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1699 챕터

451화

“예를 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설마 전 여친을 괴롭혔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겠죠?”참지 못하고 결국 여름이 비아냥거렸다.하준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여름을 노려봤다.“쓸데없는 생각 그만둬. 알지도 못하는 사람 때문에 나랑 이렇게 입씨름하니까 좋아?”“언제 당신하고 입씨름을 했어요?”여름은 온몸이 점점 더 식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미소를 유지했다.“난 아주 이성적으로 당신하고 이야기하는 중인데. 그런데 내가 물어보는 문제에 하나도 대답을 안 해주네요."“당신하고 이러고 싶지 않아. 배고프니까 난 뭣 좀 먹고 올게.”하준이 입구로 걸어갔다.“그러면 마지막 질문이에요. 당신들 셋은 뭘로 날 속이면서 가지고 놀았는데요?”여름의 하준의 뒷모습을 보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물었다.하준이 다시 돌아봤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눈 속에서 분노가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들어? 백소영이 하는 말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다니까? 다시는 이런 영양가 없는 질문 하지 마. 날 정말 눈곱만큼도 안 믿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하준의 지적에 여름은 힘이 쭉 빠졌다.여름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백소영이 지다빈을 보고서 자신을 돌아볼 때 눈에 동정심이 가득했던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좋아요. 백소영 그만두죠. 그러면 지다빈 내보내세요. 간호조무사 바꿔요. 난 걔 마음에 안 들어요.”하준이 입을 한 번 꾹 다물더니 말했다.“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돌려 돌려 떠든 게 결국은 지다빈이 마음에 안 들고 나는 믿을 수 없다 이겁니까? 왜 그렇게 돌려서 말합니까? 사람 피곤하게.”“……”여름은 몸이 떨렸다.요즘 하준은 내내 여름을 아껴주기만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매정한 말투는 정말 너무 오랜만이었다.머리라도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당신이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방법이 없네요. 어쨌든 지다빈인지 나인지 선택하세요.”여름은 사뭇 필사적으로 나왔다.“병원에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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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확인한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하준은 친구와 지다빈을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1~2’년 더 지내면 어떻게 될까?’여름의 손이 저도 모르게 얼굴로 올라갔다.‘이제 난 더 이상 예전처럼 예쁘던 강여름이 아니야.그런데도 최하준이 나를 계속 사랑해 줄까?’여름은 불쑥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여름은 혼자서 서재로 들어갔다.곧 밖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려왔다.‘지다빈이 나갔나 보군.’여름은 나가보지 않았다.밤 11시가 되자 문이 벌컥 열렸다. 하준이 들어왔다.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눈썹에서 느껴졌다.“강여름 씨, 아직 다 안 했습니까?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방으로 와서 잘 생각을 안 합니까? 지다빈 때문이라면 이미 나갔습니다.”“먼저 가서 주무세요.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여름은 하준을 쓱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하준이 다른 여자 때문에 자신에게 그런 얼굴을 해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적당히 해야지,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단 말입니다.”하준이 의자에 앉은 여름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 말투가 사뭇 사나웠다.“나한테 이런 얼굴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다른 여자를 잡았던 손으로 날 만지지 말아요.”여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냈다.그 순간 하준의 분노가 폭발했다.“뭘 잡아요? 사람이 다쳤쟎습니까? 이모님 불러서 상처 소독하고 드레싱 하라고 한 것까지 가지고 질투합니까? 나는 뭐, 길에서 교통사고가 난 걸 봐도 여자면 구해주지 못합니까?”여름은 씁쓸함을 꾹 누르며 비아냥거렸다.“최 회장님은 정말 사람 구해주는 걸 좋아하시네요. 평소 차윤 씨나 상혁 씨에게는 그렇게 다정하지도 않으시면서.”“말이 안 통하는군요. 요즘 내가 너무 잘해줬나 봅니다?”하준은 손을 놓았다.“서재에 있고 싶다면 실컷 서재에 남아서 반성하십시오. 질투도 정도껏 해야지.”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싸늘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여름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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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화

다 듣고 나니 여름은 심장이 떨렸다.“백현수의 전처는 자식이 없었어?”“전처 자식 얘기하니까 짜증 난다.”윤서가 답답한 듯 말했다.“며칠 전에 접대를 하러 갔다가 백윤택이란 사람이랑 마주쳤는데 아주 질척거려 대서 죽을 뻔했잖아.”“백윤택이라고?”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번뜩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아, 생각났다. 전에 동성에 있을 때 윤정후라고 날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 양 대표가 날 구해줬잖아? 나중에 경찰에 들어보니까 윤정후 누나 윤정란이 백윤택의 눈에 들었는데 백윤택이 부당한 방법으로 윤정란을 몰아붙여서 결국 자살했다더라고. 나중에 윤정란 집에서 백윤택을 고소했는데 원래는 형을 받아야 맞는 건데 최하준이 백윤택 편에 서서 승소했다지?”“와, 이제 봤더니 그 나쁜 놈이었어?”임윤서가 깜짝 놀랐다.“난 어쩜 이렇게 재수도 없게 그런 물건한테 걸렸대냐?”“백윤택이 네 주소는 모르지?”여름도 걱정이 됐다.“알지. 어디서 알아냈는지 요 며칠 퇴근만 하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니까.”임윤서는 생각할수록 무서웠다.“그런 전과가 있는 인간이면 나한테도 막 그러는 거 아니겠지? 최하준은 정신이 나갔다니? 어쩌자고 그런 사람 변호를 해?”“……”그야말로 여름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여름은 자신이 진실과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며칠은 집에 가지 말고 호텔 같은 데 묵어.”여름은 안심이 안 되는 듯 덧붙였다.“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알았지?”“그래. 며칠 지나면 날 잊었으면 좋겠다. 아오, 짜증 나.”----오후가 되자 엄기숙이 조사 자료를 가지고 왔다.“대표님, 영하는 주로 컴퓨터, 프린터 등 제품을 생산합니다. 영하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내내 FTT 아니면 지안그룹 등에서 제공받고 있었는데 최근 어쩐 일인지 영하에서 지안에 뭘 잘못했는지 지안과 FTT가 영하와의 거래를 끊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최 회장님께 밉보일까 싶어서 영하와 거래를 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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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화

‘그래, 그렇겠지, 내가 최하준을 막아줄 수는 없으니까.’여름은 갑자기 우스워졌다.“좋아요. 그러면 어제 내가 도와줬던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치고 하나만 말해줄래요? 지다빈 씨 알아요?”“……”“아나 보군요.”휴대전화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 셋이 날 속이고 가지고 논다고 했었죠? 그때 보니까 날 동정하는 것처럼 보이던데…?”“자기 마음만 단단하면 남들이 뭐라든 상관없죠.”백소영이 낮은 솔로 답했다.여름이 처량하게 웃었다.“그래요. 억지로 말하라고는 안 할게요. 아 참, 백윤택 씨가 오빠죠? 요즘 내 친구 윤서를 따라다닌다던데 내 친구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말이나 좀 전해주세요.”“그놈의 백윤택….”백소영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했다.“그럴게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최하준 씨 곁에서 지다빈을 제거하세요.”여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젯밤에 이미 내보냈어요.”“그렇군요. 하지만 그 인간이 그렇게 얌전히 물러날 리….”백소영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 이때 사무실 밖에서 고함이 들리더니 송영식이 차윤을 밀치며 뛰어 들어왔다.“저기, 이쪽에 일이 좀 생겨서 끊어야겠네요.”서둘러 전화를 끊고 머리끝까지 화가 난 송영식을 보고 나니 방금 백소영이 말하려다 만 ‘얌전히 물러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왜 저러는 걸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작은 회사까지 발걸음을 하셨나요?”여름은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물었다.“모르는 척하지 마시지! 당신이 하준이한테 다빈이 내쫓으라고 했지?”송영식이 책상을 쾅 내리쳤다. 두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그래도 얼마 전부터는 사람 취급을 좀 해 줄까 했었는데.”여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나랑 같이 사는 사람은 송영식 씨가 아니에요. 당신이 나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나는 하준이 친구니까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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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화

그러나 양유진은 그윽한 눈으로 여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오랜만이네요.”“네, 막 퇴근하다가 여름 씨가 보여서 저도 모르게 들어와 버렸습니다.”양유진이 조금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요즘 잘 지냅니까? 아까 보니까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아뇨. 그냥 생각을 좀 하느라고요.”여름은 부인했다.“하긴, 이제는 사랑하는 남자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기뻐야겠지요.”양유진이 자조적으로 웃었다.“양 대표님, 죄송해요….”여름은 너무나 죄책감이 느껴졌다.“이번에는 천만에요, 라고 말하지 못하겠네요.”양유진이 씁쓸하게 웃고는 크루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더니 하나를 여름에게 건넸다.“저…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여름은 당황해서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이제는 저랑 잠시도 같이 있기 싫은가요? 정말 잔인하군요.”양유진이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결국 여름은 모질게 굴지 못했다.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는 얘기와 회사 얘기를 잠시 나누었다.그러느라고 맞은 편에 앉은 누군가가 몰래 사진을 찍는 줄도 몰랐다.30분쯤 앉아 있다가 여름이 다시 핑계를 대며 일어섰다.“잠시만요….”양유진이 갑자기 여름의 손을 잡았다.여름은 무의식적으로 확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이제는… 손만 잡아도 이렇게 놀라는군요.”양유진의 눈동자가 조금 어두워졌다. 심하게 충격받은 듯했다.“하긴, 예전에도 나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었죠.”“제가 빚을 많이 진 것은 알아요. 네 평생을 두고 갚겠다고 했었죠. 하지만 이제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요. 저는… 제 신장을 대표님께 이식해 드릴게요.”여름은 결심한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양유진은 깜짝 놀랐다. 한참 후에야 약간 화난 얼굴을 했다.“여름 씨, 날 뭐로 보는 겁니까? 네, 저 화났습니다. 씁쓸하네요. 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보상받고 싶지는 않습니다.”양유진은 천천히 일어서더니 주머니에서 사진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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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화

“……”여름이 깜짝 놀라 양유진을 쳐다봤다.‘화이트 스노우 월드라고?’화이트 스노우는 유명한 테마파크였다. 안에는 세계 각지의 재미있다는 온갖 놀이 시설이 다 들어있고 가운데에는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높다란 성도 있었다.양유진이 여름에게 가엾다는 시선을 보냈다.“심지어 백지안을 기념하기 위해서 FTT에서는 테마파크에 ‘백’에서 따온 ‘화이트’를 이름에 넣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름 씨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재벌가에서는 당신을 조롱하고 있어요, 그건 알고 있습니까?”“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군요.”여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저히 더는 들을 수가 없었다.“한 가지 더 있습니다.”양유진이 갑자기 거칠게 여름의 팔을 잡았다.“예전에 왜 윤정후가 여름 씨를 해치려고 했는지 압니까?”“……”여름의 입술이 떨렸다.양유진은 여름에게 피할 기회를 주었다.“윤정후는 최하준이 백윤택의 소송을 도와주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백윤택이 바로 백지안의 오빠예요. 그래서 최하준은 무작정 백윤택을 도와주고 싶었던 겁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안하무인이고 양심 없는지는 접어두고, 최하준은 백지안을 위해 자신의 원칙도 버릴 수 있었던 거예요.”여름은 멍해졌다. 짐작은 하고 있었다.그러나 다른 사람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 들으니 심장이 너무 아파서 질식할 것 같았다.여름은 하준이 돈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었다.하준이 엄청난 금수저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저 이기는 것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다.‘그게 아니었어. 모든 것이 다 백지안을 위해서였어.대체 백지안이 최하준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길래.양유진은 마음 아픈 듯 고개를 숙였다.“여름 씨는 최하준이 전 여친을 위해 벌였던 일 때문에 죽을 뻔했습니다. 잘못은 최하준이 저질렀는데 왜 강여름 씨가 저에게 빚을 갚습니까?”“그만 하세요.”여름은 더 듣기 싫었다. 곧 이성이 모두 날아갈 지경이었다.“여름 씨, 당신이 이성을 찾았으면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최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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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화

소리에 놀란 이진숙이 달려왔다. 하준은 미친 듯했다. 테이블 위의 그릇을 하나씩 집어 던졌다.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이진숙은 얼른 여름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거실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자 이진숙을 할 수 없이 지다빈을 떠올렸다.‘회장님 병이 도진 것 같은데 그래도 지다빈 씨가 회장님을 잘 돌봤었지.’******패스트푸드점에서 나온 다음.여름은 차도 타지 않고 내내 길을 따라 걸었다.얼마를 걸었는지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화이트 스노우 월드 앞이었다.캐슬 위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졌다.깜짝 놀라서 보고 있는데 한 쌍의 연인이 옆을 지나갔다.“불꽃 너무 예쁘다.”“그렇지? 왜 이 시간에 하는지 알아?”“몇 시지? 10시 10분이네?”“응, 10시 10분에 235발로 만든 불꽃이래.”“그러면 1010235, ‘열렬히 사모’?”“오, 똑똑한데? 이 테마파크는 몇 년 전에 어느 금수저가 여자친구에게 바친 거래. 테마파크 오픈 전날 금수저는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려고 했대. 그날 밤에는 이 일대 하늘이 온통 불꽃으로 가득했고, 가운데에는 LOVE라는 모양의 불꽃도 만들었다더라. 그날부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주말 10시 10분이면 235발 쏘는 불꽃놀이를 한대. 여기서 같이 불꽃 보는 연인은 평생 행복해진다던데?”“너무 로맨틱하다. 그 금수저 여친 부럽네. 둘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겠지?”“그렇겠지.”“……”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여름이 정신을 차려보니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1010235, 테마파크, 불꽃놀이....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 같잖아.그런데 그 금수저는 여친이 세상을 떠나고 이렇게 이상한 얼굴을 한 사람이랑 결혼을 해버렸네.’여름은 후회됐다.‘애초에 최하준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자정.여름은 무거운 다리를 끌고 별장으로 들어갔다.마침 소파에서 졸던 이진숙이 여름을 보고 놀라서 펄쩍 뛰었다.“사, 사모님. 오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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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화

여름의 눈에 큰 침대에서 편안히 잠든 하준이 보였다. 그런데 지다빈이 하준 곁에 반쯤 누워 있었다. 두 사람은 손까지 꼭 잡고 있었다.인기척을 느낀 지다빈이 벌떡 일어나 앉더니 여름을 보고 불안해했다.“저, 오해하지 마세요….”여름은 아무 말 없이 와락 달려들더니 지다빈의 어깨를 뒤로 밀쳤다.“처음부터 수상했어. 간호하라고 했지, 누가 남의 남편 옆에 누우라고 했어?”“그런 게 아니에요.”지다빈이 억울하다는 듯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뭐가 아닌데?”여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어제 내가 나가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하루도 안 돼서 다시 들어와서는 이제 여주인 행세를 해? 수치심이라는 걸 모르나?”“아, 시끄러워.”침대에서 자던 하준이 갑자기 깼다. 피곤한 듯 일어나 앉던 하준의 눈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지다빈과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여름이 들어 왔다.“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하준이 노기 어린 눈으로 여름을 쏘아 보았다.“집에 오자마자 사람부터 잡다니 내가 우스워 보여서 이럽니까?”여름은 눈이 커졌다.‘그러니까, 나는 집에 와서 다른 사람이 남편이랑 손을 잡고 침대에 누워 있는 꼴을 보고도 가만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단 말이야?내가 지금 이 모든 진상을 알고도 어떤 마음을 그러 모아서 집으로 돌아왔는지 알지도 못하면서.그래도 아픈 사람이라고,아무리 내 마음이 아파도 이 고비는 넘고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 다짐하며 돌아왔는데.내가 둘의 연애를 방해했다 이거야?’“지다빈 씨 왜 여기 있어요?”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여름이 지다빈을 가리켰다.“어제 나가라고 하지 않았어요?”“내가 내보내고 싶으면 내보내고 들이고 싶으면 들일 겁니다. 내 마음이지.”하준의 눈이 분노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지다빈을 내보내라고? 저는 나 몰래 나가서 양유진이랑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공공장소에서 희희낙락하다 들어온 주제에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는 알고 저러는 거야?’“그래, 알겠어요.”상처 받은 여름의 심장은 이제 아주 너덜너덜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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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화

악마… 악마…그 듣기 싫은 단어가 하준의 뇌를 자극했다. 하준은 힘껏 귀를 막았다.듣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증오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하준은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것도, 여름이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도 잘 알았다.이진숙이 와서 하준이 팔을 잡았다.“사모님께 이러시면 안 돼요. 일부러 그런 말을 하신 게 아닐 거예요. 회장님하고 지다빈 씨가 너무 친밀한 모습으로 있어서 그만….”그러나 하준은 이진숙의 말은 듣지도 않고 팔을 꼭 잡고 매달린 이진숙을 힘껏 뿌리쳤다. 그 바람에 이진숙이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기절했다.지다빈이 즉시 하준의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하준은 쓰러지더니 얌전해졌다.거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와인 창고에서 울부짖는 여름의 울부짖음만 들렸다. 지다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정하던 눈이 번뜩하고 악마처럼 빛났다.‘강여름,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거다.’******와인 창고.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봤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도 와인 창고는 창문이 없다 뿐이지 등도 들어오고 온도 조절기도 돌아가고 있었다.여름은 하준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죽은 사람의 대용품보다도 못한 존재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최하준, 나도 이제 더는 못하겠어.’너덜너덜해지도록 목숨 걸고 싸워봤지만 결국 아름다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여름은 이제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한동안 갇혀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일단 잤다. 한참 자고는 깨어나서 문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문에 손을 대자마자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여름은 깜짝 놀랐다. 안에서 살그머니 나와서 보니 이미 다음 날 아침 9시였다. 거실은 조용했다.그대로 도망가려다가 어젯밤 하준이 화내던 모습을 생각하니 나중에 어찌 되었으려나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가만히 침실 문을 밀어보았다.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니 하준이 상반신을 드러낸 채 엎드려 있고 지다빈이 슬립 하나만 입은 채로 하준의 등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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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화

“회장님은 병이 재발했는데 사모님이 떠나려 한다면서 회장님이 사모님을 와인 창고에 가뒀어요. 말리는 이모님까지 소동 속에서 쓰러지셔 가지고 제가 또 오밤중에 구급차 불러서 이모님 병원으로 모셔드리고…. 이제는 정말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눈물을 줄줄 흘리는 지다빈을 보고 송영식은 열이 뻗쳤다.“아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먼, 어디 보자….”“진정해.”이주혁이 송영식을 잡았다.“하준이 꼴을 보라고. 지금 하준이 병세가 더 급해. 내 생각에는 여름 씨가 하준이를 자극해서 병세를 악화시키고는 재산을 가져가려고 노리는 것 같아.”지다빈이 조그맣게 말했다.“제가 아침에 몰래 가서 와인창고 문을 열어놨거든요. 도망가시라고요. 아무래도… 사람을 그렇게 가둬두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서요. 회장님이 또 발병해서 사람 해치고 그러면 어떡해요?”이주혁이 동의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잘했어요. 사람을 가두는 건 안 되지.”“하지만 깨어나셔서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지다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흐렸다.“우리가 풀어줬다고 말해요.”이주혁이 말했다.“고맙습니다.”얼마 안 있어 하준이 깨어났다. 머리를 꽉 잡고 있는 모습이 많이 아픈 듯 보였다.“하준아, 좀 괜찮아?”송영식이 다정하게 물었다.하준이 친구들을 보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너희들이 왜 여기 있어? 강여름은? 밤새 집에 안 왔어?”“……”다들 깜짝 놀랐다. 송영식은 이상한 표정으로 이주혁과 시선을 나누었다.이주혁이 한참 만에 물었다.“하준아, 어젯밤 일이 기억 안 나?”“어젯밤에 뭘 어쨌는데? 잤잖아?”하준이 의아해 했다.“그저께 밤에 강여름이랑 싸웠거든. 어젯밤에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길래 짜증이 났었는데 침대로 와서 어쩌다가 잠들었나 보네.”이주혁이 하준의 어깨를 토닥였다.“솔직하게 말해줄게. 어젯밤에 너 또 여름 씨랑 대판 싸웠대. 지금 집에서 나갔어. 이모님은 네가 밀어서 다치시는 바람에 입원하셨고. 다행히 어젯밤에 이모님께서 다빈이를 불러놨더라고.”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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