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식은 말문이 탁 막혔다.“아니, 내가 정말 전생에 송영식에게 무슨 죽을죄를 지어서 이럴까?”임윤서는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내가 왜 당신 때문에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나고?”“대체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데…?”송영식은 더욱 안절부절못했다.임윤서가 막 입을 열려는데 커다란 손이 다가와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갔다.하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윤서 씨 병원이야. 당장 와서 네가 책임지고 집에 데려다줘.”“하준아….”“한지용의 스캔들은 이미 싹 언론에 자료 뿌렸어. 이 기회를 어떻게 잡을 지는 이제 네 손에 달렸어. 그리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어떻게 대접을 해야 하는지, 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배우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그렇게 말하더니 하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휴대 전화를 임윤서에게 건네더니 다시 여름을 돌보러 가버렸다.20분 뒤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의사는 큰 문제는 없을 거라며 집에 가서 하루 푹 쉬면 된다며 내일이면 기력을 회복할 거라고 얘기했다.그 말을 듣더니 하준은 바로 여름을 안고 일어섰다.“집에 가자.”여름은 걱정스럽게 윤서를 돌아보았다.“하지만 윤서는….”“병원에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거야. 곧 영식이가 도착할 테니 우리는 먼저 가자고.”윤서가 손을 휘휘 저었다.“먼저가. 너희들 남아 있다가 송 대표 만나면 또 싸울라.”“그래. 윤서 씨 말이 맞아. 나도 지금 영식이랑 싸우기 싫다고.”하준도 송영식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그럼 조심해. 혹시나 송 대표가 데리러 안 오거든 연락해.”여름이 말을 마치자 하준은 여름을 안고 나가버렸다.임윤서는 부러운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남자친구 따위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고 있으니 괜히 또 남친 있으면 좋겠다 싶잖아.’곧 송영식이 도착했다. 머리가 온통 헝클어진 채 환자복을 입고 연체동물처럼 병상에 늘어져 있는 윤서를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졌다.“하준이는?”“갔어요. 나랑 여름이랑
“거참. 내가 나름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거든요.”송영식이 툭 뱉었다.돌아가는 길에 차에서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윤서는 마취가 되는 향을 들이마신 탓에 도저히 내려앉는 눈꺼풀을 감당할 수 없었다.리버사이트파크게 도착해서 송영식은 실내등을 켰다. 돌아보니 윤서는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숱 많은 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유리처럼 투명한 피부가 드러나 보였다. 평소에는 미운 말만 뱉어내기 바쁜 임윤서였지만 이렇게 온순하고 무해한 아기 고양이 같은 모습을 보니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였다.송영식은 잠시 망설이다가 트렁크에서 담요를 꺼내다가 가만히 윤서의 몸에 덮어주었다. 자기는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성운빌.하준은 잠든 여름을 살그머니 안방 침대에 뉘었다.돌아오는 길에 여름은 결국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가만히 여름을 들여다보던 하준은 곧 물을 받아다 가만가만 여름의 옷을 벗겼다. 몸에 남은 멍과 상처를 보니 사뭇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하준은 결국 얼굴이 달아올랐다.전에는 여름을 안을 때마다 너무나 충동적이고 급했던 탓에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곡선이야.’한창 혈기 왕성한 남자인 하준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몸을 꼼꼼히 닦아낸 하준은 다시 여름에게 조심스럽게 잠옷을 입혔다. 그리고 자신은 냉수로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하준은 여름의 수건을 썼다. 익숙한 여름의 냄새가 너무나 포근하게 느껴졌다. 결벽증이 있는 하준인데도 여름이 사용했던 수건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하준은 그대로 여름 옆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여름과 한 이불을 덮고 여름 냄새를 맡으며 누워있자니 흐뭇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결국 하준은 여름을 품에 안았다.여름은 깨지 않았다. 오히려 하준의 품을 파고들더니 착 감겨들었다. 익숙한 듯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하준은 심장이
“아니거든….”여름은 한참을 몸부림쳐 봤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도리어 하준의 눈빛만 더욱 불타오를 뿐이었다.너무나 익숙한 상황이었다. 여름은 일순 숨도 크게 쉴수가 없었다.“놔. 함부로 굴지 말고.”“난 함부로 굴고 싶은데. 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해?”하준이 휘릭 몸을 굴리니 단단한 팔이 여름의 양옆에 놓였다. 뜨거운 숨결이 여름의 얼굴이 닿았다.“뭘 언제까지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여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굴을 피했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차마 하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 자세가 오히려 매끈하고 아름다운 목선을 드러내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여름아, 우린 부부였잖아.”하준이 여름이 자신을 바라보도록 얼굴을 살그머니 돌리더니 거세게 입을 맞췄다.“싫어….”여름은 마구 몸부림을 쳤다.그러나 하준은 힘도 세지만 여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하준이 그간 아무도 안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전처럼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침대에서 벗어나려던 여름의 의지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한편.푹 자고 난 윤서도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뒷좌석에 누워서 얌전히 베개를 베고 담요까지 덮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윤서는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어젯밤에 벌어졌던 일과 송영식이 데려다주는 가운데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는 사실을 간신히 기억해 내다.‘그러면 지금 베고 있는 베개도 송영식이 베어주고, 담요도 송영식이 직접 덮어준 거야?”윤서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내내 윤서에게 송영식은 악랄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다. 그러니 윤서가 자기 차에서 잠들었다면 밖으로 차내 버리거나 누굴 시켜서 괴롭혔다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한 송영식은 윤서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살그머니 일어나 앉아서 운전석에 있는 송영식을 바라보았다. 송영식이 꼼짝도 않고 있자 윤서는 가만히 앞으로 몸을 숙여 송영식을 들여다보았다.송영식은 눈을 감고 쉬고 있었는데 정말 대리석 같은 피부에 코는
하준은 아파서 헉하더니 원망스러운 말투로 툭 뱉었다.“다른 남자를 칭찬하니까 그러지.”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내 말이 틀려? 송영식 대표가 얼굴 잘생긴 것 말고는 천하에 쓸모없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장점이 꽤 있잖아.”“걔가 당신 욕한 적도 있다고.”하준이 부루퉁해서 말했다. 자다 깨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 칭찬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우울한 일이 있겠는가?“당신은 안 했어?”여름이 하준을 일깨웠다.“남 험담하지 말지? 내가 당신 옛날얘기 하나씩 꺼내길 바라는 거야?”“……”하준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자기야, 나 배고프다.”여름은 웃었다.“이런 우연이 있나? 밥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있었더니 난 힘이 하나도 없어.”“…내가 먹을 것 좀 만들어 줄까?”하준이 여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그런데 내가 한 음식은 자기가 한 것처럼 맛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먹어 줄 거지?”“정 안 되면 계란찜 해 먹자. 가르쳐 줄게.”여름이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여름의 도움을 받아 하준은 간단한 점심을 차릴 수 있었다. 둘 다 너무 시장했던 덕에 하준의 처참한 요리 실력에도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밥을 다 먹자 상혁이 회사 일로 전화를 걸어왔다. 하준은 지시를 마치더니 말했다.“내 옷 좀 성운빌로 가져 와. 이제 여기서 지낼 거야.”“쿨럭, 아, 알겠습니다.”여름이 휴대 전화를 빼앗아 가더니 외쳤다.“그럴 필요 없어요.”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아, 왜?”하준의 입이 튀어나왔다.“일단은 동거하고 싶지 않아.”여름이 일어났다.“밤을 보낼 거면 내가 당신 집으로 갈게. 그리고, 집안일 하는 사람 불러줘. 당신 집에 가서 밥하고 빨래할 생각은 없거든.”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름은 생글생글 웃었다.“우리 집은 좁잖아? 그리고 일해주는 사람도 없으면 당신 삼시 세끼에 옷이며 양말이며 다 내가 빨아야 한다면,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절대 안 할 거야. 백지안은 무슨 공주님 모시듯이
하준의 여름의 눈에 짙게 깔린 분노를 보고 깜짝 놀랐다.“난 그냥 장난으로….”“장난이거나 말거나 날 때렸잖아? 아침에는 좋다고 안아놓고 이제는 사람을 괴롭혀? 됐어. 가!”여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화난 시늉만 할 생각이었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늘 갑이었던 하준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쫓겨나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화를 내려고 했지만 눈시울을 붉히는 여름을 보자 당황스러웠다. 다급히 여름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는 속삭였다.“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날 한 대 때릴래?”“됐어. 당신 몸에 손대기도 싫어.”여름은 얼굴을 돌렸다. 촉촉한 입술을 부루퉁하고 내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 나름대로 또 너무나 귀여웠다.하준은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여름의 손을 잡아 자기 뺨에 댔다.“용서해 줘.”“싫어.”여름은 눈을 내리깔고 고집을 부렸다.“그러면 반성 의자에 가서 앉아 있을까?”늘 누군가에게 갑이었던 하준이 이렇게 여자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백지안이라고 해도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을 터였다.“뭐, 알았어. 그만 해.”여름은 하준의 간절한 얼굴을 보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하준은 여름의 미소를 보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하준도 자신이 이렇게 누군가를 달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보았다.백지안과 사귈 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백지안은 종종 하준에게 삐친 척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면 하준은 그냥 ‘그러던지’정도의 느낌으로 여름이 삐쳤을 때처럼 마음이 떨린다든지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가만 생각해본 백지안과 사귈 때는 마음에 어떤 파문이 느껴지거나 한 적이 없었다. 무슨 의례적인 일을 하듯이 그다지 분노하지도, 달콤한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그저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가 자신을 지배할 뿐이었다.‘너는 백지안을 사랑한다. 백지안에게 잘 해줘라.”‘그런데… 그게 사랑이었을까?난 정말 지안이를 사랑했던 걸까?진정한 사랑은 지금처
“왜 그래?”하준이 의아해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당신이랑 백지안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래.”여름이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미안해.”하준이 여름을 돌려세웠다. 그러더니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지금 내 마음은 너무나 확실해. 널 사랑해.”여름은 하준의 키스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저도 모르게 하준의 목에 팔을 둘렀다.원래는 일어나서 출근을 할 생각이었으나 결국 회사에 가지 못했다.다음날, 하준은 운전해서 여름을 데려다주려고 했다. 여름은 입구 상가 앞에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왜 그래?”하준이 여름을 돌아보았다. 어제 하루를 같이 보내고 났더니 여름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막 피어나는 장미처럼 눈부시게 촉촉한 느낌이었다.“병원 좀 다녀와야 해.”여름은 안전벨트를 풀더니 내렸다. 곧 산부인과를 들러 사후 피임약을 받아오더니 생수 한 병과 함께 들고 차에 탔다.“뭘 산 거야?”하준이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생수와 함께 약을 삼킨 여름은 눈을 깜빡이더니 가방에서 사후피임약을 꺼내 보여주었다.핸들을 잡은 하준의 손등에서 힘줄이 불끈거렸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다음부터는 그런 거 먹지 말지. 난 당신랑 평생을 함께할 거야. 아이도….”“지난번에는 함께 밤을 보내고 나서 당신이 사다 줬잖아.”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난 좀 두렵다고.”“전에는 내가 왜 그랬….”“전에 임신했을 때의 안 좋은 기억도 아직 내게는 트라우마야. 그런 고통과 두려움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봐줬으면 좋겠어.”여름이 가차 없이 말했다.“정말 미안해.”하준은 너무나 괴로웠다.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이전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왜 여름이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을까? 아무리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왜 조금 더 다정하게 해주지 못했을까?’생각할수록 그때의 자신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앞으로는 약 먹지 마. 부작용 심
초콜릿을 집어 먹던 여름은 먹이 턱 막혔다. ‘아, 뭐야? 허스키 빙의했냐고?’가만히 챗을 보던 여름은 어쩐지 웃음이 났다.----밤. 호프집.여름의 옆에 버버리를 입은 육민관이 앉아 있었다.“이번에 니아 만쪽 알아보느라고 고생 많았다. 그래, 어땠어?”여름이 민관에게 맥주 병을 따서 건네며 물었다.“이런 일은 매우 은밀히 이루어져서 알아내기 힘들더라고요.”민관이 맥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더니 으쓱해 했다.“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거기서 딱 엉덩이 붙이고 있었더니 결국에는 들려오는 풍문이 좀 있더라고요. 확실히 그쪽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인원이 좀 있었어요. 당시에 웬 젊고 잘생긴 아시아 사람이 직접 가서 큰돈을 들여 사람을 선발했다고 하더라고요.”“사진이 있나?”“없습니다.”육민관은 ‘네가 그러면 그렇지’ 시선을 받고는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아, 거기는 전 세계에서 제일로 정신 사나운 곳이라고요. 하지만 그쪽은 조직이 있으니까 괜히 정보가 잘못 새 나갔다가는 같이 일 못해요.”“젊고 잘생긴 아시아 사람이라… 백윤택 정도일까나? 간덩어리도 크고 그런 위험한 인물들과 얽힐 수 있는 인물일 테니까.”여름은 생각에 잠겼다.“아니면 백지안에게 도움을 주는 다른 사람이 있었을까?”“분명 배후에 누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육민관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백지안은 아직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는 않은 거예요.”“그러면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이제는 급해졌으니 곧 움직일 거야.”여름은 맥주를 한 모금 삼켰다. 갑자기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왜 그래요? 기분이 안 좋으세요?”육민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고 보니, 누님과 최하준은 이제 사귀게 되었죠? 전 남편과 재결합한 기분이 어때요? 전에는 그렇게 잔인하게 차버렸던 전 남편이 이제는 좀 귀한 대접 좀 해주나요?”여름은 육민관에게 눈을 부라렸다. 육민관이 헤헤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러죠. 어쨌거나 누님이 사랑했던 사람이니 마음이 약해지지나 않았을까 싶어서.”“……
술을 마신 탓에 다음 날 깨어나니 여름은 속이 쓰렸다.세수를 하다가 하준의 전화를 받았다. 하준은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어젯밤에 어디 갔었어?”“일이 있어서….”“그 이이라는 게 호프집에서 술 마시는 일이었어?”하준이 으르렁거리며 물었다.“당신이 직접 오늘 아침 뉴스를 보라고. 10분이면 당신 집에 도착할 거야. 만나서 제대로 설명해 보시지.”그러더니 전화를 끊었다.여름은 놀라서 얼른 휴대 전화를 열어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벨레스 후계자 미스터리의 남자와 다정한 모습 사진을 보니 호프집의 여름과 육민관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찍혀있었다.“……”여름은 마른 세수를 했다. 민관의 정면 모습이 노출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육민관은 여름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조수인데 얼굴이 알려졌다가는 매우 골치가 아파질 판이었다.‘기자 놈들은 이렇게나 할 일이 없나?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날 왜 따라다니는 거야?나중에 한 번 제대로 손을 봐줘야지 안 되겠어.’여름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자 하준의 조각 같은 얼굴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그 남자 누구야?”정말이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난 그렇게 여름에게 공을 들이고 1분 1초 단위로 여름 생각만 하는데 여름이는 날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다니! 게다가 뒷모습으로 봤을 때 그 녀석 생긴 것도 허접해 보이지 않았다고. 몸매도 아주 좋고 말이야.겨우겨우 서인천을 떼어냈더니 이놈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강여름! 왜 이렇게 남자가 꼬이는 거야? 남자가 안 꼬이면 죽어? 아니면, 내가 당신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나?”하준은 화가 나서 여름의 어깨를 와락 부여잡았다.여름은 잡힌 어깨가 아팠다. 눈앞의 폭력적인 최하준의 모습을 보니 어젯밤 육민관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름은 감정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최하준, 당신하고 사귀겠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