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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3541 - 챕터 3550

3870 챕터

3541장

용천진은 눈을 똑바로 뜨고 말을 이었다.“옛말 이런 얘기가 있지.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면 구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내가 결백을 증명한다고 해도 하현 당신의 오만함으로 어떻게든 날 죽일 셈이잖아, 아니야?”“그렇지만 말이야. 이거 하나는 알아둬. 내가 죽으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거. 아마 묻힐 자리도 못 찾고 이승을 떠돌게 될 거야.”“당신의 조상들 무덤까지 파헤쳐서 천지에 뼛가루를 날려버릴 테니까!”“퍽!”하현은 또 손바닥을 휘둘러 용천진의 얼굴을 때렸다.그러고서 용천진을 노려보며 말을 덧붙였다.“날 협박해?”“그게 통할 거라고 생각해?”“게다가 내가 정말 증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내 아내 곁에는 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어.”“경호원들이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되어 아직 의식도 찾지 못하고 있어!”“내 아내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도 몰라.”하현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오늘 아침, 당신의 친위대가 이곳을 떠나 밖을 나갔다고 하더군.”“이게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 작정이야?”하현의 말에 장내는 침묵으로 내려앉았다.사람들은 용천진이 사람을 납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당했다는 말을 듣자 조금 의아해하기 시작했다.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함부로 반격도 하지 못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하현의 말을 종합해 보니 용천진이 살인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머리를 쳐든 것이다.“미안한데.”용천진은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했다.“당신이 불쌍한 척하며 진짜처럼 말하긴 했지만.”“난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어. 나랑 무관한 일이야.”조희연이 옆에서 냉랭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용천진이 오늘 자선모금 만찬으로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뭐 하러 설은아를 납치할 마음을 먹겠어?”“그리고 용천진의 신분과 지위로 볼 때 직접 나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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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2장

하현은 예리한 말을 내뱉으며 용천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이때 운 좋게 아직 전투력이 남아 있는 용 씨 가문 경호원이 뒤쪽에서 튀어 올라 손에 있는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기세등등하게 하현을 겨누며 말했다.“이 새끼가! 정말!”“어디서 그런 간이 배 밖에 나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감히 우리 도련님한테 그런 말을 해?”“도련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모자라 얼굴까지 때려?!”“우리 도련님이 오늘 좋은 자리를 마련한 날이라 당신 같은 하찮은 사람을 상대하기 꺼리는 것뿐이라고!”“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쳤으니 더 이상 네놈이 함부로 날뛰게 가만히 둘 수 없지!”남자는 진작부터 하현의 거침없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하현에게 총을 겨눈 남자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 기고만장했다.“개자식! 자신 있으면 계속 덤벼 보시지!”“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내가 네놈을 작살내 버릴 거야!”하현은 남자를 향해 빙긋이 웃었다.“탕!”순간 하현은 용천진의 이마를 겨누고 있던 총의 방향을 바꾸어 방아쇠를 당겼다.“앗!”처절한 비명과 함께 남자는 손을 감싸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하현이 남자의 손에 있던 총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남자는 고통스러운 몸부림으로 경련을 일으켰고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하현이 이렇게 거침없이,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남자는 용 씨 가문을 대표하는 경호원이었다.하현 하나쯤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눈앞에서 거침없이 날뛰는 하현을 가만히 두고 볼 그가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총을 쏠 줄은 몰랐다.하현은 그 후로도 여전히 흔들림 없는 얼굴로 용천진의 이마에 다시 총부리를 갖다 대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1분 남았어.”땅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던 용 씨 가문 경호원의 모습과 하현의 흔들림 없는 모습이 오버랩되었다.그 누구도 감히 한 마디 내뱉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조삼서와 조희연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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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3장

두려워하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가 겁먹은 척하는 얼굴로 입을 닫은 용천진의 눈동자에 희미한 비아냥거림이 스쳐 지나갔다.“하현, 당신 앞에서 내 결백을 다 증명할 수 없어.”“입증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고.”“그래도 굳이 날 모함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날 쏴 죽여도 돼!”“나 용천진, 여기서 눈 하나 깜빡이면 사람 자식이 아니지!”그는 은근슬쩍 82년산 라피트 한 잔을 집어 들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두 손을 벌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이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어.”“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모두 공평하게 판단해 주실 거야!”용천진의 말을 듣고 조삼서는 얼굴색이 변하더니 갑자기 이를 악물고 나섰다.“하 씨! 만약 당신이 우리 용천진을 건드린다면 용 씨 가문이 당신과 죽기 살기로 싸울 뿐만 아니라.”“우리 서북 조 씨 가문도 당신과 끝까지 싸울 거야!”“10대 최고 가문과 5대 문벌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당신 같은 사람이 알기나 해?!”“제멋대로 굴다가 가족들이고 친구들이고 모두 끔찍하게 저세상으로 보낼 참이야?”“용천진을 건드리다니! 절대로 당신을 가만히 둘 수 없지!”말을 마치며 조삼서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갑자기 서북 조 씨 가문에서 온 경호원 수십 명이 달려들어 하나같이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이 감히 용천진을 건드린다면 그들은 가차 없이 손을 쓸 것이다.분위기는 말할 수 없이 경직되었고 장내 곳곳에서는 칼날이 팽팽하게 맞선 긴장감이 감돌았다.“참, 하현.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만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청목당이라는 곳이 있어.”“미리 소개해 둘게. 청목당이란 곳은 용문 내외팔당 중의 하나야.”“지위로 보자면 용문 서른여섯 지회보다 훨씬 높고 당에는 고수들도 넘쳐나지.”용천진은 지금 이 상황을 아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청목당 당주와 나는 아주 호형호제하는 사이야.”“당신이 여기 쳐들어왔을 때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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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4장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무도복을 입고 장검을 든 남녀들이 만찬장 안으로 몰려들었다.그들은 북방의 거친 바람처럼 냉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결연한 의지가 가득 엿보이는 두둑한 관자놀이하며 두 손에 알알이 박힌 굳은살이 딱 봐도 모두 고수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게다가 잘 훈련된 이들은 만찬장에 들어서는 순간 용천진의 사람들을 빼곡히 에워쌌다.조삼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진주희? 당신이 용문 집법당 사람들을 데리고 여긴 어쩐 일이야?”조희연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채 조희연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여긴 무슨 일이냐고?”“여긴 용문 집법당이 올 만한 일이 없는데 무슨 일로 온 거냐고?”다른 사람들도 영문을 몰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무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용문 집법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용문 집법당은 바로 용문의 경찰이었다.용문 집법당 사람들은 실력도 막강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조정에서도 먼저 참수하고 나중에 보고해도 된다는 선참후보의 권한을 용문 집법당에게 부여했다.그것은 황권의 권한 중 8할을 집법당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요즘 무성에서 진주희의 위상은 보통 사람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많은 사람들은 부당주인 그녀의 행동 스타일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용문 집법당 당주가 줄곧 막후에서 은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주희가 맡고 있는 부당주는 용문 집법당의 당주를 대표해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진주희가 이끄는 용문 집법당 사람들은 그녀가 취임한 이후 집법당에서 엄선한 요원들로 구성되었다.이 사람들은 전투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그녀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전투력이 막강한 요원들을 대동한 진주희는 명실상부 무성의 확실한 1인자라고 할 수 있었다.이러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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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5장

”이렇게 제멋대로 날뛰다니 오늘 밤 당신이 어떤 꼴이 될지 내 눈으로 두고 보겠어!”“당신 곧 후회하게 될 거야. 자신이 무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라고!”용천진의 여자들은 험악한 얼굴로 진주희를 비난했다.그녀들은 일찍이 용천진의 오만함과 횡포에 익숙했다.용천진의 여자들은 줄곧 다른 사람을 향해 호통만 쳐온 사람들이었다.언제 다른 사람들이 그녀들의 얼굴을 때리고 용천진의 얼굴을 때릴 수 있었겠는가?그들은 이런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주희는 침착하게 내려앉은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밤 예수님이 오신다고 해도 나 진주희는 하현의 편에 설 거야!”“하현을 건드리는 자는 가차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벼락같은 진주희의 말에 조삼서 일행은 하나같이 무거운 기색이 역력했다.진주희는 지금 용문 집법당 부당주이고 반은 무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그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뜻밖에도 진주희가 외지인에게 굽신거리고 있는 것이다!하현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기세였다!사람들은 그녀의 이런 행동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생각했다.“진주희, 난 당신이 매우 용감하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잘 알아. 인정해.”“당신은 감히 청목당을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내 사람들을 다치게 했어.”“이렇게 된 결과가 어떨 거라는 거. 생각해 본 적 없어?”용천진은 눈앞의 아리따운 여인을 보며 더러운 욕망을 잠시 억누르고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띠었다.“당신이 이렇게 하면 할수록 당신이 모시는 그분은 더욱 난처해진다는 거 몰라? 게다가 이건 용문에 먹칠을 하는 짓이라고!”용천진의 미소 뒤에 칼끝을 감추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의 이런 태도와 행동은 당신이 공들여 왔던 모든 일들을 수포로 만들 거야!”“퍽!”진주희는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손바닥을 들어 용천진의 얼굴에 내동댕이쳤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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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6장

조희연을 비롯한 여자들이 비명을 지었다.조삼서 일행은 눈꺼풀을 펄쩍였고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들은 하현이 제멋대로 날뛰는 놈이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감히 용천진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쏠 줄은 몰랐다.그는 후환이 두렵지 않은 걸까?“윽!”용천진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질 듯 휘청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용천진 같은 거물이 이렇게 체면을 구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러자 하현은 총을 들고 이번엔 용천진의 오른손을 겨누었다.“설은아 어디 있어?”용천진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몰라.”“또 쏠 테면 쏴!”아리따운 여자 손님들이 이 광경을 보고 용천진의 남자다운 기개에 선망의 눈빛을 보냈다.진짜 남자가 따로 없었다.보통 남자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벌써 겁을 집어먹고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좋아.”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탕!”그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고 이번에는 용천진의 오른팔을 뚫어버렸다.용천진은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불빛이 번쩍이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혼미해졌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용천진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하현은 유려한 손놀림으로 총구를 움직여 다시 용천진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내가 쏠지 안 쏠지 내기할까?”용천진이 이를 악물고 버티자 진주희가 다가와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용천진, 난 하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 당신이 순순히 자백하지 않는다면 하현은 망설임 없이 당신의 머리를 날려버릴 거야!”용천진은 눈꺼풀을 움찔거리다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죽을 수는 있어도 모욕을 당할 수는 없었다.“내가 만찬장에 들어섰을 때 사청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래서 그녀로부터 뭔가를 알게 되었지.”“용천진, 너무 자신만만해하지 말란 말을 하고 싶군.”“초심을 잊지 말라고!”“이번 판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명확한 생각이 있었을 거 아니야?”“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한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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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7장

용천진의 얼굴빛이 매서워졌다.다른 건 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있었다.자신이 거느리던 모든 것들이 용천두와 용천오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특히 용천오의 거만한 얼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용천오는 자신의 수행원이나 부하 중의 한 명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어떻게 부하를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릴 수 있겠는가?용천진은 잠시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한 끝에 불필요한 오기를 거두기로 마음먹었다.용천오가 자신의 머리 위에 오른다는 생각이 그를 냉정하게 만든 것이다.냉정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보다 더 비참한 최후일 것이다.그러자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전화 한 통만 걸도록 해 줘.”진주희가 옅은 미소를 머금고 그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건넸다.용천진이 번호를 누르자 곧 맞은편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련님, 내리실 분부라도 있으십니까?”용천진은 안색이 일그러졌다.“설은아를 무성 황금 회사로 돌려보내. 지금 당장!”용천진은 말을 마치며 하현이 자신의 이마에 겨누고 있던 총부리를 천천히 밀어냈다.그리고 전에 본 적 없는 냉철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당신한테 빚진 이천억을 갚기로 결정했어. 이자까지 쳐서 삼천억을 줄게!”“또한 오늘 이 모든 상황이 우리 둘 사이의 전쟁을 평화로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라.”“하늘에 맹세코 더 이상 오늘 일은 따지지 않을게.”“하현, 내 성의를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군!”“당신이 나와 동맹의 관계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오늘 이 모든 일들을 계획했어.”“결국 지금 당신이 여기 있게 되었지!”용천진의 말을 듣고 하현은 용천진의 야심과 강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굽힐 때 굽힐 줄 알고 뻗을 때 뻗을 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 피비린내 나는 모든 상황을 말 한마디로 끝내 버렸다.오늘 용천진은 말할 수 없이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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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8장

하현의 얼굴에서 긴장한 기색이 사라지자 사청인의 얼굴에는 웃는 듯 마는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하현을 바라보며 눈썹을 들었다 놓으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하현, 당신의 행동이 대담하고 예상치 못할 수준이라는 거,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감히 혼자 몸으로 자선모금 만찬장에서 사람을 죽이고 사람들 앞에서 용천진의 얼굴을 때리는 것도 모자라 총까지 쏘다니!”“용천진이 굴복하지 않고 당신이랑 끝까지 싸우겠다고 버텼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두렵지 않았어?”사청인의 목소리가 매서운 칼날이 숨겨져 있는 듯 서늘했다.“하현, 당신이 너무 함부로 날뛴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너무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사청인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뿐만 아니라 분노의 그림자가 살짝 드리워졌다.다만 그녀는 강력한 포커페이스를 시전하며 겉으로 보이는 표정과 숨결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하현은 갑자기 사청인의 뺨을 사정없이 휘두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이런 여자는 얄밉고 짜증나지만 계속 접촉하다 보면 어느새 정복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쓸데없는 얘기 다 했어?”하현의 표정은 냉담했다.“얘기 다 했으면 앉아.”“오늘 일은 당신들한테 해명하라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체면을 많이 봐준 거야.”하현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용천진이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면 아마 바로 죽였을 거야. 내가 그런 것에 머뭇거리는 사람이 아니거든.”“어차피 방아쇠 한번 당기면 될 일인데 뭘.”하현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사청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의 강렬한 눈빛에 사청인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가슴이 벌렁거렸다.“말해 봐! 용천진을 위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담판을 짓자고 한 거잖아?”“나와 동맹을 맺는 일, 당신이 용천진한테 제안한 거지?”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덤덤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맞아. 내가 용천진한테 제안한 거야. 적의 적이 반드시 친구가 되란 법은 없지만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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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9장

사청인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돌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하현이 이렇게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일 줄은 몰랐다.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예리함과 명석함은 용천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간단히 말해서 용천진은 하현 앞에서는 거의 초보자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하현은 눈초리를 가늘게 뽑으며 사청인을 흘겨본 뒤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사청인, 너무 걱정하지 마.”“내가 여기 앉아 있는 이상 용천진의 마음을 모두 다 알고 협력하기로 했다는 뜻이니까.”“협력이란 것은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는 거야.”“당신이 여기 있다는 건 용천진의 태도를 대변하는 거고.”“용천진이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 말해 봐.”“오늘 있었던 일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고 이제는 협력할 것에 관해서 얘기해 보자구.”하현의 말을 듣고 사청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하현이 설은아의 납치 사건으로 용천진과 완전히 척이 질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하현도 나름의 기준과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용천진이 설은아를 해치지 않은 이상 대국을 위해 원한은 잠시 접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사청인도 용천진이 중요한 순간에 자존심을 버리고 사과하고 설은아를 풀어준 뒤 협력하기로 한 결정에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두 사람은 끝까지 싸웠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결국 목숨을 잃는 사람은 하현이 아니라 용천진이었을 것이다.“용천진이 머리를 숙인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무성 전체와 서북부 전체가 당신을 우러러보기에 충분해!”여기까지 말한 후 사청인은 들고 온 에르메스 가방을 열더니 수표 한 장을 하현 앞에 내밀었다.“용천오가 약속한 삼천억이야!”“이천억은 설은아에 갚아야 하는 돈이고 나머지 천억은 이자야.”“이것으로 빚 청산은 마무리된 거야!”“이자를 천억이나 챙겨주었다는 건 용천진이 성의를 표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의 체면을 세워 준 것이기도 해.”“양측이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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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0장

사청인은 표정이 굳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뭣 때문에 내가 그래야 돼? 내가 뭣 때문에 당신을 위해서 용천진한테 그런 말을 해야 하냐고?”하현은 일어서서 테이블 위의 수표를 집어 들고 옅은 미소를 띠었다.“당신은 단지 다섯 번째 첩일 뿐이야. 영원히 용천진의 부인이 될 수 없어...”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사청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상기되었다.그때 진주희가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수표 한 장을 손에 쥐고 사청인 앞에 가볍게 놓았다.무의식적으로 수표에 시선을 돌린 사청인의 눈꺼풀에 옅은 파동이 일었다.천억짜리 수표였다.수표는 하현한테서 나온 것이었다.아마 진작에 서명해 둔 것인 듯했다.수표를 보고 난 뒤 사청인의 눈빛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게 무슨 뜻이에요?”“날 매수하려고?”“잘 들어요. 용천진의 여인은 그 누구도 매수할 수 없어요!”“우리는 오직 용천진의 이익을 위해 살 거예요!”“흥분하지 마세요.”진주희는 손을 뻗어 사청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하현은 당신을 매수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그는 단지 황제의 후궁들도 쓸쓸히 뒷방으로 밀려날 때가 있는데 하물며 부잣집 도련님의 첩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예요.”“좋게 말해서 첩이지, 나쁘게 말하면 노리개나 마찬가지니까요.”“젊었을 때 미리미리 자신을 위해 뭔가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늙고 쇠약해졌을 때 뭘로 먹고 살 수 있겠어요?”“첩으로 지낸 사람이 거지가 될 수는 없잖아요?”“거대한 산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기대던 사람이 언제 고꾸라질지 모르는 일이죠. 오직 기댈 건 자기 자신밖에 없어요, 안 그래요?”사청인의 갸냘픈 어깨가 가늘게 떨렸고 잠시 생각에 빠진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설득당하지 않을 수가 없군.”“하현에게는 호의 잘 받았다고 전해줘요.”“그리고 이 말도 전해요. 그가 요구한 것을 용천진이 들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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