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699 챕터

892화

하준은 움찔했다.요 몇 년 법정에 서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백지안에게 변호를 맡겠다고 약속만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직접 법정에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결국 백윤택 때문에 하준과 여름의 관계가 끝까지 몰린 것은 사실이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번뇌와 분노가 일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름이 여울을 내세워 자신을 협박했을 때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여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하준이 마음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다 생각이 있어. 자네는 가봐.”상혁은 문을 닫고 나와서 한숨을 쉬었다. 원래는 하준이 여름과 잘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두 사람이 다시 결혼하게 되면 쌍둥이에 관해 애야기를 해야 하나 망설이던 중이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 없겠구나. 회장님은 영원히 백지안 편만 드시니, 강 대표님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저러시네. 회장님은 뼛속까지 백지안을 보호할 생각밖에 없으셔. 그냥 이렇게 회장님이 백지안에게 상처받으시는 게 낫겠다. 그러면 강 대표님은 상처받지 않으시겠지. 이젠 나도 더는 봐드릴 수가 없어.’----성운빌.며칠 동안 여름은 집에 틀어박혀 블랙박스 기록과 CCTV 기록을 샅샅이 살피느라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윤서가 도와주긴 했지만 두 사람은 잠잘 시간도 부족했다.오후가 되자 엄 실장이 육민관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왔다.“다음 수요일에 공판입니다. 상대 쪽 변호사는 최하준이라고 합니다.”“최하준이라고요?”윤서는 화가 나서 노트북을 엎을 뻔했다.“너랑 진짜 한 판 뜰 생각인가 본데? 최하준이 무패의 변호사라는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 아니냐? 아무리 증거가 확실해도 최하준 말이면 팥으로 메주 쓰는 세상이잖아? 그런 최하준이 백지안의 변호를 맡는다면 승산이 없네.”엄 실장이 입을 꾹 다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름을 바라보았다. 엄 실장 생각도 윤서와 같았다.여름은 눈을 내리깔았다. 검은 속눈썹이 여름의 눈에서 빛나는 어두운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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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화

여름은 두 눈을 감더니 이 사이로 한 마디만 뱉었다.“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후로 며칠 동안 여름과 앙우형은 매일 증거를 수집하느라 동분서주했다.----눈깜짝할 사이에 화요일이 되었다. 양유진이 여름을 보러 왔을 때 여름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하고 얼굴이 매우 야위어 있었다. 양유진은 마음이 아파서 어쩔 줄을 몰랐다.“내일 법정에 서야 하는데 증거는 좀 찾았습니까?”“네.”여름은 피곤한 두 눈을 비볐다.“찾았어요.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승산이 있을지도 몰라요.”“오호…”양유진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그게 뭐죠? 나도 궁금해지는데?”“일단은 비밀이에요. 내일이면 아시게 될 거예요.”여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승산이 높지는 않아요. 어쨌든…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전설적인 최하준을 상대해야 하니까요. 내일은 판사에게 민관이의 무죄를 어필하기보다는 최하준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민관이가 모함을 당했다는 사실만 이해시킬 수 있다면 이길 수 있을 거예요.”“그건 모르죠.”양유진이 “민관이가 모함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변호사 일생에 첫 패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자존심 강한 사람이 잘못인 것을 알면서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지도 모릅니다.”여름은 흠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최하준 같은 인간은 바닥을 알 수가 없으니까.”“하지만… 여름 씨가 이길 겁니다.”양유진이 두 손으로 여름의 어깨를 와락 잡았다.“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뛰어다닌 거 압니다. 하지만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어요. 백지안을 납치했던 차 안에서는 민관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그게 정말인가요?”여름이 벌떡 일어섰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네.”양유진이 문서를 여름의 손에 들려주었다.“전문가를 불러서 그 차를 싹 검사해 보았습니다. 차 트렁크에서만 육민관의 지문이 발견되었어요.”“정말 잘 됐군요.”여름은 파일을 받아 한 번 훑어보더니 매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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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화

“이제라도 알았다니 다행이네요.”양유진이 웃었다.“내 마음속에 당신이 있는 것과 같은 거죠. 당신이 날 받아주지 않는데도 자동적으로 다른 사람과는 선을 긋게 되더라고요. 진정한 사랑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맞아요. 나도 이제는 어떤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았어요.”여름도 양유진의 손을 잡았다.“계속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너무 좋네요.”양유진의 점잖은 얼굴에 기쁨이 넘쳐흘렀다.너무 좋은 나머지 여름을 안고 빙글빙글 돌았다.“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 아니겠죠? 나중에 다시 날 버리고 최하준에게로 가는 건 아니죠?”“아니에요. 하지만 백지안 남매는 그냥 둘 수 없어요. 소영이를 위해서 꼭 복수할 거예요.”여름이 이를 갈며 말했다.“좋아요. 앞으로는 내가 함께할게요.”양유진이 힘차게 여름을 끌어안았다.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쁨이 가득했다.----다음날 아침 8시.고급 세단이 법원 앞에 섰다.차가 멈추자 최하준이 내려서 문을 열더니 백지안의 손을 잡았다. 이어서 백윤택이 차에서 나왔다.법원에 있던 기다 하나가 즉시 그 장면을 포착했다.“백지안 씨와 재결합하시는 겁니까? 얼마 전 강여름 씨와 여주산으로 여행을 가지 않았습니까? 지금 혹시 양다리…?”“찍지 말아요….”백지안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놀라서 최하준의 뒤로 가 숨었다.최하준이 그 기자에게 눈을 부라렸다.“그만 찍으시지.”그 기자는 갑자기 일전에 최하준과 백지안의 재결합설을 보도했던 매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던 일을 떠올렸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황급히 카메라를 거두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준, 오늘 법정은 비공개지?”백지안이 두려운 듯 물었다.“난 납치됐던 일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비공개야. 걱정하지 마. 절대 관련 소식이 알려질 일은 없을 거야.” 이때 스포츠카 한 대가 들어오더니 하준의 차 옆에 섰다. 이어서 강여름과 임윤서, 양우형이 함께 차에서 나왔다.백지안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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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화

‘와, 뭐야? 소형차? 변호사가 소형차를 타고 다니다니, 얼마나 인간인 무능하면…’“주 변호사님이세요.”여름이 다정하게 다가가 주 변화와 악수했다.주 변호사는 간신히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준의 날카로운 시선이 한 번 훑고 지나가자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어우, 대체 어디서 저런 허접한 변호사를 찾아온 거야?”백윤택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최 회장, 저 사람 옷 좀 보라고, 어디 마트에서 샀나 봐. 정말 너무 웃긴다.”하준은 인상을 쓰고 여름을 쳐다보았다.‘육민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히 불러온다는 게 겨우 이런 변호사라니…’여름은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평온하게 하준 일행을 바라보았다.백윤택은 얼마나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저기요, 강여름이 수임료는 얼마나 주던가요?”“얼마 안 됩니다. 40만원 받았습니다.”주 변호사가 민망해하며 답했다.“와 씨!”백윤택이 조롱하듯 엄지를 치켜올려 보였다.“상대가 최하준 변호사라고 아주 그냥 포기했나 보네. 가족과도 같다는 육민관에게 너무 한 거 아닌가? 국내 최고의 변호사를 초빙해도 모자랄 판에 쯧쯧. 그렇게 돈이 없으면 나한테 빌려달라고 하지. 저런 허섭쓰레기를 데려다 놓으면 우리 최하준 변호사까지 급 떨어지잖아.”“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여름이 빙긋 웃었다.“최하준 같은 변호사를 상대하는 데 그렇게 돈을 쓸 필요는 없지. 어쨌든 이길 거니까 누가 와도 상관없거든요.”“뭐? 내가 뭘 잘못 들었나? 그게 다 무슨 궤변이야?”백윤택이 배꼽을 잡았다.“이런 허접한 변호사를 불러 놓고 자네를 이길 수 있다네?”“꿈도 야무지군.”하준의 얇은 입술이 매정하게 뱉었다. 여름이 완전히 희망을 버린 것으로 보였다.그러나 자신을 상대하려면 사람들은 보통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아주 의기양양하시구먼.윤서가 비웃었다.“재판 끝나고 최하준이 패배했다는 게 알려지면 사람들이 굉장히 어이없어할 텐데.”“왜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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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화

“그래.”여름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 여름도 같은 생각이었다.----8시 반.법정이 열렸다.육민관이 끌려 나왔다. 그래도 병원에서 며칠 치료를 받아 상태는 조금 나아진 듯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다리는 절뚝거렸고 손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양우형이 보더니 안색이 바뀌며 벌떡 일어났다. 여름이 우형의 어깨를 꾹 눌러 앉히며 눈짓을 해 보였다.양우형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판사가 법정을 한 번 둘러보더니 법봉을 두드려 개정을 선언했다.“원고 백지안은 피고 육민관이 이달 28일 백지안 씨를 납치했다고 고소했습니다. 피고는 이에 대해서 할 말이 있습니까?”따가운 시선 속에서 주 변호사가 일어섰다.“으흠, 피고는 무죄에 대한 변호를 신청했습니다. 피고는 모함을 당한 것입니다.”하준이 일어섰다. 더할 나위 없이 싸늘한 얼굴이었다.“판사님, 여기에 당시 동굴에 진입했던 목격자 3명의 목격 증언입니다. 3명이 모두 육민관이 백지안 씨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만약 저희가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피고측의 변호인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판사는 증언을 읽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확실한 증언이군요.”주 변호사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피고는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한 것입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판사님, 우라 사건 당사자의 진술에 따르면 전날 밤 혼자서 아파트에서 식사를 배달시켰는데 밥을 먹다가 기절해서 깨어나 보니 동굴이었다고 합니다.저희는 육민관 씨의 말을 듣고 아파트 CCTV를 뒤져 보았으나 절묘하게도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한 앞뒤 시간의 CCTV 화면 녹화분이 모두 삭제되어 있었습니다.최하준이 냉랭하게 웃었다.“증거를 없애려고 이야기를 꾸며내려고 당신들이 지웠는지도 모르지.”“그러나 저희는 증거를 입수했습니다.”주 변호사가 영상을 제출했다.“이것은 저희가 1층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해당 아파트 다지 주민의 차 블랙박스에서 받아온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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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화

“있습니…”주 변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 기억하기로 그 시간에는 날이 매우 어둑어둑했습니다. 게다가 컴컴한 숲속이었는데 백지안 씨가 납치된 게 아니라 남자 둘과 같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다고요? 그렇게 컴컴한데 백지안 씨의 손에 뭐가 묶여 있는지 아닌지 그걸 어떻게 봅니까?”주 변호사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일단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서…”하준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 붙였다.“그 산동네 사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아니겠군요. 그렇다면 돈으로 그들에게 위증을 요구하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죠”“저는 절대로….”하준이 냉랭하게 웃었다.“증인 매수는 불법이라는 점은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시겠죠? 사실 백지안 씨가 묶여서 납치당하지 않았다고 입으로 말 해봐야 우스운 일 아닙니까?재판관님, 저희 사건 당사자의 손을 한번 봐주시죠. 아직도 시퍼런 멍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날 묶여있었다는 증거입니다.”그렇게 말하면서 최하준은 백지안의 손을 들어 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백지안은 법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하준은 맹렬한 공격을 이어 나갔다.“변호사로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저희 사건 당사자는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백지안 시가 가해자인 육민관을 모함했다는 암시를 주다니 정말 너무 하군요.”“그러네. 완전히 선 넘네.”방청객 석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렸다.여름은 하준을 쏘아보았다. 또렷한 까만 눈동자에서 증오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윤서가 분해서 말했다.“최하준 정말 비열한 거 봐. 재판관의 심리를 흔들어서 우리 변호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형이가 진짜 어렵사리 목격자를 증인으로 모셨는데 법정에 세울 수 없다니.”“최하준의 말재간에 저 아우라면 목격자가 증인으로 들어와도 졸지에 위증이 되고 말았을 거야. 유진 씨가 증거를 찾아 줬기 망정이지 진짜 완전히 질 뻔했어.여름이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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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화

하준은 얇은 입술을 핥았다.변호사로서, 이런 시점에 입을 열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확고부동한 증거 앞에서 하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백윤택은 하준이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저기, 빨리 뭐라고 변론을 좀 해 봐. 잘못하면 육민관이 풀려난다고.”주 변호사는 상황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최하준 변호사가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변호사계의 신화라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최 변호사도 말씀하셨다시피 변호사는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말재주를 따지면 저는 최 변호사보다 한참 부족할 겁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이런 사건의 가해자로 몰린 육민관은 이제 겨우 21살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면 삶의 가장 빛나는 황금 시기를 다 놓치게 됩니다. 제일 안타까운 점은 육민관 씨야말로 납치 피해자이며, 심지어 약물까지 투여되었다는 점입니다.”그 말을 듣고 청중들은 심하게 동요했다.최하준의 가슴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머리에는 최양하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경찰도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하준은 강여름에게 혐의를 벗을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다는 말이었다.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청중석에 앉은 강여름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여름은 하준 쪽은 전혀 보지 않고 주 변호사만 바라보고 있었다.마음속이 너무나 막연함을 꽉 차서 어쩔 줄을 몰랐다.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이때 주 변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것은 혈액 검사 결과입니다. 육민관 씨는 약물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모발 검사 결과와 같이 보시면 반복적인 약물 반복이 아니라는 점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처음 약물에 급성으로 중독되었고, 그 약물이 강렬한 환각을 일으켜 백지안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된 것입니다.”“한 번 봅시다.”재판관이 손을 뻗었다. 직원이 주 변호사의 손에서 보고서를 받아 재판관에게 건넸다.주 변호사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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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화

“저와 관련이 있다고요?”하준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확 찌푸려졌다.“그렇습니다.”주 변호사가 끄덕였다.“육민관 씨는 강여름 씨의 보디가드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전에 강여름 씨와 사귀고 계셨지요? 그리고 백지안 씨는 전 여자친구이고요.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최하준 변호사는 육민관 씨가 백지안 씨에게 폭행을 휘둘렀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 바로 잡아갔지요. 그리고 바로 강여름 씨가 육민관 씨에게 사주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 바람에 최하준 변호사는 화가 나서 강여름 씨와 갈등을 빚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백지안 씨에게 죄책감을 느껴 다시 함께하죠.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강여름 씨를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규정해 버립니다….”“그게 다 무슨 말이에요?”백지안이 흥분해서 벌떡 일어섰다.“난 하마터면 죽을뻔했다고요. 그런데 지금 하시는 말씀이 마치 내가 육민관을 모함해서 해치려고 했다는 말로 들리네요? 저기요, 여기 제 상처 좀 보실래요? 살아서 이런 모욕을 당할 줄 알았다면 그때 의사 선생님이 날 구하지 않는 게 좋았을걸.”“야, 좀 진정해.”백윤택이 바로 백지안을 눌러 앉혔다.“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재판관님, 저건 말도 안 됩니다. 당시 제 동생은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시도했습니다. 제때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살아있지도 못할 겁니다.”“정말 너무나 절묘하지 뭐야?”윤서가 갑자기 일어나서 외쳤다.“목격자 가운데 그 유명한 닥터 이주혁이 있지 않았던가요? 그런 분이 과연 백지안이 죽게 내버려 뒀을까요?”그 말을 들은 백지안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사람들은 보았다.하준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상상도 못했던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자 미칠 것만 같았다.‘이 모든 것이 지안이의 주작이라면? 그래, 그때 지안이가 자살을 하려고 하긴 했지만 현장에는 주혁이가 있었으니까 지안이가 죽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겠지.하지만 지안이가 정말 그렇게 지독한 수를 썼단 말이야?’“됐어요. 이제 다 그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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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화

“아니지. 내가 너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여름의 시선이 육민관의 잘린 손가락으로 향했다.“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널 노리는 사람도 없었을 텐데.”“무슨 말씀이에요. 제가 너무 방심했던 탓이죠.”육민관이 웃었다.“아까 틀어주신 영상을 보니까 그 납치범 모습이 곽철규가 죽던 날 봤던 그 사람들 모습인 것 같아요.”여름은 깜짝 놀랐다.“역시나 그놈들이구나. 아직 백지안 배후의 인물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해서 아쉽네.”“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야죠.”육민관이 ‘쓰읍’하더니 아픈 듯 인상을 찌푸렸다.“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어요.”“치료 다 받으면 돌아와.”여름이 나지막이 속삭였다.“네. 누님 잘 살펴드려. 누님께 요만큼이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진짜!”육민관이 매섭게 경고를 하더니 경찰을 따라 나갔다.----한편 하준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준의 시선은 멍하니 강여름 쪽을 향하고 있었다.다들 업계 최고의 레전드였던 최하준이 패소해서 얼이 빠졌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은 하준이 승소할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준의 말솜씨라면 어떤 증거가 제시됐어도 반격할 여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그러나 증거가 제시되기 시작하자 하준은 육민관이 정말 모함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하준은 처음부터 정확히 조사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날 동굴에서 육민관이 지안에게 폭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본 데다 지안이 자살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고는 사건 내용을 단정해 버린 것이다.나중에 육민관이 강여름의 보디가드이며 얼마 전 호프집에서 찍힌 육민관과 강여름의 사진을 보고 나자 완전히 강여름의 사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게다가 여름은 백지안과 자신을 미워하니 동기마저 충분했던 것이다.그 바람에 하준은 차안의 지문을 확인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고 납치 과정의 어떤 CCTV에도 육민관의 얼굴은 찍혔는지 확인하는 것을 잊어버렸다.‘이건 음모야.아마도 주 변호사가 말했던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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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화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안이는 살해를 당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육민관은 손가락을 잃었다. 게다가 약물까지 주입을 당하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지.’“준, 나를 못 믿겠어?”백지안인 창백한 얼굴로 불쌍한 척하며 하준을 올려다보았다.하준은 물끄러미 지안을 내려다보았다.‘이게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가? 이제는 사랑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보호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는 지안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어.그런 느낌은 사실 곽철규의 존재를 알았을 때 한번 받았지.그리고 이번에는 나랑 여름이의 감정이 좋았을 때 갑자기 지안이가 납치당했고 모든 것이 바뀌었어.지안이 남매만 아니었으면 난 육민관의 손가락을 자르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이 소송에 휘말리지도 않았을 거야.이 모든 것이 정말 지안이가 직접 계획한 거라면…’하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네 사건은 이제 경찰로 넘어갔으니까 납치범들은 경찰에서 찾아줄 거야. 너와 난 이미 헤어진 사이니까 이제 다시는 날 찾지 마.”하준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마치더니 그대로 걸어 나가버렸다.백지안이 하준의 팔을 와락 잡더니 울부짖었다.“다른 사람이 다 날 의심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우린 20년을 알았는데 네가 날 안 믿어 주면 난 어떡해? 내가 무슨 수로 저렇게 힘이 좋고 우락부락한 육민관을 납치해? 육민관의 격투 실력은 다른 사람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인데. 난 육민관을 다른 사람이 납치해 왔는지도 몰랐어. 눈을 떠보니까 그냥 그 인간이 보였던 것뿐이야.”“그래.”백윤택이 다급히 말을 받았다.“나도 평소에 양아치들하고 어울리기는 해도 그래 봐야 건달이지, 약쟁이는 알지도 못한다고. 그런 놈들은 필시 조직에 있는 놈들일 거야. 그런 놈들이 이제 지안이를 건드리면 어떡해?”백지안은 ‘어이구 이번에는 어쩐 일이야?’라며 칭찬하는 시선으로 백윤택을 쳐다봤다.백지안 남매가 난리를 치며 떠들어 대니 골치가 아팠다.이렇게 짜증스러운 기분은 처음이었다.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무력하고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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