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놈!”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고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하고 꺽꺽 숨을 헐떡이다가 피를 토하고 말았다.하현은 그에게 일일이 대응하기 귀찮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보았다.“부인, 아직도 그렇게 멀찌감치 서 계실 겁니까?”“그래, 내가 네 처제인지 뭔지 그 여자 때렸어!”하현이 사건을 끄집어내며 오만방자하게 구는 것도 모자라 손님들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것을 보고 이가음의 모친도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의자에 기대 앉아 가늘고 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눈꼬리를 가늘게 말아올린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문제는 누가 그 여자한테 그 재수 없는 대본을 손에 넣어줬다는 거야!”“소품용 총에 실탄이 들었든 어쨌든 상관없어!”“결국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그 여자라는 거야!”“내 딸이 사고를 당했어. 그러면 책임을 져야지!”“어제 그 여자를 때린 건 시작에 불과해. 그저 약간의 훈계를 했을 뿐이야.”“만약 내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땐 정말 너와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가음의 모친은 매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당신 자신도 지키지 못해!”이가음의 모친이 손뼉을 치자 사람들을 헤치고 미리 준비한 모양인 듯 열두 명의 경호원들이 총을 들고 뛰쳐나왔다.그들은 안전장치를 풀어 하현에게 총구를 겨누었다.“하현, 조심해!”이희광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얼른 그의 앞으로 나와 술병을 집어 들고 거세게 깨뜨린 다음 오른손을 휘둘렀다.“쉭쉭쉭!”유리 파편은 순식간에 날아가 총을 들고 있던 경호원들의 목에 꽂혔다.경호원들은 허연 흰자위를 드러내며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탕탕탕!”총소리가 장내를 울리더니 경호원 두세 명이 풀썩 쓰러졌다.순간 경호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허벅지를 움켜쥔 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주위에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은 용문 무성 지회의 노구라는 이름을 들어보았기 때문에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실력도 출중하고 그동안 무성 지회장에게 혁혁한 공을 세워 준 인물이었다.그는 평소에 늘 지회장 곁을 따라다녔다.그런데 오늘 그가 이가음의 모친 곁에 있었다는 것은 지회장이 아내를 끔찍이 여긴다는 방증이었다.물론 그 와중에 하현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툭!”이가음의 모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2층 한쪽 구석에서 검은 그림자가 툭 튀어나왔다.그는 빠른 몸놀림을 앞세워 순식간에 하현과 이희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쓸데없는 말 대신 그는 전력을 다해 이희광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노구는 있는 힘을 다해 불청객들을 단숨에 날려버릴 기세였다.감히 이가음의 모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서슬 퍼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퍽!”살의를 끊임없이 풍기던 그의 주먹은 무서운 기세로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가 맹수처럼 이리저리 몸을 놀렸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현은 이제 죽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최소한 하현이 죽임을 면한다 하더라도 멀쩡한 몸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이희광도 흠칫 놀라며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미 하현 쪽에 줄을 서기로 선택했으니 전력을 다해 한 방에 상대를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쾅!”삼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 이희광의 주먹과 노구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혔다.순간 이희광은 온몸을 움찔거리다가 피를 뿜어냈다.날아오른 이희광이 땅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그의 얼굴이 사람들을 향해 훤히 드러났다.“이희광? 이희광이었다고?”“지회장의 부인 생일잔치에 외부인의 앞잡이가 되어 분란을 일으킨 자가 이희광이라고?”“죽고 싶어 환장했나?”사람들은 이희광을 알아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하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노구가 내민 오른손은 순간 ‘또각'하고 부러졌고 팔 전체가 꽈배기처럼 비틀어졌다.“악!”노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팔은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했다!이가음의 모친과 손님들은 아연실색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무적인 노구였다.대충대충 해도 충분히 하현을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가?방금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이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어떻게 이럴 수가?!”“도대체 어떻게?!”“저놈이 그렇게 무서운 놈이었어? 손바닥 하나로 노구를?”“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야?”“노구가 하현을 얕잡아봐서 이렇게 된 건가?”“방금 이희광과 싸우다가 혹시 다친 거야?”“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지!”하현이 손바닥 하나로 노구를 때려눕힌 것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계속해서 눈을 비볐다.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 보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그 유명한 노구가, 용문 무성 지회의 이희광을 한 방에 날려버린 노구가, 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종잇장처럼 날려 가다니 어떻게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이 광경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누구냐, 넌?!”노구는 누런 이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며 말했다.그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입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무성의 고수들은 내가 다 알아.”“너 같은 놈은 없었어!”하현은 노구의 말을 듣고 심드렁한 눈빛으로 노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어리숙하게 다른 사람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걸 가엾게 여겨 내가 당신에게 살 길 하나 마련해 주지.”심드렁한 하현의 눈빛에 노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노구는 지금 하현의 눈에는 자신이 그저 날아다니는 한
이가음의 모친은 어느새 눈매가 매서워졌다.“뒷배가 아무리 든든하기로서니 이렇게 건방질 수 있는 건가?”“정말 우리 용문에서 당신 하나 어떻게 못할 거라고 생각해?”“잘 들어! 우리 용문에는 실력이 출중한 고수들이 널리고 널렸어!”“지금 당신이 조금 앞서가는 것 같으니까 이젠 나를 괴롭히겠다? 내 남편을 끌어내리겠다고?”“당신은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어!”“당신이 지금 누굴 상대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이가음의 모친은 냉소를 지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일관했다.“여기 있는 분들이 누구인지 알려 줄 테니까 똑똑히 들어!”“이 분은 용문 금정 지회 부지회장!”“이 분은 용문 외삼당의 둘째 자제분!”“이 분은 용문 집법당의 집법 제자로 아주 신분이 높은 분이지!”이가음의 모친이 연이어 호명을 하며 소개를 하자 십여 명의 남녀들이 모두 일어서서 거들먹거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이가음의 모친은 이 사람들 때문에 잃어버렸던 용기를 다시 되찾은 듯했다.그녀는 눈꼬리를 매섭게 휘어감어 천천히 하현 앞으로 걸어 나와 냉소적인 입매로 말했다.“이 사람들은 모두 용문의 어른들이야!”“용문과는 얽히고설킨 사람들이지!”“감히 이 사람들의 미움을 사겠다는 건가?”“용문은 대하의 4대 초석 중 하나야!”“무성에서 우리 용문 사람들과 싸우겠다고?”“오만함도 이 정도면 병이지!”“아무리 뭘 몰라도 그렇지!”이가음의 부인이 하는 말을 듣고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시쳇말로 용문은 강호의 무림 지존이라 할 수 있었다.강호에서 무학의 성지에서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가 감히 용문과 겨루겠다고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용문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이가음의 모친 뒤를 돌아보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용문의 계율 제1조는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고, 옳고 그름을 분
용문 집법당 영패?!영패를 보는 것은 당주를 보는 것과 같다?!순간 장내는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이가음의 모친 일행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에 힘이 빠지고 얼굴은 창백하게 식어갔다.그들은 하현이 툭 던진 영패가 용문 집법당의 영패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럴 수가!이럴 수는 없다?!정적에 휩싸인 그들은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지금까지 용문의 신분을 자랑하던 자들도 모두 뒤로 물러서서 넋이 나간 얼굴이 되었다.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무적의 고수를 만났다고 해도 이렇게 얼어붙지 않았다.그러나 영패는 다르다.영패 앞에서는 그 누구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이것은 용문 집법당의 영패였다.영패를 보는 것은 당주를 보는 것과 같다.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절대자의 상징이었다!집법당 제자들은 지금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눈만 껌뻑껌뻑거릴 뿐이었다.그는 갑자기 신임 집법당 당주에 관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주를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고 실제적으로도 진주희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그런데...집법당 영패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그가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가 보는 것은 허깨비가 아니다.금빛이 감도는 분명한 집법당 영패였다.이제 집법당 제자인 그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가?그러자 집법당 제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당신과 이 영패가 무슨...”“퍽!”집법당 제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손바닥으로 이 사람을 쓰러뜨렸다.“자신이 집법당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지?”“그러면 법을 알고도 법을 어겼다는 건데 법을 어길 시 어떻게 된다는 것도 알겠군, 안 그래?”“당신은 집법당 사람으로서 용문의 연줄을 앞세워 위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당신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조했어!”“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 짓을 한 거
이 광경에 용문 무성 지회 제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절망적인 얼굴이 되었다.그들은 집법당이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영패가 같은 용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도구가 아니라 더욱더 크나큰 시련을 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이가음의 모친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고 손톱이 살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하현은 영패를 쥐어 들고 심드렁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겨 길을 막고 있던 이 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걷어찼다.그리고 나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가음의 모친 앞으로 다가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부인, 똑똑히 말해 보세요? 지금 내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죠?”하현은 냉담한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그러나 순간 그의 말 한마디는 이가음의 모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왜 그래?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이가음의 모친은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정말 날 건드리려는 거야?”영패를 보는 순간 이가음의 모친은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가득 찼지만 절대로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다.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그녀만은 무릎을 꿇을 수 없다!용문 무성 지회의 지회장 부인으로서 자부심과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 뒤에 아주 큰 후원자가 있다는 것이었다.그 후원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 같은 것이었다.“당신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을 뿐만 아니라 내 처제를 다치게 했어요. 그녀의 옷까지 벗기려고 했고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내 처제를 망가뜨리려 한 거죠!”하현은 겨울바람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이 씨 가문 경호원의 손에서 총 한 자루를 빼낸 후 안전장치를 풀어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처제를 대신해 정의를 되찾아 줄 거예요. 다른 사람을 마구 망가뜨린 그 손발을 망쳐 놔도 과하지 않죠, 안 그래요?”“당신이 직접 할래요? 아니면 내가 직접 도와드릴까요?”하현의 말을 들은 이가음의 모친은 눈꺼풀이 화들짝 들썩였고 입술을 벌벌
잘난 체하며 의미심장한 듯한 눈빛을 보이는 이가음의 모친 뒤에서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내려놓았다.“그럼, 당신한테 기회를 드리죠.”“용천오에게 전화하세요!”“그리고 물어보세요.”“그가 감히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 당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지.”부인은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하현이 용천오라는 이름을 듣고도 이렇게 담담하게 자신만만할 줄 몰랐다.다만 지금 이가음의 모친은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눈앞의 상황에 떠밀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용천오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벨이 몇 번 울린 뒤 마침내 전화기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순간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한껏 낮은 자세를 보이며 이가음의 모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용천오, 난 용문 무성 지회 지회장 부인입니다. 오늘 밤 좀 사소한 마찰이 일어났는데 그 사람이 용문 집법당 영패를 가지고 있어요.”“그가 날 아주 없애버릴 작정으로 큰소리를 뻥뻥 치고 있길래 전화를 걸었어요.”“집법당?”전화기 맞은편 용천오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었다.“언제부터 집법당 영패를 든 사람이 무성에서 날뛰게 된 거죠?”이 말을 듣고 이가음의 모친은 기쁜 기색을 떠올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속으로 아주 통쾌해 죽겠는 모양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용천오한테 말하세요. 내 잘못이라고 한다면 내가 집법당의 영패를 가지고 있는 것과 내 이름이 하현이라는 것뿐이라고.”이가음의 모친은 하현의 이런 당당함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자신의 이름이 용문 집법당 영패보다 더 대단하다고 여기는 건가?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용천오, 저기. 내가 하현이라는 사람을 건드렸어요. 그가 집법당 영패를 들고 위세를 떨지 뭐예요! 그리고 그가 말하길...”상대의 싸늘한 목소리는 그대로 가라앉아 버렸고 용천오의 숨소리가 옅게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잠잠해졌다.이가음의 모친이 목
”내가 누구냐고?”하현은 총의 안전장치를 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리고 옅은 미소를 띠며 이가음의 모친을 향해 총을 들어 올렸다.“내가 말하지 않았어요?”“하현이라고. 내 처제를 대신해 정의를 되찾으러 온 설유아의 형부!”하현은 말이 끝나자마자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납탄이 ‘펑'하고 날아가 이가음의 모친 손목을 관통했다.장내는 비명으로 가득 찼고 사람들은 놀란 입을 가린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말로 총을 쏠 줄은 몰랐다.사람들이 말리고 할 틈도 주지 않았다.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니 이제야 용천오가 왜 그렇게 이놈 앞에 서기를 꺼렸는지 알 것 같았다.고작 이가음의 모친이 뭐라고 앞에 나서겠는가?죽으면 죽는 거지!비명을 지르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던 이가음의 모친은 아픈 것보다 충격이 너무나 커서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녀는 피를 흘리는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요 몇 년 동안 그녀는 무성에서 큰소리 뻥뻥 치며 기고만장했었다.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는 여자였다.거슬리는 사람은 밟아 버리면 그만이었다.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꼴을 맞았을까?그녀는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탕!”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가음의 모친 허벅지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이가음의 모친은 한 손과 한 발을 못 쓰게 된 것이다.하현은 한 손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실수로 하현을 자극하게 될까 봐 끙끙거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다른 사람들도 이제 슬슬 스스로 내 앞에 나올 준비가 되었겠지? 아니면 내가 일일이 나오게 할까?”하현은 총구를 훅 하고 불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람들 속에서 몇 명이 이가음의 모친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잠시 후 이를 악물고 덜덜 떨며 앞으로 나왔다.그들은 하현처럼 무자비한 사람 앞에서 도망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이 사람들 앞에서 하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