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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981 - 챕터 2990

3888 챕터

2981장

밤 10시.하루 중 빅토리아항이 가장 매력적으로 빛나는 시각.많은 연인들이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눈에 담기 위해 빅토리아항을 거닌다.일부 고급 클럽과 레스토랑에서는 은밀하고 빠르게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누가 항도 하 씨 노부인의 생신을 망치려고 한다!항도 하 씨 가문 하구천이 괴한에 습격을 당했지만 노부인의 생신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싸우다가 중상을 입었다!방금 마리아 병원에서 세 번이나 위독한 고비를 맞았다는 통지를 받았다!이 얼마나 효성스러운 손자인가!노부인을 향한 효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이 소문대로라면 노부인의 생일날 그녀가 하구천을 상석에 앉히지 않으면 양심에 가책을 느껴야 할 정도였다.소문이 무성할 대로 무성해져 있을 때 갑자기 빅토리아항 광장 한복판에 소문의 장막을 걷는 듯 누군가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었다.광장 한복판에 차려진 무대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기사들이 나타났다.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은 무슨 프로그램이 시작을 하나 보다 생각했다.“오늘은 큰 명절도 아닌데 왜 이런 행사를 하지?”“설마 우리가 전설로만 전해지는 그 구경을 하는 건 아니겠지?”“전설의 그 성전 기사들?!”“노국 황실의 넷째 공주가 항성에 왔다고 들었는데 설마 오늘 밤 순시하러 그녀가 나선 건 아니겠지?”“어머! 우리 노국 황실 귀족을 만나는 거야? 어떡해!”성전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들썩거리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의 마음속엔 이미 기사들의 행진곡이라도 울려 퍼지는 듯 쿵쾅쿵쾅거렸다.그때 노국 황실의 넷째 공주가 항성 빅토리아항 광장에 나타났다.순간 관광객들을 제쳐두고 국내외 언론 기자들이 모여들었다.특히 항성일보의 기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장면을 가장 먼저 카메라에 담으려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짝이는 등불 아래 말끔한 정장 차림의 넷째 공주가 베일을 쓰고 걸어 나왔다.“여러분, 저는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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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2장

하구천의 용모는 항성과 도성에서 아주 잘 알려져 있다.그래서 사진을 본 사람들은 그가 하구천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렸다.넷째 공주가 말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가 바로 항도 하 씨 가문 하구천이었다는 걸 안 사람들은 순간 모든 정황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예전부터 공주는 왕자와 어울리는 게 여러모로 그림이 맞다.하구천이 넷째 공주와 어울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였고 충분히 그럴듯한 얘기였다!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넷째 공주의 얼굴에 떨어졌다.그녀는 계속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모두가 이 변덕스러운 남자를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습니다!”“어제저녁 폐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제가 이 사건을 일으킨 건 순전히 하구천을 노리고 한 것입니다.”“이 개 같은 남자와 같이 죽겠습니다!”“그런데 이 쓰레기 같은 놈은 일 일이 마치 남의 일인 양 포장하려 들고 있습니다!”“그러나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공주의 체면을 걸고서라도 그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하구천! 잘 들어!”“감히 나를 버리고 신의를 저버렸으니 저세상 끝까지 당신을 쫓아갈 거야!”“딱 기다리고 있어!”“가자!”말을 마치자마자 넷째 공주는 홀연히 돌아섰다.말 몇 마디로 하구천의 치졸한 막장극을 순식간에 망쳐놓은 것이다.게다가 그녀의 말 몇 마디로 하구천은 천하의 몹쓸 놈이 되었다.아마 하구천은 지금쯤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을 것이다.넷째 공주가 이런 짓을 꾸밀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처음에 넷째 공주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하현은 군중 속에 서서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역시 이 여자는 보통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지독한 여자였다.안 했으면 안 했지 한다고 칼을 빼든 다음엔 가차없었다.정말 무서운 여자다.방금 그녀가 한 행동으로 하구천은 이제 항성을 대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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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3장

”노국의 황실 여인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걸 몰라?!”“고귀하고 지체 높은 직계라면 말도 안 해!”“이 여자는 그냥 혼혈이야! 혼혈일 뿐이라고!”“그 여자가 정말 네가 좋아서 너랑 함께 한 줄 알아?”“아마 그 여자는 네가 가진 권세와 역량 때문에 널 마음에 들어 했을 거야.”“하구천, 너 왜 이렇게 멍청하니?! 어떻게 이런 여자를 건드려?”“네가 가진 지위는 어떤 여자도 함부로 손을 못 대는데 왜 그런 짓을 한 거야?”“가장 중요한 건 이 혼혈 여자는 다른 것도 제대로 못 배웠는데 황실 여자가 되어서 부끄러움도 배우지 못했다는 거야!”“자기 입으로 남자랑 놀아났다는 걸 세상에 공개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감히 어떻게?!”“이제 다들 하구천은 여자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 남자라고 생각할 거야.”“상류층에서는 별것 아닌 일이지만 노부인 귀에 들어간다면 이건 큰일이야...”하백진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쉴 새 없이 떠들었고 냉정과 침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여자로서 이번 사건이 하구천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너무나 뻔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건 그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하구천의 평판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특히 그의 승리가 눈앞에 임박한 순간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넷째 공주의 이런 수법은 한순간에 정곡을 찔러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과도 같았다.이 수법에 하구천의 미래가 송두리째 뽑힐 지경이었다.“고모,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난 저 여자 건드린 적 없어요.”여기저기 상처가 난 얼굴로 하구천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그는 방금 지난 몇 년 동안의 일을 떠올렸다.비록 하구천이 수많은 여자들과 얽혀 지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넷째 공주와 얽힌 적은 없는 것 같았다.“정말이야?”하백진이 살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만약 네가 넷째 공주랑 잔 적이 없다면 넷째 공주는 왜 널 물어뜯고 있는 거야?”하구천은 잠시 침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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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4장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하민석이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하 소주, 이 일은 생각보다 후폭풍이 커.”“문제는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야.”“하 소주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지.”“특히 이 중요한 시기에 국내외에 파장이 미칠 경우 항도 하 씨 문주는 이를 핑계로 당신을 상석에 앉히는 걸 거절할 수도 있어.”“그래서 지금 당장 현장에 있던 국내외 언론사 책임자들을 찾아가서 한 사람, 한 사람 매수하는 게 급선무야!”“그런 다음 그들을 우리 수군으로 만든 다음 인터넷에 하 소주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기사를 푸는 거야.”“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거지만 늦진 않았어...”하구천은 깊은숨을 내뱉었다.그의 신분으로 허리를 숙여 일일이 언론사 기자들을 찾아 나선다는 게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도 당연히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걸 잘 안다.생각이 이에 미치자 하구천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결정하자고...”“띵!”바로 그때 곽영준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핸드폰에 살짝 시선을 돌리더니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고 굳은 표정으로 하구천을 바라보았다.“하 소주, 큰일 났어.”“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국내외 언론에 소문이 다 퍼졌어. 지금은 실시간 검색을 장악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졌어!”“누군가 댓글부대를 고용해서 하 소주를 겨냥하고 있는 게 분명해!”“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분명히 타깃을 정하고 공격하는 거라고!”“오매도관에서도 전화를 걸어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하 소주가 이런 사람이라면 오매도관은 당장에라도 사송란의 죽음에 대해 캐물으려 할지도 몰라.”다른 일은 몰라도 오매도관과 사송란의 죽음이라는 말이 나오자 하구천의 안색은 급격히 일그러졌다.그의 시선은 순간 하백진과 마주쳤다.두 사람 모두 사방에서 그들을 향해 빗발치는 폭풍우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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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5장

항도 하 씨 가문 본가가 선택한 이곳은 처음에는 척박하고 연고가 없는 무덤이 마구 널려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그래서 결국 항도 하 씨 가문은 한번 고꾸라지고 말았다.하지만 거의 백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곳은 깨끗하고 맑은 풍광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되었다.그 안에는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 사이로 작은 정자도 있었다.대하에 현존하는 각양각색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원명원의 복제품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특히 야경은 항성에서 단연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온갖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하백진과 하구천은 이 절경을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구천과 하백진조차도 항도 하 씨 본가를 드나들려면 신분 확인이 필요했다.그야말로 이곳은 항성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입구를 지나자 오래된 작은 정원이 하백진과 하구천의 눈앞에 나타났다.이곳은 바깥에서의 화려한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소박하고 정갈한 맛이 물씬 풍겨났다.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거대한 가문의 시작이 이 작은 정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정원 한가운데에는 회색 가운을 입은 여인들이 손을 모으며 나란히 서 있었다.소리 없이 조용한 가운데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엄숙함이 밀려왔다.이들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이 밖에도 그녀들이 지키고 있는 통로 한가운데 오래된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여든 살쯤으로 보이는 노파가 정갈한 옷차림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미동이 없어서 마치 잠든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상류층의 기운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말할 수 없는 위엄이 사방을 에워쌌다.이 모습을 본 하구천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앞으로 나섰다.“할머니, 손자가 할머니 보러 왔어요.”하백진도 거들었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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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6장

노부인의 화가 한풀 꺾이는 것을 보고 하구천은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며 노부인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할머니, 일이 이렇게 되어 저도 속상해요. 저도 원래는 할머니를 찾아오고 싶지 않았다구요...”“하지만 하수진은 지금 넷째 숙부님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 저는 넷째 공주의 일마저 엮여 버렸지 뭐예요.”“나더러 폐가 사건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넷째 공주는 저한테 버림을 받았다고 비난하고 있어요...”“지금은 인터넷에 댓글부대마저 동원되었어요...”“언론사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고요...”“종합해 보면 하수진 이 여자가 든 칼이 날 꼼짝달싹도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백 년 동안 쌓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요절내고 있어요...”“할머니 손자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도 있지만 그건 효과가 너무 느려요...”“아무리 해도 할머니 생신 전까지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그래서 오늘 이 손자가 감히 할머니한테 도움을 청하러 왔어요...”“할머니가 나서서 이번 고비만 좀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할머니 생신이 끝나실 때까지 잘 기다렸다가 할머니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게요. 다시는 밖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게요!”“예쁘고 꼬물꼬물한 손자도 많이 낳아드릴 수 있어요!”하백진도 옆에서 조곤조곤 하구천의 말을 거들었다.“엄마, 구천이는 장손이에요.”“엄마가 구천이를 돕지 않으면 얘가 곤란해질 텐데 그럼 누가 구천이한테 시집오려고 하겠어요?”노부인의 얼굴에는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그녀는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잠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수진이는 능력도 수완도 역량도 충분한 아이야...”“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진이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핏줄이 아니야. 아무리 날고 기어 봐도 수양딸일 뿐이지!”“만약 수진이가 자신의 위치를 바로잡아 보겠다고 한다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서는 아마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높은 자리에 앉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지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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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7장

노부인의 말을 듣고 하구천과 하백진의 안색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그전엔 하현과 하수진이 쓸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구천과 하백진의 진영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하문준이 돌아온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조용하고 무기력해 보이던 하문준은 돌아온 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하수진을 풀어주는 일만 했다.하수진 때문에 하구천은 연달아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심지어 하문준은 하현과 하수진을 통해 일을 집행시킨 일도 있지 않은가?하백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러게. 어떻게 하현이 금의환향한 이걸윤을 이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겠어? 노국의 넷째 공주를 어떻게 이렇게 처리할 수 있겠냐고?”“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야!”“하지만 그들 뒤에 넷째 오빠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하백진은 하문준이 가진 역량과 무서운 실력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구천은 심호흡을 하고 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그럼 할머니 뜻은...”하구천을 상석에 앉히고자 하는 것이 노부인의 뜻이었다.노부인이 하문준을 싫어하고 하문성을 편애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하지만 하구천도 노부인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왜? 이제는 대놓고 당당하게 문주인 네 숙부에게 덤벼들려고?”“잊지 마. 네 숙부는 이 가문의 문주라는 걸.”“비실비실한 네 수하들을 데리고 문주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이냐?”“그걸로 누구 코에 붙이려고?”노부인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더군다나 난 너희들 내부의 선의의 경쟁을 막지 않아. 유능한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지. 단 어디까지나 선이란 게 있는 것이야.”“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 것. 최소한의 도리 같은 것 말이야.”“문주를 암살하려고 한다는 소문으로 더 이상 주변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하구천은 눈을 껌뻑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알겠어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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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8장

”문주 어르신.”“아버지.”하구천과 하백진이 항도 하 씨 본가를 떠나던 그 시각.하현과 하수진 두 사람은 해변에 있는 당난영의 거처로 향했다.당난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하문준은 해변 별장 근처 모래사장에서 바비큐 그릴을 준비하고 있었다.하현과 하수진이 도착했을 때 바비큐 그릴 위에 생굴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향긋한 냄새를 사방에 풍기고 있었다.하현은 사양하지 않고 향긋한 냄새로 코끝을 자극하는 굴을 집어 ‘후룹'하고 들이마시듯 한입에 털어 넣었다.“섬나라에서 온 굴은 정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군요.”“섬나라 사람들은 다 별로지만 그들의 음식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하현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하문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상석에 앉은 자는 적들에 대해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하네. 이렇게 작은 것은 한입에 털어 넣고 큰 것은 군대부터 하나하나 철저히 살펴 공평하고 치우치지 않은 시야를 가져야 해.”“한 나라가 싫다고 해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돼. 반대로 한 나라를 좋게 본다고 해서 너무 치켜세워서도 안 되지.”“실사구시만이 진정 부강한 나라를 이룩할 수 있어.”하문준의 말에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하수진에게 시선을 돌렸다.“잘 들었어? 지금 문주 어르신께서 당신한테 상석에 앉은 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가르쳐 주고 계신 거야.”하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 없이 웃었다.하현이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것을 보고 하문준도 더 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고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좋아. 야식 먹으러 왔으니 이런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자고.”“닭 날개 몇 개 더 구워지면 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된 셈이구만.”하현은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더니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문주 어르신, 요즘 바쁘시죠?”“십 년 전 일은 잘 진행되고 계십니까?”하현의 눈에 오늘 하문준이 여기에 나와 한잔하자는 걸 보니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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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9장

”정확히 말하면 섬나라의 신당류일 거야.”하문준은 직접 닭 날개 하나를 집어 하현에게 주었다.“다른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임무를 맡겼을지도 몰라.”“하지만 자네와 섬나라 신당류가 좀 불편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은 자네한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호위대 사람들을 같이 보내 주겠네. 호위대의 리더는 하구봉이야.”“자네는 그와 맞춰 행동하면 되네.”“이 일이 성공을 거둬 이의평을 데려온다면 하구봉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는 셈이 되지.”“물론 자네의 은혜는 내 평생 잊지 않겠네.”하현은 눈꼬리를 가늘게 뽑았다가 잠시 후 옅은 미소를 띠었다.“문주 어르신, 다른 곳이라면 정말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신당류라면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텐푸 쥬시로가 지난번 도망갔을 때 제가 직접 섬나라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기회가 주어졌으니 놓치면 안 되죠.”“언제 출격할까요?”하문준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그의 동작과 함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뚫고 요트가 파도를 헤치며 접안을 시도했다.요트 위에는 위장복을 입은 호위대가 있었다.“군사를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첫 번째는 신속성이죠.”“지금 출발해서 동틀 무렵에 돌아오겠습니다.”하현이 웃으며 흔쾌히 승낙하고 일어나 요트에 올랐다.하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하수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신당류를 처리하는 일은 아버지 밑에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요.”“왜 외부인을 보내셨어요?”하문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네 할머니께서 이미 손을 쓰셨기 때문이야.”“방금 들은 바로는 할머니가 천도를 내세워 하현을 24시간 내에 출국시키라고 명령하셨다더군.”“천도의 성격을 알지 않느냐? 하현이 그 시간 안에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무슨 일을 저지르실 거야.”“하현도 대단한 친구지만 천도가 누구냐? 최고의 전투신 아니냐?!”“그는 여러 해 동안 노부인의 곁은 지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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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0장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처럼 하문준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하현이 천도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거야?”“잊으셨군요. 그가 직접 섬나라 음류검객을 참살했다는 걸요. 그에 놀라 텐푸 쥬시로는 줄행랑을 쳤죠.”“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겠어요?”하문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껄껄껄 웃었다.“좋아, 좋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느냐?”“그의 실력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다면 손쉽게 신당류를 처리하고 이의평을 데려올 수 있을 거야.”“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 되는 것이고.”“할머니는 다 좋은데 자신감이 너무 넘치세요.”“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할머니는 아직도 천도 하나로 항도 하 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다 제압할 수 있다고 믿으시니까요.”“이번에는 시대가 변했다는 걸 똑똑히 보여 드려야 해요...”...세 시간이 흐른 새벽 4시, 섬나라.이 지역은 섬나라의 남동쪽 해안에 위치하며 예로부터 개인 영지였다.바다 건너 해변가에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위용을 드러내며 우뚝 서 있었다.구름 사이로 우뚝 서 있는 건물들은 신선의 나라에 신비롭게 떠 있는 묘령의 성 같았다.오래된 건물 외에도 현대식 건물들도 사이사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골프장, 크루즈 터미널, 공항 등 없는 것이 없었다.아마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군사기지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그러나 이곳은 실제로 신당류의 본거지였다.그 말인즉슨 군사적으로도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건물의 외곽에는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성벽이 있었다.성벽 위에는 항상 신당류의 고수들이 주둔하며 철옹성처럼 견고히 지키고 있었다.그리고 이곳은 섬나라 안에서도 무학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었다.다름 아닌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인 신당류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1대 검객 텐푸 쥬시로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얼마 전 텐푸 쥬시로가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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