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 웃었다.“알겠어. 아주 노래 가사를 외우는구먼. 처음 날 만났을 때 느낌부터 시작해서 읊어 보시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자. 다 꺼내 봐.”“……”여름은 이제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결국 어쩔 수 없이 하준의 목을 안고 애교를 떨었다.“내가 잘못했어요, 여보. 대체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 말하라니, 그걸 어떻게 알아? 같이 살면서 순간순간, 그리고 내가 위험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날 구해줄 때마다 빠져들었겠지.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을 사랑하고 있던 걸.”하준은 완전히 여름에게 녹아버렸다.“진짜야?”“그럼.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은 내가 평생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매력적인 사람이었어요. 평소에 성격이 좀 안 좋아서 그러지. 어쨌든 매일 나에게 미운 말만 골라서 해서 날 울리고 그랬잖아. 안 그랬으면 훨씬 더 빨리 사랑하게 됐을 텐데.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거든.”여름이 두 손으로 하준의 얼굴을 받쳤다. 검은 눈동자에 하준의 모습이 가득했다.하준이 여름의 입술에 쪽하고 뽀뽀했다.“요, 요, 요 입으로 사람 낚는 기술 보라고. 전에는 대체 남자를 얼마나 낚은 거야?”“당신밖에 없는데. 앞으로도 당신밖에 없을 거고.”여름이 하준을 꼭 안았다.하준의 목젖이 꿀꺽했다.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자꾸 이러면 아기 만들고 싶어진다니까.”여름이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끄덕하려는 찰라, 하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하준이 슬쩍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귀에 댔다.머리끝까지 화가 난 최대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놈의 자식! 넌 네 마누라 간수도 못 해? 감히 FTT에서 반도체 소유권을 가져가겠다니? 어디서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까불어?”여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준이 웃으며 여름을 쓱 쳐다봤다. 목소리는 사뭇 냉정했다.“제 와이프의 생각이 제 생각입니다.”“네가 정말 나 숨 넘어가는 꼴을 보겠다는 거냐?”최대범의 목소리가 떨렸다.“할아버지, 저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FTT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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