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1699 챕터

441화

여름은 마음이 좀 답답했다.‘남의 이름에 백지안처럼 ‘지’자가 들어갔다고 신경 쓰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그렇다고 엄청 대범한 사람인 척하기도 싫어서 대놓고 비죽거렸다.“어린애 말을 잘도 듣네.”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허리를 숙여 여름의 몸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뭐 타는 냄새 안 나? 질투심에 강여름 불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어쭈, 아주 이런 걸로 농담을 하시겠다?”여름이 하준을 찰싹 때렸다.말이 때린 것이지 실상은 간지러울 수준이었다.여름의 손을 와락 움켜쥐더니 그 손을 하준이 입술로 가져가 쪽하고 키스했다.“예전 같으면 내가 말 안 듣지. 오히려 주위에 정신병원에서 파견 나온 의료인이라면 반감을 가졌겠지. 하지만 지금은 강여름을 위해서 빨리 건강해지고 싶어졌거든. 다시는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알겠지?”여름은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자기가 너무 쩨쩨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알았어요. 하지만 좀 나이가 많은 사람을 두거나 남자로 해도 되잖아요? 출근하고 나면 하루 종일 당신이랑 저 사람이랑 둘이서만….”하준이 웃더니 여름의 턱을 치켜올렸다.“이거, 이거, 진짜 질투하는데?”“최하준!”여름은 새빨개진 얼굴로 하준을 노려보았다.“적당히 하시지?”“나 참, 난 입맛이 엄청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아직도 몰라? 그러니까 내 옆자리는 강여름이 아니면 안 된단 말이야.”하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에 내가 서유인이랑 있을 때는 꿈쩍도 안 하는 것 같더니, 엄청 질투하면서 말만 안 한 거군?”“……”팩폭을 당하자 매우 민망했다.“흥, 당신이랑 안 놀아. 밥이나 해야지.”여름은 하준에게 수건을 집어 던지고는 밥을 하러 내려갔다.주방에 들어가니 지다빈이 리스트를 들고 왔다.“사모님, 이게 평소 회장님이 드시는 식단표인데요. 조금 더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위주로 준비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폭식은 피해야 하고요.”“알았어요. 고마워요.”여름이 목록을 받아 들더니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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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화

지다빈은 여름의 조심스럽게 여름의 눈치를 살피며 살그머니 문을 닫고 나갔다.하준이 웃음을 띠고 말했다.“당신 때문에 애 놀랐잖아.”“……”여름은 입을 꾹 다물었다.“내가 뭘 어쨌다고 놀라요? 엄청 다정하게 말했는데.”“그래. 하지만 엄청 질투가 섞여 있었지.”하준이 끄덕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냥 우유잖아. 그런 걸로 질투하지 마.”“……”‘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쩨쩨한 사람 같잖아.’여름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억울했다.‘내가 너무한 거야? 아니잖아?’“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이리 와. 머리 말려줄게.”하준이 드라이어를 꺼냈다.머리를 다 말리고 여름은 이불을 파고 들어갔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틀 연속 사랑을 나누고 나니 하준이 어쩐지 더 다정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여름은 여전히 조금 부끄러웠다.그런데 오늘은 하준이 불을 끄더니 얌전히 누워있었다. 평소의 하준 같지 않았다.여름은 살짝 어색해하면서도 하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우리 애기 착하지, 자자.”다정하게 말하며 하준이 여름의 등을 토닥였다.여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입술을 깨물고는 하준의 목을 껴안았다.“쭈운….”불을 껐기 망정이지 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여줄 뻔했다.움찔하더니 하준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러나 곧 진정했다.“아까 다빈 씨가 그러는데 아직 약 복용 중이고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으니까 부부관계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여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내내… 괜찮았잖아. 굳이 조심할 필요가 있을까?”“나 참, 내가 그렇게 좋아?”하준이 갑자기 플러팅하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거든요!”여름은 돌아누웠다.‘사람 부끄럽게, 진짜!’“에헤이, 거짓말쟁이!”등 뒤에서 하준이 꼭 안았다.“우리 애기 착하지. 난 지금 너무 자극을 받으면 안 돼. 내가 날 컨트롤하지 못해서 당신을 다치게 할까 봐 겁난다고. 지난번에도 그랬잖아.”여름은 입술을 깨물고는 한참 만에야 억지로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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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화

“잘 들어. 네 아빠는 나랑 이혼하려고 했다. 그래서 너에게는 벨레스 주식을 5%만 물려주려고 했어. 강여름에게는 35%를 물려주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이게 다 널 위한 거야.”위자영이 서유인의 어깨를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서유인의 눈에는 혐오가 떠올랐다.“우리 아빠가… 왜? 나한테 왜 그러는데?”“그러니까.”위자영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벨레스 주식 5% 가지고는 재벌가에 우리 모녀는 명함도 못 내밀어. 추성호도 너랑 결혼하겠다고 안 할 거다.”서유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시는 최하준에게 버림받았던 것처럼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왜 다들 강여름만 좋아하는 거지? 그리고, 내가 아빠 딸이 아니면 난 누구 딸인데?”“울지마라. 네 아빠가 벨레스를 너에게 물려줄 거야.”위자영이 서유인을 끌어안았다.“곧 다 알게 될 거야.”******상혁이 벨레스 관련 정보를 여름에게 가져왔다.그동안 서경재는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주주들을 만나 자기편으로 포섭하는 한편, 서경주의 측근들을 각종 이유로 직위 해제 시켜 버렸다.겨우 2주 만에 벨레스는 기본적으로 서경재의 손에 넘어갔다.“정말 사모님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서경재의 행보에 놀란 모양입니다. 다들 평소 서경재가 그동안 발톱을 숨기고 살았다고들 하더라고요.”상혁은 이제 여름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놀라운 통찰력이었다.“서유인은요?”갑자기 여름이 물었다.“지금 부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에는 그냥 직함만 받아 놓고 설렁설렁하더니 2주 전부터 갑자기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주주 회의에도 참석하고 서경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합니다.”여름이 생각에 잠겼다.“서경재는 서유인에게 어떤가요?”“굉장히 잘해줍니다. 며칠 전에는 꽤 큰 프로젝트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벨레스와 추신이 손을 잡을 준비중입….”여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상혁 씨, 뭐 하나만 부탁하죠. 가서 뿌리가 살아있는 서경재와 서유인의 머리카락을 좀 구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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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화

12시 반, 세단 한 대가 펜션으로 들어왔다.송영식과 이주혁이 입구에서 기다린 지 한참 되었을 때에야 뒷문이 열리더니 지다빈이 안에서 나왔다. 둘은 몇 초간 얼어 있었다. 특히 송영식은 눈이 완전 휘둥그레졌다.“지안아… 아니지 지안이는 이거보다는 예뻤는데.”송영식은 흥분하는 듯하더니 곧 냉정을 찾았다.“아, 우리 사촌 언니를 아시나 봐요? 전 지안이 언니 사촌 동생이에요.”지다빈이 웃으니 보조개가 쏙 패였다.송영식이 살짝 눈시울을 붉히더니 시선을 피했다.“지안이 동생이면 이제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지.”“하준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이주혁이 하준에게 물었다“병원에서 보내준 간호조무사야.”하준이 담담하게 설명했다.“그랬구나.” 이주혁이 끄덕였다.“일은 잘해? 넌 좀 좋아졌고?”지다빈은 그 말을 듣더니 긴장한 얼굴로 하준을 쳐다봤다.“걱정하지 마.”송영식이 지다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일 못했으면 하준이가 벌써 사람 갈아치웠지.”지다빈이 고개를 들고 피식 웃었다.“제가 잘 못한다 싶으면 얼른 다른 분으로 교체하세요. 지금 병환 돌보시는 게 제일 중요하죠.”“뭐 괜찮아.”하준이 지다빈을 한 번 보더니 먼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이주혁이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야, 저런 애를 왜 곁에 둬? 아직 백지안 못 잊은 거야?”“쓸데없는 소릴. 전에 나 어떻게 치료됐는지 잊었어?”하준은 살짝 짜증이 났다.“의사가 그러는데 내 병은 유아기의 영향이 크대. 지안이는 내 유년기에 유일한 빛이었잖아. 비슷한 얼굴이라도 보면 빨리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요즘 확실히 상태가 꽤 좋아졌다니까”“하지만 여름 씨가 알면….”“절대 모를 거야. 너희들만 입 다물면.”하준이 경고하듯 주혁을 노려봤다.“영식이도 입막음 잘해 놔.”이주혁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백지안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점을 떠올리고 나니 딱히 할 말도 없었다.“아참, 요즘 ‘영하’랑 한 판 뜨고 있다며?”“한 판 뜬다기보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지. 왜?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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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화

“아름다우시네요.”강여름이 진심으로 감탄해서 말했다.“최 회장 사모님에게 그런 칭찬을 듣다니 영광이네요.”여자가 빙긋 웃었다.“절 아세요?”여름은 잠시 멍했다.“아, 하긴. 지난번에 발표회에서 많이들 보셨겠구나. 저처럼 독특한 얼굴이면 기억에 남기도 쉽겠죠.”상대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외적인 미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푸훗, 저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죠.”여름이 웃었다.“차는 어쩌다가 빠졌어요?”“아까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피하다가 빠졌는데 몇 번을 빼보려고 했는데 제 힘으로는 뺄 수가 없네요.”그 사람이 쓴웃음을 지었다.여름은 직접 가서 상황을 살폈다.“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키 주실래요?”상대가 반신반의하며 키를 건넸다.여름이 바퀴 아래 큰 돌을 하나 괴더니 운전석에 앉아 확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가 순식간에 빠져나왔다.“이제 보니 베스트 드라이버셨군요. 고마워요.”상대가 감탄을 표했다.“천만에요.”여름이 돌아서 차에 올랐다.차윤이 곧 차를 출발시켰다.여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윤은 언제나 여름을 보호해주는 사람이었는데 아까는 아예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차윤 씨, 혹시… 아까 그분 알아요?”“네.”차윤은 조금 망설이다가 답했다.“보통내기 아닙니다. 이쪽 바닥에서 평가가 아주 안 좋습니다. 앞으로는 가까이하지 마세요.”“그래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여름은 사실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사람이 괜찮은지 아닌지는 보기만 해도 알지. 게다가 아까 그 사람은 내가 최하준의 와이프인 줄 알면서도 다른 재벌가 사람들처럼 명함을 주거나 하면서 굳이 나랑 연줄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잖아.좀 차갑기는 했지만 예의는 바르던걸.남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기 길 가는 사람이라서 평가가 안 좋을 수도 있지.”******펜션에 도착하니 6시가 다 되어 있었다.여름은 차에서 내려 호숫가 정자로 다가가는데 종업원들이 하는 얘기가 귀에 들어왔다.“프랑스 요리 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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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화

그 이름을 보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진 채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람을 빨아들일 듯한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아직도 안 와?”“곧 도착해요.”“알겠어.”통화를 끝내고 여름은 마음을 가다듬었다.최대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아마도 그 사람들이 뭘 잘못 알았겠지. 나랑 하준 씨가 어떤 일을 겪어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조금 더 하준 씨를 믿어 줘야 해.’3분 뒤 여름은 풀밭에 있는 하준 일행을 보게 되었다.남자 셋과 여자 하나, 모두 넷이었다.원래 그렇게 눈에 띄지 않던 지다빈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명품 SS신상을 걸친 다빈은 고상하고 시원스러워 보였다.지다빈은 불판 앞에서 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고 송영식이 두 사람 곁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주혁은 나른한 자세로 맥주를 들고 미소를 띠고 있었다.대단히 따뜻해 보이는 장면이었다.여름에게 갑자기 확 불안이 덮쳐왔다. 하준과 부부라고는 하지만 하준과 약간 친분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여름은 하준의 친구와 그렇게 친하고 화목하게 지내본 적이 없었다.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라면 당연히 남편의 사교 범주에 함께 들어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하지만 여름이 그렇게 스며들기도 전에 지다빈은 이미 너무 자연스럽게 그들의 분위기에 녹아든 것으로 보였다.겨우 고용된 지 2주밖에 안 되는 간호조무사 주제에….여름은 그 장면이 너무 눈꼴 시고 역겨웠다.“어? 여름 씨….”이주혁이 제일 먼저 여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하준이 돌아보더니 여름을 향해 손을 뻗었다.여름은 웃음을 짜내며 다가가 하준의 손을 잡았다.“갑자기 바비큐가 무슨 일이야?”“바비큐 좋아해?”“뭐, 내가 별로라면 다른 거 먹게?”여름이 빙긋 웃으며 하준을 쳐다봤다. 농담처럼 툭 건넸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진심을 담은 물음이었다.하준은 원래 프랑스 요리를 먹기로 했다가 갑자기 바비큐로 메뉴가 바뀐 것을 떠올렸다.‘지금 다시 프랑스 요리로 바꾸자고 한다면….’하준은 머리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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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화

지다빈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여름이 기다리지 않고 말을 잘랐다.“돈을 써서 사람을 고용했으면 존중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송 대표는 집에 일하는 분에게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죠?”송영식도 화가 났다.“강여름 씨, 이거 너무 하시네. 내가 당신한테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 말에 가시가 있네? 이봐요, 우리 다빈이는 다른 사람하고 다르…”“송영식!”하준의 낮은 목소리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내 와이프야. 말 조심하지 그래?”여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송영식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랬을까?다른 사람하고는 달라?뭐가 달라?’송영식이 짜증을 냈다.“그러면 네 마누라 관리 좀 하지 그래?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라 그래. 저러고 돌려 돌려 말하지 말고.”“난 충분히 있는 대로 말한 것 같은데.”여름이 담담하게 반격했다.“아니, 진짜….”“자기야, 이리와 내가 수제 소시지 구워줄게.”하준이 갑자기 여름을 잡아 끌었다.“우리는 저쪽으로 가자.”“…그래요.”송영식은 어쨌든 하준의 친구이니 이러고 난리를 쳐 봐야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여름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준과 다른 쪽으로 가서 바비큐를 구웠다.그러나 기분은 여전히 별로였다.‘아니,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대체 왜 송영식하고 싸움이 난 거지?’지다빈의 방금 그 세상 순진무구한 척하는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강여경이 떠올랐다.‘맞다, 강여경이 동성에서 이상하게 실종됐었는데…’“양파 다 타겠는데? 뒤집어야겠어.”하준이 말을 걸었다.“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아니에요. 그냥 뭐 좀 생각하느라고.”“뭐길래 나랑 있는데 딴 생각을 하실까?”하준이 쭉 뻗은 눈썹을 치켜 세웠다.“난 그냥… 요즘 간호조무사는 돈을 잘 버나 보네, 하고 있었어요. 지금 입고 있는 거 명품 신상이잖아. 한 세트에 몇백 만원은 할 텐데.”여름이 엉뚱한 데로 말을 돌렸다.하준의 눈썹이 모아졌다.“오후에 낚시를 좀 했거든. 근데 어쩌다가 쟤가 호수에 빠져 버렸어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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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화

이제는 이주혁도 짜증이 났다.“정말 너무 하시네….”“죄송합니다. 여기는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이때 다급한 호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돌아보니 어떤 여자가 이쪽으로 오려고 호텔 직원과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여름은 그 사람이 아까 길가에서 구해준 차주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이 봐요, 백소영 씨. 누가 이런데 막 들어오라고 했습니까?”송영식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이 가득했다.“당장 나가주시죠.”“난 최 회장 찾아온 거예요.”백소영은 속눈썹을 바르르 떨면서도 고집스럽게 최하준을 쳐다봤다.“우리 ‘영하’ 얘기 좀 하죠.”“최 회장이 영하를 도와줄 것 같습니까?”송영식이 비웃었다.“당신네 영하가 얼마나 비열한 짓을 했었는지 생각해 보시죠. 저기, 경비 불러서 이분 모셔 나가도록 해요.”곧 펜션 경비들이 놔서 둘러싸더니 백소영 양 쪽에서 팔을 하나씩 잡았다.“잠깐만요!”여름이 벌떡 일어났다.“그분은 내 친구예요.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해도 되나요?”“함부로 끼어들지 마시죠.”송영식이 외쳤다.“오늘 정말 나랑 해보자는 겁니까?”“나한테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대놓고 말하세요.”여름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내가 펜션 들어올 때부터 해서 계속 저한테 안 좋은 얼굴하고 계시던데.”송영식은 이제 상대도 하기 싫다는 듯 하준을 바라보았다.“하준아, 네 와이프 좀 어떻게 해줄래?”“이리 와요.”뜻밖에서 이번에는 하준까지도 가라앉은 목소리로 여름을 제압하려고 들었다.“우리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요.”‘우리 일…?지금 나랑 송영식이랑 싸우는 거 안 보여? 이게 왜 너희 일인데?방금 송영식이 나한테 함부로 하는 거 못 본 거야?’여름은 남편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크게 실망했다.“내 친구라면 내가 꼭 들어오라고 해야겠어요.”여름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자리에 있던 세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여름에게로 떨어졌다.전혀 우호적인 시선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남들 시선이야 전혀 신경 쓰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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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화

“백소영, 그만 해. 괜히 남의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마.”마침내 이주혁이 입을 열었다. 바비큐 불판 앞에서 편안한 캐쥬얼을 입고 서 있는 이주혁은 자신감 넘치고 시원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깊은 두 눈만큼은 심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사람 짜증 나게 하는 그 매운 말솜씨 여전하구나.”백소영의 가슴에 날카로운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이주혁, 더 멋있어졌네. 그런데도 예전처럼 날 미워하는구나.’백소영이 얼음처럼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그간 여러분을 최대한 피하고 마주치지 않으려고 해 왔으니 뭐 얽힐 것도 없었을 텐데 왜 갑자기 우리 영하에 이래요? 우린 최 회장의 제품이 없으면 안 되는 거 다 아시잖아요? 제발….”“영하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지.”하준은 찬바람이 쌩 불도록 돌아섰다.백소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백소영의 눈에서 무력함을 읽고 여름은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렸다.“내가 무릎을 꿇어도 안 될까요?”돌아선 하준을 절망적인 눈으로 보던 백소영이 물었다.송영식이 잔인하게 뱉었다.“밤새도록 꿇어 앉아 있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다 자업자득 아닌가? 돌아가서 반성하고 인간이나 되시죠. 그러면 먹고 살 길은 터줄 지 모르니까요.”“전에도 그러더니 지금도 이러네요. 내가 대체 당신들에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예요?”백소영은 자조적으로 웃더니 돌아섰다. 그런데 그때 지다빈의 얼굴을 보더니 멈춰 섰다.“이게 누구야?”지다빈은 당황해서 얼른 하준의 등 뒤로 숨었다.최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당장 나가십시오.”백소영이 씩 웃더니 세 남자를 한 번 훑어 봤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뭇 동정 어린 시선으로 여름을 쳐다봤다.“셋이 이러고 순진한 사람 하나 속이고 희롱하니까 재미있나 보네?”여름은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저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지? 무슨 소리야?’여름은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너무 아파서 그 말을 들은 세 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확 변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야, 당장 나가!”이주혁이 성큼성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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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화

숯 타는 소리만 지글지글 들릴 뿐 주위는 조용했다.얼마나 지났을까…. 하준이 겉옷을 잡더니 여름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다 먹었다. 이제 그만 방으로 갈까?”“난 집으로 갈게요.”여름이 냉랭하게 답했다.송영식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내일 아침에 바다 낚시하러 가기로 했잖아? 여름 씨는 차 실장더러 데려다 주라고 하자. 우리도 서로 시간 안 맞아서 오랜만에 만나서 노는데.”“편한 대로 하세요.”여름은 하준의 손을 떨치고 그대로 가버렸다.“낚시는 그만 두지.”하준은 성큼성큼 여름을 따라갔다.지다빈도 급히 물건을 챙겨서 쫓아갔다.짜증이 난 송영식은 애꿎은 정자 기둥을 걷어찼다.******돌아가는 길.여름과 하준은 뒷좌석에 앉고 상혁이 운전했다. 지다빈은 조수석에 앉았다.한참을 가다가 지다빈이 조심스럽게 앞에서 떡을 건넸다.“저기, 두 분 저녁도 안 드셨잖아요? 제가 떡을 좀 가져왔거든요. 허기라도 달래세요.”여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다빈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지다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떡을 받아 여름에게 들이밀었다.“아직 1시간은 더 가야 돼. 좀 먹어요.”“생각없어요.”여름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들여다 볼 뿐이었다.해변 별장에 도착할 때까지 분위기는 사뭇 긴장되어 있었다.차에서 내리는 지다빈은 눈시울을 붉힌 채였다.여름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지다빈을 쳐다봤다.“왜 또 이러실까? 오는 동안 나는 지다빈 씨에게 아무 짓도 안 한 것 같은데.”“그게….”지다빈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이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 같았다.“죄송합니다.”“뭐가 또 죄송하죠?”여름이 담담하게 물었다.“제발 툭하면 내 앞에서 가련한 척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보면 내가 지다빈 씨 괴롭히는 줄 알겠어.”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자기야….”“그냥 매 생각을 말한 거예요.”여름은 하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지다빈이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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