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1699 챕터

461화

호반빌.강변에 별장이 늘어서 있고 단지 안에는 호수와 구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직원은 여름과 윤서를 데리고 전기차로 단지 안을 구경시켜 주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위층에 있던 매니저가 여름의 얼굴을 알아보고 놀라서 안색이 확 변하더니 바로 대표에게 알렸다. 대표는 다시 곧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혁은 전화를 받고 즉시 하준에게 보고했다.“사모님이 집을 사시나 봅니다.”서재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하준은 안색이 확 변했다.“아니 부부싸움 좀 했다고 집을 사다니 무슨 뜻이야? 이제 아주 집에 안 들어오겠다 그런 뜻인가?”“……”상혁은 입을 다물었다.‘그게 어딜 봐서 그냥 부부싸움입니까?’그렇지만 하준을 자극할 수는 없어서 좋은 말로 위로했다.“아마도… 투자 같은 거 아닐까요? 요즘 좀 사는 댁 사모님들은 부동산 투자 같은 걸 잘하시니까요.”하준이 안색이 다시 돌아오더니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내 와이프가 투자를 하겠다면 거기 얘기해서 제일 저렴한 가격에 달라고 해. 90% 할인 받아.”“……”상혁의 입가가 떨렸다.“아니, 회장님, 그렇게 90%씩 할인을 받으면 사모님께서 의심하실 텐데요. 그러면 집을 안 사실지도 모릅니다.”하준이 ‘아 진짜 짜증나네’ 표정으로 상혁을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그러면 70% 할인해주라고 해. 더 받지 말고.”“……네.”상혁은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 어렵게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기는 또 처음이었다.******호반빌 정원.여름과 윤서는 한 번 둘러보고 이곳이 꽤 마음에 들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이 좀 세다는 것이었다.“해주실 수 있는 최대한 할인된 가격을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돌아가서 좀 생각해 볼게요.”여름이 마지막으로 부탁했다.“네, 그러면 제가 윗분께 좀 여쭤보고 오겠습니다.”직원이 올라가서 잠깐 있더니 매우 놀란 얼굴로 돌아왔다.“좋은 소식입니다. 대표님께서 마침 1000번째 고객이시라 대표님께서 50% 할인을 해주신다고 합니다. 그리
더 보기

462화

윤서가 와락 여름의 어깨를 부여잡았다.여름은 아무 말 없었다.‘잘 됐다. 이렇게 자유로운 게 얼마 만이야? 간만에 바에 가서 한 번 진탕 놀아봐야지.’******밤 9시.두 사람은 함께 바에 들어섰다.이런 분위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여름은 결혼 이전으로 돌아간 듯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불량스러운 얼굴을 한 사람이 다가왔다.“임윤서, 오랜만이다? 이런 데서 다 만나네?”그 사람은 씩 웃으며 윤서의 얼굴을 만졌다.윤서의 안색이 확 변하더니 손을 탁 쳐냈다.“백윤택 씨, 관심 없다고 말했을 텐데요. 저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시죠.”여름은 깜짝 놀랐다.‘이 사람이 백지안의 오빠 백윤택이구나.’“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침대에서 내 기술 보고 나면 아주 날 잊지 못하게 될걸.”백윤택이 가식적인 웃음을 웃으며 계속 윤서를 만지려고 들었다.“우리 집안에 들어오면 영광으로 여기게 될 거라니까.”“계속 이러시면 경찰을 부르던지 동생에게 연락하겠어요.”여름이 윤서를 뒤로 보냈다.“아이코, 이게 뭐야? 아유, 무서워라.”백윤택이 여름을 빤히 보더니 갑자기 웃었다.“어, 이제 보니까 최하준이 마누라잖아? 누가 이렇게 건방진가 했네.”여름은 기분 나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윤서가 여름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우리 여름이는 FTT의 사모님이라고요, 내 절친이기도 하고. 괜히 건드렸다가 큰코다칠 줄 알아요.”백윤택은 그 말을 듣더니 껄껄 웃었다.“최하준 본인이 여기 와 있으면 모를까, 겨우 최하준 마누라 따위. 그리고 솔직히 내가 최하준 마누라를 어쩐다고 해도 몇 대 맞으면 끝날걸.”여름은 백윤택의 건방진 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다.‘백윤택이 하는 말은 사실인지도 몰라.백지안의 오빠니까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대도 최하준이라면 함부로 어쩌지 못하겠지.’백윤택의 시선이 거침없이 여름을 위아래로 훑었다.“쯧쯧쯧쯧, 내 동생 미모 반도 안 되겠네. 대체 무슨 운이 그렇
더 보기

463화

“입 다물어. 너 같은 인간쓰레기 손에 들어갔다가는 영하도 곧 끝장이야.”백소영이 백윤택의 어깨를 확 잡아 돌리더니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바닥에 처박았다.여름과 윤서는 깜짝 놀랐다. 윤서가 제일 먼저 박수를 쳤다.“좀 하시네요! 너무 근사해요.”백윤택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야, 두고 보자고. 내가 널 가만두나 봐라.”그러더니 비틀비틀 일어서서 가슴을 부여잡고 바 문을 나섰다.“고마워요.”여름이 와인 두 잔을 따라 하나를 백소영에게 건넸다.이전까지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은 완전히 백소영에게 감탄하고 말았다.“천만에요. 마침 이쪽을 지나가다가 바에서 그 인간이 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서 와 본 것뿐이에요.”백소영은 와인을 꿀꺽 단번에 다 마셔버렸다.“너무 멋있어요.”윤서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내가 남자였으면 따라다녔을 것 같아요.”“별말씀을. 멋있어서 뭐에 쓰게요.”백소영이 자조적으로 웃었다.“제가 사과를 드려야 할 판인데….”“친오빠도 아닌데 사과는요, 무슨.”여름이 의자를 끌고 왔다.“잠깐 같이 앉아요.”백소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망설였다.“됐어요. 우리는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에요. 만약 최 회장이 알았다가는….”“이미 최하준 씨와는 헤어졌어요.”여름이 말을 끊었다.“이제 더는 바보짓 안 하려고 그 집에서 나왔거든요.”백소영이 흠칫했다. 강여름이 이렇게 시원스럽게 박차고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그래도 돼요?”“잠깐 세게 아픈 게 가늘고 길게 아픈 것보다야 낫죠.”여름이 억지로 웃어 보였다.“사실 백지안의 존재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을 두고 신경 쓰는 것도 우습고 했는데 대체할 사람이 나타났다면 이건 뭐 게임이 안 되는 거잖아요?”“그렇네요. 세상에 하고많은 남자 두고 굳이 죽은 사람에게 집착하는 사람한테 목맬 이유도 없고요.”윤서가 동의했다.“최하준이 돈이 많다지만, 뭐 돈 없는 사람 있나요? 가서 벌면 되는 거.”“말
더 보기

464화

최하준이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지다빈이 우유를 들고 서 있었다.“머리 말려드릴까요?”살짝 손이 닿았을 뿐인데 하준은 홱 몸을 움츠렸다.“됐습니다.”하준은 우유를 마시더니 건조하게 말했다.“내려가 봐요. 일 있으면 부를 테니까.”“하지만….”차마 그러기 싫다는 눈으로 지다빈이 말했다.“지금 상태로는 혼자 계시면 위험한데, 제가 간이침대라도 놓고 곁에서….”“아니, 됐습니다”하준이 확 인상을 쓰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여기는 나와 내 와이프의 공간이에요. 다른 여자가 오래 머무르는 거 불편합니다.”“죄송합니다. 제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 했네요.”지다빈은 당황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침실에서 나오면서 지다빈은 입술을 깨물었다.‘내 얼굴이 이렇게 백지안이랑 닮았는데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뭐, 어쨌든 목표의 반은 달성했으니까.’지다빈이 빈 우유컵을 보더니 싸늘하게 씩 웃었다.지다빈이 나가고 나서 하준은 침대에서 여름과의 톡을 열어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메시지는 없었다. 스토리도 텅 비어 있었다.‘이 사람이 말이야, 그까짓 거 부부싸움 좀 했다고 집을 나가서 소식도 없고 말이야.평생을 같이하겠다더니 나만 집에 남겨 놓고, 어?’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인터넷을 열었다가 메인 화면에 뜬 를 발견하고 얼굴이 굳어졌다. 급히 클릭해 보았다.화려한 조명 속에서 여름이 윤서, 백소영과 함께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셔츠를 허리에 묶어서 춤을 추면 배와 허리가 다 드러나는 것이 사뭇 매혹적이었다.하준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아니,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얌전히 있는 줄 알았더니 춤을 추고 다녀 가지고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들어?집에다 가만히 앉혀 놓고 못 나가게 했어야 하는 건데.’하준은 여름에게 바로 톡으로 그 영상 링크를 보냈다. 잠시 후 채팅창에 ‘1’은 사라졌는데 여름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전화도 걸리지 않았다. 차단을 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이런 젠장.’화가 나서
더 보기

465화

하준이 입술을 핥더니 결국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걸었다.둘은 곧 바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백윤택이 곧 다친 허리를 손으로 받치고 다가왔다.“왔어? 다들 아직 안에서 춤추고 있는데.”그런데 말 끝나기가 무섭게 안에서 셋이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 나왔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걸음도 똑바로 못 걸어서 비틀거렸다.“아직 들 마셔써! 더 마셔야쥐. 내가, 낵아, 나는 지금 3차까지 갈 수 이따 이거야!”윤서가 손을 높이 쳐들었다.“오늘 우리 머꼬 죽자!!!!”“난 그럼 먼저 치맥부터 먹고 싶어.”백소영이 끄덕였다.여름이 덧붙였다.“그러고 나서 내 집으로 가서 밤새 마시자!”“와, 쵝오야 증짜! 남자는 다 꺼지라 그래!”“남자들 다 꺼져!”최하준의 얼굴이 까맣게 되었다.‘아주 잘하는구먼, 날더러 꺼지라는 건가, 지금?’하준은 성큼성큼 다가가 여름을 홱 낚아챘다.“집에 갑시다.”여름을 다치게 할까 봐 한동안 떨어져 있으려고 했는데 이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여름을 곁에 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눅우야? 이거 왜 이러세요?”여름이 몽롱한 눈을 들어 상대를 쳐다봤다. 하준이라는 것을 알자 머릿속에 지다빈이 하준의 몸에 올라타 있던 장면이 번개처럼 확 꽂혔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다. 여름은 ‘우웩!’하더니 저녁에 마신 술을 하준에게 다 게워냈다.“강여름 씨!”하준이 이를 갈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불렀다.“회장님!”지다빈이 급히 다가와 하준의 몸에 묻은 오물을 닦아 냈다.윤서는 그 장면을 보니 울컥했다. 들고 있던 핸드백으로 지다빈의 등짝을 내리쳤다.“넌 전생에 남자가 없어서 죽었냐? 왜 가는 데마다 남의 남편한테 붙어 있어? 이게 진짜 뻔뻔하네?”졸지의 일격에 당한 지다빈은 ‘아야야…’하고 소리 질렀다.여름은 속으로 통쾌했지만 말리는 척했다.“아우, 윤서야. 그러면 안 되지….”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서에게 다가가면서 발을 헛디딘 척 지다빈에게 툭 부딪혀 지다빈이
더 보기

466화

“수준이 낮아? 그 수준이 대체 뭔데?”이때 여름의 눈에 하준 뒤에 선 백윤택이 보였다.“저런 사람은 달고 와서 뭐 하는 거예요? 지금 저 사람 대신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정곡을 찔리자 백윤택이 소리 질렀다.“이봐요, 진짜로 백소영 같은 인간이랑 친해지면 안 된다니까요. 쟤는 목적이 있어서 접근하는 거라고요.”“아까는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굴더니 갑자기 존댓말은 또 뭐지? 아까 대충하고 넘어가 준 게 후회되네, 진짜.”백소영이 백윤택을 노려봤다.백윤택은 놀라서 다시 바로 하준의 몸 뒤로 숨었다.“저거 봐. 쟤가 저런다니까.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사람 막 협박하고….”“내가 그동안 너무 자비로웠나 보군.”하준이 싸늘하게 뱉었다.“잘 들어. 한 번만 더 내 와이프 주변에서 얼씬거렸다가는 영하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될 줄 알아.”백소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입술을 깨물었다. 여름이 백소영의 손을 꼭 잡더니 하준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백소영 씨는 내 주변에 얼씬거릴 필요 없어요. 오늘부터 내가 백소영 씨 주변에 얼씬거릴 거거든요. 소영 씨는 내가 서울 와서 처음 사귄 친구예요.”하준은 폭발했다.“내가 저 사람이 얼마나 위험하고 악랄한 속을 잘 감추는 사람인지 그렇게 말을 했는데, 아직도 붙어 다닙니까? 생각이라는 걸 안 해요?”“네, 내가 머리에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당신 같은 사람을 사랑했었나 봐요.” 여름이 냉소를 띠었다.“대체 누가 위험하고 악랄한 속을 잘 숨기는 사람인지 모르겠네. 백소영 씨는 나한테 아무것도 거짓말한 거 없어요. 하지만 내 남편이라는 사람은 전 여친이랑 똑닮은 사람을 밤낮으로 끼고 다니는 주제에 입으로는 날 사랑한다네? 정말 더러워.”하준은 흠칫했다. 놀라움과 당황이 눈을 스치더니 곧 싸늘한 시선이 백소영을 향했다.“네가 말했나?”백소영은 아무 말이 없었다. 여름이 그 앞을 막아섰다.“영하를 볼모로 잡고 협박하는데 백소영 씨가 그런 말 나한테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이랑 백지
더 보기

467화

“그만, 제발 그만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여름이 침착을 찾을수록 하준은 더욱 당황했다.그러나 여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려 입가에 조롱하듯 웃음을 띠었다.“당신 전 여친 때문에 내가 백소영이랑은 친구가 될 수 없다니 그렇게 백지안을 못 잊겠으면 대신 그냥 지다빈이랑 살아요. 흔쾌히 이혼해드릴게요.”“왜 이래, 정말. 지금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야.”하준은 머리가 아팠다. 이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여름이 믿어줄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게 백지안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인 거야.”여름이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은 지안이 닮은 지다빈이라지만, 내일 또 얼마나 더 지안이 닮은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지. 나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대용품일 뿐이에요. 난 이런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당신은 아픈 사람이니까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병은 앞으로 내가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부디 스스로 몸 잘 돌보세요.”“아니야, 아니야. 당신은, 강여름은 이 세상에 하나뿐이야.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 가지마. 제발 가지 말아줘.”하준은 있는 힘껏 여름을 안았다.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 아이처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이 차가운 세상에서 여름만이 자신이 곁을 지켜주었다. 이제 여름이 떠나가면 하준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이제 그만 해요. 나는 당신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야. 당신 친구들도 나를 비난하고, 당신은 툭하면 사람을 감금하지. 이젠 친구 사귀는 것까지 당신이 동의가 있어야 하다니… 이젠 다 그만두고 싶어.”여름은 힘껏 하준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하준은 여름을 더 한껏 껴안았다.“가지 마. 난 당신이 없으면 안 돼. 다빈이는 가라고 할게, 응? 우리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하준은 너무나 두려웠다. 여름과 이런 지경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그저 아무것도 아닌 부부싸움이었는데
더 보기

468화

죽어서도 상대가 안 되는데 살아있으면 말해 뭐하겠는가?******병원.하준이 다시 깨어났다.손에는 수액이 꽂혀 있었다.눈을 깜빡이는데 옆방에서 송영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여름이 이럴 줄 알았어. 얼마나 못됐나 보라고. 하준이는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이혼 협의서를 보내? 아주 애초에 하준이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인간이라니까.”“목소리 좀 낮춰. 하준이 깨서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내 말이 틀렸냐? 하준이가 못 해준 게 뭐 있다고 이미 죽은 애랑 죽자고 싸우려고 드냔 말이야.”“……”“깨셨어요?”하준이 눈을 뜨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지다빈이 반가워 소리쳤다.옆방의 목소리가 뚝 끊기더니 잠시 후 송영식과 이주혁이 들어왔다. 둘 다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혼 협의서라고? 가져와 봐.”하준이 손을 뻗었다.송영식이 망설이며 건넸다 .하준은 대충 살펴보았다. 위자료니 뭐니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저 이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사인만 해달라고 쓰인 내용을 보았다.하준이 서류를 와락 움켜쥐더니 박박 찢기 시작했다.다들 표정이 달랐다. 지다빈이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이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그러신 거예요. 진정하고 나면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나가.”하준은 지다빈의 목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아팠다.지다빈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송영식이 벌컥 했다.“무슨 소리야? 네가 쓰러지거나 말거나 강여름은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하는데 다빈이가 널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고.”“그러면 뭐? 내가 지다빈이랑 결혼이라도 해야 해?”하준이 차갑게 쏘아보았다.“그렇게 다빈이 대신 속을 풀어주고 싶으면 네가 결혼하지 그러냐?”송영식은 할 말을 잃었다.지다빈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또르륵 눈물을 흘렸다.“싸우지들 마세요. 사실 제가 잘못했죠. 저만 아니었으면 회장님하고 사모님이 이렇게까지 싸우시진 않았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이만 병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하준은 입을 꽉 다물고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더 보기

469화

저녁 시간이 되자 이진숙이 들어왔다. 머리에 맨 붕대를 보니 하준은 마음이 복잡했다.“집에서 쉬시지 왜 나오셨어요? 김 실장에게 얘기해서 제가 간병인을 좀….”“됐어요. 회장님이 이러고 있으니 내가 마음이 놓여야지요.”이진숙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말았다.하준은 이진숙이 두려워서 그런 줄 알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나는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오해하셨어요.”이진숙이 결국 입을 열었다.“그날 두 분이 너무 크게 싸우셔서 제가 미쳐 말씀을 못 드렸는데, 사모님이 그날 괜히 화나신 게 아니에요. 사모님이 집에 와보니 회장님하고 지다빈 씨가 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아 솔직히 나라고 해도 그런 장면 보면 오해할 만하죠.”“뭐라고요?”하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빛이 어두웠다.“지다빈 씨가 왜 내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까?”이진숙은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었다.“그날 발작하셔가지고 제가 지다빈 씨를 불렀는데, 회장님이 그날 다빈 씨를 잡고 안 놔주시더라고요. 나중에 회장님을 침실로 모시긴 했는데 회장님이 다빈 씨 손을 영 놓지 않으셔서… 혹시 다빈 씨를 지안 씨로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내가 누굴 꽉 붙잡았던가? 왜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이진숙이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그날 밤에 실은 제가 사모님을 못 올라가시게 막으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기어코 올라가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장면을 보시고 완전히 오해하신 거죠. 게다가 회장님이 사모님을 와인 창고에 넣고 문까지 잠가 버렸으니… 사모님은 얼마나 놀랐겠어요.”“내, 내가… 강여름을 와인 창고에 가뒀다고?”하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냥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었구나.’“네, 그날 사모님이 얼마나 처절하게 울면서 내보내 달라고 애원하시는지 정말 심장이 찢어지겠더라고요. 그 댁 식구들이 자기를 지하실에 감금하더니 이제는 회장님도 가두냐며….”그 말을 들으니 하준은 가슴
더 보기

470화

사무실로 올라간 여름은 구토감을 참지 못하고 결국 화장실로 가서 다 토하고 말았다.며칠 전 마신 술로 위장을 많이 상했는지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다 토하고 나서 여름이 서류를 열어보았다.“친자 관계가 아님을 확인”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여름은 깜짝 놀랐다.‘서유인이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면 대초에 아버지는 대체 무엇 때문에 위자영이 배 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우리 엄마를 포기하고 위자영과 결혼을 한 걸까?’한참을 생각해본 결과 20여 년 전에 위자영이 바람났던 대상은 서경재라는 결론을 내렸다.아니라면 어떻게 서유인이 서경주와 닮은 구석이 있겠는가?여름은 천천히 서류를 내려놓았다.‘이거 큰 건인걸. 아직은 꺼내 놓으면 안 되겠어.’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닥터 안드레이에게서 전화가 왔다.“어젯밤에 내가 묵는 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날 해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난번에 당신이 경고해 줘서 나는 밤에 몰래 덧문으로 빠져나가서 다친 데가 없지만요. 정말 통찰력이 대단합니다.”“고생하셨어요. 일단은 비서에게 화재로 닥터 안드레이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가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비밀리에 조용히 치료해 주시고요.”여름은 속으로 감탄했다.‘서경재가 이제 정말 마구 날뛰는구나. 세계적인 명의에게도 마구 마수를 뻗다니.’여름은 서경주 주변에는 너무 촘촘하게 방어막을 쳐 놓아서 직접 손을 댈 수 없으니 이제는 닥터 안드레이에게 손을 뻗지 않을까 싶어 미리 대비 시켜놓았던 것이다.‘이제 서경재 측에서는 닥터 안드레이가 사망했다고 생각하겠지.’******벨레스 별장.위자영이 닥터 안드레이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 일단 안드레이가 죽고 나면 서경주는 깨어나지 못해. 강여름 고 멍청한 것, 병원만 죽자고 지키면 뭐 해? 이젠 꼼짝 못 할걸.”서유인은 어리둥절했다.“지금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친아빠?”“그래. 네 아빠가 오시는 길이다.
더 보기
이전
1
...
4546474849
...
170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