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비명이 온 사방에 퍼졌다.진기희는 그대로 옆구리 쪽을 걷어차여 가슴 보형물이 납작해졌다.곧이어 하현은 울부짖고 몸서리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돌아서서 입구 쪽으로 향했다.하현은 연회장 입구에 도착했다.연회장에서의 환한 웃음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하현이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이희광은 얼른 하현 앞으로 나가 문을 발로 뻥 걷어찼다!펑 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이것은 부인의 생일잔치가 망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이희광이 끝까지 갈 준비를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굉음과 함께 객석의 모든 하객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다.생일잔치 진행을 맡은 예쁜 여자 MC가 뜨거운 열정으로 말을 하고 있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가음의 모친은 무성에서 가장 높은 신분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용문 서른여섯 지회장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용문 무성 지회장이었다.얼마나 많은 무성의 귀족 2세들이 용문 무성 지회의 제자들인지 셀 수도 없다.그리고 오늘 생일잔치에 온 사람들은 비록 상위권 최고 신분은 아닐지라도 모두 꽤 높은 신분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이런 생일잔치에 어떤 미친놈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거리낌 없이 날뛰고 횡포를 부릴 수 있겠는가?“누구야?!”“누가 이렇게 소란을 피워?!”현장 질서 유지를 담당하던 용문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와 앞장서서 호통을 쳤다.다른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저 너머 입구 밖에 진기희 일행이 널브러져 있는 것도 선명하게 보였다.이건 오늘 생일잔치를 완전히 망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누가 함부로 이가음의 모친 얼굴에 먹칠을 한단 말인가?케이크를 자르려던 부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러나 그녀는 동요하지 않고 샴페인 잔을 쥔 채 불청객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비록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단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놀란 종업원에게 손을 흔들어 샴페인을 한 잔 청했고 목을 축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샴페인 한잔 주셨으니 부인에게 기회를 드리죠.”“지금 당장 나가세요. 그럼 사지 멀쩡한 몸은 보전해 드리죠.”하현의 말을 들은 이가음의 모친은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누구든 자기 사람들이 하현을 처리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여사님,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원래 잘 하는 거 있잖아요?”“큰소리 뻥뻥 쳐 보시죠?!”“어째서 지금은 겁쟁이가 되셨어요?”하현은 샴페인을 쥐고 단상으로 향했다.“어쨌든 용문 무성 지회장 부인이잖아요.”“이러면 정말 실망인데.”“야! 어디서 건방이야!”“여기가 어디라고! 당신이 그렇게 대단해?”이때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양복 재킷을 벗어던지고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채 기세등등하게 단상으로 향했다.“감히 우리 사모님 앞에서 허세를 부려?”“잘 들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온전하지 못할 거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남자를 쳐다보았다.웃는 듯 마는 듯한 하현의 표정을 보고 남자는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고 직접 호통을 치며 거친 발걸음을 옮겼다.그러자 그의 몸이 포탄처럼 튀어나와 그대로 하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이 남자의 행동을 보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현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말을 쏟아내었다.“이제 저놈은 망했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서 허세를 부려?!”“장 선배님이죠? 정말 셔츠핏 멋지네요!”“몸은 또 얼마나 단단한데! 여러 명이 동시에 덤벼도 끄떡없다고 하더라고!”“저 허여멀건한 놈은 재수가 없는 거지. 장 선배는 줄곧 여사님을 존중해 왔어. 그런 그가 저놈을 가만히 놔두겠어? 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많은 사람들은 좋은 구
담담한 표정을 짓던 이가음의 모친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하현의 경호원이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 것에 놀랐지만 마음에 크게 두지 않았다.결국 현대사회는 권력과 돈의 힘이 모든 걸 좌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순간 이가음의 모친은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고 곧 십여 명의 경호원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하현은 본 척 만 척하며 이가음의 모친에게 입을 열었다.“부인,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뒤에 서 있을 겁니까?”“정말 내가 직접 당신을 꺼내야 합니까?”“젊은이,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서 도대체 뭘 얻으려고 그러는 거야?”“뒷감당을 어떻게 책임질 건가? 그걸 생각해 봤어?”“내가 뭘 얻고 싶냐구요?”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저 정의를 되찾으려는 것뿐이에요.”“오늘 일은 사적인 원한이에요.”“그래서 부인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온 거예요.”“얼마 전 무성 촬영 세트장에서 롤플레이 놀이 중 총이 오발한 사건 때문에 이가음, 즉 부인의 딸이 다쳤어요.”“부인은 진상을 파악하고 무성 촬영 세트장에 항의를 하기는커녕 무고한 내 처제를 잘못한 사람으로 몰아붙여 마구 때렸어요.”“심지어 부인은 현장의 총에 진짜 총알을 넣은 사람이 나라고 지목했어요. 결국 나 때문에 자신의 딸이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구요.”“그래서 부인은 사람을 보내 날 처리하도록 했어요!”하현은 침착한 얼굴로 장내를 둘러보며 당당하게 말했다.“부인이 내 처제를 때린 것도 모자라 날 괴롭히고 있어요. 내가 이 정도 능력도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감옥에 갇혔을 거예요.”“사건의 전말이 이런데도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의를 되찾으려고 온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무언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듯했다.만약 하현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누가 보아도 이가음의 모친이 잘못한 것이었다.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할 뿐 아가음의 부인을
”너 이놈!”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고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하고 꺽꺽 숨을 헐떡이다가 피를 토하고 말았다.하현은 그에게 일일이 대응하기 귀찮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보았다.“부인, 아직도 그렇게 멀찌감치 서 계실 겁니까?”“그래, 내가 네 처제인지 뭔지 그 여자 때렸어!”하현이 사건을 끄집어내며 오만방자하게 구는 것도 모자라 손님들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것을 보고 이가음의 모친도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의자에 기대 앉아 가늘고 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눈꼬리를 가늘게 말아올린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문제는 누가 그 여자한테 그 재수 없는 대본을 손에 넣어줬다는 거야!”“소품용 총에 실탄이 들었든 어쨌든 상관없어!”“결국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그 여자라는 거야!”“내 딸이 사고를 당했어. 그러면 책임을 져야지!”“어제 그 여자를 때린 건 시작에 불과해. 그저 약간의 훈계를 했을 뿐이야.”“만약 내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땐 정말 너와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가음의 모친은 매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당신 자신도 지키지 못해!”이가음의 모친이 손뼉을 치자 사람들을 헤치고 미리 준비한 모양인 듯 열두 명의 경호원들이 총을 들고 뛰쳐나왔다.그들은 안전장치를 풀어 하현에게 총구를 겨누었다.“하현, 조심해!”이희광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얼른 그의 앞으로 나와 술병을 집어 들고 거세게 깨뜨린 다음 오른손을 휘둘렀다.“쉭쉭쉭!”유리 파편은 순식간에 날아가 총을 들고 있던 경호원들의 목에 꽂혔다.경호원들은 허연 흰자위를 드러내며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탕탕탕!”총소리가 장내를 울리더니 경호원 두세 명이 풀썩 쓰러졌다.순간 경호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허벅지를 움켜쥔 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주위에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은 용문 무성 지회의 노구라는 이름을 들어보았기 때문에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실력도 출중하고 그동안 무성 지회장에게 혁혁한 공을 세워 준 인물이었다.그는 평소에 늘 지회장 곁을 따라다녔다.그런데 오늘 그가 이가음의 모친 곁에 있었다는 것은 지회장이 아내를 끔찍이 여긴다는 방증이었다.물론 그 와중에 하현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툭!”이가음의 모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2층 한쪽 구석에서 검은 그림자가 툭 튀어나왔다.그는 빠른 몸놀림을 앞세워 순식간에 하현과 이희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쓸데없는 말 대신 그는 전력을 다해 이희광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노구는 있는 힘을 다해 불청객들을 단숨에 날려버릴 기세였다.감히 이가음의 모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서슬 퍼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퍽!”살의를 끊임없이 풍기던 그의 주먹은 무서운 기세로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가 맹수처럼 이리저리 몸을 놀렸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현은 이제 죽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최소한 하현이 죽임을 면한다 하더라도 멀쩡한 몸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이희광도 흠칫 놀라며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미 하현 쪽에 줄을 서기로 선택했으니 전력을 다해 한 방에 상대를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쾅!”삼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 이희광의 주먹과 노구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혔다.순간 이희광은 온몸을 움찔거리다가 피를 뿜어냈다.날아오른 이희광이 땅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그의 얼굴이 사람들을 향해 훤히 드러났다.“이희광? 이희광이었다고?”“지회장의 부인 생일잔치에 외부인의 앞잡이가 되어 분란을 일으킨 자가 이희광이라고?”“죽고 싶어 환장했나?”사람들은 이희광을 알아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하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노구가 내민 오른손은 순간 ‘또각'하고 부러졌고 팔 전체가 꽈배기처럼 비틀어졌다.“악!”노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팔은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했다!이가음의 모친과 손님들은 아연실색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무적인 노구였다.대충대충 해도 충분히 하현을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가?방금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이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어떻게 이럴 수가?!”“도대체 어떻게?!”“저놈이 그렇게 무서운 놈이었어? 손바닥 하나로 노구를?”“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야?”“노구가 하현을 얕잡아봐서 이렇게 된 건가?”“방금 이희광과 싸우다가 혹시 다친 거야?”“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지!”하현이 손바닥 하나로 노구를 때려눕힌 것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듯 계속해서 눈을 비볐다.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 보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그 유명한 노구가, 용문 무성 지회의 이희광을 한 방에 날려버린 노구가, 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종잇장처럼 날려 가다니 어떻게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겠는가?이 광경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누구냐, 넌?!”노구는 누런 이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며 말했다.그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입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무성의 고수들은 내가 다 알아.”“너 같은 놈은 없었어!”하현은 노구의 말을 듣고 심드렁한 눈빛으로 노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어리숙하게 다른 사람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걸 가엾게 여겨 내가 당신에게 살 길 하나 마련해 주지.”심드렁한 하현의 눈빛에 노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노구는 지금 하현의 눈에는 자신이 그저 날아다니는 한
이가음의 모친은 어느새 눈매가 매서워졌다.“뒷배가 아무리 든든하기로서니 이렇게 건방질 수 있는 건가?”“정말 우리 용문에서 당신 하나 어떻게 못할 거라고 생각해?”“잘 들어! 우리 용문에는 실력이 출중한 고수들이 널리고 널렸어!”“지금 당신이 조금 앞서가는 것 같으니까 이젠 나를 괴롭히겠다? 내 남편을 끌어내리겠다고?”“당신은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어!”“당신이 지금 누굴 상대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이가음의 모친은 냉소를 지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일관했다.“여기 있는 분들이 누구인지 알려 줄 테니까 똑똑히 들어!”“이 분은 용문 금정 지회 부지회장!”“이 분은 용문 외삼당의 둘째 자제분!”“이 분은 용문 집법당의 집법 제자로 아주 신분이 높은 분이지!”이가음의 모친이 연이어 호명을 하며 소개를 하자 십여 명의 남녀들이 모두 일어서서 거들먹거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이가음의 모친은 이 사람들 때문에 잃어버렸던 용기를 다시 되찾은 듯했다.그녀는 눈꼬리를 매섭게 휘어감어 천천히 하현 앞으로 걸어 나와 냉소적인 입매로 말했다.“이 사람들은 모두 용문의 어른들이야!”“용문과는 얽히고설킨 사람들이지!”“감히 이 사람들의 미움을 사겠다는 건가?”“용문은 대하의 4대 초석 중 하나야!”“무성에서 우리 용문 사람들과 싸우겠다고?”“오만함도 이 정도면 병이지!”“아무리 뭘 몰라도 그렇지!”이가음의 부인이 하는 말을 듣고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거들었다.시쳇말로 용문은 강호의 무림 지존이라 할 수 있었다.강호에서 무학의 성지에서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가 감히 용문과 겨루겠다고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용문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이가음의 모친 뒤를 돌아보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용문의 계율 제1조는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고, 옳고 그름을 분
용문 집법당 영패?!영패를 보는 것은 당주를 보는 것과 같다?!순간 장내는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이가음의 모친 일행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에 힘이 빠지고 얼굴은 창백하게 식어갔다.그들은 하현이 툭 던진 영패가 용문 집법당의 영패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럴 수가!이럴 수는 없다?!정적에 휩싸인 그들은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지금까지 용문의 신분을 자랑하던 자들도 모두 뒤로 물러서서 넋이 나간 얼굴이 되었다.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무적의 고수를 만났다고 해도 이렇게 얼어붙지 않았다.그러나 영패는 다르다.영패 앞에서는 그 누구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이것은 용문 집법당의 영패였다.영패를 보는 것은 당주를 보는 것과 같다.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절대자의 상징이었다!집법당 제자들은 지금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고 눈만 껌뻑껌뻑거릴 뿐이었다.그는 갑자기 신임 집법당 당주에 관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주를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고 실제적으로도 진주희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그런데...집법당 영패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그가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가 보는 것은 허깨비가 아니다.금빛이 감도는 분명한 집법당 영패였다.이제 집법당 제자인 그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가?그러자 집법당 제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당신과 이 영패가 무슨...”“퍽!”집법당 제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손바닥으로 이 사람을 쓰러뜨렸다.“자신이 집법당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지?”“그러면 법을 알고도 법을 어겼다는 건데 법을 어길 시 어떻게 된다는 것도 알겠군, 안 그래?”“당신은 집법당 사람으로서 용문의 연줄을 앞세워 위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당신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조했어!”“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 짓을 한 거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