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467화

작가: 남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만, 제발 그만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

여름이 침착을 찾을수록 하준은 더욱 당황했다.

그러나 여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려 입가에 조롱하듯 웃음을 띠었다.

“당신 전 여친 때문에 내가 백소영이랑은 친구가 될 수 없다니 그렇게 백지안을 못 잊겠으면 대신 그냥 지다빈이랑 살아요. 흔쾌히 이혼해드릴게요.”

“왜 이래, 정말. 지금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야.”

하준은 머리가 아팠다. 이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여름이 믿어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게 백지안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인 거야.”

여름이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지안이 닮은 지다빈이라지만, 내일 또 얼마나 더 지안이 닮은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지. 나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대용품일 뿐이에요. 난 이런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당신은 아픈 사람이니까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병은 앞으로 내가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부디 스스로 몸 잘 돌보세요.”

“아니야, 아니야. 당신은, 강여름은 이 세상에 하나뿐이야.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 가지마. 제발 가지 말아줘.”

하준은 있는 힘껏 여름을 안았다.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 아이처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 차가운 세상에서 여름만이 자신이 곁을 지켜주었다. 이제 여름이 떠나가면 하준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이제 그만 해요. 나는 당신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야. 당신 친구들도 나를 비난하고, 당신은 툭하면 사람을 감금하지. 이젠 친구 사귀는 것까지 당신이 동의가 있어야 하다니… 이젠 다 그만두고 싶어.”

여름은 힘껏 하준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하준은 여름을 더 한껏 껴안았다.

“가지 마. 난 당신이 없으면 안 돼. 다빈이는 가라고 할게, 응? 우리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

하준은 너무나 두려웠다. 여름과 이런 지경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부부싸움이었는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68화

    죽어서도 상대가 안 되는데 살아있으면 말해 뭐하겠는가?******병원.하준이 다시 깨어났다.손에는 수액이 꽂혀 있었다.눈을 깜빡이는데 옆방에서 송영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여름이 이럴 줄 알았어. 얼마나 못됐나 보라고. 하준이는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이혼 협의서를 보내? 아주 애초에 하준이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인간이라니까.”“목소리 좀 낮춰. 하준이 깨서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내 말이 틀렸냐? 하준이가 못 해준 게 뭐 있다고 이미 죽은 애랑 죽자고 싸우려고 드냔 말이야.”“……”“깨셨어요?”하준이 눈을 뜨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지다빈이 반가워 소리쳤다.옆방의 목소리가 뚝 끊기더니 잠시 후 송영식과 이주혁이 들어왔다. 둘 다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혼 협의서라고? 가져와 봐.”하준이 손을 뻗었다.송영식이 망설이며 건넸다 .하준은 대충 살펴보았다. 위자료니 뭐니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저 이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사인만 해달라고 쓰인 내용을 보았다.하준이 서류를 와락 움켜쥐더니 박박 찢기 시작했다.다들 표정이 달랐다. 지다빈이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이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그러신 거예요. 진정하고 나면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나가.”하준은 지다빈의 목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아팠다.지다빈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송영식이 벌컥 했다.“무슨 소리야? 네가 쓰러지거나 말거나 강여름은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하는데 다빈이가 널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고.”“그러면 뭐? 내가 지다빈이랑 결혼이라도 해야 해?”하준이 차갑게 쏘아보았다.“그렇게 다빈이 대신 속을 풀어주고 싶으면 네가 결혼하지 그러냐?”송영식은 할 말을 잃었다.지다빈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또르륵 눈물을 흘렸다.“싸우지들 마세요. 사실 제가 잘못했죠. 저만 아니었으면 회장님하고 사모님이 이렇게까지 싸우시진 않았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이만 병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하준은 입을 꽉 다물고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69화

    저녁 시간이 되자 이진숙이 들어왔다. 머리에 맨 붕대를 보니 하준은 마음이 복잡했다.“집에서 쉬시지 왜 나오셨어요? 김 실장에게 얘기해서 제가 간병인을 좀….”“됐어요. 회장님이 이러고 있으니 내가 마음이 놓여야지요.”이진숙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말았다.하준은 이진숙이 두려워서 그런 줄 알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나는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오해하셨어요.”이진숙이 결국 입을 열었다.“그날 두 분이 너무 크게 싸우셔서 제가 미쳐 말씀을 못 드렸는데, 사모님이 그날 괜히 화나신 게 아니에요. 사모님이 집에 와보니 회장님하고 지다빈 씨가 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아 솔직히 나라고 해도 그런 장면 보면 오해할 만하죠.”“뭐라고요?”하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빛이 어두웠다.“지다빈 씨가 왜 내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까?”이진숙은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었다.“그날 발작하셔가지고 제가 지다빈 씨를 불렀는데, 회장님이 그날 다빈 씨를 잡고 안 놔주시더라고요. 나중에 회장님을 침실로 모시긴 했는데 회장님이 다빈 씨 손을 영 놓지 않으셔서… 혹시 다빈 씨를 지안 씨로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내가 누굴 꽉 붙잡았던가? 왜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이진숙이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그날 밤에 실은 제가 사모님을 못 올라가시게 막으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기어코 올라가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장면을 보시고 완전히 오해하신 거죠. 게다가 회장님이 사모님을 와인 창고에 넣고 문까지 잠가 버렸으니… 사모님은 얼마나 놀랐겠어요.”“내, 내가… 강여름을 와인 창고에 가뒀다고?”하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냥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었구나.’“네, 그날 사모님이 얼마나 처절하게 울면서 내보내 달라고 애원하시는지 정말 심장이 찢어지겠더라고요. 그 댁 식구들이 자기를 지하실에 감금하더니 이제는 회장님도 가두냐며….”그 말을 들으니 하준은 가슴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70화

    사무실로 올라간 여름은 구토감을 참지 못하고 결국 화장실로 가서 다 토하고 말았다.며칠 전 마신 술로 위장을 많이 상했는지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다 토하고 나서 여름이 서류를 열어보았다.“친자 관계가 아님을 확인”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여름은 깜짝 놀랐다.‘서유인이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면 대초에 아버지는 대체 무엇 때문에 위자영이 배 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우리 엄마를 포기하고 위자영과 결혼을 한 걸까?’한참을 생각해본 결과 20여 년 전에 위자영이 바람났던 대상은 서경재라는 결론을 내렸다.아니라면 어떻게 서유인이 서경주와 닮은 구석이 있겠는가?여름은 천천히 서류를 내려놓았다.‘이거 큰 건인걸. 아직은 꺼내 놓으면 안 되겠어.’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닥터 안드레이에게서 전화가 왔다.“어젯밤에 내가 묵는 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날 해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난번에 당신이 경고해 줘서 나는 밤에 몰래 덧문으로 빠져나가서 다친 데가 없지만요. 정말 통찰력이 대단합니다.”“고생하셨어요. 일단은 비서에게 화재로 닥터 안드레이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가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비밀리에 조용히 치료해 주시고요.”여름은 속으로 감탄했다.‘서경재가 이제 정말 마구 날뛰는구나. 세계적인 명의에게도 마구 마수를 뻗다니.’여름은 서경주 주변에는 너무 촘촘하게 방어막을 쳐 놓아서 직접 손을 댈 수 없으니 이제는 닥터 안드레이에게 손을 뻗지 않을까 싶어 미리 대비 시켜놓았던 것이다.‘이제 서경재 측에서는 닥터 안드레이가 사망했다고 생각하겠지.’******벨레스 별장.위자영이 닥터 안드레이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 일단 안드레이가 죽고 나면 서경주는 깨어나지 못해. 강여름 고 멍청한 것, 병원만 죽자고 지키면 뭐 해? 이젠 꼼짝 못 할걸.”서유인은 어리둥절했다.“지금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친아빠?”“그래. 네 아빠가 오시는 길이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71장

    서유인은 당황했다.“아빠, 그게….”“내가 널 최고의 공주님으로 만들어 주마. 모든 사람이 널 부러워하고 널 따라 하게 될 거야.”서경재의 눈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곧 그런 날이 올 게다.”그런 장면을 상상해 보니 흥분으로 온몸이 떨렸다.******밤10시.여름은 영화를 다 보고 새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다.거실에서 장미 향이 진하게 났다. 현관에는 남자 구두가 있었다. 아주 눈에 익은 신이었다.여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불을 켜니 거실 한가운데 엄청난 하트 모양의 장미가 있었다.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 티에 검은 슬랙스, 요즘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여름은 하마터면 누군지 못 알아볼 뻔했다.‘최하준이야?머리랑 옷 왜 저래?’지금 하준은 마치 학교에서 뛰쳐나온 학생 같았다. 다만 조금 불량학생처럼 보였다.아이돌이 저렇게 하고 나오면 꽤 멋지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하준이 그러고 있으니 정말 못 봐줄 꼴이었다.“왜? 너무 멋지지?”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름을 보더니 하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주혁이가 준 비법이 꽤 잘 먹이는 것 같은데?’비법에는 ‘여자는 약간 나쁜 남자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하준은 사실 그런 껄렁껄렁한 불량아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름에게 잘 보일 수만 있다면 본인의 취향과 전혀 상관없는 헤어스타일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여름은 진지하게 하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지다빈 씨가 왜 이럴까? 심각하게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이렇게 막 밖에서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다니?”“지금 나한테 관심 가져 주는 건가?”하준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괜찮아. 당신을 만나서 내 병세는 많이 좋아졌어.”“그럴 리가. 그런 애 같은 머리를 하고 남의 집에 막 꽃 뿌려놓고 이러는 걸 보니까 아주 병이 심각한 것 같은데요.”여름은 가차 없이 매몰차게 말을 이어 갔다.“자리를 잘못 찾으신 거 아닌가요? 이런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72화

    “그러니까, 지다빈 씨까지 데리고 일부다처제하고 싶으시다?”여름이 조롱했다.“요즘 돈 있는 분들 사이에서 본처와 내연녀를 한 집에 데리고 사는 게 유행인가 보네.”하준은 여름의 빈정거림에 벌떡 일어섰다. 눈에는 핏발이 섰다.“지다빈은 이미 내보냈어. 그날 내가 지다빈 손을 잡고 침대에 누워 있어서 당신이 화났었다는 얘기는 나도 이제 이모님께 들었어. 정말 미안해.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 내가 사과할게.그리고 말을 이었다.“테마파크 일은 너무 오래돼서 나도 잊고 있었어. 10시 10분 불꽃놀이를 아직도 하는지도 몰랐고. 그쪽은 내내 독립된 테마파크 사업체에서 경영하고 있어서. 이번에 물어봤더니 폐장 전 불꽃놀이를 관람객들이 좋아해서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불꽃놀이는 일단 시간 변경하고 새롭게 꾸미기로 했어.”“지안 그룹은 내가 당신을 알기도 전에 지은 이름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 하지만 곧 지안그룹이랑 FTT 합병하고 나면 ‘지안 그룹’이라는 이름은 사라질 거야.”하준이 서서히 여름에게로 다가왔다. 눈에 간절함이 가득했다.“여름아, 돌아와. 난 당신 없이는 안 돼.”하준이 여름의 한쪽 뺨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더니 여름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키스했다.여름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귀에 감기는 하준의 목소리와 그 다정한 입술에는 매번 무너지고 만다.그러나 하준의 숨결이 느껴지자 여름은 정신이 확 들어 화다닥 뒤로 물러서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양치기 소년 얘기 알죠? 사탕발림으로 실컷 사람 홀려놓고 당신 곁으로 돌아갔더니 나에게 어떻게 했어요? 지다빈이 순진한 얼굴로 불쌍한 척을 하니 내가 괴롭혔다고 하고. 당신 친구들은 날 무슨 빌런 취급하지. 이제 더는 그런 대접 받고 싶지 않아요.”“그리고 백윤택 사건도 있었지. 분명히 백윤택이 그렇게 나쁜 인간인데도 사사건건 도와줘서 결국 윤정후가 칼을 들고 날 해치러 왔잖아요. 그 바람에 양 대표는 신장을 잃었고. 그 일로 내가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는지 알아요? 내가 왜 죄책감을 느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73화

    1층으로 내려가 물을 따르던 여름은 불현듯 어렸을 때 하준의 보모가 툭하면 하준을 옷장에 가두었던 일이 생각났다.손에 든 컵이 털썩하고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여름은 급히 2층으로 올라가 옷장을 열었다.하준은 그 큰 몸을 달팽이처럼 잔뜩 웅크려 무릎에 머리를 묻은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나와요.”여름이 잡아당겨 봤지만 하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추워…. 때리지 마세요….”하준은 있는 힘껏 귀를 꽉 막고 있었다.마음이 약해지지 않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보니 결국 마음에 쌓았던 단단한 성벽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안 때려요. 이 안에서 자지 말고 우리 침대로 가요. 괜찮아.”여름은 하준을 한껏 그러안고 계속 머리를 쓸어주었다. 떨림이 멈추자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침대로 가서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러는 동안에도 하준은 내내 여름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몇 번이나 빼내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여름은 그냥 그대로 옆에 누웠다.하준이 잠들면 옆 방으로 갈 생각을 하던 여름은 피곤해서인지 어느새 함께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얼마를 잤을까….여름은 몽롱한 채로 누군가가 자신의 입술에 다급히 키스하는 것을 느꼈다.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눈을 뜨고 상대가 누군지 확실히 보이자 여름은 화가 나서 확 밀쳐버렸다.“누가 맘대로 나한테 뽀뽀하라고 했어요!”“자기 내 걱정하잖아, 어제도 마음 아파서 내내 나랑 같이 있어주고.”하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름을 바라보았다.“우리 사이 참 좋다, 그렇지?”“좋기는, 개뿔….”하준의 입술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다시 침실에서 지다빈이 하준을 올라타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갔다.하준이 걱정스럽게 따라오자 다 토한 여름은 얼굴을 들더니 하준을 노려봤다.“다시는 입 맙추지 말아요. 구역질 나니까.”“……”하준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내가 그렇게나 싫다는 뜻인가?그래, 내 마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74화

    여름은 하준이 차려준 아침 식사에 좀 자극을 받았다.그래서 그대로 차를 몰고 모 호텔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전에 윤서에게 그 호텔 조식이 괜찮다는 말을 들었었다.그러나 막 식사하려는데 서유인과 추성호가 팔짱을 끼고 계단으로 올라옸다.조찬 식당 매니저가 공손하게 두 사람을 따르고 있었다.“일찍 오셔서 자리는 충분이 많습니다. 어디에 앉으시겠습니까?”서유인은 한 번 둘러보더니 시선이 여름에게로 떨어졌다. 눈을 번쩍이더니 곧 추성호를 끌고 다가갔다.“아니, 이게 누구야? FTT 사모님 아니야? 어째 혼자서 여기서 아침을 먹지? 그 사랑하는 최 회장은 어디로 가시고?”서유인이 사방을 돌아보았다.여름은 인상을 썼다.이제 겨우 조용히 아침을 먹나 싶었는데 갑자기 서유인이 나타나서 난리를 떠니 짜증이 났다.매니저는 당황했다.“저, 죄송합니다. 제가….”“전 괜찮습니다.”추성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곧 일어나실 것 같으니 강여름 씨 앉은 자리를 기다리죠. 강여름 씨는 이미 최 회장에게 쫓겨나서 며칠 전에 집을 사서 급히 이사 나갔다고 하던데.”매니저가 흠칫하더니 여름을 보는 시선이 갑자기 불손해졌다.“어디서인지 정보를 아주 빨리 제공 받으시네요.”여름은 입을 닦더니 추성호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기자들보다 정보를 빨리 얻으시는 것 같은데 우리 집 밖에 CCTV라도 달아 놓으셨나요?”추성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최하준이 전 여친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간병인으로 데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웃기네, 정말.”서유인이 한껏 조롱하는 말투로 덧붙였다.“지안그룹이면 백지안 이름을 그대로 딴 거잖아? 그 얼굴을 하고도 최하준 와이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뭐 어쨌든 내가 고마운 마음은 들어. 네가 최하준을 안 채갔으면 내가 우리 사랑스러운 성호 씨를 못 만날 뻔했잖아.”추성호가 아주 득의양양하게 서유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예전에는 그렇게 서유인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 서경주의 부재로 서유인은 벨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475화

    “뭘 또 그렇게 꼬치꼬치 묻습니까?”추성훈이 서유인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아직도 최하준에게 관심 있어요?”“무슨 말씀을, 제 마음속에는 이제 성호 씨밖에 없어요.서유인이 눈을 살포시 내리깔며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그러죠.”추성호가 작게 ‘그렇군요.’하고 말했다.‘뿐만 아니라 지금 최하준은 병세가 점점 더 악화돼서 며칠 전에는 구급차에 실려 갔지.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여름이 떠나자 길가에 서 있던 검은 세단에서 누군가가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모님께서 추성호와 서유인에게 자리를 뺏기셨습니다.”전면 유리 앞에서 하준은 창문 너머의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그 둘은 벌을 좀 받아야겠군. 둘에게 선물 하나 안기고, 식당은 이제 문 닫게 만들어.”******식당.추성호와 서유인이 아직 한창 식사 중이었다.갑자기 시 위생점검 전담팀에서 들이닥치더니 봉인 테이프를 붙였다.“이 식당에서 식사한 손님으로부터 식중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시간부로 봉쇄하고 위생 점검을 실시합니다. 관계자가 아닌 분은 즉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그러더니 식사하던 사람을 내보내기 시작했다.“빨리 나가주세요.”서유인은 부루퉁해졌다.“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요?”“누구신지는 제가 관심 없습니다. 현장 소개에 협조하지 않으시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합니다.”그러더니 집행요원들이 와서 둘을 끌어내려고 했다.서유인은 ‘악악’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신고할 거야!”추성호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윗선을 아니까 전화 한 통화면 이것들 다 모가지야.”“대표님, 큰일입니다. FTT 법무팀에서 들이닥쳐서 최근 20년 동안 FTT의 투자금으로 진행한 각종 프로젝트에 대해 추신이 과잉 이윤을 착취했다며 부당이득에 대해 환수를 추진한다고 합니다.”“뭐라고?”추성호의 안색이 확 변했다.“아니, 돌았어?”“지금 그쪽에서 들고 온 장부에 기록이 너무 또렷이 잘 되어 있습니다.”비서가 쓴웃음을 지었다.“저희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700화

    “잠깐.”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야. 난 갈게. 어쨌든 넌 이제 예전의 하준이가 아니잖아. 예전 친구 따위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송영식은 한숨을 쉬었다.“잡지 마라.”“너 잡는 거 아니거든.”하준은 어이가 없어 하며 송영식을 쳐다보았다. ‘나에게 저런 신경질적인 친구가 있었다고?’송영식은 잠시 매우 민망해졌다.“…나 간다?”“앉아 봐.”하준이 옆이 의자를 가리켰다.송영식은 그제야 휘적휘적 가서 앉았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하준의 노트북으로 향했다.“FTT 자료 보고 있었네?”하준은 그에 답하지 않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더니 물었다.“나랑 강여름은 어떤 사이였어?”“어떨 것 같냐?”송영식이 고소해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맞추면 여기 앉아서 얘기해 줄 거야?”하준이 냉랭하게 물었다.“말 하기 싫으면 말고.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내가 졌다.”송영식은 김이 빠졌다.“네가 느끼기에는 어떨 것 같은데?”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노트북도 핸드폰도 만질 줄 몰랐지만 오늘 아침에 핸드폰으로 몰래 뒤져보았다. 성인 남녀 사이에 키스를 한다는 것은 둘이 굉장히 친밀한 사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자신과 여름이 나눈 것은 프렌치 키스라는 것까지 알아냈다.그런 것을 알아내고 나자 하준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뭐 응큼한 생각하고 있구나?”송영식이 큭큭 웃었다.하준이 송영식을 싸늘하게 흘겨 보았다.“내 여자인구인가? 하지만 결혼했다던데? 아이도 있고. 난… 강여름의 정부인가?”“… 컥컥. 대단하네. ‘정부’ 뭐 그런 단어까지 알아냈어?”송영식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하지만 그 단어가 딱 적당한 것 같다.”그 말이 맞다는 뜻이었다.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정말 내가 그렇게 내놓기도 부끄러운 정부야?’“그렇다고 화내지는 말고.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네 인과응보라고.”송영식이 말을 이었다.“여울이하고 하늘이 아빠가 누군지는 아냐?”“내가 어떻게 알아?”하준은 짜증이 났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9화

    “요즘 쭌은 자신을 더 이상 두 살짜리 아기로 생각하지 않아. 쭌의 실제 나이는 나보다도 많다고 얘기해 줬거든. 요즘은 선생님들 모셔서 가르치는데 정말 빨리 배워. 앞으로 한 달 정도면 전에 배웠던 지식 수준은 따라잡을 것 같아.”“하지만… 그러면 뭐해? 너희들 사이에 있었던 애정 같은 건 다 잊었을 텐데.”윤서가 망설이면서 말했다.“널 잊어 버린 사람이 다시 널 사랑하게 만드는 게벌써 몇 번 째냐?”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슬픈 기분이 되었다.‘그러네. 대체 이게 몇 번 째냐고….처음에 동성에서 만났을 때,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최하준을 따라다닌 바람에 결국 최하준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지.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온갖 수단을 써서 백지안 옆에 있던 최하준이 날 사랑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었고.그래, 매번 성공했어. 그래서 피곤했냐 하면, 그래. 정말 피곤했지.두 사람이 서로를 향하는 사랑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어.’“나도 모르겠어.”여름이 망연자실해서 말을 이었다.“전에는 기억에 착란을 일으켰던 거고 이번에는 완전히 어린애나 다름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애정 부분도 완전히 백지가 되어 버렸어. 사실 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인생은 길잖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 다음에 또 이러지 않을까? 그 다음은? 내가 매번 이렇게 주동적으로 나서고 인내할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라고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도 아니고,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네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뭐라고 한 적이 없지만, 너 이러는 거 보니까 나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난… 최하준은 자기 자신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혹시나 이번에 다시 고백 받거든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마.”윤서가 말을 이었다.“본인이야 그러고 싹 다 까먹어도 별 문제 없겠지. 하지만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그렇게 몇 번이고 잊어버린다면 그게 뭐 누구의 계략에 빠진 거든 뭐든 막 때려주고 싶을 것 같다. 아내랑 애가 있는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8화

    하마터면 윤서의 입술이 송영식의 코에 닿을 뻔했다. 순식간에 호흡이 엉키고 얼굴은 빨개졌다.“왜 이렇게 들이대?”“어떻게 사람이 말 한마디를 곱게 안 하냐?”송영식은 속상했다. 그런데 발그레해진 윤서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요즘 윤서의 배가 점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얼굴도 동그라니 뺨이 포동포동했다. 워낙 잘 먹여 놔서 피부도 촉촉해서 저도 모르게 한번 꼬집어 주고 싶었다.“좋은 말은 할 줄 알지만 당신한테는 안 쓸 거야.”윤서가 코웃음을 쳤다.“여름이가 장보러 간다니까 우린 좀 천천히 가자.”“마침 잘 됐네. 나도 올라가서 뭣 좀 해야 하거든.”송영식이 묘하게 웃더니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갔다.송영식의 뒷모습을 보며 윤서는 어리둥절했다.*****1시간 뒤, 송영식이 차를 몰고 하준의 집으로 향했다.송영식의 집에서 하준은 집까지는 멀지 않아서 30분이면 닿았다.윤서는 하준의 집에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집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여기 너무 큰 거 아니야? 너희 집에 대니까 우리 집 너무 초라하다.”송영식이 반박했다.“그집이 어디가 초라해?”“그러게. 그런 좋은 집을 두고.”여름이 웃으며 답했다.“같이 한 바퀴 돌까? 그러면서 과일도 좀 따고.”“그래.”윤서가 송영식을 돌아보았다.“따라오지 말고 하준 씨한테나 가 봐요.”“누가 따라간대? 자기가 무슨 인기 연예인인 줄 아나?”송영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흥, 앞으로는 절대로 나 따라다니지 말라고!”윤서가 싸늘하게 웃었다.송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누가 따라다니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줄 아나? 워낙 덤벙대니가 아기 다칠까 봐 그러는 거지.”“고오맙네요. 백지안 때문에 밀치지 않아서. 내 아기는 누구보다 건강할 예정이거든요.”윤서가 비꼬았다.“대체 언제적 얘기를 아직까지…. 됐다. 내가 당신이랑 무슨 말을 하냐? 하준이한테나 가 봐야지.”송영식이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너희 둘… 안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7화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아까부터 그거 때문에 의기소침한 거였어?’“그래. 완전히 탄복했지.”여름이 끄덕였다. 감탄한 것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차진욱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사람이었지만, 여울이를 구해주고 나서부터는 내심 존경하는 마음이 커졌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차진욱은 남편으로서 아껴주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도록 방임하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차진욱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여 처음부터 하준을 상대했다면 여름과 하준은 진작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돈이 넘치는 사람은 쓸데없는 못된 버릇도 있기 마련인데 차진욱에게는 그런 결점도 딱히 없었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아플 때도 결코 곁을 떠나지 않았다.여름은 강신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랑과 혼인 관계는 너무나 부러웠다.자신은 결혼 생활도 실패한 것 같았다. 하준은 차진욱처럼 아량이 넓고 포용력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백지안 같은 불여우에게 속아서 이용당하는 지경이었다.재결합한 뒤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전에….여름은 슬픈 마음으로 하준을 돌아 보았다. 그런데 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우울한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여름이가 감탄할 수 있는 그런 사람.”하준이 진지하게 주먹을 쥐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FTT를 되찾아 올 거야.”여름이 빙긋 웃었다.“난 차 회장님의 패기 넘치는 스타일에 감탄한 게 아니야. 쭌은 아직 잘 모르네.”“그럼 뭔데. 말해 봐봐. 나도 배우게.”하준이 다급히 물었다.“배워서 뭐 하게?”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혼인 관계에 대한 지조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포용력에 감탄한 거야. 그런 걸 쭌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데?”하준은 흠칫했다.혼인이니, 사랑하는 사람이니, 다 하준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어제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사실 하준은 핸드폰에서 여름과 자신의 셀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6화

    “이게…”“그리고, 월급 받는 전문 경영인 주제에 이사회의 결정을 듣지 않고 우리에게 반항한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이 회사를 침탈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죠. 회사 중역은 죄다 당신이 심어놓은 사람이고 아무나 와서 기고 만장하단 말이야.”한마디 한마디 뼈가 시렸다. 맹원규의 안면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하준은 그렇게 싸늘한 여름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도 너무 매력이 넘쳤다.맹원규가 싸늘하게 웃었다.“강여름 씨는 내 모가지를 쳐내고 내가 고용한 임원까지 싹 솎아내고 싶으신가 보군.”“그러면, 당신은 그만 두고 나갈 건가요?”여름이 비꼬았다.“당신 같은 사람은 철면피처럼 여기 어떻게든 붙어있을 걸.”맹원규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절대로 안 비킬 줄 알았지.”여름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일부터는 최하준 씨가 회사에 와서 회장직을 수행할 겁니다. 당신은 직위 해제예요. 이사회의 절대적인 행사권 앞에서 당신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싫다고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나갔다.막 문을 나서는데 안에서 뭔가를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여름이 하준에게 눈짓을 했다.하준은 바로 알아듣고 주먹을 쥐고 돌아섰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맹원규와 깨진 컵이 보였다.“어, 아주 잘나셨어?”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일개 직원이 이사 앞에서 컵을 깨고 눈을 부릅뜨다니?”“아닙니다. 제가 실수로 컵을 떨어트렸습니다.”맹원규가 뱉었다.“왜요? 내 안면 근육이 멋대로 수축하는 것도 안 됩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직원이 오너보다 기고만장한 꼴을 다 보고. 당장 나가시오.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하준은 냉엄하게 내뱉고는 여름을 데리고 나갔다.가면서 맹원규의 그 얼굴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내일 맹원규가 꺼질까?”여름이 웃었다.“그렇게 쉽게 나가겠어?”“그런가…?”하준의 어깨가 쳐졌다.“안 나갈 거야. 배후에 양유진이 있을 테니까. 양유진이 놈에게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5화

    차진욱의 변호사가 나섰다.“미안하지만 강여경이 FTT를 구매하는데 사용한 자금은 모두 강신희 여사님의 계좌에서 나온 돈입니다. 계속해서 당신이 FTT 주식을 상속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법원에 주식의 동결을 신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강태환이 다급히 외쳤다.“돈은 내 동생이 준 거라고. 신희를 불러와.”“강신희는 지금 병으로 입원 중이고, 나는 배우자로서 부부 공동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차진욱이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그리고 난 당신들 셋이 사기범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마침 강여경의 시신이 아직 냉동 보관 중이지? 그러면 이참에 DNA를 검출해서 친자확인을 해보자고. 난 재산도 되찾고 당신들을 사기로 고소도 해야겠어.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기쳤지. 아주 전세계 최고 사기액일 거야.”“헛소리! 우리는 사기 같은 거 치지 않았어!”강태환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호흡이 가빠진 척하며 휠체어에 쓰러졌다.이사회를 개최했던 맹원규는 후다닥 일어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구급차 오고 있나? 회의실에 또 한 명이 기절했어. 같이 실어 보내지. 어서. 사람 죽게 생겼다고….”전화를 끊고 나가 회의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해 졌다.맹원규가 차진욱을 보고 웃었다.“주식에 이렇게 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회의는 취소하고 다음에 다시 논의하시죠. 아니면 두 분이 개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시고 나서 다시 이야기 나누십시다.”차진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맹원규를 훑었다.“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당신을 불렀지? 그 돈도 내 아내의 자금이야.”맹원규의 얼굴이 굳어졌다.사실 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맹원규를 초빙한 것은 사실이었다.“내 아내의 자금을 날려가며 불러온 게 겨우 이따위 쓰레기라니?”차진욱은 경멸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제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는지요?”맹원규가 깊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4화

    기다리지.”차진욱은 셔츠를 정리하고 다시 앉았다.강태환은 바들바들 떨었다. 기절했으면 싶었다. 이제 양유진이 실려나갔으니 혼자서 어떻게 차진욱을 감당하겠는가?차진욱이 손이라도 댄다면 자신도 양유진 꼴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피범벅이 된 양유진을 생각하니 두려워졌다.‘기절한 척할까? 그러면 맹원규가 회의를 취소하겠지?’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름이 갑자기 다정하게 다가왔다.“왜 그러세요?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건 아니겠죠?”“……”“기절하시면 안 돼요.”여름이 다정하게 말했다.“아빠가 기절하면 강여경의 주식을 어떻게 상속받아요?”강태환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강여경의 주식?”차진욱이 결혼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큭큭 웃었다.“그게 당신 차지가 되겠나? 범죄자 따위가 말이야.”차진욱의 말에 회의실은 묘한 정적에 빠져들었다.강태환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난 강여경의 아버지요. 여경이가 죽었는데 자식이 없으니 우리나라 법에 따라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는 거지.”“강여경의 부모인 건 확실하고?”차진욱이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얼마 전 동성에 갔을 때 분명 강여경의 부모는 따로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강여경의 친엄마는 내 아내 강신희라고 말이야.”강태환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그런가요? 내가 그런 소릴 했나? 어쨌든 법적으로는 걔가 내 딸이거든.”“그래?”차진욱이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손짓했다.변호사가 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건넸다.차진욱이 서류를 강태환에게 들이 밀었다.“그러면 잘 보시지. 소위 당신의 딸이 일전에 내 아내의 재산을 어마어마하게 썼거든. 당신네 나라 법에 따라 강여경이 쓴 돈은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라서 내게도 그 돈을 추심할 권리가 있어. 강여경이 죽었으니 그러면 그 돈은 법적인 아버지에게서 돌려받아야겠군”“무, 무슨 근거로?”서류의 숫자를 본 강태환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평생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금액이었다.“거 참 우습구먼. 당신 딸이 죽어서 딸이 남긴 주식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3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아무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차진욱이 눈동자를 보자 양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양유진은 자신이 차진욱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차진욱은 아들이 하나뿐이다. 그것도 강신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그러니 분명 매우 애지중지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양유진은 차진욱이 잔인함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양유진은 너무 아파서 입술에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솟아났다. 고통에 가득 찬 눈에 독기가 서렸다.“계속해 보시지. 그 대가로 아들 시체를 받게 될 거야. 난 놈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겨뒀어. 누구도 찾을 수 없게.”“그러시겠지.”차진욱은 큭큭 웃으며 양유진을 놓아주었다. 위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얼굴이었다.“난 이래서 가식적인 인간이랑 말을 섞기가 싫다고. 인질을 잡았으면 잡은 거지 왜 나랑 쇼를 하겠다는 건지?”양유진은 당황해서 비척비척 뒤로 물러났다. 부러진 손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차진욱! 당장 내게 사과해! 사과하지 않으면 아들놈을 죽여 버리겠어. 네놈은 이제 대가 끊기게 될 거다.”몸을 빼자마자 다시 차진욱을 협박하다니 너무나 양유진다웠다.맥퀸이 분노했다.“도련님을 다치게 했다가는 네 집안이 쑥대밭이 될 줄 알아!”“우리 집안이 차민욱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지.”양유진은 화가 난 맥퀸을 보더니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차진욱,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면 내가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진욱은 양유진을 걷어차 날려버렸다.양유진은 바닥에 엎어졌다. 목구멍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차진욱이 다가가 양유진의 얼굴을 밟았다.“그래도 체면을 좀 차리게 해주려고 했더니 끝간 데를 모르고 까부는군. 내가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나? 내 아들이 팔 다리 잃는 것쯤은 신경 안 쓴다고 했지? 살아만 있으면 된다. 잘 들어. 민우의 목숨은 네가 살수 있는 조건이다. 멋대로 날 협박할 생각은 버려. 난 협박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양유진은 전혀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2화

    “난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한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계의 낙후된 국가에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썼습니다. 하루하루 병에 침식되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을 아십니까?”여름은 구역질이 올라왔다.양유진의 연기는 그야말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감이었다.자기 친조카도 살해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 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니….“윽!”옆에서 듣던 하준이 먼저 반응했다.“구역질이 나는군. 당신네 약은 선진국에 팔자면 무시 당할 수준이니 제3세계 국가에 가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지. 가난한 나라지만 의약품은 필수니까. 당신은 죽음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거야. 말로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굴지만 사람들이 다 바보인줄 아나?”차진욱은 하준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래. 내가 살면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나 봤지만 너처럼 구역질 나는 인간은 참 드물지.”자존심이 센 양유진은 그런 모욕을 당하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차진욱이 천천히 일어서 양유진에게 다가갔다.강태환은 양유진과 같이 있다가 차진욱의 거대한 몸이 다가오자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휠체어에 앉아 있어 마음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저 손잡이만 꼭 잡을 뿐이었다.“왜 이러시죠? 여기는 FTT그룹이고, 우리나라입니다.”양유진이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내가 모른다더니? 이제는 내가 이 나라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나 보군, 그래?”차진욱은 느릿하게 소매 단추를 풀었다. 소매를 걷으니 그을린 팔뚝이 드러났다. 탄탄한 주먹만 봐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누구 없나?”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자 맹원규가 냅다 사람을 불렀다.그러나 맥퀸이 맹원규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테이블에 짓눌렀다.동시에 차진욱의 주먹이 양유진의 안면을 강타했다.180cm가 넘는 양유진의 몸이 그대로 벽까지 날아갔다. 입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이빨도 몇 개가 부러졌다. 너무 아파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태환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머…멈춰요. 경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