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콕 찌르는 임윤서의 말에 하준의 가슴팍이 크게 들썩였다.싸늘하기 그지없는 여름의 얼굴을 보자니 갑자기 얼마 전 두 사람이 여주산을 여행하던 때 여름의 생기발랄하고 웃을 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얼굴이 생각났다. 그러나 눈 깜짝할 새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미안…”“사과는 됐어.”여름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준의 말을 막았다.“영원히 용서 못 하거든.”“사랑스러운 백지안에게나 가보시지.”윤서가 비꼬았다.“사랑스러운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가서 무작정 보호하잖아요. 당신에게 백지안은 영원히 특별한 자리를 자치하고 있어요. 왜 인정을 안 하지?말로는 사랑하지 않는다면서도 백지안을 지켜주려고 하고. 여름이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면서, 여름이가 지안이를 다치게 하는 꼴은 못 보죠. 그리고 백지안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잖아요. 뭐, 아침 드라마 찍나?”팩트로 정곡을 확 찔린 하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그 꼴을 보자니 윤서는 속이 시원했다.“아, 그리고 방금 백지안에게 하는 말을 듣자니, 뭐? 현금에 집에 차에…. 맙소사 세계 최고의 위자료 아닌가 몰라? 우리 여름이랑 헤어질 때는 뭘 줬더라?”“여름아, 다시는 안 그럴게, 맹세해!다급한 하준이 외쳤다.임윤서의 마지막 말에 하준은 자신이 여름에게 얼마나 무자비했던지를 깨달았다.“맹세 따위 하지도 말아요. 그 헌신짝 같은 맹세 따위! 이제는 나에게서 떨어져! 매정 당신이 나에게 준 것은 행복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고통이었을 뿐이야. 이제 그만 괴롭혀.”여름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증오가 가득 찬 여름의 시선을 보자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가가려도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름이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굳었던 몸이 풀렸다.어떻게 법원을 걸어 나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혼자서 거리를 얼마나 걸었는지 피곤해서 버스 정류장에 눈에 띄자 가서 줄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풀썩 앉았다. 상혁이 양산을 들고 왔다.“해가 너무 뜨겁습니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