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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1장

”그래? 그래서 이런 기세로?”“이렇게 막무가내로?”“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하현의 표정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너의 그 존경하는 여사님은 지금 어디 계셔?”이희광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감히 쓸데없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이실직고했다.“무성 샹그릴라 호텔입니다.”“오늘 밤은 부인의 생신날이라 잔치를 벌이고 있을 겁니다.”“그래서 축하 선물로 당신을 바치려고 했던 거구요...”여기까지 말한 이희광은 눈을 질끈 감았다.눈앞의 신분을 알고도 축하 선물이라는 말을 내뱉다니!아뿔싸!“딸이 다쳤고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어.”“그리고 애꿎은 어린 여자를 죽도록 때려놓고.”“뭐? 생일잔치?”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그렇다면 나도 부인의 생신을 축하하러 가야겠군!”하현의 말을 들은 이희광은 불안하게 눈꺼풀을 펄쩍이며 무릎을 꿇은 다리가 벌벌 떨렸다.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30분 후 무성 샹그릴라 호텔.하현은 여유로운 자태로 뒷짐을 지고 선두에 서서 걸어갔다.이희광은 바들바들 떨며 하현의 뒤를 따라갔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대로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화려하고 우아한 호텔 로비를 지나 하현은 대리석이 깔린 복도로 거침없이 진입했다.복도의 내부에는 보석으로 치장한 문이 있었고 안쪽에는 샹그릴라 호텔 VIP 연회장이 있었다.오늘 밤 이가음의 모친 생일 파티가 열리는 곳이었다.그녀의 딸은 아직 회복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다.하지만 이가음의 모친에게는 생일잔치가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생일잔치는 단순히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빌려 평소에 보기 힘든 거물들을 한 자리에 불러 무성 상류층의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딸의 생사가 이런 생일잔치와 비교가 되겠는가?연회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복도 입구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기념품이 쭉 늘어서 있는 가운데 예닐곱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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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2장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그 안에는 설유아의 친구들 얼굴이 캡처되어 있었다.목영신은 이가음의 모친이 출입하는 장면을 캡처해서 하현에게 주었고 신상 정보도 세심하게 준비해 보냈다.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본 후 하현은 고개를 들고 성형을 잔뜩 한 여자의 얼굴 위로 시선을 던졌다.“당신이 진기희야? 용문 무성 지회장의 제자이고 이가음의 모친 전속 수행원?”“어머? 내 이름과 신원을 다 알아냈다고? 허! 공부 좀 했나 보군!”하현이 자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신원을 확인하려 하자 여자는 조금도 물러서는 기색 없이 성형한 얼굴을 당당히 내밀며 교만한 기색을 보였다.“내 신분을 알았다면 어서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내 말 한마디에 당신들은 몸 성히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시골 촌뜨기 두 놈이 감히 이런 곳에 와서 밥이나 빌어먹으려고?”“당신들은 거울도 안 봐? 당신들이 그럴 자격이 되는지 어떤지 모르겠어?”이 여자는 이가음의 모친 수행 비서로서 누가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 누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하현 같은 사람은 당연히 초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진기희의 다른 일행들은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그녀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우스꽝스러운 한심한 남자일 뿐이었다.이가음의 부인 같은 높으신 분의 생일잔치에는 하객들의 신원을 아주 꼼꼼히 체크한다는 걸 알아야 했다.어디 길가의 개나 고양이가 함부로 기웃거릴 수 있겠는가?여기가 시골 잔치 마당인 줄 아나?게다가 하현의 옷차림은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리 보아도 돈이 있어 보이지가 않았다.그러니 진기희 무리들이 하현을 비아냥거리지 않겠는가?하현은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희광을 돌아보고는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당신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용문의 규칙을 잊었어?”이희광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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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3장

”오호라, 요금 무성에서 감히 날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어?”진기희는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맞아. 내가 그 여자 때렸어. 뺨 세 대 때리고 발로 찼어.”“그래서 뭐?”“내가 너무 가볍게 해서 섭섭한 거야?”“그 여자가 뭔데 감히 우리 부인을 못살게 구는 거야?!”“우리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사람에게는 신분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몰라!?”“그 여자는 당해도 싸!”“똑똑히 들어. 그 일 아직 끝나지 않았어.”“부인의 생신잔치가 끝나고 나면 직접 그 여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서 단판을 짓고 말 거야!”“부인께 무릎 꿇고 잘못을 빌지 않으면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왜? 시골 촌뜨기가 그 여자를 구하러 온 거야?”“아니면 그 여자랑 몸이라도 섞은 거야?”“아주 화끈 달아올라?”“능력도 안 돼 보이는구만. 흥!”진기희는 비아냥거리며 말을 마치자마자 누군가에게 손짓했다.그러자 용문 무성 지회 사람들이 몇 명 다가왔다.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험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쫓아낼 기세로 돌진했다.몇 명의 손님들도 이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돈도 없는 사람들이 이런 데를 기웃거리다 사람들한테 쫓겨나는 신세라니 이런 꼴사나운 광경은 처음이었다.그들을 머릿속에 이런 꼴같잖은 사람들은 그들의 발바닥을 핥을 자격도 없었다.이희광은 온몸을 벌벌 떨었다.하현의 신분과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감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벌벌 떨고 있는 이희광의 모습에 진기희 일행의 눈빛은 더욱 험악하게 변했다.시골뜨기는 시골뜨기였다.몇 마디 으름장에 잔뜩 겁을 먹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다니!아마 이런 장소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용문 제자들은 모두 일당백인 실력자들이었다.이 두 놈이 놀라서 벌벌 떠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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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4장

”네놈이...”“감히 날 때려?!”진기희의 성형한 얼굴이 한껏 더 일그러졌고 그녀는 분노에 휩싸인 채 고함을 질렀다.“내가 누군지 알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스승님 행동이 사나우시네. 지금 당신 제자가 누구냐고 묻는데 대답 안 할 거야?”이희광은 냉소를 흘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진기희의 멱살을 잡고는 주먹을 날렸다.집법당 당주인 하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희광은 지금 자신의 역할을 독하게 해내야 했다.진기희 따위 조금도 봐줄 마음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기희의 얼굴은 돼지머리마냥 부풀어 올랐다.정교하게 깎은 그녀의 이목구비도 완전히 일그러졌다.순간 그녀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이, 이봐! 이쪽으로 빨리...”그러자 몇 명이 몸부림치며 일어섰다.그러나 그들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이희광은 그들을 모두 걷어차 버렸다.이희광은 사나운 얼굴로 앞으로 나가 용문 제자들의 종아리를 밟아 부러뜨렸다.돼지 멱따는 소리가 이어졌고 용문 제자들은 완전히 전투력을 상실한 채 널브러졌다.“당신은...스승, 스승님?!”드디어 용문 제자 중 한 명이 이희광의 얼굴을 알아보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스승님, 제정신입니까?”“부인의 생신잔치에 선물을 준비하기는커녕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이 소란을 만들다니!”“죽고 싶습니까?”“퍽퍽!”이희광은 사람들이 계속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고 완전히 기절시켜 버렸다.하현은 이희광의 이런 잔인함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이런 사람은 좋은 개가 될 수 있다.발아래 두고 지시만 내리면 알아서 물어 버린다.별말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하현은 입과 코가 비뚤어지고 피범벅이 된 진기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정도면 초청장 없이도 들어갈 수 있겠지?”“부족하다면 더 보여줄 수도 있어!”“당신들...”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툭툭 내뱉는 하현을 보고 진기희는 온몸을 떨었다.특히 이희광의 정체가 밝혀지자 진기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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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5장

처절한 비명이 온 사방에 퍼졌다.진기희는 그대로 옆구리 쪽을 걷어차여 가슴 보형물이 납작해졌다.곧이어 하현은 울부짖고 몸서리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돌아서서 입구 쪽으로 향했다.하현은 연회장 입구에 도착했다.연회장에서의 환한 웃음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하현이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이희광은 얼른 하현 앞으로 나가 문을 발로 뻥 걷어찼다!펑 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이것은 부인의 생일잔치가 망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이희광이 끝까지 갈 준비를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굉음과 함께 객석의 모든 하객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다.생일잔치 진행을 맡은 예쁜 여자 MC가 뜨거운 열정으로 말을 하고 있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가음의 모친은 무성에서 가장 높은 신분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용문 서른여섯 지회장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용문 무성 지회장이었다.얼마나 많은 무성의 귀족 2세들이 용문 무성 지회의 제자들인지 셀 수도 없다.그리고 오늘 생일잔치에 온 사람들은 비록 상위권 최고 신분은 아닐지라도 모두 꽤 높은 신분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이런 생일잔치에 어떤 미친놈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거리낌 없이 날뛰고 횡포를 부릴 수 있겠는가?“누구야?!”“누가 이렇게 소란을 피워?!”현장 질서 유지를 담당하던 용문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와 앞장서서 호통을 쳤다.다른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저 너머 입구 밖에 진기희 일행이 널브러져 있는 것도 선명하게 보였다.이건 오늘 생일잔치를 완전히 망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누가 함부로 이가음의 모친 얼굴에 먹칠을 한단 말인가?케이크를 자르려던 부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러나 그녀는 동요하지 않고 샴페인 잔을 쥔 채 불청객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비록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단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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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6장

그러나 하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놀란 종업원에게 손을 흔들어 샴페인을 한 잔 청했고 목을 축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샴페인 한잔 주셨으니 부인에게 기회를 드리죠.”“지금 당장 나가세요. 그럼 사지 멀쩡한 몸은 보전해 드리죠.”하현의 말을 들은 이가음의 모친은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누구든 자기 사람들이 하현을 처리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여사님,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원래 잘 하는 거 있잖아요?”“큰소리 뻥뻥 쳐 보시죠?!”“어째서 지금은 겁쟁이가 되셨어요?”하현은 샴페인을 쥐고 단상으로 향했다.“어쨌든 용문 무성 지회장 부인이잖아요.”“이러면 정말 실망인데.”“야! 어디서 건방이야!”“여기가 어디라고! 당신이 그렇게 대단해?”이때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양복 재킷을 벗어던지고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채 기세등등하게 단상으로 향했다.“감히 우리 사모님 앞에서 허세를 부려?”“잘 들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온전하지 못할 거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남자를 쳐다보았다.웃는 듯 마는 듯한 하현의 표정을 보고 남자는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고 직접 호통을 치며 거친 발걸음을 옮겼다.그러자 그의 몸이 포탄처럼 튀어나와 그대로 하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이 남자의 행동을 보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현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말을 쏟아내었다.“이제 저놈은 망했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서 허세를 부려?!”“장 선배님이죠? 정말 셔츠핏 멋지네요!”“몸은 또 얼마나 단단한데! 여러 명이 동시에 덤벼도 끄떡없다고 하더라고!”“저 허여멀건한 놈은 재수가 없는 거지. 장 선배는 줄곧 여사님을 존중해 왔어. 그런 그가 저놈을 가만히 놔두겠어? 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많은 사람들은 좋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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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7장

담담한 표정을 짓던 이가음의 모친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하현의 경호원이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 것에 놀랐지만 마음에 크게 두지 않았다.결국 현대사회는 권력과 돈의 힘이 모든 걸 좌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순간 이가음의 모친은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고 곧 십여 명의 경호원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하현은 본 척 만 척하며 이가음의 모친에게 입을 열었다.“부인,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뒤에 서 있을 겁니까?”“정말 내가 직접 당신을 꺼내야 합니까?”“젊은이,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서 도대체 뭘 얻으려고 그러는 거야?”“뒷감당을 어떻게 책임질 건가? 그걸 생각해 봤어?”“내가 뭘 얻고 싶냐구요?”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저 정의를 되찾으려는 것뿐이에요.”“오늘 일은 사적인 원한이에요.”“그래서 부인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온 거예요.”“얼마 전 무성 촬영 세트장에서 롤플레이 놀이 중 총이 오발한 사건 때문에 이가음, 즉 부인의 딸이 다쳤어요.”“부인은 진상을 파악하고 무성 촬영 세트장에 항의를 하기는커녕 무고한 내 처제를 잘못한 사람으로 몰아붙여 마구 때렸어요.”“심지어 부인은 현장의 총에 진짜 총알을 넣은 사람이 나라고 지목했어요. 결국 나 때문에 자신의 딸이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구요.”“그래서 부인은 사람을 보내 날 처리하도록 했어요!”하현은 침착한 얼굴로 장내를 둘러보며 당당하게 말했다.“부인이 내 처제를 때린 것도 모자라 날 괴롭히고 있어요. 내가 이 정도 능력도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감옥에 갇혔을 거예요.”“사건의 전말이 이런데도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의를 되찾으려고 온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무언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듯했다.만약 하현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누가 보아도 이가음의 모친이 잘못한 것이었다.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할 뿐 아가음의 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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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8장

”너 이놈!”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고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하고 꺽꺽 숨을 헐떡이다가 피를 토하고 말았다.하현은 그에게 일일이 대응하기 귀찮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보았다.“부인, 아직도 그렇게 멀찌감치 서 계실 겁니까?”“그래, 내가 네 처제인지 뭔지 그 여자 때렸어!”하현이 사건을 끄집어내며 오만방자하게 구는 것도 모자라 손님들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것을 보고 이가음의 모친도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의자에 기대 앉아 가늘고 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눈꼬리를 가늘게 말아올린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문제는 누가 그 여자한테 그 재수 없는 대본을 손에 넣어줬다는 거야!”“소품용 총에 실탄이 들었든 어쨌든 상관없어!”“결국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그 여자라는 거야!”“내 딸이 사고를 당했어. 그러면 책임을 져야지!”“어제 그 여자를 때린 건 시작에 불과해. 그저 약간의 훈계를 했을 뿐이야.”“만약 내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땐 정말 너와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가음의 모친은 매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당신 자신도 지키지 못해!”이가음의 모친이 손뼉을 치자 사람들을 헤치고 미리 준비한 모양인 듯 열두 명의 경호원들이 총을 들고 뛰쳐나왔다.그들은 안전장치를 풀어 하현에게 총구를 겨누었다.“하현, 조심해!”이희광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얼른 그의 앞으로 나와 술병을 집어 들고 거세게 깨뜨린 다음 오른손을 휘둘렀다.“쉭쉭쉭!”유리 파편은 순식간에 날아가 총을 들고 있던 경호원들의 목에 꽂혔다.경호원들은 허연 흰자위를 드러내며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탕탕탕!”총소리가 장내를 울리더니 경호원 두세 명이 풀썩 쓰러졌다.순간 경호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허벅지를 움켜쥔 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주위에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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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9장

”많은 사람들은 용문 무성 지회의 노구라는 이름을 들어보았기 때문에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실력도 출중하고 그동안 무성 지회장에게 혁혁한 공을 세워 준 인물이었다.그는 평소에 늘 지회장 곁을 따라다녔다.그런데 오늘 그가 이가음의 모친 곁에 있었다는 것은 지회장이 아내를 끔찍이 여긴다는 방증이었다.물론 그 와중에 하현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툭!”이가음의 모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2층 한쪽 구석에서 검은 그림자가 툭 튀어나왔다.그는 빠른 몸놀림을 앞세워 순식간에 하현과 이희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쓸데없는 말 대신 그는 전력을 다해 이희광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노구는 있는 힘을 다해 불청객들을 단숨에 날려버릴 기세였다.감히 이가음의 모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서슬 퍼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퍽!”살의를 끊임없이 풍기던 그의 주먹은 무서운 기세로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가 맹수처럼 이리저리 몸을 놀렸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현은 이제 죽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최소한 하현이 죽임을 면한다 하더라도 멀쩡한 몸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이희광도 흠칫 놀라며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미 하현 쪽에 줄을 서기로 선택했으니 전력을 다해 한 방에 상대를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쾅!”삼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 이희광의 주먹과 노구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혔다.순간 이희광은 온몸을 움찔거리다가 피를 뿜어냈다.날아오른 이희광이 땅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그의 얼굴이 사람들을 향해 훤히 드러났다.“이희광? 이희광이었다고?”“지회장의 부인 생일잔치에 외부인의 앞잡이가 되어 분란을 일으킨 자가 이희광이라고?”“죽고 싶어 환장했나?”사람들은 이희광을 알아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하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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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0장

노구가 내민 오른손은 순간 ‘또각'하고 부러졌고 팔 전체가 꽈배기처럼 비틀어졌다.“악!”노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팔은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했다!이가음의 모친과 손님들은 아연실색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무적인 노구였다.대충대충 해도 충분히 하현을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가?방금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이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어떻게 이럴 수가?!”“도대체 어떻게?!”“저놈이 그렇게 무서운 놈이었어? 손바닥 하나로 노구를?”“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야?”“노구가 하현을 얕잡아봐서 이렇게 된 건가?”“방금 이희광과 싸우다가 혹시 다친 거야?”“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지!”하현이 손바닥 하나로 노구를 때려눕힌 것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계속해서 눈을 비볐다.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 보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그 유명한 노구가, 용문 무성 지회의 이희광을 한 방에 날려버린 노구가, 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종잇장처럼 날려 가다니 어떻게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이 광경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누구냐, 넌?!”노구는 누런 이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며 말했다.그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입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무성의 고수들은 내가 다 알아.”“너 같은 놈은 없었어!”하현은 노구의 말을 듣고 심드렁한 눈빛으로 노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어리숙하게 다른 사람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걸 가엾게 여겨 내가 당신에게 살 길 하나 마련해 주지.”심드렁한 하현의 눈빛에 노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노구는 지금 하현의 눈에는 자신이 그저 날아다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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