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3001 - Chapter 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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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1장

순간 하구봉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그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고 그 자리에서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하, 하구천?!”최영하도 힐끔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틀림없이 하구천이 맞아.”“하구천이 여길 왜 왔어?”하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가 뭐 때문에 왔든 당신도 상석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당당히 하구천한테 말할 수 있겠군.”“잘 됐어. 당신의 그 혈기를 보여줘.”“만약 하구천이 상석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당신이 그에게 말한다면 아마 나도 당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구봉의 표정이 일순 결연하게 변하더니 잠시 후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봐, 어서 가서 하 소주를 영접해!”하 소주라는 세 글자가 하구봉의 입에서 나오자 하현의 눈에서는 비아냥거리는 빛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방금까지 하구봉은 하구천이 상석에 오를 자격이 못 된다는 둥 호기롭게 큰소리쳤다.하지만 하구천이라는 세 글자는 여전히 항도 하 씨 가문 2세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큰 바위였다.당장이라도 하구천을 칠 것 같았던 하구봉이 중요한 순간에 겁을 먹지 않았는가?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소 민망해하는 듯한 하구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비록 하구봉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뗐지만 하구천이 나타난 것을 보자 불안하게 조여오는 심정은 하구봉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어찌 되었건 하구봉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상석에 오르고 싶었고 하구천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나쁘지 않은 전개였다.그러나 지금은 절대 아니다.하구봉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구봉아, 방금 천 리를 건너 섬나라에 가서 문주를 대신해 십 년 전 그 일의 주범을 생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항도 하 씨 가문의 젊은 세대 중 널 능가할 수 있는 공로는 없었을 거야.”“정말 기쁘게 생각해.”지방시 실크 양복을 입은 하구천은 화려한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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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2장

”아니야. 하 소주, 무슨 그런 말을 하고 그래?!”하구봉의 입꼬리가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잠시 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당신은 항도 하 씨 가문 소주야. 당신은 언제든지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2세대들을 통솔할 수 있어.”“내가 여기 일 다 처리되고 나면 직접 가서 보고하려고 생각했었어.”“그런데 하 소주가 이렇게 빨리 소식을 듣고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지 뭐야.”“이렇게 하자고. 문주한테 우선 이 일을 보고한 후에 내가 직접 가서 자세히 설명하는 걸로, 어때?”하구봉이 의도한 듯 무심코 문주라는 말을 꺼내자 하구천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감돌았다.그는 앞으로 나와 하구봉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구봉아, 잊지 마.”“난 너의 소주일 뿐만 아니라 너의 사촌 형이기도 하다는 걸.”“이번엔 내가 소식이 빨랐던 게 아니라 네가 보안을 잘 지킨 거야.”“섬나라에 가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데 왜 사촌 형인 나한테 미리 말을 하지 않았어?”“내가 너와 함께 갈 수는 없어도 네 신변 보호를 위해서 적어도 고수 몇 명은 보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안 그래?”“혹시 구봉이 너 날 경계하고 있는 거야?”“네가 한 공로를 내가 가로채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서...”“왜냐하면 너도 원하기 때문에? 저 높은 자리를 말이야...”‘저 높은 자리'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하구천의 표정은 음흉하기 짝이 없었다.하구봉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하현 앞에서는 상석을 노리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 일을 직접 거론하고 있는 하구천 앞에서는 절대로 하현 앞에서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보아하니 하현도 지금 네 곁에 서 있군.”“만약 네가 상석에 오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왜 하현이 네 곁에 서 있겠어?”“어쨌든 하현이 이번에 항성과 도성에 온 것은 내 자리를 노린 것이니까.”하구봉의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을 때 하구천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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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3장

하현이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무릎이라도 꿇어 봐!”“무릎을 꿇으면 내가 한번 생각해 볼게. 당신 체면을 세워 줄지 말지, 어때?”하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하구봉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자신이 지금 끼어드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하구천과 하현 둘 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평온한 얼굴이었다.하지만 하현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잘못하면 두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칼끝 위에 서게 되는 게 문제였다.하구천을 도발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말해야 하나?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하지?!하구봉은 비록 하현과 접촉한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야 뭔가 알 것 같았다.하현은 하구천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간단히 말해서 만약 일이 계속 진행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 두 사람은 분명 영영 사이가 틀어질 것이다.무리들 중 끝에 서 있던 하민석의 표정이 복잡해졌다.그는 하현이 하구천 앞에서 이렇게 거리낌 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일 줄은 정말 몰랐다.요즘 항성과 도성에서 감히 하구천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단연코 하현밖에 없을 것이다.“아하하하!”“그래?”“그게 당신이 말하는 조건이야?”곽영준, 하민석 등이 깜짝 놀라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인 것과는 달리 하구천은 오히려 어이없는 듯 파안대소를 보였다.아마도 하구천은 하현이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한 것 같았다.“안타깝게도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어.”“무릎 꿇는 게 별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하현 당신이 날 무릎 꿇게 할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하지만 어떻든 간에 난 당신한테 조금도 악의를 가져본 적이 없어.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우리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것은 당신이 원래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에 어쩌다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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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장

”뭐? 전 소주?”“서로의 영역에 간섭하지 말자고?”하구천은 하현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하현, 당신 말하는 본새를 보니 우리가 서로 말이 통하긴 쉽지 않겠군.”“그렇지만 당신은 이번에 하구봉을 데리고 천 리를 넘어 섬나라로 갔어. 십 년 전 일의 주범을 찾으려는 문주를 도와주려고 그랬을 거야.”“그리고 나서 당신은 항성을 어지럽히려던 이걸윤을 처리했어...”“간단히 말해 하현 당신은 그동안 항성과 도성의 수많은 일에 관여해 왔어.”“당신이 한 모든 일은 국가와 국민을 이롭게 했고 그 파장도 적지 않았어.”“그래서 난 방금 당신을 보고 나서 결정했어. 이 순간부터 이 구역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을 귀빈으로 모시게 될 거야.”“아무도 당신을 귀찮게 하지 못할 거라고.”“당신이 24시간 안에...”하구천은 말을 하면서 손목의 시계를 가까이 들어 올리며 음산한 미소를 떠올렸다.“아, 내 정신 좀 봐. 이제 열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군.”“당신이 열두 시간 안에 출국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면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모든 일이 진행될 거야.”“나의 관대함에 감사할 필요는 없어. 난 항도 하 씨 가문 소주야. 이 정도 도량은 있어야지.”하구천은 말을 마치며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고 곧이어 누군가가 샴페인 두 잔을 들고 왔다.“자, 하현. 당신의 앞날이 순조롭길 바라...”“대구로 돌아간 후 사업도 가정사도 모두 잘 풀리길 바랄게...”하구천이 손에 든 샴페인을 하현에게 건네며 건배를 청했다.하현은 하구천의 행동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샴페인 잔을 받아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이 샴페인을 마시지 않으면?”“그럼 날 어떻게 상대할 거야?”“상대?”하구천이 피식하며 입을 열었다.“상대랄 것까지야 뭐 있겠어? 하현, 당신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마.”“난 항상 규칙대로 행동할 뿐이야.”“누군가 내 체면을 세워 준다면 나도 반드시 상대의 체면을 세워 주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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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5장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이 한 잔이 수십만 원은 할 텐데 이렇게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 안 그래?”“지금 술 얘기할 때야?”하구봉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방금 내가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야!”“어젯밤 노부인이 당신을 24시간 안에 출국시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대!”“이제 노부인이 정한 시간까지는 열두 시간 정도 남았어!”“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여기까지 말하던 하구봉의 얼굴빛은 더욱더 낭패스러워졌다.하현은 오히려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했다.“만약 내가 떠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천도가 나서겠지!”“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 노부인 휘하의 천하 제일 검객인 천도가 당신의 저승길을 배웅하겠지. 천도는 문주의 실력을 훨씬 능가하는 전설의 신이야!”“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이 스스로 여길 떠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배웅을 받고 죽은 채로 떠나게 된다는 거야.”“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승길을 걷고 있을 거라고.”“천도?”하현은 웃으며 손을 뻗어 하구봉의 어깨를 툭 쳤다.“나 대신 이 소식도 좀 전해줘.”“천도인지 만도인지가 날 처단하러 온다면 좀 빨리 서둘러서 오라고 말이야.”“오늘 밤 난 다른 일이 있어서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거든.”...5분 후 달리는 도요타 센추리 안.하구천은 예의 평정심을 되찾은 얼굴이었다.오히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허민설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하 소주, 하구봉은 항상 야심이 많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어젯밤에 천 리를 마다않고 달려 엄청난 공을 세우려 하지도 않았을 거야.”“조심해야 해.”“지금 당장 하수진을 상대해야 하는데 뜻하지 않게 하구봉에게 칼을 맞을지도 몰라.”“게다가 오늘 하현과 당신이 맞붙는 걸 보고 하구봉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몰라.”하구천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하구봉이 상석에 앉고 싶어 하는 건 확실해. 그런 소심함으로 누굴 속일 수 있겠어?”“한눈에 다 알아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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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6장

하구천이 떠난 그 시각, 하현은 최영하가 준비해 놓은 차에 타고 있었다.그는 우선 잠시 쉴 곳을 찾은 다음 한숨 돌리면서 노부인의 출국 명령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하지만 차의 시동이 걸리자마자 하구봉이 헐레벌떡 달려와 하현이 탄 차를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하현, 아버지가 당신을 찾아.”하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왜 날 찾으시는 거지?”하현은 하문천과 몇 번 만난 적은 있었지만 여전히 서로 떨떠름하고 달갑지 않은 사이였다.게다가 지금 굳이 두 사람이 만나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아버지께서 어젯밤 일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하셔.”“그리고 당신한테 무슨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없을까 물어보려고 찾으시는 거야.”“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실 거야.”“그래서 지금 꼭 만났으면 하셔...”하구봉의 표정에 다소 떨떠름해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의 아버지가 하현에게 이렇게 예의를 차려 대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하구봉의 말을 들은 하현은 오히려 약간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최영하에게 먼저 가라고 손을 흔든 하현은 하구봉이 준비한 차에 올라탔다....30분 후.차량 행렬이 항성 중심부 번화한 곳에 자리잡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건물 자체는 큰 편이 아니었지만 위치가 상당히 좋았다.항성 중심부로 주위는 떠들썩하고 화려했지만 안쪽으로 들어오자 다른 세상처럼 차분하고 안정된 곳이었다.항성 중심부 금싸라기 같은 곳에 이런 땅을 차지하고 저택을 지었다는 것 자체가 하문천의 재력과 능력을 말해주었다.하현은 중심부의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는 작은 테라스 위에서 서 있는 하문천을 보았다.상인 기질이 강한 하문천은 당나라 복장으로 말끔하게 갈아입은 뒤 직접 차를 우리고 있었다.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하문천은 돌아서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일어섰다.“하현, 지난번 만났을 땐 내가 실례가 많았어. 부디 괘념치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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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7장

하현의 담담한 얼굴에 아리송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하문천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갑자기 껄껄 웃었다.“아, 그래. 그렇지!”“내가 잊고 있었군. 그날 노부인도 자네한테 당했었지!”“하구천은 노부인한테 말하면 자네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군!”“그렇다면 하구천이 너무 자네를 쉽게 생각하는 거잖아?”“자네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하수진이 자리에 오르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하구천이 오늘 당장 자네를 항성과 도성에서 내쫓고 싶겠지만 보아하니 헛된 꿈을 꾸는 것 같구만.”말을 하면서 하문천은 하현에게 차를 한 잔 더 따라주며 감탄해하는 눈빛을 잊지 않았다.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농담도 잘 하십니다. 하구천이 노부인에게까지 도움을 청했으니 그래도 체면은 좀 세워 줘야죠.”“다만 어떻게 체면을 세워 줘야 할지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허허, 자네한텐 도통 못 당하겠군그래.”하문천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지난번 만났을 때 자넨 내 얼굴을 때리더니 이번엔 하구천의 얼굴을 때리는구만.”“자네가 뒤에서 어떤 전략으로 사람들을 움직일지 정말 기대가 되는군.”하현은 하문천의 말에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하문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르신 한 가지 분명히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전 누구의 뺨을 때릴 의도는 단연코 없었습니다.”“내 얼굴을 때리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반격했을 뿐입니다.”“알겠어, 알겠다구!”하문천은 껄껄 웃으며 재빨리 탁자 밑에서 자료 뭉치를 꺼내 하현 앞에 놓았다.“아무리 하늘을 나는 천도라 할지라도 하현 자네 앞에선 기도 못 펼 거라는 걸 알지만 말이야.”“나한테 마침 이런 자료들이 있으니 자네가 틈이 나면 뒤적거려 보게. 조심해서 나쁠 거야 뭐 있겠는가?”하현은 자료를 받아들지는 않고 가만히 하문천을 곁눈으로 힐끔 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어르신, 천도가 그렇게 무서우십니까? 노부인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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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8장

하현의 말에 하문천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잠시 후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자네, 그런 농담은 집어치우게.”“나 같은 인물이 어떻게 그런 복잡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문주가 하수진을 상석에 앉히려는 걸 안 이후로 난 이미 여러 번 구봉이에게 말했네.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오늘 내가 자네를 오라고 한 것도 다른 생각은 없었네.”“난 단지 자네가 항성과 도성에서 하는 일이 순풍에 돛 단 듯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야.”“어쨌든 우리는 이미 한배를 탄 사이 아닌가?”“안 그런가?”하현은 일어나서 찻잔을 움켜쥐고 손가락을 튕겼다.‘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맞은편에서 멀지 않은 옥상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던 총구가 나타났다.첨단 장비였기 때문에 멀리서도 얼마든지 대상을 조종할 수 있었다.이 모습을 본 하문천의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졌다.하현 앞에서는 절대 뭔가를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자신이 몰래 잠복시켜 둔 저격수들의 정체를 하현에게 들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돌아서서 하문천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어르신, 이 세상에 바보 천치는 없습니다.”“날 이용하실 수는 있어요.”“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꼭 치러야 합니다.”“가만히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먹겠다... 어르신한테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군요.”하현은 말을 마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하현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하구봉은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하문천과 하현의 만남은 짧았지만 하현은 그 짧은 사이에 하문천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하문천은 힘없이 앉았고 하구봉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아버지, 이해가 안 돼요.”“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상석을 노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남들이 싸우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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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9장

하문천은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계속 말을 이었다.“지금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상황은 솔직히 말해서 양측의 싸움이야.”“한쪽은 문주로 대표되는 지금 현재의 실세야. 그들은 현재 항도 하 씨 가문의 가장 많은 자원과 발언권을 장악하고 있지.”“그들은 지금 십 년 전 일을 구실 삼아 하구천을 소주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온 힘을 집중시키고 있어.”“그래야 하수진이 상석에 앉을 수 있으니까.”“문주도 그 자리에 몇 년 더 앉을 수 있고 말이야.”“다른 한쪽은 노부인을 필두로 한 장손 일가들이지.”“하구천을 향한 노부인의 애정과 사랑이 끝이 없을 것 같으냐?”“그렇지 않다.”“네 큰아버지도 예전엔 노부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 그런데 왜 넷째가 문주의 자리에 앉았겠느냐?”“지금 하구천이 노부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하구천의 능력과 덕행이 뛰어나서 그런 건 아니야.”“가장 큰 이유는 하구천이 항도 하 씨 가문 장손이기 때문이야.”“넷째는 후사가 없어!”“노부인은 항도 하 씨 가문이 순조롭게 다음 세대로 계승되길 바라는 거야.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항도 하 씨 가문 내부에서 이루어지길 바라지.”“하수진은 항도 하 씨 가문 입장에서 볼 때 남이나 다름없어!”“하현은 항도 하 씨 외부 세력이자 하수진을 상석에 앉히려는 가장 강력한 조력자를 대표하는 인물이야.”“노부인은 그래서 하현을 24시간 내에 항성과 도성을 떠나라고 한 거야. 하수진의 오른팔을 잘라 하구천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서지.”하구봉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아버지,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하현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어젯밤 직접 목격하지 않았느냐?!”하문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실 어젯밤 일은 아마 문주가 하현을 한 번 시험하기 위해 시킨 일일 거야.”“만약 천 리를 건너 섬나라를 습격하는 간단한 임무도 수행해 낼 수 없다면 하문준의 칼이 될 자격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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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0장

”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열변을 토하던 하문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이번에 천 리를 건너가 섬나라를 급습한 일은 비록 문주가 너한테 시킨 일이긴 하지만 너와 호위대의 공이 적지 않아.”“공로를 치적할 때 네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너한테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어.”“그래서 이번 일은 아마도 네가 하현과 함께 주동적으로 움직여야 해.”“만약 그가 너한테 이런 명분을 준다면 넌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게 되겠지.”“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너무 강요하지는 마.”“현재로서는 우리가 문주와 한배를 타기로 했으니 하현과 사이가 틀어지면 좋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겠니?”하구봉은 하문천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돌아오는 길에 하현과 얘기를 나눴어요.”“하현 말로는 그는 감독일 뿐이고 진정한 공로는 나한테 있다고 했어요.”“그는 이런 작은 공로에는 별로 관심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솔선해서 모든 공로를 나한테 돌린다고 했다구요.”말을 하면서 하구봉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다.그는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를 지휘하고 있었지만 가장 부족한 것이 공로였다.이번 일만 공적에 올려지면 앞으로 누가 덤비든 호위대 책임자 자리는 넘볼 수 없을 것이다.간단히 말해 이번 사건은 하현이 하구봉에게 안정제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하현이 정말 그랬다고? 뜻밖이군.”“다른 말은 없었고?”하문천의 얼굴에 흐뭇한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그는 하현이 쉬운 상대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하현이 이렇게 큰 도량과 기량을 겸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보통 사람들은 조그마한 공로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안달이다.하지만 하현은 마치 자신이 한 일을 세상이 잊길 바라는 사람처럼 몸을 낮추었다.하문천은 더욱 환한 미소로 하구봉에게 시선을 던졌다.“기왕 말이 나온 김에 얼른 문주에게 가서 이 일을 분명하게 말해 두거라.”“그러고 난 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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