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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3061 - Chapter 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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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1장

하수진의 말을 듣고 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그가 항성과 도성에 이렇게 오랫동안 머무르는 이유는 하수진이 말한 대로 대하 남쪽 관문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섬나라, 노국의 야심가들을 모두 항성에서 내쫓아야만 했다.이것이 하현의 마음속에 품은 대의였기 때문에 그는 조금도 양심에 부끄럽거나 하지 않았다.하지만 어느 날 하수진이 그에게 말했었다.항도 하 씨 가문 소주 자리에 앉으면 대하의 남쪽 관문을 더욱 안전하고 공고히 만들 수 있다고.지금 그 생각이 떠오르자 하현은 왠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심정이었다.운명이 사람을 농락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하수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어리둥절해 있던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들을 힐끗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항도 하 씨 가문은 오랫동안 자격을 갖춘 후계자를 기다리고 있었어요.”“그리고 하현 당신은 가장 최고의 자격을 갖춘 후계자야.”하수진은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둘의 결혼은 허상에 불과해. 연극하는 거라 생각해.”“당신만 잘하면 대하 관문도 더없이 안정되니 수지맞은 장사 아니야?”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한 얼굴로 하수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막막했다.바로 그때 옆에 있던 하백진이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달려들어 하수진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야! 하수진! 너 입 닥치지 못해!”“머리에 총 맞았어?”“넌 문주의 양녀일 뿐이야. 하현과 결혼하다고 해도 그가 소주가 될 수는 없다고! 항도 하 씨 가문 사위?”“흥! 웃기고들 있어!”“내 말 잘 들어. 오늘 이런 자리는 양딸이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당장 입 닥치지 않으면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해서 널 가만두지 않겠어!”하백진은 살벌한 표정으로 하수진에게 으르렁거렸다.하백진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이유는 하구천이 하문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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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2장

순간 분위기가 요상하게 흘렀다.자신의 말 한마디가 장내를 압도하는 것을 보고 하문성의 눈에서는 우쭐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나서 그는 냉소를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그래도 네가 항도 하 씨 가문 수양딸이니 네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그리고 오늘은 노부인의 생신이니 특별히 봐주겠어!”“이제 너한테 책임을 묻지 않겠어!”“그러니 10초 안에 당장 꺼져!”“그렇지 않으면 내가 우리 사이의 그깟 친척 관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널 칠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하지 마라!”말을 마치자마자 하문성은 손을 흔들었고 하민석을 비롯한 하문성 측근의 사람들이 일어나서 앞으로 나오려고 했다.그러나 하구봉이 냉소를 흘리며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하문성의 사람들을 막아섰다.그는 진작에 하현의 편에 섰고 지금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오로지 한 길로 갈 수밖에.게다가 하현이 갑자기 항도 하 씨 가문 사위가 된 것을 보고 처음에는 하구봉도 깜짝 놀라 아무 생각이 없었으나 이내 이 모든 것이 하문준의 뜻임을 깨달았다.하수진이 상석에 올라가면 가문에서 저항이 클 수 있다.하지만 최근에 항성과 도성을 발칵 뒤집어 놓은 거물이라면 그 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게다가 하구봉도 하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하현이 정말로 항도 하 씨 가문 문주가 된다면 항도 하 씨 가문은 최하위이지만 5대 문벌로 자리잡을 것이고 앞으로 더 올라갈 기회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란 걸 깨달았다!5대 문벌이다!오랜 역사를 이어온 5대 문벌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 안에서 한 계단 올라서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오직 절세의 귀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하문성은 하구봉이 사람들을 이끌고 자신의 측근들 앞을 가로막자 안색이 험악해졌다.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문천을 노려보며 말했다.“셋째야, 너희들이 언제부터 외부인과 손을 잡았냐?”“너 같은 기회주의자는 이럴 때 줄 잘 서야 해! 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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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3장

”너 이 자식!”하문성은 하문천의 질책에 기가 막혀 하마터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그러나 하문성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위엄 있는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항도 하 씨 가문에서 데릴사위를 맞이한다는데 어째 난 몰랐을까?”“너희들 내 허락은 받았니?”“아니면, 내 허락 따위 필요없다는 거냐?”위엄 있는 목소리가 퍼지자 사람들이 양쪽으로 흩어지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홀의 가장 깊은 곳에서 흰옷을 입은 노부인의 십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그녀의 얼굴은 바싹 말랐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필시 젊었을 때 엄청난 미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또한 그녀의 온몸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장내를 압도하고도 남았다.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금이 저려 절로 무릎을 꿇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노부인의 곁에는 흰옷을 입은 여자들 외에도 청포를 입고 냉담한 얼굴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항도 하 씨 가문 둘째 아들 하문산이었다.하문산은 줄곧 무학에 심취해 있었다.지금은 전성기 때만큼 보여줄 실력은 없지만 관자놀이에 우뚝 솟아오른 핏줄이 아직 그가 원기왕성하다는 걸 증명해 주었다.여전히 그의 주먹은 소 한 마리도 때려잡을 정도로 건장했다.많은 사람들 한가운데 하현도 무표정한 얼굴로 노부인 일행을 쳐다보았다.노부인의 기세가 매서웠지만 그리 노여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마치 땋은 머리를 하고 정좌해 있는 부처님처럼 근엄하면서도 온화한 모습이 풍겨 나왔다.평소에 틀림없이 고고하게 아랫사람들을 부리며 편안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게다가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거리낌 없이 하고 살았음에 틀림없다.이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다루기 힘들고 무서운 사람이다.경력, 신분, 배경, 역량, 권위 모든 면에서 그녀는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아마 항도 하 씨 가문 하문준도 노부인 앞에서는 공손히 예를 갖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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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4장

”퍽!”노부인은 손을 들어 올려 하문천의 뺨을 또 한 번 후려쳤다.하문천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고 그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하구봉이 얼른 다가와 아버지 하문천을 부축해 주었고 다행히 하문천은 바닥에 주저앉지는 않았다.그러나 아무리 억울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문천 같은 인물은 감히 따지지도 저항하지도 못했다.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지금 이 분은 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이며 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누군가 하문천에게 큰 용기와 배짱을 준다고 해도 감히 저항하지 못할 큰 산이었던 것이다.“퍽!”“오늘은 내 생일이야. 이렇게 많은 손님들과 친척들이 왔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첫째와 넷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냐?”“항도 하 씨 가문에 네 위에는 아무도 없느냐? 아니면 내가 곧 죽을 사람으로 보이느냐?”“퍽!”“언제 셋째 네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형님한테 대들 수 있느냐? 그럴 자격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느냐?”“퍽!”“위아래도 모르느냐?”“퍽!”“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다간 아주 혼쭐이 날 줄 알아라!”노부인은 한마디할 때마다 하문천의 뺨을 후려갈겼다.그러자 하문천은 일그러진 얼굴로 비틀거렸다.“퍽!”“왜?”“아까 나 없을 땐 잘도 말하더니 이젠 할 말이 없느냐?”“또 해 보거라!”“어머니, 진정하세요.”하문천은 얼얼해진 얼굴을 만지다가 애써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쓸데없는 말 한 거 아니에요.”“어머니가 저한테 그러라고 해도 어떻게 감히 제가 어머니 생신날 소란을 피울 수 있겠어요?”“다만, 넷째는 그동안 항도 하 씨 가문을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였고 공로는 없어도 노고는 많았잖아요!”“넷째 부부는 또 십 년 전에 친아들이 죽는 사고도 겪었고 지금은 슬하에 수양딸 하나밖에 없어요!”“그래서 이제 넷째가 데릴사위를 얻어서 그의 뒤를 잇겠다는데 뭐 문제 있어요?”“정상적인 일 아닌가요?”“저도 부모 된 사람이라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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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5장

하문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아무리 우리 가문의 최고 어르신 앞이라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넷째는 십 년 전 그 일을 이제 겨우 이겨내고 새 삶을 준비하고 있어요.”“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게는 기쁜 일이고요!”“그는 지금 딸을 좋은 사람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해요. 사위를 얻는 일은 세상에 자랑스럽고 기쁜 일 아닙니까?”“사람으로서 당연한 거죠!”“어머니께서는 정녕 넷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신 거예요?”“입 닥쳐라!”노부인은 앞으로 나서서 추상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여든 살이라고 해서 노망이라도 났다더냐?”“내가 넷째가 좋은 사위를 얻는 걸 뭐라고 하는 것이냐?”“사위를 상석에 앉히려는 건 결코 안 되는 일이야!”“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는 항도 하 씨 가문 직계만 될 수 있어!”“그것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핏줄을 잇는 방법이야!”“이견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이것이 우리 가문의 법규 위에 군림하는 철칙이니라!”“누가 감히 건드리려고 한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어!”“철칙 앞에서는 문주라도 이것을 어길 시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벌을 받을 것이야!”“셋째야. 한마디만 더 하면 네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모자지간의 정도 모른다고 이 애미를 원망하지 말거라!”하문천은 이 말을 듣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입가에는 주체하지 못할 경련이 마구 일었다.그는 노부인의 얼굴에서 살의를 보았다.만약 여기서 그가 한마디라도 더 보탠다면 노부인은 정말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그러자 하문천은 하문준을 한 번 쓱 쳐다보고는 얼굴을 가린 채 옆으로 물러섰다.하문천을 제압한 후 노부인은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는 하현에게 매서운 눈빛을 쏘아 보냈다.“자네가 하현인가?”“내가 24시간 안에 여기를 떠나라고 분명 자네한테 전갈을 보냈을 텐데!”“자네는 내 명령을 거역했을 뿐만 아니라 내 호위병도 죽였어.”“하지만 넷째가 자네를 지지해 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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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6장

”솨솨솩!”흰옷을 입은 여자들 십여 명이 동시에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들은 모두 굶주린 늑대처럼 죽일 듯이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들이 하현에게 접근하려는 순간 갑자기 뒷마당 근처에서 아리따운 형체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가 오른손을 흔들자 소매 끝에서 표창이 사정없이 날아왔다.은빛이 스쳐 지나갔고 흰옷을 입은 여자들은 흠칫 놀라며 몸을 피했으나 그들의 손목에는 검붉은 생채기가 나 있었다.흰옷을 입은 여자들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떠올랐다.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격을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누가 감히 내 사위를 건드리는 겁니까?”당난영이 차갑고 냉랭한 얼굴로 패기 넘치게 들어섰다.“문주 부인?”“제수씨?!”“여기서 뭣들 하고 있는 겁니까?”문주 부인 당난영이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하현을 직접 비호하는 모습을 보고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들은 모두 넋이 나간 얼굴이 되었다.화 씨 가문, 최 씨 가문, 동 씨 가문 등 내빈들도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하현과 항도 하 씨 가문의 관계가 이렇게 깊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노부인은 하현에게 물러가라고 했지만 문주 부인은 그를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이 장면은 하구천을 비롯한 하문성 가족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당난영이 이렇게 나타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모두 물러서시오!”당난영이 하현 앞을 가로막고 서서 위엄 있는 표정을 지었다.“하현은 나한테 귀한 사위입니다. 그가 항성과 도성에 있는 한 내가 그의 뒤를 단단히 받치며 보호할 것입니다!”“이 사람을 못살게 굴려면 내 시체부터 밟아야 할 거예요!”당난영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속에 범접하지 못할 강력한 아우라가 넘쳐흘렀다.모두가 그녀의 확고한 눈빛을 똑똑히 보았다.하현을 건드리는 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당난영, 이 무슨 행패야?”노부인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대체 이 무슨 어리석은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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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7장

당난영의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그제야 사람들은 하문준이 항도 하 씨 가문 소주를 지명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사실 모든 사람들이 하구천을 항도 하 씨 가문 소주로 묵인했지만 한 번도 하문준의 승인을 받은 적은 없었다.그래서 하구천은 그렇게도 하문준의 양자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이다.명분이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세울 수 없다!명분이 서야 하구천은 진정한 소주가 될 수 있었다.그동안 하구천은 하문준이 하수진을 내세워 자신과 라이벌 구도로 만들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상황은 약간 불리하게 돌아가긴 했지만 그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하구천의 생각으로는 절대 노부인이 소주 자리에 여자를 앉힐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노부인도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들도 동의하지 않을 게 뻔했다.그런데 지금 문주 부인 당난영이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하현을 사위로 삼고 그를 상석에 앉히겠다고 하는 것이다.순간 하구천의 마음속에서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하현의 능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일단 하현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자신이 십수 년 동안 계획했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이 미치자 하구천의 눈빛이 음산하게 변했다.당난영의 말을 듣던 노부인은 냉랭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자신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하는 하현에게 처음으로 진지한 눈길을 보냈다.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하현을 바라보던 노부인은 다시 하문준에게 시선을 돌렸다.“넷째야, 말해 보거라.”“문주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데릴사위로 삼아서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소주로 삼고 싶으냐?”지금까지 별달리 입을 열지 않았던 하문준이 마침내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뒤 노부인에게 깍듯이 예를 올렸다.“맞습니다. 제 아내의 생각이기도 하고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저도 하현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소주가 되었으면 합니다.”“저의 권한으로 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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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8장

하현은 하문준이 하구천의 야심을 누르고 그에게서 모든 기회를 없애버리기 위해 이렇게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문준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하현을 격랑에 빠뜨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오늘부터 하구천 집안은 자신과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하문준이 얼마나 고심했고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하현도 잘 안다.하지만 어쨌든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었다.하현은 앞으로 나가 자신이 데릴사위가 될 마음이 없음을 선언하려고 했다.하지만 당난영과 하수진의 간절한 눈빛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이 둘도 하현이 오늘 결국은 권력을 장악할 것이란 걸 확신했다.그러나 문제는 하구천을 상석에서 밀어내고 섬나라와 노국의 세력마저 항성과 도성에서 쳐내려면 결국 어쩔 수 없이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닥쳐!”“모두들 입 닥쳐!”바로 그때 노부인이 손에 들고 있던 용머리 지팡이를 치켜들며 노한 기색을 드러내었다.“항도 하 씨 가문의 일에 언제 당신 같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당신들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수하들일 뿐이야!”“10대 가문, 그리고 다른 4대 문벌, 4대 초석이 와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은 그 누구도 없어!”노부인은 기분이 몹시 상한 모양이었다.“여기서 감히 누구라도 한마디만 더 하거라!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지난 몇 년 동안 항성과 도성에서의 우정이 깨지더라도 날 탓하지 마!”화풍성이 간신히 애써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노부인, 우리가 항도 하 씨 가문 일에 간섭하려는 게 절대 아닙니다.”“우리는 그저 항성과 도성이 대하에서 영원히 편안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우리는 단지 항도 하 씨 가문이 해외 세력의 노리개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요!”“우리는 그 목표를 위해서 작은 힘을 보태고 있을 뿐입니다!”“모두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노부인은 화풍성의 말에 냉소를 흘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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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9장

그리고 하문천과 하문준의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난색을 드러내었다.이때만큼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노부인이 완전히 작정하고 모두를 비난하는데 어찌 겁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불같이 화난 노부인의 태도를 보고 하구천 일행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노부인이 단호하게 그들의 편에 서 주기만 한다면 하구천의 자리는 태산처럼 안정될 것이다.연회장은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가 이내 서서히 평정을 되찾았다.생일 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노부인의 카리스마에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하문준이 어렵게 만들어 낸 기회를 노부인이 이렇게 쉽게 제압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역시 노부인은 노부인이었다.바로 그때 하문준이 한발 앞서 하현 앞을 가로막았다.노부인은 얼굴빛이 설핏 변했고 손에 있던 지팡이를 들고 호통을 쳤다.“넷째야!”“이게 무슨 짓이냐?”“아랫사람들이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분란을 만들고 이렇게 우리 가문을 압박하며 가문의 백 년 역사를 무너뜨리려 하다니!”“결국 문주로서 네가 대국을 잘 주관하지 못해서 항도 하 씨 가문을 외부인에게 떠넘기려 하는 거 아니냐?”“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만약 네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나도 생각을 다시 해 봐야겠다. 문주를 바꿀 수밖에.”하문준은 심호흡을 하고 하구천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고 나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어머니.”“어머니의 생신에 이런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또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군요!”“내가 왜 외부인을 상석에 앉혀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십니까?”노부인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어찌 그걸 모를 수 있겠느냐!”“네 아들이 죽었기 때문 아니냐!”“넌 대권을 뺏기고 싶지 않았겠지. 넌 구천이가 네 양자로 들어오는 것도 원하지 않았어!”“그래서 네가 이런 일을 꾸민 게 아니냐?!”“하지만 넷째야, 잘 들어라!”“구천이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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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0장

이 말을 듣고 연회장은 차가운 냉기로 가득 휩싸였다.노부인이 스스로 나서서 하구천을 상석에 앉히기로 결심했다니 분명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천억짜리 혼수라는 말까지 꺼내놓는 그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하지만 사람들은 진정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하구천이 순조롭게 문주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노부인으로서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것이다!결국 상석에 앉는 일은 원래 쌍방의 피 튀기는 싸움이다.항도 하 씨 가문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노부인은 사실 소리 소문 없이 하문준의 체면을 세워 주는 척 한발 양보하는 듯 보였다.그러다 노부인이 하문준의 조건을 들어줄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을 즈음 뒤통수를 날려버린 것이다.하문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 아무리 생신날 소원이라도 하더라도 그건 들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노부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결국 네가 내 생일날 나를 거역하겠다는 것이냐?”“어머니, 말씀하신 대로 오늘은 어머니 생신입니다. 자식 된 도리로 절대 어머니의 생신 소원을 거절하면 안 되는 거지요. 허나...”“어머니의 요구는 사실 항도 하 씨 가문의 미래와 항성과 도성의 정세, 나아가 대하의 전반적인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도저히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하구천을 상석에 앉히다니! 말도 안 됩니다!”“상석에 앉는 사람이 하현이 아니어도 됩니다!”“항도 하 씨 가문 누구라도 앉을 수 있습니다!”“그러나 하구천만은 안 됩니다!”하문준의 말을 들은 하구천은 갑자기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마음 같아서는 바로 하문준이 얼굴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넷째 숙부인 문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깡그리 뭉개는 행동을 도저히 두 눈 뜨고 가만히 볼 수가 없었다!그야말로 자신의 얼굴을 사정없이 휘갈기는 언행이었다!하구천이 미친 듯이 눈을 희번덕이고 있을 때 노부인이 섬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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