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 나간 임수범은 초점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하현은 천천히 일어서서 그의 앞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쳤다.“임수범, 방금까지 큰소리 뻥뻥 치지 않았어?”“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찍 소리도 하지 않는 거야?”“내가 방금 힘 좀 써 봤는데, 어때? 이젠 승복할 수 있겠어?”이산들 일행은 이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하현이 감히 임수범을 이렇게 모욕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임수범은 굴욕적인 하현의 말을 듣고도 입이 붙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산들은 밀려오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조용히 말했다.“임수범, 이 개자식이 감히 당신 얼굴을 건드리잖아?! 뭐 하는 거야? 어서 죽여 버리지 않고!”“퍽!”임수범은 손바닥을 뒤로 힘껏 젖혔다가 이산들의 얼굴에 내동댕이치며 버럭 소리쳤다.“입 닥쳐! 죽여 버리기 전에!”“보고도 몰라? 당신 병신이야?”“뭐? 감히 하현한테 대들라고?”“감히 하현을 상대하라고 날 부추기는 거야?”“죽고 싶어?”말을 하면서 그는 발을 들어 이산들을 향해 힘껏 발길질을 했다.이 여자만 아니었다면 그가 이런 비참한 몰골로 하현에게 미움을 살 일이 있었겠는가?지금 상황 판단 잘 하지 않으면 그는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하현?이산들의 얼굴은 벌겋게 부어올랐고 동시에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하현이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어쨌든 임수범이 덜덜 떨 정도로 하현이 높은 신분이라면 나박하도 덩달아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이니 머지않아 출세의 길이 열릴 것이다!이런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자 순간 그녀의 마음에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하현, 오늘 밤은 내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내가 눈이 멀었어요.”“이렇게라도 이제 서로 알게 되었으니 부디 나한테 사과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말을 마치며 임수범은 미소를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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