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3551 - 챕터 3560

3637 챕터

3551장

큰 대청 한가운데 정교하게 장식된 의자가 기세등등한 자태로 자리 잡고 있었다.의자에 앉은 남자는 미동도 없이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숨도 내쉬지 않는 남자의 모습은 얼필 보면 죽은 사람 같았다.“개자식!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갚고 빚을 지면 돈으로 갚는 건 당연한 일이야. 이런 당연한 도리도 몰라?”덩치 큰 남자는 이희광을 향해 소리쳤다.“우리 아버지도 무학을 숭상했지만 연로하셔서 우리 가족 누구도 그에게 무학을 배우라고 감히 권하지 않았지.”“그런데 당신들이 겁도 없이!”“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그걸 우리 아버지가 손에 넣은 거지!”“아버지는 삼일 무료 강습이라는 홍보를 보고 무술을 배우러 오셨어.”“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뭘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사람이 어떻게 되었냐고? 숨을 거두셨어! 이게 말이나 돼?”“도대체 여기가 무도관이야? 아니면 죽음을 부르는 영안실이야? 이건 완전히 백해무익한 곳이잖아!”남자의 말에 다른 가족들도 모두 기세등등하게 말을 보탰다.“맞아. 능력이 없으면 무학을 가르치지 말았어야지! 사람을 망치는 것도 모자라 죽여?!”“당신 오늘 우리 아버지 목숨 값 제대로 치러야 할 거야!”“다들 이런 쓸데없는 말 할 필요도 없어. 그냥 달려들어 죽여 버리면 돼!”“흉악범이야! 흉악범!”십여 명의 유족들은 모두 기세등등하게 입을 열며 이희광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다.그러자 이희광은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닙니다. 어르신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무술 연습을 시키지 않았습니다.”“들어오자마자 칼 한 자루 번쩍 들고는 그 자리에서 벌렁 드러누워 버렸습니다.”이희광의 말에 가족들은 전단지 뭉치를 들고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사람들은 이희광에게 변명의 기회를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그만!”하현은 고함을 지르고 얼른 그들 앞을 막아서고 직접 그들을 상대했다.하현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앞서 있던 몇 사람이 추풍낙엽처럼 쓸려가더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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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2장

”어르신의 건강이 안 좋아 보이길래 강습 신청을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하지만 어르신께서는 반드시 무술을 배워야 한다며 아직 건장하시다고 말씀하셨어요.”“그리고 스스로 연습용 칼을 번쩍 드셨는데 갑자기 그대로 정신을 잃으셨어요...”“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멈추었고요.”“그러자 잠시 후 십여 명의 가족과 친척들이 나타났어요.”“그들은 우리 국술당이 사람을 죽였다고 몰아붙였어요.”“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때렸죠.”“내가 적절하게 막지 않았더라면 아마 맞아서 죽었을 거예요.”“그 과정에서 감히 반격할 엄두도 못 냈구요.”상황을 설명하는 이희광의 말투에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는 용문 무성 지회의 사부로 줄곧 위세를 떨치며 제멋대로 다녔고 어디든 거칠 것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맞기까지 했다.이런 일이 밖에 새어 나간다면 아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이희광이 하현에게 해명을 마치자 우람한 사내는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아버지는 당신들한테 죽임을 당한 거야!”“모두가 목격한 일이야!”“아버지는 아침마다 광장에 나가 군무를 추셨어. 파트너도 한두 명이 아닐 정도로 열정적이셨지.”“매일 오전 4시부터 광장에서 군무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동네에 민원이 자자할 만큼 열심이셨어.”“아버지의 건강이 얼마나 좋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야!”“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어?”“여기 온 지 채 2분도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이게 말이나 돼?!”“당신들 아니었으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겠어?!”여기까지 말하고는 우람한 체격의 사내는 서럽게 울부짖었다.“아이고, 아버지!”“이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시다니!”“다 내 잘못입니다!”“내가 잘못 돌본 탓이에요!”“이런 엉터리 무도관인 줄도 모르고 막지도 못했으니 어이구 아버지!”많은 구경꾼들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노인이 무도관에 들어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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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3장

뭔가를 간파한 하현은 벌떡 일어서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아버지는 아직 돌아가신 게 아니야.”“아니, 정확히는 죽은 적이 없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지금 살아 있는 거지.”“뭐? 죽은 적이 없다고?”“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봤다구! 그런데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거야?!”“지금 숨도 못 쉬고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있다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아마 지금은 맥이 살아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얼른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냐? 때를 놓치면 영영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누군가 그를 구해 줄 사람이 필요해!”하현이 심드렁한 모습을 보이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여기 모인 모두는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지 의술을 펼치는 사람이 아니다.그런데 설마 하현이 이 노인을 살릴 수 있다고?우람한 체격의 남자와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현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들은 하현이 자신들의 계략을 간파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절대 그럴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이희광이 언짢은 듯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당주, 내가 이미 관청에 신고했으니 당주는 여기 있을 필요 없습니다...”“옆에 있는 도끼 좀 가져와 봐. 내가 이 노인을 치료해 보지.”하현은 이희광의 말을 자르고 벽에 걸려 있는 도끼를 가리켰다.그리고 그는 옆에 있던 숫돌을 가져와 숫돌 위에 도끼날을 문지르기 시작했다.“저, 저, 뭐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사람들은 하현의 행동을 보고 오싹해져 소름이 끼쳤다.“뭘 하려는 거야?”우람한 체격의 남자 불길한 예감이 드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하현을 매섭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사람을 좀 구해 볼까 해서.”“당신 아버지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가사증이라고 해. 내가 지금 이 도끼로 당신 아버지의 머리를 내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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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4장

”당신 아버지, 내가 지금 살렸어!”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던지며 덤덤한 표정으로 한걸음 나서서 우람한 체격의 남자를 발로 차서 바닥에 넘어뜨렸다.“이제 당신들이 나한테 설명을 해 줘야 할 때인 것 같은데?”“구식공을 써서 나한테 도발하다니! 당신들 아주 재주가 대단한 모양이지?”“그런데 이거 어쩌나... 당신들이 앞세운 노인이 죽음을 아주 두려워하는 거 같은데!”“방금 그가 내 도끼에도 참고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더라면 나도 당신들한테 죽은 목숨이 되었을 텐데...”“참 아쉽게 되었군, 안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우람한 체격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수척해진 노인을 노려보았다.“에이씨! 누가 일어나랬어요?”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으며 흠칫 놀랐다.자신이 하현을 모함했다는 것을 스스로의 입으로 시인한 꼴이 된 것이다.우람한 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말해 봐! 누가 보낸 거야?”하현의 표정이 칼날처럼 매섭게 변했다.우람한 체격의 남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보내긴 누가 보내? 그런 사람 없어! 우리 아버지가 쓰러진 건 당신들의 수련법이 허술해서 그런 거야. 학생들을 다치게 하고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구식공은 무슨 구식공? 그런 말도 안 되는 거 들먹이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마!”그러나 우람한 체격의 남자의 반발은 이미 힘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결국 자신이 계획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고 치부만 드러낸 꼴이 되었다.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노인을 한번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당신이 진짜 저 남자 아버지 맞아요? 확실해요? 돈 몇 푼 주고 당신을 매수한 거 아니냐고요?”“아, 난...”깡마른 노인이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아니야! 당신 말 틀렸어!”“그건 뭐 이따가 경찰서 사람들이 와서 당신들 신원 조사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니까.”하현이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들 아마 뒷거래를 했을 테니 그것도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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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5장

이를 본 하현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상대가 자살까지 각오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인간으로서 너무나 파렴치한 행동이었다.국면을 뒤집어 놓았다고 생각했던 이희광도 그들의 행동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현은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말했다.“어떻게 하긴? 얼른 구급차부터 불러야지!”비록 현장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 자연히 증언할 수 있겠지만 국술당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간다면 그것은 하현에게 있어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수십 명의 생명이 달린 일이었다.하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해도 명성에는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고 관청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게 되면 정말로 국술당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하현이 아무리 인맥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벽에 부딪히면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였다.그래서 하현은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구급차를 불러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이윽고 그는 조남헌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어차피 모든 사정을 다 드러내 놓을 수 없는 이런 사건을 다루는 데는 조남헌만 한 사람이 없다.30분 후 조남헌은 포르쉐를 몰고 나타났다.그는 한 발로 문을 뻥 차고 들어와 하현의 곁으로 얼른 달려왔다.“하현, 무슨 일이든 분부만 내리십시오!”“며칠 동안 먹고 마시고 마사지나 하며 느긋하게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합니다!”“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하현이 조남헌의 말을 끊었다.“요즘 내가 일부러 그런 나쁜 족속들이랑 좀 어울리라고 하지 않았어?”“그래 좀 알아낸 거 있어?”조남헌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럼요. 알아냈죠.”“이 노인은 거지파의 한 일원입니다.”“거지파? 무학의 성지 거지파?”하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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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6장

”간단히 말해 이서국은 이국성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게다가 이국성은 줄곧 이서국한테 빌붙어서 먹고 마시고 하느라 많은 사채를 빚졌다고 합니다.”“그러다가 이서국은 이국성이 필요할 때 대가를 치르게 한 겁니다.”“예를 들어 집단 독살 같은 거 말이죠.”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신이 조사한 거, 믿을 만한 거야?”“이서국 같은 소인배가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며 사람을 조종했다고? 확실해?”“용천오나 조한철 같은 사람이나 그렇게 뒤에서 사람을 조종할 줄 아는 거 아니야?”“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조남헌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당신도 아시다시피 제가 명령을 받고 무성에 들어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조사해 보았습니다만.”“이 사람들이 신분이 그다지 높지 않아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습니다.”“배후에 있는 사실들까지 조사하려면 공해원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공해원도 알아낼 수 없을 거야. 상대방이 이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썼으니 분명 우리가 조사하는 것을 막으려고 할 거야.”“공해원이 손을 쓴다고 해도 상대방이 우리한테 알리고 싶어 하는 정도만 알아낼 수 있을 뿐이야.”“하지만 상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또 누가 와서 일을 벌일 거야.”“그들의 수법은 점점 더 흉악스러워질 거고. 그러니 이 일은 당신한테 맡겨야겠어.”“당신은 천성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수완 좋게 잘 처리하니까 말이야.”하현의 말을 들은 조남헌은 난감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손바닥을 마주치며 힘차게 말했다.“하현, 걱정하지 마세요!”“이후에 누가 감히 또 이런 흉측한 방법을 쓰겠어요?”“분부를 내리실 필요도 없어요. 내가 그놈들 다 밟아버릴 테니까요!”조남헌에게 분부를 내린 후 하현은 그에게 다음날 아침 일찍 풍습과 관례에 따라 간판을 바꾸라고 지시했다.어쨌든 지금의 국술당 간판 아래에서 이미 연이어 사고가 났으니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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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7장

예전에 하현 앞에서 허둥지둥 도망가던 이서국은 지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기고만장해 있었다.말할 때 그는 특히 더 오만한 미소를 띠었다.“천벌받을 짓을 하다니! 이러고도 하늘이 무섭지도 않아?!”“우리 위대한 이 지회장님이 수십 년 동안 지금의 국술당 명성을 만들었어.”“결국 당신 손에 넘어가자마자 간판부터 바꿔 달다니!”“왜? 당신이 무학을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람들한테 알려질까 봐? 그래서 간판을 바꾼 거야? 간판만 바꾸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서?”“순진하기는!”이서국의 말에 그의 곁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은 간드러지는 웃음을 터뜨렸고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서국! 지난번 교훈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지?”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평생 잊지 못할 교훈 하나 더 줄까?”“어째서 당신은 이토록 천박한 거야?”하현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이서국의 허리춤에 찬 장검에 눈길을 던졌다가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은 왜 주제 파악을 이렇게도 못 하는 거야?”“무술을 연마하려고 했나 본데!”“칼을 차고 있다고 무술이 다 연마가 되겠어, 안 그래?!”“연마하라는 검술은 연마하지 않고 백날 천박한 것만 연마하나 봐!”“앞으로는 당신 이름을 이서국이 아니라 이천박으로 바꿔. 그 이름이 당신한테 훨씬 어울려!”하현의 조롱 섞인 말에 이서국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이서국은 하현을 보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하현! 이 자식! 감히 날 비아냥대? 죽고 싶어?”“오늘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야!”“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당신은 이승에서 발도 못 붙이고 이슬처럼 사라질 거야!”“왜? 기댈 언덕이라도 찾은 모양이지? 그래서 그렇게 잘난 척이야?”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서국의 길을 막았다.“당신이 날 밟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당장 해 봐! 뭘 기다려! 당장 해치워 보라고!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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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8장

열 명의 무도 고수들은 바로 전에 국술당에서 교관으로 일했던 남궁나연을 비롯한 무학의 성지에서 온 열 명의 교관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고 얼굴에는 잔뜩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이 사람들이 나타나자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흘겨보았다.그들이 무슨 계략을 가지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 짐작이 갔다.그리고 이서국은 앞장서서 일을 집행하는 사람일 뿐 이 모든 것을 꾸민 사람은 뒤에 따로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하현이 이서국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남궁나연 일행을 모두 끌어들이기엔 이서국의 존재감이 너무도 하찮았다.이서국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하현을 쳐다보며 선두로 뛰어올라 미리 준비한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여러분, 남궁나연 교관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그녀는 국술당의 수석 교관이었습니다!”“나머지 아홉 명의 교관들도 모두 국술당의 고수들이었습니다!”“그들은 무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실력을 겸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무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상향을 누구보다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무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하현이 국술당의 새 주인으로 오자 무학의 이념이 훼손되는 것에 불만을 품었고 몇 가지 조언을 하였으나 결국 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하지만 남궁나연을 비롯한 이 교관님들은 자신의 이상과 무학의 이념을 충실히 실행해 왔습니다!!“그들은 무도의 꽃을 무성에서 피우기를 원합니다!”“그래서 그들은 불량한 생각을 품은 자와 끝까지 싸우기로 한 겁니다!”“이제 남궁나연 교관 일행은 자립하여 국민무학당을 세우기로 했습니다!”“지금 국민무학당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게다가 남궁나연 교관 일행은 그들이 가진 모든 전술을 전수하기 위해 단돈 천 원에 수업을 열었습니다!”“다이어트를 하고 싶든, 몸을 튼튼하게 단련하고 싶든, 아니면 정말로 무학을 배우고 싶든!”“단돈 천 원만 내면 남궁나연 교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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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9장

”뭐라는 거야?”하현은 이서국의 말을 별로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그게 이서국식 개그인가 보지? 그런데 별로 재미없는데?”“천 원 수업을 개설해 놓고 나중에 의상비, 식비, 교관 접대비 등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거 아니야?”“아니면 수강생 중 추첨해서 천 원에 수업받게 하는, 뭐 그런 거 아니야?”하현의 말을 듣고 들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고 그들의 발걸음도 뚝 멈췄다.그래!만약 이서국이란 놈이 이런 잔꾀를 부렸다면 여기에 홀려 따라가는 사람들은 돈에 속고 사기당하는 거잖아?이서국이란 놈이 사람들을 놓고 바보로 만들려는 거 아니야?“걱정하지 마!”이서국은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한 계략을 하현이 말 몇 마디로 뭉개버릴까 봐 피가 솟구쳤다.“잘 들어. 우리 국민무학당은 오는 학생은 다 받아줄 거야. 무도복과 세 끼 밥도 다 무료로 제공할 거야!”“천 원만 내면 돼. 다른 걸로 속이거나 하지 않아! 절대로!”“이건 대중들에게 복지 차원에서 내가 베푸는 거야.”이서국의 굳은 결심을 듣고 방금 멈칫했던 사람들이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순식간에 국민무학당 쪽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이제 막 새 간판을 단 국술당은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그리고 이서국은 오늘 밤 이 행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미리 방송국 기자 몇 명을 불렀다.이렇게 되자 정말 하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이에 이서국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예쁜 두 여자를 끌어안다시피 하고 옆에 있는 리무진 차에 올라 자신의 계획이 순조롭게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쳐다보았다.“당주, 저 개자식이 우릴 죽이려고 해요! 살인마나 다름없어요!”“이러다가 뉴스라도 나가기만 한다면 우리 국술당의 명성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무너질 판이에요!”맞은편에서 이서국 일행을 노려보고 있던 이희광의 눈에서 불덩이가 일었다.“부하들 몇 명 데리고 가서 간판이나 마구 부숴버릴까요?”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작은 일에 사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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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0장

”물론 아니지.”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원래는 국술당에 별로 학생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지금 보니 알아서 저렇게 우리 국술당을 홍보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만간 국술당이 유명해질 것 같아.”이희광과 조남헌은 서로의 얼굴을 동시에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눈빛을 교환했다.“뭐라구요?”“저들은 천 원에 수업을 열었잖아요?”“게다가 무도복도 공짜고 밥도 공짜예요.”“돈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속셈이라고요.”하현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라니 우리가 좀 도와주지 뭐!”“자, 당신이 숏츠 찍는 걸 책임져. 동영상을 몇 개 찍어서 뿌리는 거야. 저들을 도와서 국민무학당을 홍보하는 거야.”“언론사, 방송사, 신문사, 포털에 일일이 전화해.”“여기는 옷도 공짜, 밥도 공짜라고 대대적으로 알려!”“그리고 주인이 돈이 너무 많아서 천 원만 있으면 평생 여기서 무술 연마하고 밥 먹고 지낼 수 있다고 해...”“천 원 수업이라... 이서국이 이 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이붓는지 천천히 구경이나 하자구!”천 원 수업, 무도복 무료 증정, 무료 식사 제공.하현 일행의 노력으로 이 소식은 삽시간에 무성 전체에 퍼졌다.심지어 무성을 넘어 주변 도시들까지도 소문은 퍼졌다.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무성에서 무술을 배우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아마 사기꾼들이 사람들을 속이려고 미끼 상품을 던졌거나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수업을 하는 사람들이 남궁나연을 비롯한 열 명의 유명한 교관들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너도 나도 무술을 배우고 싶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일부 부자들조차 하나둘씩 고급차를 끌고 나타났다.이렇게 이득인 일에 나서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곧이어 인근 여러 노인정에도 소식이 전해졌고 매일 노인정 행사를 마련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던 병원 측도 두 손을 번쩍 들고 이 소식을 환영했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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