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1699 챕터

471장

서유인은 당황했다.“아빠, 그게….”“내가 널 최고의 공주님으로 만들어 주마. 모든 사람이 널 부러워하고 널 따라 하게 될 거야.”서경재의 눈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곧 그런 날이 올 게다.”그런 장면을 상상해 보니 흥분으로 온몸이 떨렸다.******밤10시.여름은 영화를 다 보고 새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다.거실에서 장미 향이 진하게 났다. 현관에는 남자 구두가 있었다. 아주 눈에 익은 신이었다.여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불을 켜니 거실 한가운데 엄청난 하트 모양의 장미가 있었다.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 티에 검은 슬랙스, 요즘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여름은 하마터면 누군지 못 알아볼 뻔했다.‘최하준이야?머리랑 옷 왜 저래?’지금 하준은 마치 학교에서 뛰쳐나온 학생 같았다. 다만 조금 불량학생처럼 보였다.아이돌이 저렇게 하고 나오면 꽤 멋지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하준이 그러고 있으니 정말 못 봐줄 꼴이었다.“왜? 너무 멋지지?”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름을 보더니 하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주혁이가 준 비법이 꽤 잘 먹이는 것 같은데?’비법에는 ‘여자는 약간 나쁜 남자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하준은 사실 그런 껄렁껄렁한 불량아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름에게 잘 보일 수만 있다면 본인의 취향과 전혀 상관없는 헤어스타일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여름은 진지하게 하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지다빈 씨가 왜 이럴까? 심각하게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이렇게 막 밖에서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다니?”“지금 나한테 관심 가져 주는 건가?”하준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괜찮아. 당신을 만나서 내 병세는 많이 좋아졌어.”“그럴 리가. 그런 애 같은 머리를 하고 남의 집에 막 꽃 뿌려놓고 이러는 걸 보니까 아주 병이 심각한 것 같은데요.”여름은 가차 없이 매몰차게 말을 이어 갔다.“자리를 잘못 찾으신 거 아닌가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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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화

“그러니까, 지다빈 씨까지 데리고 일부다처제하고 싶으시다?”여름이 조롱했다.“요즘 돈 있는 분들 사이에서 본처와 내연녀를 한 집에 데리고 사는 게 유행인가 보네.”하준은 여름의 빈정거림에 벌떡 일어섰다. 눈에는 핏발이 섰다.“지다빈은 이미 내보냈어. 그날 내가 지다빈 손을 잡고 침대에 누워 있어서 당신이 화났었다는 얘기는 나도 이제 이모님께 들었어. 정말 미안해.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 내가 사과할게.그리고 말을 이었다.“테마파크 일은 너무 오래돼서 나도 잊고 있었어. 10시 10분 불꽃놀이를 아직도 하는지도 몰랐고. 그쪽은 내내 독립된 테마파크 사업체에서 경영하고 있어서. 이번에 물어봤더니 폐장 전 불꽃놀이를 관람객들이 좋아해서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불꽃놀이는 일단 시간 변경하고 새롭게 꾸미기로 했어.”“지안 그룹은 내가 당신을 알기도 전에 지은 이름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 하지만 곧 지안그룹이랑 FTT 합병하고 나면 ‘지안 그룹’이라는 이름은 사라질 거야.”하준이 서서히 여름에게로 다가왔다. 눈에 간절함이 가득했다.“여름아, 돌아와. 난 당신 없이는 안 돼.”하준이 여름의 한쪽 뺨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더니 여름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키스했다.여름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귀에 감기는 하준의 목소리와 그 다정한 입술에는 매번 무너지고 만다.그러나 하준의 숨결이 느껴지자 여름은 정신이 확 들어 화다닥 뒤로 물러서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양치기 소년 얘기 알죠? 사탕발림으로 실컷 사람 홀려놓고 당신 곁으로 돌아갔더니 나에게 어떻게 했어요? 지다빈이 순진한 얼굴로 불쌍한 척을 하니 내가 괴롭혔다고 하고. 당신 친구들은 날 무슨 빌런 취급하지. 이제 더는 그런 대접 받고 싶지 않아요.”“그리고 백윤택 사건도 있었지. 분명히 백윤택이 그렇게 나쁜 인간인데도 사사건건 도와줘서 결국 윤정후가 칼을 들고 날 해치러 왔잖아요. 그 바람에 양 대표는 신장을 잃었고. 그 일로 내가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는지 알아요? 내가 왜 죄책감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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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화

1층으로 내려가 물을 따르던 여름은 불현듯 어렸을 때 하준의 보모가 툭하면 하준을 옷장에 가두었던 일이 생각났다.손에 든 컵이 털썩하고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여름은 급히 2층으로 올라가 옷장을 열었다.하준은 그 큰 몸을 달팽이처럼 잔뜩 웅크려 무릎에 머리를 묻은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나와요.”여름이 잡아당겨 봤지만 하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추워…. 때리지 마세요….”하준은 있는 힘껏 귀를 꽉 막고 있었다.마음이 약해지지 않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보니 결국 마음에 쌓았던 단단한 성벽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안 때려요. 이 안에서 자지 말고 우리 침대로 가요. 괜찮아.”여름은 하준을 한껏 그러안고 계속 머리를 쓸어주었다. 떨림이 멈추자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침대로 가서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러는 동안에도 하준은 내내 여름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몇 번이나 빼내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여름은 그냥 그대로 옆에 누웠다.하준이 잠들면 옆 방으로 갈 생각을 하던 여름은 피곤해서인지 어느새 함께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얼마를 잤을까….여름은 몽롱한 채로 누군가가 자신의 입술에 다급히 키스하는 것을 느꼈다.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눈을 뜨고 상대가 누군지 확실히 보이자 여름은 화가 나서 확 밀쳐버렸다.“누가 맘대로 나한테 뽀뽀하라고 했어요!”“자기 내 걱정하잖아, 어제도 마음 아파서 내내 나랑 같이 있어주고.”하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름을 바라보았다.“우리 사이 참 좋다, 그렇지?”“좋기는, 개뿔….”하준의 입술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다시 침실에서 지다빈이 하준을 올라타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갔다.하준이 걱정스럽게 따라오자 다 토한 여름은 얼굴을 들더니 하준을 노려봤다.“다시는 입 맙추지 말아요. 구역질 나니까.”“……”하준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내가 그렇게나 싫다는 뜻인가?그래, 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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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화

여름은 하준이 차려준 아침 식사에 좀 자극을 받았다.그래서 그대로 차를 몰고 모 호텔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전에 윤서에게 그 호텔 조식이 괜찮다는 말을 들었었다.그러나 막 식사하려는데 서유인과 추성호가 팔짱을 끼고 계단으로 올라옸다.조찬 식당 매니저가 공손하게 두 사람을 따르고 있었다.“일찍 오셔서 자리는 충분이 많습니다. 어디에 앉으시겠습니까?”서유인은 한 번 둘러보더니 시선이 여름에게로 떨어졌다. 눈을 번쩍이더니 곧 추성호를 끌고 다가갔다.“아니, 이게 누구야? FTT 사모님 아니야? 어째 혼자서 여기서 아침을 먹지? 그 사랑하는 최 회장은 어디로 가시고?”서유인이 사방을 돌아보았다.여름은 인상을 썼다.이제 겨우 조용히 아침을 먹나 싶었는데 갑자기 서유인이 나타나서 난리를 떠니 짜증이 났다.매니저는 당황했다.“저, 죄송합니다. 제가….”“전 괜찮습니다.”추성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곧 일어나실 것 같으니 강여름 씨 앉은 자리를 기다리죠. 강여름 씨는 이미 최 회장에게 쫓겨나서 며칠 전에 집을 사서 급히 이사 나갔다고 하던데.”매니저가 흠칫하더니 여름을 보는 시선이 갑자기 불손해졌다.“어디서인지 정보를 아주 빨리 제공 받으시네요.”여름은 입을 닦더니 추성호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기자들보다 정보를 빨리 얻으시는 것 같은데 우리 집 밖에 CCTV라도 달아 놓으셨나요?”추성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최하준이 전 여친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간병인으로 데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웃기네, 정말.”서유인이 한껏 조롱하는 말투로 덧붙였다.“지안그룹이면 백지안 이름을 그대로 딴 거잖아? 그 얼굴을 하고도 최하준 와이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뭐 어쨌든 내가 고마운 마음은 들어. 네가 최하준을 안 채갔으면 내가 우리 사랑스러운 성호 씨를 못 만날 뻔했잖아.”추성호가 아주 득의양양하게 서유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예전에는 그렇게 서유인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 서경주의 부재로 서유인은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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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화

“뭘 또 그렇게 꼬치꼬치 묻습니까?”추성훈이 서유인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아직도 최하준에게 관심 있어요?”“무슨 말씀을, 제 마음속에는 이제 성호 씨밖에 없어요.서유인이 눈을 살포시 내리깔며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러죠.”추성호가 작게 ‘그렇군요.’하고 말했다.‘뿐만 아니라 지금 최하준은 병세가 점점 더 악화돼서 며칠 전에는 구급차에 실려 갔지.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여름이 떠나자 길가에 서 있던 검은 세단에서 누군가가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모님께서 추성호와 서유인에게 자리를 뺏기셨습니다.”전면 유리 앞에서 하준은 창문 너머의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그 둘은 벌을 좀 받아야겠군. 둘에게 선물 하나 안기고, 식당은 이제 문 닫게 만들어.”******식당.추성호와 서유인이 아직 한창 식사 중이었다.갑자기 시 위생점검 전담팀에서 들이닥치더니 봉인 테이프를 붙였다.“이 식당에서 식사한 손님으로부터 식중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시간부로 봉쇄하고 위생 점검을 실시합니다. 관계자가 아닌 분은 즉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그러더니 식사하던 사람을 내보내기 시작했다.“빨리 나가주세요.”서유인은 부루퉁해졌다.“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요?”“누구신지는 제가 관심 없습니다. 현장 소개에 협조하지 않으시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합니다.”그러더니 집행요원들이 와서 둘을 끌어내려고 했다.서유인은 ‘악악’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신고할 거야!”추성호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윗선을 아니까 전화 한 통화면 이것들 다 모가지야.”“대표님, 큰일입니다. FTT 법무팀에서 들이닥쳐서 최근 20년 동안 FTT의 투자금으로 진행한 각종 프로젝트에 대해 추신이 과잉 이윤을 착취했다며 부당이득에 대해 환수를 추진한다고 합니다.”“뭐라고?”추성호의 안색이 확 변했다.“아니, 돌았어?”“지금 그쪽에서 들고 온 장부에 기록이 너무 또렷이 잘 되어 있습니다.”비서가 쓴웃음을 지었다.“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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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화

오봉규가 무척 아쉬운 얼굴로 물러났다.‘화신에서 줄만 잘 타면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군.’오전 내내 그룹 내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12시가 되자 회사 로비로 늘씬한 형체가 들어섰다. 압도될 만큼 큰 키에 수려한 모습을 보고 직원들이 수군거렸다.TV에서 봤던 그 얼굴이었다.“회, 회장님….”“어머, 어머, 어쩜 좋아. 최하준 회장 헤어 컷 봐봐. 너무 잘 어울려.”“최하준 회장이 여긴 무슨 일이지? 우리 대표님하고 이혼하겠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어우, 안 되지.”“회장님, 무슨 일로….”인포메이션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이거 안 보이나?”하준이 손에 든 도시락을 흔들어 보였다.“와이프에게 도시락 배달 왔는데.”“……”직원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이혼한다고 하지 않았나?어째서 회장님이 직접 도시락을 배달까지 왔담?’“우리 와이프는 어디 있나?”하준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안내 담당은 눈부신 하준이 매력에 정신이 다 아찔했다.“저기…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계시지 않을까요?”하준은 거침없이 구내식당으로 향했다.하준은 처음으로 화신에 와 보았다.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하준은 여름을 발견했다. 너무나 눈에 쏙 들어왔다. 카키색 정장에 한쪽으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름은 그야말로 사람이라기보다 여신처럼 보였다.몇몇 임원과 함께 있었는데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뭔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하준의 눈썹이 축 내려갔다.성큼성큼 걸어갔다.여름은 마침 집을 살 때 기가 막힌 할인을 받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져서 보니 다들 여름 등 뒤를 보고 있었다.멍한 여름 뒤로 하준의 위엄 있는 모습이 한껏 대비되었다.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선망과 존경 어린 시선이 두 사람에게 떨어졌다.여름은 심장이 철렁해서는 뒤를 돌아보았다.“허니, 내가 당신 도시락 싸 왔어.”하준의 말투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막 얼굴을 찌푸리고 한마디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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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여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어느 셰프 솜씨인가요?”“아니야. 내가 오전 내내 집에서 만든 거야.”하준이 조그맣게 말했다.동성에서는 당신이 나에게 잘해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당신을 따라다닐게.”여름이 비웃었다.“정말 여자 마음을 흔들 줄 아시네요. 백지안 사귈 때 하던 솜씨인가 봐요?”“믿거나 말거나 당신 말고는 누구에게도 밥 해줘 본 적 없어.”하준이 여름의 손에 젓가락을 쥐여 주었다.“먹어 봐.”“안 먹어요.”여름이 성질을 부렸다.‘먹고 싶으면 자기나 먹던지 왜 남한테 먹어라 마라야?’“허니, 정말 너무 하네. 자기도 전 남친은 있었으면서.”“그런 식이라면 나도 한선우 닮은 남자 하나 구해서 내 비서로 쓰게요. 그래도 되나요?”여름이 고개를 쳐들고 물었다. 역시나 하준의 눈에 불만이 어린 것을 보고 여름은 웃었다.“거 봐. 내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니까.”“미안해.”하준이 진심으로 사과했다. 지다빈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 안 해”“최하준 씨, 우리에게 이제 ‘앞으로’는 없어요.”강여름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하준이 얌전히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당신이 이거 안 먹으면 나 절대로 안 나가.”여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준을 쳐다봤다. 하준이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다.“자, 자, 빨리 와 봐.”하준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다가 갑자기 물었다.“당신 혹시 근시야?”“아니거든요.”“그런데도 내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 게 당신 눈에는 안 보여?”하준이 그 섹시한 입술로 시옷을 만들며 물었다.“……”여름은 기함했다.‘뭐야? 이거 완전히 내가 처음에 최하준 유혹할 때 하던 말 같잖아?’여름이 입술을 씰룩거리자 갑자기 하준이 검지 손가락을 여름의 입에 댔다.“아무 말도 하지 마.”“……”그러더니 한숨을 지었다.“당신이 아무 말도 안 하는데도 내 머릿속에는 당신 목소리만 들려, 어떡하지?”“……”‘뭘 어떡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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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화

‘여하간 love라고?’여름은 놀라서 딸국질을 했다.“왔어? 내가 새로 넣어 놓은 닉이야.”하준이 찡긋해 보였다.“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다 당신한테 배운 짓이지.”“……”여름은 예전에 자신이 하준을 꼬드기려고 엄청 노력하던 시절 ‘하여간 love’가 생각났다.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하염없이 부끄러웠다.‘내가 그땐 완전히 정신이 나갔었지.’“잘 보고 서명해.”정신이 들도록 하준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여름이 흠칫해서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나 최하준이 잘못을 저질러 무기징역에 처해진다면 강여름의 마음속에 영원히 갇히겠습니다.’하준이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헛기침을 했다.“마음에 들어?”변호사로서 아마도 최하준은 가장 로맨틱한 말을 쥐어짜낸 것이리라.여름이 하준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뭐 해?”“열 있나 보게요.”하준이 정색했다.“나 참, 이 문구를 생각하느라고 내가 밤새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아? 회사 일도 안 하고….”여름은 속으로 풋 하고 웃었다.‘그러니까 시가 총액이 그 어마어마한 그룹을 경영하시는 분이 몇 시간 동안 이딴 걸 생각하고 있었다고?’“아 몰라, 이게 다 당신이 내 와이프라서 그런 거잖아.”하준이 도시락을 정리했다.“밤에 일찍 퇴근해. 내가 밥해놓고 기다릴게.”“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소영이랑 밥 먹고 마사지 받으러 갈 거거든요.”하준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돌아보며 한마디 하려는데 여름이 먼저 말을 막았다.“나랑 소영이가 가까이 지내지 못하게 만들고, 소영이 욕을 하고 싶겠지만 내가 보기에 걘 의리 있고, 대범하고, 착하고, 가식이 없어요. 장점투성이야.”하준은 정말이지 여름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열어서 꺼내 보고 싶었다.“완전 백소영에게 세뇌당했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가 완전히 세뇌당하고 싶다면 어떨 건데요?”여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뭐, 또 당신 친구들 불러서 날 해코지라도 할 셈인가요?”“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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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화

“야, 최하준. 너 강여름 때문에 나한테 지적질하는 거 이걸로 벌써 두 번째야.”송영식이 짜증을 냈다.“다빈이는 지안이 동생이잖아. 이제 지안이도 없는데 이제는 내가 어떻게든 그 집 식구들 도와주고 싶다고.”“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서 지다빈이 자꾸 선 넘는 것도 슬쩍슬쩍 봐주고 그랬던 거야.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백윤택 하는 짓 봐라.몇 년 전 백윤택은 사람을 해쳤어. 모든 증거가 백윤택을 가리키는 상황인데도 나는 국민적으로 욕 들어 먹을 각오를 하고 변호를 맡았어. 그 일을 겪고 나서 난 내 직업에 강한 회의감이 들어서 법조계에서 물러나려고 했지. 그동안 윤정후가 날 죽이려고 하는 것도 내버려 둔 거 너도 다 알잖아?”“……”송영식은 아무 말이 없었다.하준은 여름의 손을 꼭 쥐었다.“백윤택을 4년이나 돌봐주었어. 심지어 지다빈네 가족 기업인 이서가 영하에 압박받는 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직접 영하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지. 그런데 이제 그것 때문에 내 결혼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었어. 사람은 앞을 보고 살아야지. 난 이제 더는 백지안에게 목매고 평생을 끌 다니고 싶지 않다. 그건 내 와이프에게 너무 불공평해.”송영식은 불만스러운 듯 이를 물었다.“지안이는 죽었어. 혹시… 나보다 네가 더 지안이를 좋아했던 거 아니냐?”송영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이제 들켰군.’“네가 아직도 내 친구라면 앞으로는 내 아내를 좀 더 존중해 주기 바란다.”그러더니 하준은 전화를 끊었다. 여름은 너무나 똑바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하준의 시선에 조금 당황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예전에 하준이 국내 최고의 변호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법조계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그게 백윤택 때문인지는 몰랐다.‘게다가 송영식이 백지안을 좋아했다니?이게 무슨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같은 상황이야?’“자기야, 나는 이제 당신을 위해서 과거는 잊고 우리의 미래를 바라보고 싶어.”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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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화

최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네 할아버지는 이미 현역에서 물러나셨잖니? 경고하는데 이렇게 일을 극단적으로 처리하지 마라. 그러다가 내가 너무 한다고 원망하지도 말고.”“저한테 뭘 어떻게 너무 하실지는 잘 압니다. 하지만….”하준이 갑자기 리모컨을 누르니 벽에 큰 스크린이 나타났다. 화면 속에는 FTT 이사들의 얼굴이 보였다.“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화상 이사회의 중이었거든요. 방금 하신 말씀을 다른 이사들이 다 들어버렸네요.”그중 가장 나이가 지긋한 주 이사가 입을 열었다.“추신에서 그 프로젝트로 그렇게 많이 벌었으면 투자한 우리 몫도 적지 않은 것 아니오? 최란 부회장이야 뭐 돈이 많으니 그까짓 푼돈… 싶은지 몰라도 우리는 안 그렇습니다. 회수할 이윤은 회수해야지요.”권무영 이사가 묘한 말투로 끼어들었다.“추신이 시댁인 건 우리도 이해하니 그 동안 뭐 어느 정도 보고도 못 본 척 해왔는데 이윤이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났는데도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죠.”모 이사도 콧방귀를 끼며 거들었다.“우리 아들 보니까 그렇게 죽도록 프로젝트팀에서 수십 년을 일해서 쥐어짜도 몇 푼 안 남던데 추신은 그 많은 FTT 자본을 가져다가 손도 안 대고 코를 풀어서 그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들였으니, 이거 뭐 FTT에서 죽 쒀서 개 주자는 것도 아니고….”주 이사가 다시 말했다.“얼마 전에 최양하가 추신에다가 또 새로 프로젝트 만들어 주면서 거액의 이윤을 넘겨주려던 걸 최 회장이 중지시켰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FTT 손해가 아주 천문학적일 뻔했어.”모 이사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우리는 그렇게 추신에게만 충성하는 부회장은 원치 않습니다.”최란은 점점 얼굴이 창백해졌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FTT를 경영한 지 수십 년인데 이사들이 최란에게 이렇게 따박따박 찔러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여러분, 제가 예전에 추신을 지원해 주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최하준 회장이 추신에 청구한 금액은 말도 안 되는 거예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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