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도자기의 검은 때를 가리켰다.“고려청자처럼 17세기 이전의 도자기를 집에서 가보로 내린다는 말도 안 됩니다. 보통은 땅에서 출토되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땅에서 출토된 도자기에는 이런 검은 때가 묻지 않죠. 그래도 뭐, 아주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방품이에요. 20만 원은 낼 수 있겠는데요.”판매자는 여름의 말에 귀까지 빨개졌다.기시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판매자를 쳐다봤다.“이런, 위조품으로 날 속이려고 들었다니. 내가 외국 사람이라고 우습게 봤습니까?”“그런 게 아닙니다. 어쨌든 나도 진품인 줄 알았다고요.”판매자가 도자기를 빼앗듯이 가져가서는 구석으로 가버렸다.“고맙습니다.”기시다가 웃었다.“그런데 어째 낯이 익은데….”“제 얼굴이 흔해서 그런가 어디서 봤다고 많이들 그러시더라고요.”여름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아아, 생각났다. 벨레스 후계자 아닙니까? 그… 그 성이… 강씨였던가…?”기시다가 급히 말을 이었다.“아버님이 서경주 씨죠?”“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여름은 난처한 듯 손을 저었다.“아하하, 내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지. 서경주 회장은 내가 만나본 적도 있는걸요.”기시다가 명함을 내밀었다.명함을 보더니 여름은 얼른 손을 내밀었다.“기시다 사장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저도 도자기를 좋아해서 그냥 조용히 구경이나 좀 하려고 온 거 거든요. 그래서 누가 알아보지 않았으면 해서….”“이해합니다. 어딜 가도 괜히 들러붙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기시다 사장이 웃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구경을 같이할까요?”좋죠.”여름은 기시다 사장과 함께 몇 시간을 돌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꽤 친해졌다.점심때가 되자 기시다 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난 사실 벨레스의 물류 방면이 너무나 탐이 납니다. 아 참, 강 대표는 언제쯤 벨레스를 물려받게 되나요?”“그룹을 물려받는 일이 뭐 그렇게 쉬운가요?”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벨레스가 잘 커 줘서 이제
기시다는 매우 기뻐했다.“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다면서요? 그냥 오늘 저녁에 계약서에 바로 사인합시다.”‘강 대표가 돌아가서 서경주에게 말했다가는 허락을 받지 못할 거야. 벨레스는 지금 제일 큰 물류 회사를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또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도 아주 잘 나간단 말이야. 진작부터 벨레스는 탐나는 회사였으니 이 기회에 손에 넣어야 해.’“그래요. 그러면 저녁에 뵐게요. 계약서는 비서를 통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절대로 누구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좀 두렵거든요. 주식은 며칠 있다가 같이 벨레스로 가서 변경해 드리는 걸로 할게요.”여름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좋아요,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는 걸로 합시다.”기시다는 여름과 기분 좋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기시다가 사라지자 여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6천3백에 벨레스 주식 40%를 팔아넘기다니, 괜찮은 거래지.나중에 기시다 사장이 벨레스에 들어가서는 온통 휘젓고 다닐 텐데 그러면 서경재, 서유인, 추성호 다들 난리가 나겠지.’“저기요, 여기 커피 한 잔….”여름은 주문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문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남자의 그림자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최하준? 최하준이 여기 왜 있어?’여름의 까만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나와.”하준이 험상궂게 여름을 노려보더니 손목을 잡아끌었다.하준은 아침부터 내내 여름을 따라다녔다. 여름이 내내 웬 중년 사내를 훔쳐보다가 결국에는 온갖 수를 써서 그 남자를 꼬여내더니 즐겁게 점심을 먹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던 것이다.내내 엄청나게 분노해서 바라보았지만 레스토랑의 옆 룸에 들어간 이후로는 더욱 마음이 복잡해졌다.‘강여름 아주 대단해. 조용히 기시다 사장 같은 인물을 꼬드겨서 아주 꼼짝 못 하게 만들어 버렸잖아.’밖으로 나와서야 하준은 깊은 눈으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여긴 또 언제 왔어요”여름이 손을 빼며 아픈 손목을 문질렀다.“아침에 호텔에서부터 계속 당신만 따
“당신 대체 무슨 생각이야?”하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벨레스 주식을 그렇게 막 팔아넘기다니. 아버님도 아셔?”벨레스는 엄청난 물류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전자상거래 쪽도 엄청나게 사업이 커져서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쉽게 벨레스 주식을 턱 내놓다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시지. 내가 주식을 팔자고 권했어.”여름이 활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벨레스 내부의 권력 투쟁이 지금 장난이 아니야. 할아버지는 그 연세에도 여전히 야심만만하시지, 서경재 부녀는 호시탐탐 할아버지 자리를 노리지, 이사들은 서경재에게 들러붙어서 떨어지는 떡고물이 없나 껄떡거리지. 그냥 주식을 싹 팔아 치우는 게 제일 깔끔해.”기시다 사장이 벨레스에 들어가고 나면 분명 우리 할아버지, 삼촌과 권력 투쟁에 들어갈 거라고. 그러면 엄청 재미있어질걸.”하준은 할 말을 잃었다.잠시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서신일은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을 테고, 서씨 집안 조상들은 무덤을 박차고 나올 지경이 될 것이다.‘하지만 벨레스는 서씨 가문이 대대손손 일구어 온 피와 땀인데, 저렇게 팔아넘기다니…’“당신 정말…”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난 추신의 이번 합자 회사 건은 함정이라고 생각하거든. 기시다 사장은 금융 쪽에서도 잔뼈가 굵은 사람이니 벨레스에 들어가면 최소한 추신에서 벨레스의 등골을 쪽 빨아서 국내 최고의 그룹이 되겠다는 야망을 철저히 짓밟아 줄 거야.’“오호, 결국은 날 도와주려고 그러셨다?”갑자기 하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오버하지 마.”여름은 당황해서 한마디 뱉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그러나 몇 걸음 못 가서 하준이 손목을 잡아 와락 당기더니 품에 꼭 안아 버렸다. 그러더니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강여름, 정말 나랑 헤어질 셈이야? 난 계속 당신이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미안하지만 난 사과할 생각이 없어.”여름이 냉정하게 말했다.“아니….”하준의 동공이 곧 잡
“어제 그 호텔 가지 마. 너무 거지 같아.”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여기 5성급 호텔에 내 전용 프레지던트 룸 있거든.”여름은 깜짝 놀랐다. “호텔에는 또 언제 투자를 했는데?”“내가 투자한 데는 넘친다고.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하준은 여름의 코를 톡 쳤다.“온 나라를 뒤져도 나랑 비교할만한 남자는 없을 거야.”하준은 사뭇 의미심장하게 말했지만 여름은 전혀 못알아들은 척 했다.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들어가자 여름이 둘러보기도 전데 갑자기 몸이 번쩍 들려버렸다.“최하준….”여름은 얼른 하준의 목을 안았다. 불타오르는 하준의 눈을 보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뭐 하려고 이래? 백주 대낮에….”“언제는 대낮이라고 안 했던가?”하준은 그대로 여름을 침대로 안고 가 눕혔다. 그리고 양 팔 사이에 여름을 가두더니 원망 가득한 말투로 웅얼거렸다.“사흘이나 날 혼자 뒀잖아.”“밤에 해. 좀 있다가 엄 실장도 올 거란 말이야. 밤에 기시다 사장하고 계약서에 사인해야 해.”여름이 단단한 하준의 몸을 밀어보았지만 하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엄 실장 비행기 타고 올 거잖아? 그러면 1시간 반은 오는 길이겠네. 그 시간이면 충분하지.”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여름을 안고 괴로울 정도로 거친 키스를 퍼부었다.----밤이 내린 호텔 레스토랑.기시다 사장은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강여름이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간신히 한숨을 쉬었다. “뱉어 놓은 말이 후회가 되어서 안 오는 줄 알았습니다.”“제가 좀 늦었죠?”여름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하며 자리에 앉았다. 속으로는 최하준에 대한 욕을 천만번 읊조리고 있었다.즐길 시간은 충분하다더니 결국 엄 실장이 밖에서 1시간을 넘게 기다린 후에야 문을 열어 여름을 죽도록 난처하게 만들었다.사인이 끝나자 두 사람은 몇 마디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기시다 사장은 그 길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여름도 비행기를 타러 가려고 했으나 하준이 여름의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갔다.“어렵사리 멀리까지 왔
-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최하준 얼마 전에 백지안이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결혼 못 했잖아. 결혼식 날 백지안이 경찰에 잡혀갔다지? 아는 사람이 경찰이라서 들었는데 백지안이 최 회장에게 민망할 짓을 했다던데?-그래서 최하준이 전처랑 재결합하기로 한 거야? 왜 최하준이 자꾸 나쁜 놈 같지?-강 대표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지?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 중 하나인 벨레스 후계자이면서 글로벌 건축 디자이너인데 세상에 남자가 없어서 그러나?-에헤이, 최하준이 잘 생기긴 했지. 돈도 있고. 최하준 감당할 수 있는 여자도 많지 않을걸.- 왜 때문에 나는 최하준이 강여름을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까? 강여름을 업고 있는 모습이 엄청 아끼는 것 같은 기분인데?-나도 그럼. 전에 최하준이 백지안이랑 연애할 때는 업어주기는커녕 길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못 본 듯?“……”해변 별장에 있던 백지안은 네티즌의 댓글을 보다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사실 그 사람들 말이 맞았다. 백지안은 하준과 십수 년을 사귀었지만 백지안을 업어주기는커녕, 함께 쇼핑 한번 가준 적도 없었다.백지안의 눈가에 굳은 결심이 떠오르더니 누군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밤, 산속의 어느 마을.통나무 별장에 누운 여름은 네티즌의 댓글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하준은 가만히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은 커다란 하준의 셔츠를 느슨하게 입고 있었다. 목둘레가 워낙 커서 쇄골에 하준이 남긴 키스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하준은 자신이 남겨놓은 예술 작품을 보고 있자니 더없이 만족스러웠다.“우리 자기, 뭘 그렇게 보고 있어?”하준이 다가와 휴대 전화 화면 속 자신의 기사를 보더니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사람들 하는 말이 진짜 재미있지 않아?”여름이 그 가운데 댓글 하나를 가리키더니 음미하듯 읽었다.“십수 년을 나랑 백지안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서 다들 최하준이 한결같대. 백지안이 싫어지면 날 고르고, 내가 싫어지면 백지안을 고른다면서. 밖에서 새 여
“강여름….”하준의 이 사이로 이름이 새 나왔다. 얼굴은 민망할 정도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계속 그렇게 자꾸 지안이랑 일 들먹이지 말아 줄래?”“아니, 난 알아야겠어. 신경 쓰이거든.”여름이 하준의 목에 매달렸다.“내가 더 매력적이야, 백지안이 더 매력적이야? 오늘 제대로 말해줄 때까지 계속 물어볼래.”하준은 골치가 아팠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억지를 부리는 모습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심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게 그렇게 대답하기가 힘들어? 알겠네. 백지안을엄청나게 안았나 보네. 당신이랑 안 놀아.”여름은 화난 척하며 하준을 밀치더니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하준은 당황해서 급히 뒤에서 여름을 안았다.“알았어, 말할게. 사실은… 실은 백지안과는 관계를 가질 수 없었어.”여름의 몸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하준을 쳐다보았다.“거짓말 작작 하시지. 그렇게 백지안을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안지 않을 수가 있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거짓말이 아니야.”하준이 씁쓸하게 웃었다.“지안이만 안으면 속이 뒤집어져서 몇 번이나 토했다고. 그때 내가 미친 듯이 당신을 찾아왔을 때도 지안이가 나에게 약을 썼는데도 안 돼서 토하고 난 뒤였거든.여름은 정신이 멍해졌다. 시험 삼아 물어본 것이었는데 민정화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니….“전에 비뇨기과에서 만난 적이 있었잖아?”하준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여름의 손을 잡았다.“난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당신하고는… 아주 정상이더라고. 그래서 지안이에게만 안 되는가 싶어서 다른 …여자들도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나 구토만 올라왔어.”“다른 여자에게도…시도를 해봤다고?”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병증을 확인해 보려고 그랬지. 정말로 뭘 어쩌려는 뜻은 없었어. 오해하지 말라고. 내 사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해.”하준이 급히 변명했다.“그런데 왜 진작에 나에게 그런 말은 안 했어?”여름이 손을 뺐다.“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게 나뿐이라서 나
“오후에 뭘 산다고 나가서는 실종되었어. 나도 연락이 안 돼.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더니 해변 별장에도 안 돌아왔다는 거야. 그래서 CCTV를 찾아봤더니 쇼핑몰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코와 입을 막더니 차에 태워 갔더라고.”송영식이 화가 나서 말했다.“당장 돌아와. 지안이 혼자 버려져서 혹시라도 건달 같은 놈들에게 끌려간 거라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지금 바로 갈게.”하준이 일어섰다.뒤에서 여름이 하준을 안으며 달라붙으며 애교스럽게 물었다.“나 버리고 가는 거야?”“같이 가자.”하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난 백지안 일에는 간여하고 싶지 않은걸. 송영식이랑 이주혁에게 가보라고 하면 되잖아.”여름이 조그맣게 속삭였다.하준의 깊은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곧이어 아직 끊기지 않은 전화기 저쪽에서 송영식의 고함이 들려왔다.“강여름! 정말 못됐구먼. 지안이가 납치됐다고! 여차하면 놈들이 지안이를 죽일지도 모르는데 지금 이 와중에 질투를 한다고? 사람이 되어서 동정심도 없는 거야? 하준이는 대체 어쩌자고 저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거야?”“영식아!”하준이 송영식에게 더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진지한 얼굴로 여름을 돌아보았다.“함께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아 있어도 좋아. 내일 내가 차 실장에게 마중하라고 할게. 아니면 남아서 며칠 더 있어도 좋고.”“차 실장은 당신이 어디 멀리 보내지 않았어?”“당장 돌아오라고 할게”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바로 옷을 입고 휴대 전화를 들었다.문을 여니 산에서 부는 밤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여름은 몸을 감싸 안았다. 하준은 추운 줄도 몰고 그대로 나갔다.여름은 무릎을 감싸 안고 조용히 웃었다.‘아까는 그 달콤한 말에 속아서 넘어갈 뻔했네. 이렇게 바로 얼굴을 바꿀 줄이야.뭐, 이런 것도 괜찮네. 최소한 내가 앞으로 쉽게 마음 줄 일은 없겠어.다 백지안 덕이지. 낮에 최하준이랑 산에 올라갔던 일로 뉴스가 난리가 나니 밤에 백지안이 납치라, 이렇게 타이밍이
전성은 보안 전문가에게 화면을 띄우도록 했다.“백지안 님을 납치한 차량은 주차장을 떠나서 교외 놀이공원 인근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 놀이공원은 새로 개장한 곳이라 주차장에 아직 CCTV가 없어서 추적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저희 쪽 애들이 갔을 때는 차에 이미 아무도 없었습니다. 납치범이 다른 차로 바꿔 타고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어젯밤 저희가 인근 CCTV를 하나하나 뒤져서 추려낸 것은 이 검은색 차량입니다.이주혁이 다가와 말했다.“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검은 차량은 천운그룹 소유의 야산으로 들어간 뒤에 종적을 감췄어.”“뭘 어정거리고 있어? 일단 그쪽으로 움직이자고.”송영식이 다급히 말했다.“벌써 하룻밤이 지났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다들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하준은 차에 오른 뒤 교외로 내달렸다. 가는 길에 물었다.“어떤 놈의 소행인지는 밝혀졌나?”“지금까지 납치법의 얼굴이 잡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아마도 네 경쟁자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이주혁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동안 널 고깝게 여긴 인사들이 적지 않잖아. 지안와 네 관계가 가볍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지안이를 잡아서 널 협박하려고 했을 수도 있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송영식이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이것들이 진짜 눈이 멀었나? 납치하려면 강여름을 데려가던지, 왜 지안이에게 지랄이야? 지안이는 이미 하준이에게 상처를 받을 대로 받아서 너덜너덜해졌는데. 대체 지안이는 무슨 팔자가 이렇게 험해서 너 같은 놈을 사랑했는지 모르겠다.”하준은 얇은 입술을 핥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넌 지안이에게 아무 일도 없기만 기도해라.”송영식은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천운그룹 소유의 야산 인근으로 모여들었다.30분도 안 되어 누군가가 서쪽에서 검은 차량이 발견되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하준 일행은 즉시 그곳으로 달려갔다. 전성이 말했다.“인근을 뒤져본 결과 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