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1699 챕터

481화

“어리석은 짓 말아요. 추신이 하준이와 소송을 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어요. 법률 방면에서 하준이는 전문가가 아닙니까? 하준이를 상대로 장난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최란이 카드를 추동현의 손에 쥐여 주었다.“나도 회사 경영하는 사람이에요. 상장 회사에 현금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알아요. 추신에 현금이 돌면 그때 돌려주세요.”“고마워요.”추동현이 최란을 꼭 안았다.최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때 최대범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디냐? 할 말이 있으니 당장 건너오거라.”“네….”“혼자서 와.”최란은 흠칫 놀랐다.1시간 뒤 최란이 거실로 들어섰다.“아버지,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지금 가진 현금이 얼마나 되니?”최대범이 예리한 눈으로 최란을 쳐다 봤다.최란은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어서 입술을 핥았다.“얼마 없어요. 다 투자해서요.”최대범이 천천히 일어섰다.“네 연봉이며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내가 제일 잘 안다. 현금을 최다 네 남편에게 줬다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최란이 불만스럽게 답했다.“하준이가 지금 추신을 압박하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추신에 어디 그렇게 많은 현금이 있겠어요?”“그래서, 정말로 네 수중의 현금을 죄다 줬어?”최대범이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네.”최란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대범이 소리를 질렀다.“이 어리석은 것!”“아버지…..”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추동현과 결혼한 일 말고는 아버지로부터 칭찬만 받고 자랐었던 최란은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똑똑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어째 이렇게 머리가 클수록 바보가 되는 게냐?”최대범이 파일 하나를 툭 던졌다.“네가 직접 보거라. 최근 추신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다. 추신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최근 죄다 외부에 투자해 버리고 지금 남은 건 1/10도 안 된다.”그 자료를 들여다 보던 최란은 깜짝 놀랐다.추신이 그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몰랐다.시부모들은 늘 최란에게 자금 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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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추동현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동현 씨, 아까 그 카드 잠깐 다시 돌려줄 수 있나요? 걱정하지 말아요. 추신 건은 내가 아버지랑 잘 얘기해서 하준이를 막아 주기로….”“미안해요, 여보. 내가 이미 성호에게 주었어요.”추동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성호가 방금 그걸 출금해서 FTT에 전달했다고 하더라고."“……”최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목구멍이 뭔가로 꽉 막힌 듯했다.“괜찮아요, 여보. 내가 하준이에게 그 돈을 당신에게 돌려달라고 할 게요”추동현이 웃었다.“우리 추신을 이렇게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사랑해요.”예전 같았으면 최란은 그 말을 듣고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동현 씨, 그동안 추신의 비즈니스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던데 현금 줄이 그렇게나 말랐었나요?”“어쨌든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던데요. 아마도 날 속이진 않으셨겠죠.”최란은 이제 슬슬 이해가 됐다. 추신에서는 추동현까지도 속이는 것이었다.‘동현 씨가 날 속일 리는 없으니까.”******사무실.통화를 마치자마자 추동현의 우아한 얼굴에 싸늘한 비웃음이 번졌다.추동현은 휴대폰을 툭 던졌다.추성호가 비위를 맞추듯 웃었다.“작은 어머니가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진 않네요. 최하준에게 그 돈 내주기가 딱 아쉬운 참에 그렇게 큰 돈을 우리에게 턱 내주시다니요, 하하하. 어머니 돈으로 아들에게 비린 돈을 갚다니 최하준이 알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겠어요.”“이 정도면 그 사람도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할 거다.”추동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상관 없어요. 어쨌든 우리 추신의 굴기는 이제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추성호가 웃었다.“삼촌은 정말 대단하세요. 혼자 힘으로 우리 추신을 여기까지 끌어올리시다니.”“그래, 이제 곧 유인이와 결혼이지? 혼인이 성사되어야 양가가 이제 제대로 한 배에 올라타게 되는 거다.”“그럼요. 앞으로 제가 벨레스를 차츰차츰 먹고 나면 우리 추신이 이제 우리 나라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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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화

백소영은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확 가라앉더니 벌떡 일어 서려고 했다. 여름이 소영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저 따위 소리를 듣고도 참는다고?”백소영이 여름을 돌아보았다.“급할 거 뭐 있어? 일단 다 씻고 얘기하자.”여름이 두 눈을 감으며 등을 기댔다.20분 뒤, 지다빈이 친구 셋을 데리고 목욕 가운을 입고 탕에서 나왔다. 이때 여름과 백소영이 앞을 막아섰다.“어머, 왜 이러세요? 사람 괴롭히시려는 건 아니죠?”지다빈은 당황한 듯했다.뒤에 있던 키 큰 친구가 앞으로 나섰다.“이거 보세요. 바람이 났으면 남편부터 간수하세요, 괜히 여기 와서 이러지 마시고요. 꼭 자기 남자 냅두고 여자한테 와서 이러는 사람들 있더라.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거라고요.”백소영이 싸늘하게 노려봤다.“유유상종이라더니, 똑같은 것들끼리 노는구먼.”여름은 헛웃음이 나왔다.“난 그냥 골드 카드 받으러 온 거예요. 나랑 최하준 씨는 부부니까 배우자의 재산은 우리 공동 소유물이거든. 그러니까 최하준 씨가 당신한테 준 우리 재산에 대해서 나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요.”“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 돈은 제가 번 거예요.”지다빈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지다빈, 너 어쩌다가 애가 이 모양이 됐냐? 전에는 애가 그렇게 성실하고 분수도 잘 알더니. 너 18살 생일에는 백지안이 준 다이아 목걸이도 안 받았잖아. 너무 과하다면서.”백소영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언니, 저는 내내 변한 거 하나도 없어요.”지다빈이 눈시울을 붉혔다.백지안 찌릿하고 지다빈을 노려보았다.“됐고, 그 골드 카드 안 내놓으면 경찰 부를 거야.”여름이 한숨을 쉬더니 휴대전화를 꺼냈다.“일단 경찰 와서 당신이 내 남편 카드 가지고 있는 거 확인하고 나면 난 절도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자신 있으면 최하준 씨 부르시던가.”막 신고 전화를 누르는 여름을 보더니 지다빈이 입술을 깨물더니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신고해 보세요. 이건 송 대표님이 저한테 주신 거거든요. 불러서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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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화

“마사지는 안 받을래. 급한 일이 생각났어. 먼저 가볼게.”여름은 후다닥 옷을 갈아입더니 집으로 차를 몰았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하준이 자기 집 소파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자기 마사지 받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일찍 왔네?”하준이 노트북을 내려 놓더니 일어났다.“밥 먹었…?”“동성에서 나중에 강여경 본 적 있어요?”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갑자기 그 사람은 왜?”하준의 조금 덤덤해져서 물었다.“강태환 부부가 수감되고 나서 강여경이 갑자기 실종됐거든요. 혹시 당신이 관련됐던 건 아니에요?”여름이 하준을 똑바로 쳐다봤다.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내가 손을 좀 봐줬지, 강여경은….”하준은 갑자기 찌르는 듯 머리가 아팠다.“아아… 내가 어떻게 했지?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안 나.”여름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간 하준의 기억력은 내내 문제가 없었는데….“김 실장에게 전화해서 물어 보지. 그 친구는 다 알고 있을 거야.”하준이 상혁에게 전화 걸었다.“어, 혹시 전에 강여경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 나나?”“시골 어디 두메산골에 보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상혁이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여름이 전화를 빼앗았다.“그 동네가 어디에요?”“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집에 들여보내 놨습니다. 평생 눈에 띄지 않을 겁니다.”상혁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아직 거기에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사모님….”“여러 소리 말고 한번 조사해 주세요.”여름이 꽤나 강경한 말투로 부탁했다.“알겠습니다.”상혁은 마지못해 대답했다.통화가 끝나자 하준이 불만스럽게 물었다.“집에 오자마자 강여경 일은 왜 물어?”“당신이 한 일인데 그럼 당신한테 물어야죠. 왜 기억을 못한담? 그리고, 갑자기 두통은 또 무슨 일이래?”“어? 나한테 관심 가져 주는 거야?하준의 눈이 반짝하더니 손을 뻗어 여름을 안았다.“이럴 줄 알았어. 당신은 날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최하준, 이거 놔요. 마음에 두긴 누가….”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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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화

“최하준 씨, 나가요.”괜히 사람 비위 맞추려고 아무 소리나 한다고 생각한 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을 걷어 차고는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하준은 다리를 문지르며 따라 올라갔다.여름은 샤워를 하기 전에 옷을 준비하려고 옷장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옷장 안에 남자 옷이 가득했다. 심지어 속옷까지 구색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이제 완전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누가 당신 물건 여기다 쑤셔 넣으라고 했어요?”“이사를 들어왔으니 옷도 빨고 갈아입을 옷도 있어야지.”하준이 뒤에 서서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여름이 하준의 옷을 마구 잡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하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돼. 내일 김 실장 시켜서 새로 사오라고 할게.”“……”눈곱만큼도 흔들리지 않는 하준을 보고 여름도 두 손 두 발을 다 드는 수 밖에 없었다.“좋아요. 이 집이 마음에 드시나 본데. 그러면 이사를 하셔야지. 하지만 이건 내 집이니까 당신은 옆집을 하나 사서 이사를 가시라고, 아시겠어요?”“그건 안 되지.”하준이 눈을 깜빡였다.“당신하고 같이 자려고 이사 온 건데 옆집으로 이사 가는 바보가 어디 있어?”“……”‘와… 남의 집에 가택 침입해 놓고 아주 당연한 듯 저런 소리를 하네?’여름은 더는 말을 섞기가 싫어서 그대로 샤워하러 가버렸다.막 씻고 나와서 보니 하준이 걸레를 들고 부엌을 닦고 있었다. 딱 봐도 대걸레를 처음 잡아보는 사람의 몸짓이었다.여름은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며 벗어놓은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나와 보니 이번에는 거실을 닦고 있었다.10분 뒤 냉장고에 요구르트를 꺼내러 가니 다시 부엌을 닦고 있었다.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됐어요. 아까 부엌 걸레질 하는 거 다 봤어요. 이제 부엌 그만 문질러요.”“내가 언제 부엌을 닦았다고 그래? 아직 안 닦았는데.”“최하준 씨, 내가 두 눈 뜨고 봤는데, 이제 거짓말을 막 하시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하준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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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화

하준은 전혀 아프지도 않은지 고개를 숙여 여름을 내려다 보았다.“물어. 전에 그런 말 한 적 있지?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 사랑한다고.”“……”여름은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었다.‘대체 그게 언제 적에 했던 말인데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어? 하마터면 기억력에 이상 생긴 줄 알 뻔했는데 아니네.’“왜 더 안 꼬집어? 나 아플까 봐?”하준이 아기 고양이를 쓰다듬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여름을 쓰다듬으며 귀에 착 감기는 저음으로 속삭였다.“괜찮아. 난 안 아파. 사랑하는 만큼 실컷 꼬집어.”여름은 마음이 답답했다.이제 꼬집으면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것이고 가만 두면 마음이 아파서 차마 꼬집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할 테니 아무리 해도 이 상황에서 말로는 하준을 이길 수가 없었다.“자자.”하준은 여름을 꼭 안은 채로 불을 끄더니 누웠다.여름의 몸에서 나는 채취를 맡으며 하준은 곧 잠에 빠졌다.그러나 여름은 잠이 오지 않았다.배가 고팠다.저녁에 백소영과 나가서 잔뜩 먹고 왔는데 11시도 안 된 시간인데 벌써 배가 다 꺼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다음날.여름이 일어나 보니 벌써 9시였다.처음으로 이렇게 늦잠을 잔 것이다. 여름은 급히 뛰어 내려갔다. 소파에서 신문을 보던 하준이 벌떡 일어났다.“오늘은 내가 된장 끓여놨는데 데워….”“최하준 씨, 내 알람 당신이 껐어요?”여름은 화가 나서 말을 끊었다.“아무리 울려도 안 일어 나길래 내가 껐지.”“거짓말! 난 알람 울리는 순간 바로 깬다고요.”여름은 있는 대로 화가 났다. 자신이 그렇게 알람도 못 듣고 자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막 깨서 부스스한 머리에 눈을 있는 대로 동그랗게 뜨고 화가 나서 발그레해진 여름의 뺨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하준은 웃음이 절로 났다.“어, 당신이 그럴 줄 알고 내가 아까 증거로 다 녹화해 두었지.”영상 속에서 여름은 하준의 팔을 베고 아주 달게 자고 있었다. 잠시 후 알림 소리가 울리자 여름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이불을 홱 감고는 하준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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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화

‘역시나….’여름이 예상이 들어맞았다.최하준의 얼굴은 매우 좋지 않았다.“대체 어쩌다가 잡아두지도 못한 거야?”상혁이 민망해 했다.“그 남편 되는 사람이 처음에는 쫓아갔는데 중간에 승합차가 강여름을 태워갔다고 합니다.”“동료가 있는 게 분명하군. 찾아! 승합차부터 추적해 봐.”하준이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알겠습니다.”상혁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결국 또 한 마디했다.“사모님께서 어제 갑자기 강여경을 찾으라고 하셨는데 뭔가 짚이는 게 있어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하준이 의혹에 찬 얼굴로 여름을 쳐다봤다.“아직은 말할 수 없어요.”여름이 시선을 피했다.‘지금 바로 지다빈이 강여경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가는 안 믿을 지도 몰라.내가 지다빈을 모함한다고 의심할 수도 있고.’“말해 줘요. 당신이 나한테 뭐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 드는 거 별로야.”하준이 여름의 어깨를 잡더니 돌려세웠다.여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면 당신이 내게 지다빈의 정체를 숨기고 당신 곁에 두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 기분을 이제 좀 알겠네요?"“……”‘또 시작이군. 또 그 얘길 하기 시작했어.’“밥 먹읍시다. 다 식겠어.”하준이 더는 묻지 못하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여름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걸로 괜히 하준의 기분이 안 좋아서 체면 깎는 일이 생길까 봐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참았다.그러나 찌개를 한 입 먹다가 결국 성질을 부리고 말았다.“아, 소금 가져오라니까.”“여기 있어, 여기.”하준은 한껏 여름의 비위를 맞추며 소금을 들고 왔다.옆에서 보고 있던 상혁은 속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카리스마 넘치던 하준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절절 매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심지어 며칠 전에는 채팅명까지 ‘여하간 love’로 바꾸는 바람에 회사에서도 다들 회장님 휴대전화가 해킹을 당했다며 직원들이 한바탕 난리였었다.‘그러니까 겉으로만 아닌 척 하다가 언젠가는 이렇게 다 들킬 줄 알았다, 내가.’“아 참, 어제 내가 사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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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화

여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아요. 지안그룹 이름도 당신이 생각한 게 아니겠지. 뭐 이주혁 선생이 생각했다던지? 꿈에서 백지안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다른 세상이 백지안이 벌이는 짓이라던지…”“……”아무리 말발 좋다는 변호사지만 처음으로 대체 뭐라고 변명해야 좋을지 몰라 말문이 턱 막혔다.차가 병원에 도착하자 여름은 가차없이 말했다.“내리세요. 난 회의가 있어서 출근해야 해요.”좀 무리해서라도 여름에게 같이 올라가 달라고 하려던 하준은 그저 입맛만 다시며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여름은 어쨌거나 이제 아픈 하준을 보면서 마음이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내가 진짜 힘들었을 때는 누가 날 위해서 마음 아파 해줬나, 뭐?’병원은 아침부터 차가 많았다. 입구로 나가는 길도 꽉 막혀있었다.여름이 무심코 창밖을 내다 보는데 지다빈이 파란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손에 꽃다발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하준이 병원에 왔다는 것을 알고 꽃다발까지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여름의 눈이 싸늘하게 반짝 빛났다.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바로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병실 호수가 어떻게 돼요?”“사모님 올라오시게요?”상혁은 사뭇 들뜬 목소리였다.“네.”“5층 VIP6실 입니다.”******VIP입원실. 상혁이 전화를 끊더니 하준을 돌아보며 눈빛을 반짝거렸다.“온대?”“네.”상혁이 싱글벙글 웃었다.“사모님이 말씀은 그렇게 냉정하게 하셨어도 마음 속으로는 회장님을 내려놓지 못하시는 모양입니다.”하준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어찌나 매력적인 웃음인지 링거를 꽂으려고 들고 있던 간호사가 반할 지경이었다.“좀 있다가 다시 찔러줘요.”하준이 갑자기 손을 뺐다.“조금 있다가 노크소리가 들리면 그때 찔러요. 아, 피나게, 아주 피가 줄줄 흐르게 잘못 찌르면 더 좋고.”“……”간호사는 당황해서 할말을 잃었다.국내 최고 그룹의 총수가 와이프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고육계까지 쓰다니 정말이지 상상도 못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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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화

‘내가 안 보는 데서 둘이 몰래 만나고 있었던 거 아니야?’“자기야, 그, 그런 거 아니야.”하준은 저도 모르게 지다빈을 밀쳤다.“아니, 방금 링거를 잘못 찔려서 피가 났는데 지다빈 씨가….”“간호사 선생님도 계신데 지혈할 수 있잖아요? 지다빈이 왜 나서요?”분노에 찬 여름이 하준의 말을 끊었다.“그렇게 지다빈을 못 놓겠으면서 나한테는 왜 자꾸 질척거리는 거야? 사람 데리고 노니까 기분 좋아요?”하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피를 흘려서 그런 건지 여름이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지다빈이 다급히 해명했다.“회장님 말씀이 사실이에요. 와서 보세요, 아직도 지혈이 다 안 돼서….”“시끄러워!”여름이 지다빈을 노려보았따.“지다빈, 나도 이제 참을 만큼 참았어. 보자 보자 하고 자꾸 참아주니까 사람이 가마니로 보이냐?”뜻밖에도 여름이 와락 지다빈에게 달려들더니 머리채를 거머잡았다.“아악! 사, 사모님. 때리지 마세요. 회장님, 살려주세요!”지다빈이 울부짖으며 발버둥쳤지만 분노한 여름을 당하지 못하고 병실 구석으로 몰렸다.“자기야, 진정해. 일단 놔 봐.”하준이 다가와 여름을 떼어놓으려고 애썼다.그러나 여름은 이미 지다빈의 머리채를 몇 번이나 손에 감아 쥐고 있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다빈은 아파서 비명을 질러댔다.“야, 강여름!”이때 송영식이 들어오다가 이 장면을 보고 여름에게 달려들었다.송영식이 거칠게 여름을 밀치자 여름은 하준의 침대 쪽으로 떠밀려 쓰러졌다.어찌나 아픈지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아래로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간호사가 여름을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출혈이에요!”여름이 내려다 보니 앉은 자리에 붉은 피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손으로 만져보니 아직 따끈따끈했다.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하준은 완전히 놀라서 다급히 여름을 안았다.“빨리 의사에게 가야겠어요.”하준은 의사를 찾으며 여름을 안고 그대로 응급실로 달렸다.의사가 곧 여름을 검사실로 데리고 들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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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화

“네, 쌍둥이입니다. 그래서 더 상태가 위험합니다.”의사가 걱정스럽게 말을 이었다.“다들 어른인데 좀 주의해 주십시오. 병원이어서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날 뻔했습니다. 일단은 좀 안정시켜 두었습니다만,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감사합니다.”하준이 잠시 생각해 보니 그야말로 아찔했다.하준은 한동안 여름에게 아이를 가지자고 조르다가 지다빈이 오면서 부부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예전에 동성에 있을 때 의사에게 여름이 아이를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하준은 그다지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었다.그런데 여름이 지금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이다.그것도 쌍둥이로!그러나 그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지가 미지수였다.그런 생각을 하니 하준은 천국까지 올라갔다가 지옥에 곤두박질친 기분이 들었다.“송영식….”하준은 분노에 영식을 한 대 치고 말았다.“아니, 강여름이 임신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송영식은 되려 분통을 터트리며 끝까지 자신이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임신을 하고도 자기가 임신한 줄도 모르고 아무데서나 미친 듯이 사람을 드잡이하고 다니다니, 본인이 스스로 행실을 주의했어야지.”“당장 나가.”하준이 소리질렀다.“지다빈 데리고 꺼져. 다시는 둘 다 병원에 나타나지 마, 알겠어?”그 오랜 세월 친구였는데 이렇게 대놓고 사람들 보는 앞에서 친구에게 그런 소릴 듣게 될 줄은 몰랐다.“오지 말라면 안 올게. 다빈아, 가자.”송영식은 다빈을 끌고 나갔다.고개를 숙인 지다빈은 눈을 번뜩이며 가만히 분을 삭였다.‘강여름이 임신을 했을 줄이야. 게다가 쌍둥이라니, 어쩜 운이 저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든 저 아이들을 처리해야겠다.’******강여름은 멍한 상태로 응급실에서 나왔다.예전 같았으면 무작정 기뻤겠지만, 지금은… 만감이 교차했다.‘어쨌든 내 혈육인데, 아이는 좋지. 하지만, 이 아이들을 낳으면 최하준은 영원히 못 떨어내는 거 아니야?’“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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