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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3031 - 챕터 3040

3888 챕터

3031장

”안타깝게도 당신은 다시 깨어난다 해도 절대 모를 거야.”“당신 실력이 나보다 못하다는 걸.”“내가 진지하게 마음먹고 덤볐더라면 당신은 내 한주먹 거리도 안 돼.”“섬나라 검객의 수준이란 게 겨우 이 정도 수준인 거지.”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난 당신네 섬나라 사람들한테 좀 실망했어.”“실력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쓸데없는 계략이나 펼치는 게 안타까울 뿐이야.”“그나저나 당신들은 왜 날 이렇게 미워하는 거야? 왜 매번 날 죽이려는 거냐고?”“아쉽게도 당신들 마음대로 되진 않을 거야.”천도는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놈아, 이번에는 네놈을 죽일 수 없었지만.”“우리 섬나라에는 고수들이 많아.”“끊임없이 몰아치는 우리의 공격을 네놈이 막아낼 성싶으냐?! 천만에!”“네놈은 조만간 곧 죽을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안타깝지만 당신이 지금 곧 죽을 것 같은데!”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반쯤 무릎을 꿇은 천도를 발로 걷어서 넘어뜨렸다.천도는 또 ‘푸'하고 피를 뿜었다.“개자식!”하 총관 일행은 분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그들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고수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발길질을 당해 땅바닥에 널브러질 줄은 몰랐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지금 하현이 천도의 신분을 폭로해 버렸지만 하 총관 일행은 죽은 개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이 하현이었으면 했었지 천도가 이럴 지경이 되길 바라지 않았다.“당신의 반란은 여기까지야. 여기서 끝내자고.”하현은 천도의 목을 우지끈 밟았다.“당신을 죽이면 텐푸 쥬시로는 마지막 희망을 잃게 되겠지.”“그러면 아마 텐푸 쥬시로도 순순히 십 년 전 일을 털어놓을 거야.”“그러니까 성가시니까 당신은 이제 그만 가 주어야겠어.”하현은 발밑에 힘을 주려고 몸을 슬쩍 기울였다.그러나 하 총관이 얼굴을 가린 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만!”“개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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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2장

하현의 말에 하 총관의 얼굴에는 분노가 들끓었다.“하현, 네놈이 떠벌리기 좋아하고 공명심에 혹할 놈이란 건 진작에 알았지!”“그리고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천도 어르신에게 섬나라 스파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거야!”“이런 핑계를 대고 겉으로 번지르르한 명분을 얻으려는 수작이잖아!”“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절대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천도 어르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확실한 증거도 없이 함부로 지껄이지 마!”“그가 정말 섬나라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위해 오랫동안 성심을 다해서 노부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거지 그게 어떻다는 거야?”“노부인이 오랫동안 천도 어르신을 신뢰한다는 게 그가 충직하다는 증거 아니겠어? 아무 문제없다고!”“네놈이 함부로 지껄이면서 천도 어르신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한다면 네놈은 대하와 섬나라 국정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거야!”“그렇게 된다면 네놈이 어떻게 책임을 질 거야?”“게다가 어쩌다 음모와 계략을 써서 네놈이 천도 어르신을 물리쳤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네놈의 진짜 실력이 아니야.”“네놈은 그냥 허풍이나 떨고 우쭐하는 놈에 지나지 않아! 분명해!”“날 더 이상 자극하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네놈을 죽을 수도 있다고!”하 총관이 경고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자 하현에게 걷어차인 십여 명의 남자들이 이를 갈며 앞으로 나왔다.이번에는 그들도 많이 각성했는지 정신이 바짝 든 얼굴들이었다.그들은 몸에 지닌 총을 만지며 안전장치를 풀었다.하현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들 총 앞에서는 당당할 수 없을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십여 명이 든 총구가 일제히 하현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고 천도는 어느새 오만방자한 눈빛으로 돌아와 사납게 웃어젖혔다.“하현, 넌 매우 센 놈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넌 여기서 죽을 운명인 것 같군!”“항성과 도성에서는 노부인이 날 비호해 주고 있지. 누가 날 건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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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3장

천도가 죽었다!천도의 얼굴에는 충격과 분노, 원망이 버무려진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신분을 숨기고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치밀하게 계획했던 일이 하현의 손에 속절없이 당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하 총관이 이미 노부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누차 경고까지 했다.그래서 천도는 감히 하현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현은 그 누구의 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뜻대로 해 버렸다.누가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섬나라에선 네놈을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이 자를 죽이지 않으면 필시 섬나라가 망하게 될 거야!”칼날이 가득 박힌 듯한 그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울분과 분노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한 깊은 걱정까지 담겨 있었다.그러다 천도는 마지막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하 총관 곁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시간이 멈춘 듯 깊은 정적이 흘렀다.천도...전설 속에 존재하던 항도 하 씨 가문 최고 고수.오랫동안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신분을 속이고 잠복해 있던 신당류의 종주.일대의 전신!시대의 검객!천도가 이렇게 패하다니!?이대로 죽다니!?게다가 하현의 발에 목이 밟혀 굴욕적인 최후를 맞이하다니!하 총관 일행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은 자신들의 경고에도 하현이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충격적인 결말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도대체 하현의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하수진마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녀의 머릿속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하현이 천도를 죽였다는 건 노부인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의미다.“죽여!”“저놈을 죽이고 천도 어르신의 원수를 갚아라!”하 총관 일행은 너 나 할 것 없이 분노를 씹어 먹은 사람처럼 으르렁거렸다.“어서 쏴! 갈기갈기 찢어 버려!”눈앞에서 한바탕 격전이 벌어질 판이었다.만약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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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4장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항도 하 씨 가문을 대신해 오랜 스파이 한 명을 처리했어요.”“고맙다고 하면 그만이지 뭘 이렇게 말들이 많아요.”“정말 내가 당신들을 죽이지 못할 줄 알아요?”하 총관은 한기가 가득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일을 언제 외부인이 이렇게 왈가왈부하게 된 거야?”“우리 항도 하 싸 가문에 함부로 끼어든 결과가 어떨지 네놈이 생각이나 해 봤어?”“얼른 무릎이나 꿇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널 상대해 줄 테다! 그때 가서 날 탓하지나 마!”하 총관은 위협적인 얼굴로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언제부터 하인들이 감히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한다 어쩐다 큰소리를 치게 된 거지?”위엄 있고 당당한 목소리였다.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돌아서서 산길 쪽을 쳐다보았다.말끔한 당나라 복장을 한 하문준이 뒷짐을 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곁에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마치 정원을 산책하듯 여유로운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그러나 그의 몸에서 풍기는 항도 하 씨 가문의 위엄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졌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하 총관과 그의 일행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의 체면을 봐서 한 손만 자르는 걸로 하고 그만 꺼져.”“문주 어르신!”하 총관은 이를 살짝 깨물었다.분명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노부인을 등에 업고 항도 하 씨 가문을 호령했었다.그러나 문주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그렇다 하더라도 순순히 손 한 쪽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하 총관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제가 여기 온 것은 노부인의 뜻이었습니다!”“문주 어르신은 노부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싶으면 따르지 않으셔도 됩니다.”“제 손을 자르시려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하지만 정녕 노부인과 척을 질 생각이십니까?”하문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척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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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5장

”네놈이!”하문준이 발을 내디디며 미친 듯이 포효했다.사방 10여 미터의 모래와 자갈들이 흩날렸다.많은 사람들은 문주의 기세에 놀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이 광경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청삼을 입은 집사들은 총을 든 채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입가에는 선혈이 가득 고여 있었다.그때 하 총관의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순간 그의 무릎이 ‘풀썩’하고 주저앉았다.그는 무릎을 꿇고 싶어서 꿇은 게 아니었다.하문준이 폭발하자 그 기세에 눌려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게 되자 결국 무릎을 내어 놓은 것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기세는 역시 달랐다!어느 것에도 비할 데 없이 강했다!방금 숨을 거둔 천도도 충분히 기세가 강한 사람이었다.하지만 문주가 보여준 기세는 아까 천도가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하 총관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하현은 하문준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하문준이 비범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자신이 지금까지 문주를 너무 과소평가했음을 그제야 하현을 깨달았다.상위 10대 가문, 5대 문벌, 4대 초석...상위권 권력자들 중 그 누구도 쉬운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오늘 하문준이 나타난 것은 그가 노부인의 체면을 더 이상 세워 주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하문준은 뒷짐을 지고 무릎을 꿇은 하 총관을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말해 봐. 하 총관은 왜 이렇게 나한테 무례한 거지?”“죄, 죄송합니다. 문주 어르신!”하 총관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고 얼굴은 창백하기 짝이 없었다.“제가 어르신께 많은 심려를 끼쳤습니다.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지금 바로 물러가겠습니다!”하 총관은 하문준이 평소에 점잖고 말수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기세를 제압하는 능력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문준이 제대로 폭발하자 하 총관은 그동안 자신이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이것은 그가 한평생 갈고닦아도 넘볼 수 없는 격차였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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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6장

천도가 숨을 거둔 날 오후.하현은 항성에 있는 마리아 병원에 나타났다.이곳은 항성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병원이자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었다.첨단 장비와 우수한 의료 기술 때문에 유명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항도 하 씨 가문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었다.이 지역을 관리하는 주체는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였고 하구봉이 그 책임자였다.텐푸 쥬시로는 항성으로 끌려온 후 줄곧 반쯤 혼수상태에 있었다.하구봉은 마리아 병원의 최상층을 텐푸 쥬시로의 특별 관리 구역으로 사용했고 얼마나 많은 호위대들이 배치되었는지 모르지만 파리 한 마리도 여기서 날아갈 수 없을 만큼 경계가 삼엄했다.하현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눈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이들 눈동자에서는 말할 수 없는 적개심과 분노가 녹아들어 있었다.누굴 찾고 말고 할 것 없이 이 사람들이 바로 섬나라에서 유명한 저격수들임을 하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신당류에서 온 것이 아니라 신당류가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킬러들이었다.물론 그 배후에는 5대 문벌과 5대 유파가 이들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여기는 항성이고 텐푸 쥬시로가 하현의 손에 있기 때문에 이 쥐새끼 같은 사람들은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했다.하현은 쥐새끼 같은 사람들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문 앞에 서서 하구봉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하구봉은 왠지 주위의 음산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하현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쓴웃음을 금치 못하며 다가와 말했다.“하현, 내가 요 며칠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하구천과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서 항성과 도성에서 날 못 쫓아내 안달이라고!”“가장 힘든 건 텐푸 쥬시로를 지키는 거야. 그를 지키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하루에 최소 50명 이상의 섬나라 사람들이 덤벼든다니까.”“닌자, 킬러, 음양사, 검객... 아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이 사람들은 온갖 수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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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7장

”하현, 농담하지 마!”“우리가 텐푸 쥬시로의 스승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아니, 설령 우리가 안다고 해도 텐푸 쥬시로는 한 세대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신이자 최고의 검객이라고.”“이런 사람을 어떻게 24시간 이내에 데려올 수가 있어?”“그리고 당신은 항성을 떠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를 처리했다는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그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그가 오늘 아침에 제 발로 날 찾아왔어. 그래서 난 처리했을 뿐이야.”“텐푸 쥬시로의 스승은 당신도 아는 사람이야.”“그는 바로 노부인 곁에서 여러 해 동안 잠복해 있던 천도야.”‘천도'라는 두 글자를 듣게 되자 하구봉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천도는 노부인의 가장 가까운 사람 중의 한 명이며 노부인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을 수도 없이 해결한 사람이었다.그리고 천도는 하구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한 명이고 하구천 진영에서 빼어난 실력을 가진 전신이었다.그런데 하현이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건가?천도가 바로 신당류의 종주라고?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던 하구봉은 계속 의아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나한테 거짓말할 필요 없어.”하현은 하구봉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이전에는 천도라는 스파이가 있어서 이런 일을 할 때 조금 조심스러웠을 수 있어.”“하지만 이젠 천도도 죽었으니 섬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텐푸 쥬시로의 입을 비틀어 십 년 전 그 일의 진상을 알게 될까 무척 두려울 거야.”“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텐푸 쥬시로를 구출하려 하거나 그를 해치울 거야.”“지금 밖에 적어도 백 명은 넘게 깔렸어.”“마음을 단단히 먹어.”“이 일을 잘 처리한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공로가 될 거야.”“알겠어. 호위대는 며칠 안에 모두 출동할 거야.”하구봉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텐푸 쥬시로가 노부인의 생신날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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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8장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당신 뒤에 퇴로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야겠지.”“왜냐하면 당신은 스스로가 철저히 고립되었다는 걸 알아야 입을 열 사람이니까.”하현의 말에 텐푸 쥬시로는 눈동자를 설핏 움츠렸다.“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당최 모르겠군.”“아무 의미 없는 말이야.”하현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단지 당신한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오늘 아침에 내가 사람을 한 명 죽였거든.”“그 사람 이름이 천도라고 하더군.”천도라는 두 글자가 하현의 입에서 나오자 텐푸 쥬시로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는 발이 묶인 상태였기 때문에 순간 몸이 튕겨졌다.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텐푸 쥬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른 사람이 알려줬더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그렇다고 하니 난 믿을 수밖에 없어.”“그런데 스승님의 신분이 어떻게 노출되었지?”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날 이길 수 없어. 바람을 맞받아치는 기술을 보였으니 자연스럽게 노출된 거지.”텐푸 쥬시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스승님은 20년 넘게 항도 하 씨 가문에 잠복해 있었어. 그동안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칼솜씨를 연마했어.”“그런데 지금 보니 스승님은 결국 성공을 하지 못했군그래.”“스승님이 이미 돌아가셨으니 지금 밖에선 날 죽이려는 사람이 아주 득실득실하겠군, 안 그래?”하현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왜 사람들은 당신을 구하려고 하지 않지?”텐푸 쥬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스승님이 계셨다면 아마 난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존재였겠지.”“그러나 스승님은 정체가 탄로 난 채 돌아가셨어.”“그러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난 그들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 거야.”“날 죽이는 게 여러모로 간단하겠지.”“내가 죽어 버리면 많은 일들이 그냥 미궁에 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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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9장

하현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비명횡사'라는 조직을 당신이 설립했어?”“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텐푸 쥬시로의 눈동자에 지난날을 돌아보는 듯한 회한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비명횡사'라는 조직은 당시 우리 섬나라가 겪었던 경제 불황 때문에 결성되었어.”“그때 고위층들은 다시 전쟁을 일으켜 대하 전장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을 했어.”“그러나 상황이 달라졌어. 대하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 거지. 지금처럼 강성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섬나라가 마음대로 억압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당시 고위층들은 대하를 무찌르려면 먼저 대하의 총아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결정했어.”“조정에서부터 재계, 명문가, 과학계 등...”“간단히 말해서 그 당시 대하의 거물들이 우리 섬나라의 블랙리스트에 다 올랐어.”“‘비명횡사'의 결성은 대하의 총아들을 제거함으로써 대하의 정치, 경제 등을 급속히 쇠락시키기 위한 것이었지.”“조직의 멤버는 섬나라 5대 문벌, 6대 유파 출신들이었어.”“당시 섬나라 최연소 전신이라 불리던 나도 당연히 고위층에 뽑혀 조직의 수장이 되었지.”하현이 눈에 차가운 빛이 가득 퍼졌다.“그렇군. 20년 전부터 우리 대하에는 미래가 기대되는 총아들이 있었어. 그런데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 등으로 비명횡사했어. 그리고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지.”“이 모든 게 당신들 작품이란 거지?”“맞아.”텐푸 쥬시로는 군말 없이 깔끔하게 인정했다.“내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어 지금의 ‘비명횡사'로 이름을 바꾸었지. 이의평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해야 할 일들을 수행했어.”“그 시절 난 대하의 저명한 사람들 오십 명쯤이나 죽였으니 우리의 작전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과거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말을 늘어놓는 텐푸 쥬시로의 눈에 과거 찬란했던 영광의 빛이 떠올랐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나 닥치는 대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촉망받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었어.”“특정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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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장

”어린 아기를 죽이는 데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냥 교통사고를 낸 거지.”“결국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렇게 문주의 아들은 죽었어.”“내 마음속 최고 악몽이었어.”“내가 그다지 예의와 염치가 있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린 아기를 죽인다는 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야.”“그래서 그날부터 난 조직을 해체하고 내 본연의 신분을 회복했지.”텐푸 쥬시로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하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누가 하문주의 어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어?”“말했잖아!”텐푸 쥬시로는 화들짝 놀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천도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었다고!”“이렇게 해야 항도 하 씨 가문에 서로를 물어뜯는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야!”하현은 조금 의아했다.이 일에는 십중팔구 더 큰 손이 개입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문준이 어린 아들을 잃는 일에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은 바로 장손 하구천이었다.그런데 지금 텐푸 쥬시로는 천도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증거가 있어?”잠시 침묵하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있어. 내 목숨만 보장해 준다면 증거를 줄게.”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화제를 바꾸었다.“그럼 이제 세 번째로 넘어가 보자고.”“당신 스승은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수년간 잠복해 있었어. 도대체 뭘 위해서 그랬던 거야?”“그는 왜 하문준의 어린 아들을 죽이라고 한 거지?”텐푸 쥬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스승님께서 말씀하셨어. 대하에는 10대 최고 가문, 5대 문벌, 4대 초석이 있다고. 시간이 갈수록 그 세력들은 점점 더 강해질 거라고!”“조만간 대하가 세계 정상에 서게 될 날이 올 거라고 하셨어.”“그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하 내에서 끊임없이 다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그래서 스승님은 항도 하 씨 가문을 택하셨던 거야. 그는 내부적으로 항도 하 씨 가문을 조종하여 항성과 도성이 대하 본토와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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