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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화

최정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할머니,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요….”

“나하고 네 하래비는 이제 늙었다. 이젠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악독한 마음은 내가 견디기가 힘들구나. 정아, 너도 엄마처럼 그런 마음이 들면 앞으로는 우리 집에 안 와도 된다.”

장춘자는 정말이지 최민 모녀의 모진 마음에 넌덜머리가 나서 손을 휘휘 저었다.

바로 집사를 불러서 두 모녀를 밖으로 모시라고 일렀다.

“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여름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네가 왜 사과를 하니? 내가 내 두 눈으로 다 봤다. 걔들이 먼저 너한테 달려들었잖니? 내가 널 뭐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그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시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널 미워하지도 않는다.”

장춘자가 대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름도 그런 말을 들었다고 마음이 괴롭지도 않았다. 되려 장춘자의 그런 솔직함에 안심이 됐다.

“앞으로 누가 널 괴롭히거든 나한테 말하렴. 그리고 넌 이제 하준이 아내니까 우리 세상 떠나고 나면 이 집은 네가 관리하게 될 게다. 그러니 산책하면서 이 집에도 익숙해지렴.”

여름은 흠칫 놀랐다.

‘할머니가 날 받아주시는 건가?’

하지만 지금 여름과 하준이 관계로는 그렇게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장춘자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여름을 들여다보더니 심란한 듯 한숨을 쉬고는 집사와 함께 갔다.

“에휴, 그런데 이제 FTT 안주인이 될 애 얼굴을 저 지경을 만들어 놔서….”

집사가 끄덕였다.

“그렇죠. 하지만 회장님께서 계속 실력 있는 성형외과의를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애 얼굴을 좀 되돌려 놓을 수 있으면 참 좋겠구먼.”

******

밤 9시 반.

여름이 윤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

“걱정하지 마. 동성은 내 구역 아니냐? 교도소에 연락해서 머리카락 얻어내는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윤서가 말을 이었다.

“재촉해 놔서 이틀이면 결과 나올 거야.”

“그래, 잘 부탁할게.”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인사치레를 하냐? 적응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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