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1699 챕터

902화

콕콕 찌르는 임윤서의 말에 하준의 가슴팍이 크게 들썩였다.싸늘하기 그지없는 여름의 얼굴을 보자니 갑자기 얼마 전 두 사람이 여주산을 여행하던 때 여름의 생기발랄하고 웃을 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얼굴이 생각났다. 그러나 눈 깜짝할 새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미안…”“사과는 됐어.”여름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준의 말을 막았다.“영원히 용서 못 하거든.”“사랑스러운 백지안에게나 가보시지.”윤서가 비꼬았다.“사랑스러운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가서 무작정 보호하잖아요. 당신에게 백지안은 영원히 특별한 자리를 자치하고 있어요. 왜 인정을 안 하지?말로는 사랑하지 않는다면서도 백지안을 지켜주려고 하고. 여름이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면서, 여름이가 지안이를 다치게 하는 꼴은 못 보죠. 그리고 백지안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잖아요. 뭐, 아침 드라마 찍나?”팩트로 정곡을 확 찔린 하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그 꼴을 보자니 윤서는 속이 시원했다.“아, 그리고 방금 백지안에게 하는 말을 듣자니, 뭐? 현금에 집에 차에…. 맙소사 세계 최고의 위자료 아닌가 몰라? 우리 여름이랑 헤어질 때는 뭘 줬더라?”“여름아, 다시는 안 그럴게, 맹세해!다급한 하준이 외쳤다.임윤서의 마지막 말에 하준은 자신이 여름에게 얼마나 무자비했던지를 깨달았다.“맹세 따위 하지도 말아요. 그 헌신짝 같은 맹세 따위! 이제는 나에게서 떨어져! 매정 당신이 나에게 준 것은 행복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고통이었을 뿐이야. 이제 그만 괴롭혀.”여름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증오가 가득 찬 여름의 시선을 보자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가가려도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름이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굳었던 몸이 풀렸다.어떻게 법원을 걸어 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혼자서 거리를 얼마나 걸었는지 피곤해서 버스 정류장에 눈에 띄자 가서 줄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풀썩 앉았다. 상혁이 양산을 들고 왔다.“해가 너무 뜨겁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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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화

“강 대표님은 그만 잊으세요. 이제 서로 갈 길 가셔야죠.”상혁이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그날 그렇게 말씀 드려도 안 들으시더니…. 그냥 백지안을 맹목적으로 믿으신 탓이랄까….어쨌든 이제는 후회가 되시겠지,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너무 늦었지.’“잊으라고?”하준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맹수 같은 기세로 와락 상혁의 멱살을 잡았다.“어떻게 여름이를 잊어?!”“지안 님을 위해 변호에 나선다고 하실 때 강 대표님과의 미래를 생각은 해 보신 겁니까? 그런 결정을 내릴 때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셨어야죠.”상혁이 말했다.하준은 흠칫했다. 상혁의 말이 채찍처럼 날카롭게 날아와 머리를 치는 것 같았다.‘그래, 여름이에 대한 사랑을 거두기로 해 놓고 이제서 또 놓지를 못하다니. 내 심장은 왜 이렇게 따끔따끔하게 아픈 거지….’상혁이 말을 이었다.“강 대표님에게 미안하신 거죠? 하지만 지금 강 대표님에게 사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 대표님을 그냥 두는 겁니다. 강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회장님과 가까워지지만 않았더라면 강 대표님이 그렇게 상처받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아니…..하준은 상혁을 노려보았다. 상혁이 이렇게 과감하게 하준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선을 좀 넘은 것 같네요.”상혁이 쓴웃음을 지었다.“옆에서 보기에 강 대표님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전에 이혼하실 때 민 실장이 무도한 짓을 벌인 일로 민 실장을 처벌하셨을 때는 강 대표님 마음이 조금 움직였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사건으로 회장님과 강 대표님의 사이는 회복될 일말의 가능성도 모두 잃은 겁니다. 회장님을 용서한다면 강 대표님은 앞으로 어떻게 육민관의 사라진 손가락을 대해야겠습니까?”“그러네.”하준은 슬프게 웃었다. 비틀비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뒤돌아 자리를 떴다.“회장님….”상혁이 따라갔다.하준이 피곤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잠깐 나 혼자 있고 싶어.”----차 안에서 윤서가 신나서 외쳤다.“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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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화

“괜찮은 생각이네. 나중에 나 들러리 시켜줘야 해. 내가 네 들러리 서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윤서가 진심으로 기뻐했다.여름은 움찔했다.‘그러네. 난 결혼을 한 적은 있지만 결혼식을 한 적이 없어.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비참하다.’“그래. 들러리 설 준비 단단히 하라고~”차가 양유진 앞에 서자 여름이 문을 열고 내렸다.“승소했다면서요?”양유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와 자연스럽게 여름의 손을 잡았다.“네. 다 유진 씨가 구해주신 증거 덕분이에요.”여름이 고개를 들었다.“제가 축하의 뜻으로 저녁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데요.”“당연히 축하해야지요.”양유진이 여름의 손을 들더니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여름의 손가락에 끼웠다.“하지만 이렇게 예쁜 손은 반지를 끼라고 있는 거니까 요리는 내가 할게요.”여름은 손가락에 끼워진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 이게…?”“허락해 주겠어요?”양유진이 진지하게 여름을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약혼은 그만두고 바로 결혼하고 싶은데, 어때요?”“……”여름은 멍해졌다. 방금 차에서 윤서와 결혼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양유진이 이렇게 빨리 청혼을 할 줄은 몰랐다.“미안해요, 놀랐나 보네요.”양유진이 웃음을 터트렸다.“다시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요.”“그럴 일 없어요.”여름이 손을 내리고 웃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정말입니까?”양유진은 좋아서 펄쩍 뛸 지경이었다.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물론이죠.”여름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그런데 일단은 대외적으로 비공개로 했으면 좋겠어요. 아시다시피 최하준은 힘이 있는데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이잖아요. 결사적으로 방해하려고 들 수도 있으니 결혼을 하고 나서 공개하도록 해요.”“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아이가 생긴 후에 공개해도 좋고요.”양유진이 놀리듯 말했다.여름은 흠칫했다. 갑자기 여울과 하늘이 생각났다.“오해하지 말아요.”양유진은 여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챘다.“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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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화

밤, 고급 룸살롱.이주혁이 간신히 하준을 찾아냈을 때 하준은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그 정신에도 손에 든 술잔을 입에 넣고 있었다.“그만 마셔. 속 다 버린다.”이주혁이 술병을 빼앗았다.“내 놔.”하준은 취해서 다 풀린 눈을 하고 가슴을 탕탕쳤다. 그리고는 잠긴 소리로 내뱉었다.“위장이라도 아파야 여기 아픈 게 더 느껴진다고. 난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여름이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었을까?”이주혁은 복잡한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하준을 안지 오래지만 하준이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정말 울잖아?’“그런 소리 하지 마.”이주혁이 하준의 옆에 앉았다.“육민관이 함정에 빠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잖아.”“이게 다 지안이가 계획한 일일까?”하준이 멍하니 이주혁을 바라보았다.“의심하고 싶진 않은데, 지안이가 육민관의 손가락이 가지고 싶다고만 하지 않았으면 난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백윤택이 변호를 맡아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법정에 서는 일도 없었을 거야. 이런 것들 때문에 난 여름이랑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어.”“나도 모르겠다. 정말 지안이가 그랬다고 한다면 정말 이건 뭐 공포 그 자체다. 사람 목숨을 걸고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하지만 납치범으로 의심되는 그 둘은 지금까지 요만한 단서도 없잖아. 지안이랑 백윤택이 그 정도 능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이주혁이 술을 한 잔 털어 넣었다. 백지안과 함께 자란지라 이주혁의 마음속에 백지안은 여전히 귀여운 여동생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고 착한 존재였다.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을 보고 나니 그 백지안이 이미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걔가 아니라면 또 누가 육민관을 이용해서 나와 여름이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겠어?”하준도 의심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을 지안이 계획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지안이가 계획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건 발생 후 지안이와 백윤택이 목적을 가지고 나랑 여름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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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6화

그런데 수술 직전.하준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휴대 전화를 이주혁에게 던졌다.“여름이 번호를 찾아서 네 번호로 전화 좀 걸어줘.”명색이 죽마고우인지라 이주혁은 바로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이주혁은 여름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통을 참느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하준을 보고 할 수 없이 자기 휴대 전화로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저쪽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주혁입니다. 저기… 하준이가 지금 위천공이 되서 수술을 하는데….”“전 의사가 아닌데요.”여름은 딱 잘라 말했다.“피를 토했어요.”이주혁이 씁쓸히 말을 이었다.“하준이도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난 재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건 처음 봐요. 한번 좀 와주면 안 되겠어요? 지금 하준이에게는 여름 씨가 너무나 필요해요.”“백지안 씨에게 할 전화를 잘못 거셨네요.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그 사람 죽었다고 해도 가서 향 피워 줄 생각도 없으니까. 그런 인간에게는 돈 한 푼도, 마음 한 조각도 아까워요”여름은 말을 마치더니 전화를 탁 끊었다.스피커 폰으로 듣고 있던 하준의 고통을 억누르고 있던 하준의 검은 동공에서 희망의 빛은 점차 사라지고 끝없는 어둠과 처량함이 깃들었다.위천공은 무척 통증지 심했지만 아무리 아파도 여름의 그 싸늘한 말에 찔린 고통에 비하면 아무거도 아니었다.이주혁은 한숨을 쉬더니 닥터에게 수술을 하러 들어가라고 손짓했다.----벨레스 별장.여름은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휙 던졌다. 얼굴을 사뭇 싸늘한 것이 조금의 감정도 안 남은 것처럼 보였다.‘그까짓 위 천공, 내 마음보다 아프려고? 그리고, 이 밤중에 사람을 불러내려고 들다니 내가 예전에 최하준에게 쩔쩔매던 강여름인 줄 아나?그 강여름은 이제 없어.’“최하준에게 일이 생겼어요?”침대에 누워 쌔근쌔근 자는 줄 알았던 하늘이가 눈을 떴다.“왜? 걱정되니?”여름이 나지막이 물었다.“아뇨. 사람이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던데.”여름은 ‘푸흡’하고 웃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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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화

백윤택은 다급해졌다.“지안아, 이제 어떡하지? 저 세 명이 다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우리 둘의 힘만으로 헤쳐나가기에는 이제 재계가 그렇게 만만치 않은데.”“하준이가 그냥 잠깐 화가 나서 그래. 날 그냥 버려둘 리가 없어. 그리고 송영식은 일시적으로 갇힌 것뿐이야. 걜 평생 가둬둘 수도 없을 거 아냐?”백지안이 내뱉었다.“에이, 이번 참에 너랑 최 회장이 거의 재결합에 성공할 뻔했는데, 강여름이 그렇게 치고 나올 줄이야.”백윤택이 조심스러벡 여름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그런데, 그 진짜 납치법 둘은 네가 고용한 사람이야..”“헛소리 작작해! 난 아무짓도 안 했다고.”백지안이 백윤택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그래, 알겠다.”백윤택은 어째를 으쓱해 보였다. 백지안이 인정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백유택이 떠나고 나서 백지안은 즉시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다.“그쪽 사람들 일을 너무 대충 하는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 곽철규 건 도 그러더니 이번에는 블랙박스에 찍히고 다니고. 육민관을 죽여버렸어야 하는데 법정에 나와서 판결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고요. 이제는 하준이가 날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정말 당신들 때문에 수명이 준다고요.”“수명이 준다고?”수화기 건너편 남자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그런 악랄한 계획을 세웠을 때는 최악의 결과도 감수할 수 있었어야지. 이번 납치 계획은 당신이 갑자기 제안한 거잖습니까? 계획부터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반나절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완벽하게 준비를 합니까? 그 부분은 왜 진작에 얘기를 안 했죠? 시키는 대로 CCTV 영상은 다 삭제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단지에 세워진 모든 차의 블랙박스를 뜯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습니까?”“그 차를 태워버렸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건데.”백지안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했다.“뭐라고요? 차를 태워버리면 최하준이 어떻게 단 시간 내에 당신을 찾아냅니까? 육민관은 정말 약물을 맞았으니 최하준이 적당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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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화

다음날.여름이 하늘에게 아침을 준비해 주고 있을 때 갑자기 서경주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서신일이었다.“네가 회사 주식을 팔아넘겨? 벨레스는 우리 집안의 가업이다. 대대손손 이어온 가문의 뿌리란 말이다. 당장 회사로 들어오너라. 몸이 안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라도 들어와! 이런 못난 놈을 봤나!”서신일의 대노한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여름에게까지 다 들렸다.“아버지…”여름이 걱정스러운 듯 서경주를 바라보았다.“기시다 씨가 회사에 왔나 보네요.”“괜찮다. 내가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욕 먹을 각오도 하고 있었다.”서경주가 힘없이 웃었다.“할아버지께서 화가 나셨으니 그저 욕먹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끽해야 집에서 쫓겨나기밖에 더 하겠니? 난 상관없다.”서경주가 한수믈 쉬었다.“내가 평생 아버지 어머니 말씀에 순종만 해왔는데, 위자영이랑 결혼하래서 결혼하는 바람에 네 엄마랑 헤어졌잖니. 그 바람에 너에게 주었어야 할 애비의 정을 유인이에게 주고 살았는데, 그 녀석은 내 딸이 아니었고. 그런데도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경재와 유인이만 싸고도니 난 이런 생활은 이제 질렸다.”“할아버지는 혼자가 아니에요. 저랑 엄마가 있잖아요.”구름이가 귀엽게 위로를 했다.“그래그래. 이제 앞을 이 할애비의 모든 것은 너와 여울이과 네 엄마 거다.”서경주가 웃었다.“내 나이가 이제 겨우 쉰 남짓이니 새 회사를 충분히 차릴 수 있을 거다.”“아버지를 응원할게요.”여름도 웃었다.“식사 다 하시고 같이 회사로 가요. 어쨌든 주식은 제가 팔았으니까요. 기시다 선생이 왔다면 제가 직접 가서 애기를 해야죠.”----오전 9시. 부녀는 차에서 내려 벨레스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회사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두 사람에게 묘하게 분노한 시선을 보냈다.“앞으로 벨레스에 천지개벽이 일어나겠네.”“그게 다 무슨 소리야?” “아이고, 넌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그것도 몰랐어? 오늘 아침에 고다 주식회사의 기시다 사장이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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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화

“강여름,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서유인이 울화통을 터트렸다.“우리 서씨 집안에서 대대손손 물려 내려온 자산을 발전시며 벨레스가 지금처럼 성장한 건데 네가 C국 사람에게 팔아버리다니, 조상님들이 분해서 무덤에서 뛰쳐나오실 일이라고!”“형님, 어쩌다가 이런 일을 벌이셨습니까? 여름이에게 종용당하신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는 형님을 철석같이 믿고 주식을 다 넘겨주셨는데 이제 뒷목 잡으시게 생겼잖아요. 주식이 필요 없으시다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저에게 팔아도 됐잖아요. 왜 다른 사람에게 팔았나요?”서경주도 울컥했다. 노인네를 부추겨 회사에 돌아오게 하면 자신도 곧 회사로 돌아와 얼마 뒤에는 다시 회사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런데 서경주가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기시다가 휘젓고 들어오니 이제 벨레스는 더 이상 자신들의 뜻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이런 맹랑한 것!”서신일은 화가 나서 눈앞에 있던 컵을 강여름을 향해 집어 던졌다.그러나 여름은 재빠르게 피해버렸다.“내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저 녀석을 우리 식구로 받아들였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해.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저런 것이 손녀라고 들어왔는지….당장 기시다 사장에게 똑바로 설명해라. 계약서는 네가 독단적으로 사인을 한 것이라고, 네 아빠와 나 우리 벨레스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이 계약서는 난 인정 못 한다.”서신일이 화가 나서 외쳤다.여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방금 기시다 선생이 하신 말씀 못 들으셨나요? 만약 저 계약서에 대해 제가 부정하게 되면 저는 사기죄로 들어가게 돼요.”“네가 감옥에 들어가는 게 벨레스 주식이 C국 사람 손에 들어가는 것보다 낫다.”서경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쟤한테 얘기 좀 잘해보세요.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형제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 사이에 온갖 이슈가 있었더라도 한 가족이잖아요. 벨레스는 우리 서씨 집안의 것인데 그걸 팔아버리면 회사 꼴이 뭐가 됩니까? 정말 그러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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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화

병원.응급실 입구, 서유인이 전화를 끊더니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여름을 노려보았다.“무슨 짓을 했는지 봐! 기시다 사장이 다음 주에 주주총회를 소집했대. 들어보니 아주 이사장자리까지 노리는 것 같아.”강여름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흘끗 쳐다보더니 말했다.“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기시다 사장 같은 사람이 벨레스에 그냥 배당금이나 받자고 들어오지는 않았을 거 아냐?”“이게….”서유인은 화가 났다.“강여름, 일부러 이런 거지? 하긴, 서씨도 아니니 서씨 집안의 사업이 누구 것이 되든 아무 상관도 없겠지. 그냥 손에 돈만 들어오면 끝이니까.”“웃기고 있네. 내가 우리 아버지의 후계자인데 내가 회사에 가면 누가 날 상대나 했나? 내가 이사들에게 추신과 합자 회사 설립에 반대한다고 했더니 아무도 안 들어줬잖아?그러면 내가 아버지를 설득해서 주식을 팔아 치울 수밖에 없지 않아? 어쨌든 너랑 네 아빠가 머리를 짜내서 할아버지를 회사로 돌아오게 만들었잖아. 그리고 그 전에 이사들은 싹 다 구워 삶아놨잖아.”여름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제는 나랑 우리 아버지가 나가면 벨레스와 관계를 끊는 건데 그쪽에서는 기뻐해야 하는 게 아니야?”서유인은 울컥했다.‘환장하겠구만!서경주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까 노인네만 잡아놓으면 서경주 정도는 꽉 눌러 놓을 줄 알았는데.기시다가 들어오면 노인네만 가지고는 압박을 할 수가 없어. 기시다는 우리 노인네 정도는 우습게 생각할 거야.’“큰아버지, 못 보셨어요? 할아버지 쓰러지셨잖아요!”서유인은 이제 서경주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기시다가 이사장이 되면 할아버지는 돌아가실지도 몰라요. 할아버지는 큰아버지의 친아버지잖아요.”“이미 물 건너갔다. 여름이를 사기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어.”서경주가 대충 답했다.“쟤를 감옥에 넣어야지.”박재연이 갑자기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어머니….”서경주가 막 입을 열려는데 박재연이 손을 저어 말을 막았다.“네 아버지랑 나를 열 뻗쳐 죽게 만들 셈이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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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화

“여름이는 혼외 자식이 아닙니다.”“너랑 쟤 엄마가 결혼을 안 했으니 혼외 자식이지 뭐니? 저런 애가 우리 집안에 들어오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기어코 쟤를 자식으로 인정하겠다면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박재연이 대놓고 협박을 했다.“지금은 아버지가 위급하시니 어머니와 이런 문제로 다투고 싶지는 않습니다.”서경주가 씩씩거리더니 돌아서서 나갔다. 너무 화가 나서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아버지, 일단 좀 앉으세요.”여름이 얼른 서경주를 부축해서 앉혔다.“제가 가서 물이라도 좀 사 올게요.”서유인이 묘한 말투로 속을 긁었다.“할머니도 이 연세에 아직도 서 계시는데 어지간히 엄살에 맞춰주네. 저러니 큰아버지가 정신 못 차리고 넘어갔지.”그러더니 박재연을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아유, 역시 누구랑 다르게 네가 눈치가 있지 뭐니.”박재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여름에 대한 불만이 아주 극으로 치달았다.서경주는 화가 나서 얼굴부터 목까지 다 빨개졌다. 서신일이 응급실에 있지만 않아도 그대로 집으로 가버리고 싶었다.“괜찮아요. 어차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절 예뻐라 하지도 않으셨는걸요. 제가 직접 키운 손녀도 아니고요. 저는 애초에 서씨 집안 식구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여름이 서경주를 위로하더니 물을 사러 갔다.----VIP 병실.누군가가 창백하고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에, 영혼이 다 빠져나간 눈,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이전의 강하고 날카로운 기운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댈 곳 하나 없이 황망한 남자였다.상혁은 계속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가 힘들었다.“뭘 좀 드시죠. 어제 수술 끝나고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드셨습니다. 평소 아무리 건강하셨어도 계속 이렇게는 버티실 수 없어요.”하준의 얇은 입술은 아무 말이 없었다. 말 한마디 뱉을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지금처럼 아무 말도 안 한 적이 없었다.‘나는 왜 입을 간수하지 못했을까? 입만 간수 잘했어도 여름이에게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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