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1699 챕터

491화

하준이 여름의 침대 곁으로 오더니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자기야, 나랑 지다빈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아까 간호사 선생님이 찔러서 피가 났거든. 지다빈이 들어오다가 마침 그 장면을 보고 놀라서 간호사 선생님을 밀어낸 장면을 당신이 본 거야. 이제 툭하면 그러고 화내지 말아. 엄마가 될 사람인데.”여름이 비웃었다.‘엄마가 될 사람이 속이 뭐 그렇게 좁냐고 비꼬는 건가?이제는 내 기분도 내 잘못이라는 말이야?’“이모님 핸드폰 좀 가져다주시겠어요?”여름은 하준에게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무시했다.이진숙이 휴대 전화를 가져왔다. 여름은 윤서에게 문자를 하나 보내고는 게임을 하며 일부러 하준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하준은 잠시 앉아 있다가 의사가 링거를 맞아야 한다고 재촉하자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이때 상혁이 서류를 한 무더기 안고 들어오다가 바로 하준에게 저지당했다.“나 지금 그런 거 볼 시간 없어. 가서 임신 출산 관련 책이나 좀 몇 권 사 오지.”상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아니, 이건 전부 지금 당장 처리해 주셔야 하는….”“아무리 급해도 내 아이보다 더 중요한가?”하준이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아니, 본인이 의사도 아니시면서, 방해나 안 되면 다행이지, 정말….’******정오. 윤서가 급히 들어왔다. 침상에 앉은 여름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넌 이생에 최하준을 벗어나기는 글렀나 보다.”여름은 심란했다.여름도 막 그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임신 중절을 하자니 차마 그리는 못 하겠고, 아이를 낳자니 최하준이 딱 들러붙어 안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FTT에서도 핏줄이니 간여하려고 들 것이고 여름도 낳아놓고 돌보지 않을 수는 없을 터였다.“그 얘긴 냅두고 이리 와 봐.”여름이 윤서에게 손짓했다.윤서가 다가가니 여름이 윤서의 주머니에 뭔가를 쑤셔넣었다.윤서가 이상해서 손을 펴보았다.“너 나한테 지금 종이 준 거야?”여름이 윤서를 잡아당기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종이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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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화

“빈털터리로 쫓아내는 게 영 그러면 좀 줘서 쫓아내시던가요? 결혼할 때 나에게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았던가요? 이혼하면 한 푼도 못 받을 줄 알라고.”여름이 까르르 웃었다.엄상인은 놀라서 하준을 흘깃 훔쳐봤다.‘세상 로맨틱 가이인 줄 알았더니, 뭐야? 완전 이기적인 양반이었네? 우리나라 최고 부자라며 이혼할 때는 돈 한 푼도 아까운 모양이야?두구쇠 같으니라고.’멸시의 시선을 느꼈는지 하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갑을 꺼내더니 큰소리쳤다.“앞으로 내 돈은 당신이 다 관리해요.”“됐어요. 요즘 진짜 부자들이 어디 자산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나? 다 투자하고 없지.”여름은 하준 쪽은 쳐다도 안 보고 말을 받았다.하준은 이제 완전히 말로는 여름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엄상인에게 말했다.“서류 가져오세요. 내가 처리하겠습니다.”이때 병실로 들어오던 상혁은 어이가 없었다.‘우리 회사 서류 처리할 시간도 부족한데 지금 남의 회사 일 처리해줄 시간이 어디 있으세요? 네?이제 우리 회장님이 완전히 와이프 바보가 돼버렸어.’하준은 서류를 받아 들고 소파에 자리를 잡더니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이진숙이 과일을 들고나오다가 깜짝 놀랐다.“회장님, 링거를 벌써 다 맞으셨어요? 보통 4시간씩 맞으시지 않았나요?”상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빨리 사모님 돌보러 가야 한다면서 수액 들어가는 속도를 최대한도로 조절해달라고 하셔서 빨리 끝났습니다.”이진숙은 할 말을 잃었다.여름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링거 떨어지는 속도를 체크했다.‘조금만 빨라도 아프던데 최대한도로 빨리 넣으라고 했다고? 어우….’압도적인 하준의 존재감이 병실을 채우고 있으니 다들 자리를 피해 나가버렸다.10분이 지나 여름이 꿈지럭거리더니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하준이 벌떡 일어났다.“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요. 의사 선생님이 꼼짝 말고 쉬라고 했잖아.”“아무리 그래도 나도 화장실은 가야죠.”여름이 언짢은 듯 툭 뱉었다.“의사 선생님은 그냥 많이 움직이지 말라는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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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화

“비상시국이니까 그렇지. 우리 아가들을 위해서 그러는 거야.”그렇게 말하는 하준을 기어코 내보내고 여름은 뒷일을 처리했다.침대로 돌아왔는데도 여름은 여전히 달아오른 얼굴에서 열기가 빠지지 않았다.이때 테이블에 놓인 과일이 눈에 들어왔다.과일이라도 좀 먹을까 싶어서 과도를 들자 또 하준이 벌떡 일어났다.“앉아 있어요. 내가 해줄게.”하준은 그러고 여름이 병실에 한나절을 버티고 앉아서 누워있거나 기대고 있거나 자는 것 말고는 여름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낮에 너무 많이 자는 바람에 여름은 다음 날 새벽 5시에 눈을 떠버렸다.깨어서 보니 하준이 자신과 같이 베개를 베고 누워있었다. 대체 최하준이 언제 침대로 기어들어 왔는지 기억도 없었다.어쨌거나 어제 하준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지다빈을 생각하니 새삼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어쨌거나 세상 모르고 잠에 든 하준은 마치 천사 같았다.기다란 속눈썹이며 모공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에 눈, 코, 입이 하나같이 예술이었다. 마치 신이 빚어낸 완벽한 예술품인 듯했다.그러고 반해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인기척을 느낀 하준이 갑자기 눈을 떴다.여름은 놀란 나머지 하준을 냅다 걷어찼다.“누가 남의 침대에 몰래 기어들어 오래요?”바닥에 떨어진 하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여기 병원이잖아? 당신은 왜 환자복을 입고 있어?”여름의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요 며칠 같이 지내면서 보니 하준의 기억력이 급속도로 감퇴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깨어나서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도 기억을 못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거의 치매환자 수준으로 기억력이 나빠진 것 같은데?’“기억이 안 나면 그만둬요.”여름은 침대에서 내려가 세수를 하고 양치도 했다.“말해 봐.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당신 어디 아파?”하준이 따라와서 여름의 손을 잡았다.병실에 붙은 휴게실에서 주무시던 이모님이 소리를 듣고 얼른 나오셨다.“사모님, 아침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아무거나 먹죠.”“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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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화

“진정해, 하준아. 닥터 류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라고.”이주혁이 나서서 달랬다.“내가 어떻게 진정을 해? 젠장, 난 지금 와이프가 임신한 것도 잊어버리고 앉아 있는데! 내일이면 와이프 얼굴도 못 알아보는 거 아니야?”하준은 곧 폭발할 것 같았다.닥터 류는 입술을 움찔움찔할 뿐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준은 이미 자신이 했던 말이 핵심을 찔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침대 위에 풀썩 앉더니 갑자기 침대 머리 맡의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하준아, 진정해!”이주혁과 닥터 류가 하준을 잡으려고 했지만 하준은 두 사람을 밀쳐버렸다.여름이 이를 악 물고 다가갔다.“나랑 우리 아이들 놀라잖아요.”치켜들었던 하준의 손이 공중에서 그대로 멈추었다. 여름과 여름의 배를 보더니 두 손을 공손히 내려 모았다.“난 이런 병이 있어서 나중에 아이들이 눈 앞에 있어도 알아보지도 못할지도 몰라.”“아니야. 내가 이미 해외에 나드자를 수소문하고 있어. 나드자만 찾으면 널 치료할 수 있을 거야.”이주혁이 하준의 어깨를 두드렸다.“나드자는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해.”하준의 눈이 순해졌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인 지도 모른다.“자기야, 난 신경 쓰지 마. 당신은 가서 좀 쉬어.”여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병실로 돌아갔다.잠시 후 이주혁이 들어왔다.“여름 씨, 지금 하준이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알겠는데, 지금 걔 상태 여름 씨도 알잖아요? 한동안은 하준이랑 싸우지 말아줬으면 해요. 아이를 위해서도, 하준이를 위해서도.”“지금 또 나 때문에 최하준 씨 상태가 안 좋아진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여름은 이주혁이 하준의 상태가 나빠지는 원인을 자신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은근히 기분 나빴지만 꾹 참았다.이주혁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덧붙였다.“강여름 씨가 이혼하자는 말을 꺼내고 나서부터 하준이 상태가 확실히 급속도로 나빠졌어요.”“난 지다빈이 오고 나서부터 상태가 악화됐다고 생각하는데요.”여름이 담담하게 말했다.이주혁이 미간을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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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화

“오늘은 별장에 있니? 집에 포도가 다 익었길래 좀 땄거든. 포도도 좀 주고 싶고, 너도 좀 나아졌나 궁금한데, 나는 굳에 네 집에 가지는 않으마. 할미도 볼겸, 네가 좀 건너오련?”“포도 좋네요. 임산부가 포도를 먹으면 포도처럼 까맣고 커다란 눈을 가진 애가 태어나겠군요.”하준이 중얼거렸다.“뭐, 뭐라고?”장춘자가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생각하시는 그거 맞습니다. 제가 아빠가 될 거예요.”하준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목소리가 고양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쌍둥이라네요.”“얘, 그렇게 중요한 얘기를 왜 이제서 하니?”장춘자가 얼마나 소리를 지르는지 하준은 귀가 다 얼얼했다.‘쌍둥이라고? 세상에나….’하준의 집안에서는 아직 쌍둥이가 태어난 적이 없었다.옆에서 돋보기를 쓰고 신문을 읽던 최대범도 다가앉으면서 전화기에 쫑긋 귀를 갖다 댔다.“제가 뭐 한다고 말씀드립니까? 우리 여름이를 예뻐하지도 않으시는데….”하준이 다리를 꼬았다.“눈에만 띄면 우리 여름이가 수모를 당할 텐데….”“……”장춘자가 핵심을 찔리자 당황했다.“그, 그건 예전 얘기 아니냐? 걔가 쌍둥이를 임신했으면 당연히 잘 해줘야지. 내가 지금 당장 가서….”“별장에 없습니다.”하준이 갑자기 우물쭈물거렸다.“병원에 있어요. 유산기가 조금 있어서요.”“뭐라고? 대체 무슨 일이라니? 내 새끼들은 다 무사한 게냐? 엄마라는 사람이 좀 조심하지 않고….”“아닙니다. 여름이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좀 잘못했습니다."하준이 슬쩍 에둘러서 답했다.장춘자가 전화를 끊고 40분도 안 돼서 최대범과 함께 병원에 나타났다.두 노인네가 나타나자 여름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장춘자와는 두 번 만나봤고, 최대범은 한 번 만나봤는데 모두 다 좋은 인상을 남긴 적이 없었다.그런데 두 분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 들어오니 이상할 따름이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오셨어요…?”여름이 막 일어서려고 하자 최대범이 위엄 있게 말했다.“어어, 거 움직이지 마라. 우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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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화

‘방을 따로 쓰다니, 말도 안 돼! 하루도 못 참아!’여름은 설명해 드릴까 하다가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본가로 들어가고 싶어요. 할머니는 자식도 여럿 낳으셨고 경험도 풍부하시니까 할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그럼, 그럼.”장춘자가 마음에 든다는 유감없이 드러냈다.이번에는 여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하준의 어두운 눈빛이 여름에게로 향했다.왜 이렇게 죽자 하고 자신을 피하면서 한사코 같이 안 자려고 하는지 여름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나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네가 찬성하거나 말거나.”최대범이 명령하듯 말했다.“우리 집안의 첫 쌍둥이니 무조건 몸조리 잘해서 순산해야 한다.”“……”‘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말씀드리지 않는 건데.’두 노인네가 떠나자 하준은 축 처져서 여름을 쳐다봤다.“일부러 그랬지?”“네.”여름이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받았다.“최하준 씨는 잊어버렸나 본데, 난 내가 어쩌다가 유산할 뻔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거든요. 지금 나에게는 당신 본가가 가장 안전한 곳인지도 몰라요. 최소한 당신 친구가 당신 병세 악화된 것이 내 탓이라며 날리는 경고 같은 건 안 들어도 될 거 아녜요?”하준의 눈에 짜증이 확 지나갔다.듣자마자 이주혁과 송영식이 또 여름을 찾아가서 한소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둘은 아무래도 내 수십 년 친구이다 보니 나에게 좋을 것이라고 한 짓이겠지.’“미안해요….”“미안할 것 없어요. 난 그럴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당신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건 나도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 마음 속에는 나 말고 지다빈도 있는데 왜 당신의 병세가 나빠진 게 전부 내 탓인지 모르겠네. 심지어 그런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도 참아야 한다니까.”여름은 그런 말을 하고 나니 더는 최하준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불현듯 이주혁이 여름을 협박하면서 자기 아버지의 치료를 들먹였던 일이 떠올라 더 울컥했다.******다음 날 아침.본가에서 직접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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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화

최민은 강여름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강여름 때문에 하준이가 날 FTT보험 사장 자리에서 날 끌어내리는 바람에 졸지에 내가 백수가 돼버렸다고.’그래서 최민은 여름을 생각하기만 해도 이가 갈렸다.“전 최하준의 아내인데, 왜요? 전 여기 오면 안 되나요, 이모님?”여름이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흥! 감히 날 이모님이라고 부르지도 마. 네까짓 게 FTT 사모님이라니 가당치도 않다.”“그러니까 말이야. 혼외자식 주제에. 우리는 인정 못하지.”최정도 아무렇지 않게 멸시의 말을 했다.“괜히 저를 건드리지 않으시는 게 좋을 텐데요.”여름은 타격감 없는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최민이 웃었다.“내가 널 자극하면 또 어쩔 거고, 내가 널 한 대 치면 또 어쩔 거야?”그러면서 손을 쳐 드는데 최정이 최민의 손을 잡았다.“엄마, 저기 할머니….”최민이 멈칫하고 돌아보니 장춘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멀어서 이쪽 상황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을 가능성은 있었다.“할머니가 오시면 또 어쩔 거야? 어쨌든 할머니도 이딴 애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고.”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손을 쳐 드는데 여름이 최민의 손목을 딱 잡았다.최민이 힘을 주어 뿌리치자 여름이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저만치 다가오던 장춘자는 깜짝 놀랐다.“아이고, 우리 아가. 괜찮으냐?”장춘자가 다급히 뛰어왔다.최민의 입꼬리가 의기양양하게 올라갔다.“엄마, 난 괜….”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장춘자가 긴장해서 여름을 부축했다. 귀한 보물이 뭐에라도 닿을세라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할머니, 지금….”최정은 기함해서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할머니가 지금 강여름을 ‘우리 아가’라고 부르신 거야?’“전 괜찮아요.”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뭔가 불편해 보이는 여름이 배를 만지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여기 계속 살아도 아기를 무사히 낳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임신했어?”최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조용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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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화

최정은 마음이 다급해졌다.“할머니,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요….”“나하고 네 하래비는 이제 늙었다. 이젠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악독한 마음은 내가 견디기가 힘들구나. 정아, 너도 엄마처럼 그런 마음이 들면 앞으로는 우리 집에 안 와도 된다.”장춘자는 정말이지 최민 모녀의 모진 마음에 넌덜머리가 나서 손을 휘휘 저었다.바로 집사를 불러서 두 모녀를 밖으로 모시라고 일렀다.“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여름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네가 왜 사과를 하니? 내가 내 두 눈으로 다 봤다. 걔들이 먼저 너한테 달려들었잖니? 내가 널 뭐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그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시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널 미워하지도 않는다.”장춘자가 대놓고 솔직하게 말했다.여름도 그런 말을 들었다고 마음이 괴롭지도 않았다. 되려 장춘자의 그런 솔직함에 안심이 됐다.“앞으로 누가 널 괴롭히거든 나한테 말하렴. 그리고 넌 이제 하준이 아내니까 우리 세상 떠나고 나면 이 집은 네가 관리하게 될 게다. 그러니 산책하면서 이 집에도 익숙해지렴.”여름은 흠칫 놀랐다.‘할머니가 날 받아주시는 건가?’하지만 지금 여름과 하준이 관계로는 그렇게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장춘자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여름을 들여다보더니 심란한 듯 한숨을 쉬고는 집사와 함께 갔다.“에휴, 그런데 이제 FTT 안주인이 될 애 얼굴을 저 지경을 만들어 놔서….”집사가 끄덕였다.“그렇죠. 하지만 회장님께서 계속 실력 있는 성형외과의를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그래, 애 얼굴을 좀 되돌려 놓을 수 있으면 참 좋겠구먼.”******밤 9시 반.여름이 윤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걱정하지 마. 동성은 내 구역 아니냐? 교도소에 연락해서 머리카락 얻어내는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윤서가 말을 이었다.“재촉해 놔서 이틀이면 결과 나올 거야.”“그래, 잘 부탁할게.”“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인사치레를 하냐? 적응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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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화

“걸어. 이 시간이면 할머니 전화기 꺼놓고 주무실 시간이거든.”하준이 의기양양하게 말하면서 여름을 와락 안았다. 왼손으로는 여름의 배를 문질렀다.“어디 보자. 오늘 우리 아기들은 얼마나 컸나?”“아니 이제 6~7주 된 아기들이 뭐 만져진다고.”여름은 어이가 없어서 하준을 밀어냈다.“가요. 난 잘 거야.”“아까 물어본 거 대답 안 해줬잖아.”하준이 눈빛을 빛내며 여름을 쳐다봤다.“누가 우리 아기들 이모가 돼 주냐고? 임윤서는 영 머리가 영리한 것 같지는 않으니 별로고, 백소영이면 더 동의할 수 없고….”“최하준 씨, 오밤중에 와서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예요?"여름은 화가 나서 베개를 집어 던졌다.“애는 내가 낳을 거니까 누가 이모가 되던 내 문제지. 한 번만 더 시끄럽게 굴면 다 그만둘 거야.”“뭐라고?”하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말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면 안 되지. 아기가 아직 요만하다고 해도 우리 하는 말 다 들릴 텐데. 우리 아기들 기분이 어떻겠어?”여름은 임신으로 인해서 쉽게 흥분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하준에게 지적질을 당하자 갑자기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누가 막 그렇게 자극하라고 했나? 당신이 나랑 다시 같이 살고 싶다면 이제 내 친구도 다 받아줘요.”하준은 여름이 울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알았어, 알았어. 울지마.”여름은 그치기는커녕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당신이 뭔데 내 친구를 두고 마음에 드니 안 드니 그래? 송영식은 머리가 좋아? 내가 보기에는 무식하던데. 이주혁은 완전 여자만 밝히는 바람둥이고. 당신 친구도 괜찮은 사람 하나도 없던데.”“……”하준은 여름의 팩트 폭격에 놀라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원래라면 이렇게 여름이 자기 친구를 모욕하면 화가 나야 정상인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름을 보니 그저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울지 마. 울면 아기한테 안 좋아.”“울 거야. 누가 오밤중에 내 방에 들어와서 나랑 싸우래? 나도 밤에 가만히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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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화

第 “어라? 윤서 언니?”상대 차의 창문이 열리더니 여우 같은 신아영의 얼굴이 나왔다. 임윤서를 만나서 사뭇 반갑다는 표정이었다.임윤서는 울컥했다.‘와 씨, 동성에 오자마자 제일 짜증 나는 얼굴을 만난단 말이야?’“언니 동성에는 어쩐 일이에요? 새 남친 생겼다면서요? 언니가 상원이 오빠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신아영은 눈썹을 여덟 팔 자로 만들면서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남이사! 넌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안 들리니? 너 내 차 받을 뻔했잖아!”임윤서는 이제 참을 수가 없었다.신아영이 억울하다는 듯 우물쭈물했다.“미안해요, 그게….”“내가 대신 사과할게.”보조석 문이 열리더니 윤상원이 나왔다. 그 위풍당당하던 윤상원은 이제 파리하고 힘이 없었다. 미간은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그런 꼴을 보니 임윤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그러나 얼른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걱정의 말을 꿀꺽 눌러 삼켰다.이미 헤어졌으니 윤상원이 어디가 아프던 이제 임윤서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예전처럼 윤상원이 병이 나니 신아영이 곁에 붙어 있는 상황이 아닌가.“내가 너무 속이 안 좋아서 아영이가 급하게 자리를 찾느라고 그런 거야.”윤상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임윤서를 쳐다봤다. 하얀색 SUV를 끌고 옅은 화장을 한 임윤서는 너무나 근사했다.윤상원은 자신이 서울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내내 단 한 순간도 자신은 임윤서를 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임윤서와 함께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내내 우울하기까지 했다.전에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생기면 거절하지 않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이번에 속이 안 좋은 것도 어젯밤 너무 마셔서 위를 상했기 때문이었다.신아영은 윤상원이 내내 임윤서를 쳐다보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불타올라 억지웃음을 지었다.“언니, 언니가 오빠랑 먼저 들어갈래? 전에는 늘 언니가….”‘늘 언니가…?’임윤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말 이상하게 하네?그래. 늘 내가 윤상원하고 같이 있었지. 그런데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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