 불은 아직 환하게 켜져 있었다.비서실 직원들은 하품을 하며 애걸하듯 상혁을 바라보았다.“실장님, 회장님께 말씀 좀 해주세요. 자꾸 밤새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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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화

“강여름이랑 톡을 주고받는 사이란 말이야?”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둘이 갠톡을 주고받는다고?”“……”상혁은 식은땀이 흘렀다.“제가 명색이 회장님 수행비서인데 당연히 회장님 가장 가까운 분과는 연락을 해야죠. 이게 다 회장님께 더 잘하려고 그런 거니까요. 회장님 기분이 안 좋으실 때는 좀 위로도 부탁드리고 그런 거죠.”“하지만 지금은 전혀 위로를 해주고 있지 않은데.”하준은 콧방귀를 뀌었다.“아, 그래서 강여름이 김 실장에게 오천으로 간다고 하던가?”“강 대표님이….”“아, 알겠어. 김 실장을 통해서 은근슬쩍 흘리고 싶었던 거로구먼.”하준이 씩 웃었다.“흥, 서울을 떠났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다급해질 줄 알고? 꿈 깨시지.”“……”“당장 가서 표 예약해. 오천으로 가야겠어.”하준이 갑자기 명령했다.“지금 바로… 강 대표님을 따라가시게요?”갑자기 한 방 맞은 상혁은 멍해졌다.“그럴 리가 있나? 도자기 사러 가는 거지.”하준은 바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상혁은 울고 싶었다.‘이 시간에 오천을 가다니 최하준 회장 비서 노릇 진짜 너무 힘들다.’----밤. 여름은 오천의 어느 4성급 호텔에 들어갔다.워낙 규모가 큰 도자 박람회가 열리고 있어서 어지간한 5성급 호텔은 모두 방이 꽉 차서 예약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제일 좋은 호텔이 그곳이었다.여름은 샤워를 하고 누운 지 얼마 안 돼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뒤 쾅 하고 옆 방에서 문 닫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아니, 어쩌자고 문을 저렇게 부서져라 닫는 거야?”여름은 속으로 욕을 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옆방에서 헤미메탈이 울리기 시작했다.너무 시끄러워서 잠이 다 깼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여름은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5분 뒤 프런트에서 쭈뼛거리며 전화를 걸어왔다.“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손님 옆 방에 가서 투숙객께 말씀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그 분께서 방에서 나는 소리가 50데시벨을 초과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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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화

여름이 도자기의 검은 때를 가리켰다.“고려청자처럼 17세기 이전의 도자기를 집에서 가보로 내린다는 말도 안 됩니다. 보통은 땅에서 출토되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땅에서 출토된 도자기에는 이런 검은 때가 묻지 않죠. 그래도 뭐, 아주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방품이에요. 20만 원은 낼 수 있겠는데요.”판매자는 여름의 말에 귀까지 빨개졌다.기시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판매자를 쳐다봤다.“이런, 위조품으로 날 속이려고 들었다니. 내가 외국 사람이라고 우습게 봤습니까?”“그런 게 아닙니다. 어쨌든 나도 진품인 줄 알았다고요.”판매자가 도자기를 빼앗듯이 가져가서는 구석으로 가버렸다.“고맙습니다.”기시다가 웃었다.“그런데 어째 낯이 익은데….”“제 얼굴이 흔해서 그런가 어디서 봤다고 많이들 그러시더라고요.”여름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아아, 생각났다. 벨레스 후계자 아닙니까? 그… 그 성이… 강씨였던가…?”기시다가 급히 말을 이었다.“아버님이 서경주 씨죠?”“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여름은 난처한 듯 손을 저었다.“아하하, 내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지. 서경주 회장은 내가 만나본 적도 있는걸요.”기시다가 명함을 내밀었다.명함을 보더니 여름은 얼른 손을 내밀었다.“기시다 사장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저도 도자기를 좋아해서 그냥 조용히 구경이나 좀 하려고 온 거 거든요. 그래서 누가 알아보지 않았으면 해서….”“이해합니다. 어딜 가도 괜히 들러붙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기시다 사장이 웃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구경을 같이할까요?”좋죠.”여름은 기시다 사장과 함께 몇 시간을 돌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꽤 친해졌다.점심때가 되자 기시다 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난 사실 벨레스의 물류 방면이 너무나 탐이 납니다. 아 참, 강 대표는 언제쯤 벨레스를 물려받게 되나요?”“그룹을 물려받는 일이 뭐 그렇게 쉬운가요?”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벨레스가 잘 커 줘서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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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화

기시다는 매우 기뻐했다.“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다면서요? 그냥 오늘 저녁에 계약서에 바로 사인합시다.”‘강 대표가 돌아가서 서경주에게 말했다가는 허락을 받지 못할 거야. 벨레스는 지금 제일 큰 물류 회사를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또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도 아주 잘 나간단 말이야. 진작부터 벨레스는 탐나는 회사였으니 이 기회에 손에 넣어야 해.’“그래요. 그러면 저녁에 뵐게요. 계약서는 비서를 통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절대로 누구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좀 두렵거든요. 주식은 며칠 있다가 같이 벨레스로 가서 변경해 드리는 걸로 할게요.”여름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좋아요,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는 걸로 합시다.”기시다는 여름과 기분 좋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기시다가 사라지자 여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6천3백에 벨레스 주식 40%를 팔아넘기다니, 괜찮은 거래지.나중에 기시다 사장이 벨레스에 들어가서는 온통 휘젓고 다닐 텐데 그러면 서경재, 서유인, 추성호 다들 난리가 나겠지.’“저기요, 여기 커피 한 잔….”여름은 주문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문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남자의 그림자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최하준? 최하준이 여기 왜 있어?’여름의 까만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나와.”하준이 험상궂게 여름을 노려보더니 손목을 잡아끌었다.하준은 아침부터 내내 여름을 따라다녔다. 여름이 내내 웬 중년 사내를 훔쳐보다가 결국에는 온갖 수를 써서 그 남자를 꼬여내더니 즐겁게 점심을 먹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던 것이다.내내 엄청나게 분노해서 바라보았지만 레스토랑의 옆 룸에 들어간 이후로는 더욱 마음이 복잡해졌다.‘강여름 아주 대단해. 조용히 기시다 사장 같은 인물을 꼬드겨서 아주 꼼짝 못 하게 만들어 버렸잖아.’밖으로 나와서야 하준은 깊은 눈으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여긴 또 언제 왔어요”여름이 손을 빼며 아픈 손목을 문질렀다.“아침에 호텔에서부터 계속 당신만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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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화

“당신 대체 무슨 생각이야?”하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벨레스 주식을 그렇게 막 팔아넘기다니. 아버님도 아셔?”벨레스는 엄청난 물류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전자상거래 쪽도 엄청나게 사업이 커져서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쉽게 벨레스 주식을 턱 내놓다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시지. 내가 주식을 팔자고 권했어.”여름이 활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벨레스 내부의 권력 투쟁이 지금 장난이 아니야. 할아버지는 그 연세에도 여전히 야심만만하시지, 서경재 부녀는 호시탐탐 할아버지 자리를 노리지, 이사들은 서경재에게 들러붙어서 떨어지는 떡고물이 없나 껄떡거리지. 그냥 주식을 싹 팔아 치우는 게 제일 깔끔해.”기시다 사장이 벨레스에 들어가고 나면 분명 우리 할아버지, 삼촌과 권력 투쟁에 들어갈 거라고. 그러면 엄청 재미있어질걸.”하준은 할 말을 잃었다.잠시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서신일은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을 테고, 서씨 집안 조상들은 무덤을 박차고 나올 지경이 될 것이다.‘하지만 벨레스는 서씨 가문이 대대손손 일구어 온 피와 땀인데, 저렇게 팔아넘기다니…’“당신 정말…”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난 추신의 이번 합자 회사 건은 함정이라고 생각하거든. 기시다 사장은 금융 쪽에서도 잔뼈가 굵은 사람이니 벨레스에 들어가면 최소한 추신에서 벨레스의 등골을 쪽 빨아서 국내 최고의 그룹이 되겠다는 야망을 철저히 짓밟아 줄 거야.’“오호, 결국은 날 도와주려고 그러셨다?”갑자기 하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오버하지 마.”여름은 당황해서 한마디 뱉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그러나 몇 걸음 못 가서 하준이 손목을 잡아 와락 당기더니 품에 꼭 안아 버렸다. 그러더니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강여름, 정말 나랑 헤어질 셈이야? 난 계속 당신이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미안하지만 난 사과할 생각이 없어.”여름이 냉정하게 말했다.“아니….”하준의 동공이 곧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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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화

“어제 그 호텔 가지 마. 너무 거지 같아.”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여기 5성급 호텔에 내 전용 프레지던트 룸 있거든.”여름은 깜짝 놀랐다. “호텔에는 또 언제 투자를 했는데?”“내가 투자한 데는 넘친다고.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하준은 여름의 코를 톡 쳤다.“온 나라를 뒤져도 나랑 비교할만한 남자는 없을 거야.”하준은 사뭇 의미심장하게 말했지만 여름은 전혀 못알아들은 척 했다.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들어가자 여름이 둘러보기도 전데 갑자기 몸이 번쩍 들려버렸다.“최하준….”여름은 얼른 하준의 목을 안았다. 불타오르는 하준의 눈을 보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뭐 하려고 이래? 백주 대낮에….”“언제는 대낮이라고 안 했던가?”하준은 그대로 여름을 침대로 안고 가 눕혔다. 그리고 양 팔 사이에 여름을 가두더니 원망 가득한 말투로 웅얼거렸다.“사흘이나 날 혼자 뒀잖아.”“밤에 해. 좀 있다가 엄 실장도 올 거란 말이야. 밤에 기시다 사장하고 계약서에 사인해야 해.”여름이 단단한 하준의 몸을 밀어보았지만 하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엄 실장 비행기 타고 올 거잖아? 그러면 1시간 반은 오는 길이겠네. 그 시간이면 충분하지.”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여름을 안고 괴로울 정도로 거친 키스를 퍼부었다.----밤이 내린 호텔 레스토랑.기시다 사장은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강여름이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간신히 한숨을 쉬었다. “뱉어 놓은 말이 후회가 되어서 안 오는 줄 알았습니다.”“제가 좀 늦었죠?”여름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하며 자리에 앉았다. 속으로는 최하준에 대한 욕을 천만번 읊조리고 있었다.즐길 시간은 충분하다더니 결국 엄 실장이 밖에서 1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에야 문을 열어 여름을 죽도록 난처하게 만들었다.사인이 끝나자 두 사람은 몇 마디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기시다 사장은 그 길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여름도 비행기를 타러 가려고 했으나 하준이 여름의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갔다.“어렵사리 멀리까지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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