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961 - 챕터 2970

3664 챕터

2961장

”극동의 강대국이면 뭐?”넷째 공주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꼼꼼히 추려봤는데 설은아 주변 쪽 방어가 제일 약했어.”“그리고 우리 말고도 그녀를 죽이려는 세력이 있어. 그들이 우리를 도와줬다고.”“이런데도 우리가 실패할 이유가 뭐 있겠어?”“말도 안 되지!”“게다가 원탁의 기사들은 성전 기사들 중에서도 엄선된 강자들이야!”“그들은 저마다 실력이 쟁쟁하고 모두 최고의 병왕인데 어떻게 놓칠 수 있겠어?”“설은아 하나를 치는 게 뭐 그리 위험한 일이냐구?”넷째 공주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다시 연락해서 그들한테 말해.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나한테 좋은 소식 가져오지 않으면 내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거야!”잘생긴 남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들고 재빨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몇 통의 통화를 한 후 남자 비서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조심스럽게 넷째 공주의 곁으로 다가왔다.“넷째 공주님,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임무는 이미 실패했다고 합니다.”“우리가 보낸 성전 기사들은 전멸했고 팀을 인솔하던 원탁 기사들도 단칼에 찔려 죽었다고 합니다.”“대구 경찰서에서 그들의 신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그들이 입국할 때 신원을 여러 번 세탁하긴 했지만 대구 경찰서 쪽에서 신원을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최대한 빨리 계획을 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외부에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넷째 공주님이 이 사람들을 보낸 게 드러날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앞으로 높은 자리에 앉는 데 불리할 게 틀림없습니다.”“어쨌든 지금 국제적으로 극동 강대국인 대하한테 미움을 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미국이라도 직접 대하를 들어오지 못하고 섬나라를 통해 은밀히 대하와 접촉하지 않습니까?”“만약 우리 노국 황실이 대구 같은 국제 대도시에서 누군가를 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하 외교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대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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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2장

남자 비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공주님, 큰일이 있을 때마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그건 공주님이 저희한테 매번 하시던 말씀입니다. 제발 자중하시길 바랍니다...”“찰싹!”넷째 공주는 손바닥을 들어 올려 다시 남자 비서의 뺨을 후려갈겼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빨리 꺼져! 명령이야!”“머뭇거리면 거세할 거니까 어서!”남자 비서가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곧이어 차가 대문을 들이받는 소리가 들렸다.초목이 무성한 집주변이 갑자기 사람들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순간 호위병들이 튀어나와 대문 쪽으로 몰려들었다.“개자식! 여기가 어딘지 몰라?”“감히 넷째 공주의 행궁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당신들 간덩이가 부었어?”넷째 공주는 어안이 벙벙했다.순간 벌떡 일어선 그녀는 손을 뻗어 탁자 밑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하현 그 자식 일당들이야?”“그렇다면 잘 들어. 명령이야! 보이면 바로 죽여!”넷째 공주는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하현에게 매번 당하던 참이어서 도저히 분노가 솟구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어렵게 데려온 원탁의 기사를 하현 때문에 잃었다는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지금 온몸에 살기가 들끓어 올랐다.호위대 한 무리는 모두 총을 꺼내 직접 상대를 겨누었다.양측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둘러싸였다.“넷째 공주님, 큰일 났습니다. 하현이 아닙니다!”바로 그때 성전 기사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딱 보아도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노국 황실 사람들이 왔습니다...”“내무부의 덩컨 후작입니다.”황실 사람?내무부?덩컨 후작?부하들의 보고를 들은 넷째 공주는 넋이 나간 듯했다.내무부와 후작이 감히 자신의 거처를 찾아와 총을 겨누다니?!자신을 해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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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3장

”넷째 공주님, 오늘 저는 공작대인의 부탁을 받고 여기 온 것입니다.”“황실의 명성, 황실의 권위가 걸린 일이라 공작께서 가문의 휘장도 내려주셨습니다.”덩컨 후작이 말하는 공작대인은 노국 내무부의 장관으로 여왕의 최측근이다.일언이 중천금인, 말 그대로 권위가 높은 사람이다.노국에서의 권위는 총리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이런 이유로 넷째 공주는 공작대인이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그제야 오늘 덩컨 후작이 여기 온 것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설마 대하가 노국 황실에 대구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달라고 공문을 보낸 건 아니겠지?넷째 공주는 마음에 떠오르는 여러 의혹을 뿌리치고 입을 열었다.“덩컨 후작, 만약 당신이 대구의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라면 나중에 내가 따로 내무부에 가서 설명하겠어요.”“하지만 그것은 항성과 도성을 제압하기 위한 일종의 계획이었어요. 지금은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대구의 사건이요?”덩컨 후작은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으며 말했다.“넷째 공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일은 아직 거론할 단계가 아닙니다. 당분간은 공주님께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고요.”“물론 공주님이 만약 일을 저질렀다면 황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손을 좀 써 주시길 바랍니다.”“오늘 전 황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성을 위해서 여기 온 것입니다.”“넷째 공주님이 무슨 짓을 하셨는지 본인이 잘 알고 계시겠죠?”“내무부에 가서 어떻게 설명하실 생각이십니까?”덩컨 후작의 말에 넷째 공주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덩컨 후작은 한숨을 내쉬며 암호화된 태블릿 PC를 꺼낸 뒤 ‘휙'하고 넷째 공주 앞에 내던지듯 놓았다.“어제 오후 8시 런셀 최대 신문사 5곳의 헤드라인 사진입니다.”“내무부 쪽에서도 이 헤드라인을 접했고요.”“사진을 본 순간 내무부는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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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4장

”이 사진들, 당신이 제보한 거지?”하현이 웃으며 입을 느물댔다.“네, 맞아요. 앵글이 좀 괜찮았는지 공주님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유치하게 이런 짓을 하다니! 이렇게 뉴스에 폭로한다고 해도 내 얼굴에 살짝 먹칠만 할 뿐 나한테 실질적인 피해가 뭐가 있을까?”“하현, 당신도 성인이고 권세가 있는 사람인데 이런 저급한 짓을 하는 건 좀 웃기지 않아?”넷째 공주는 냉소를 연발했다.하현이 참 찌질하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가 하현의 아내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려 하다니!결국 복수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이런 잔꾀나 부리다니!정말 찌질한 소인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실질적인 피해? 제가 왜 공주님께 실질적인 피해를 주어야 합니까? 뭐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게다가 공주님은 황녀이신데 제가 공주님을 죽이면 뭐 하겠습니까?”“노국 황실의 미움이나 된통 받겠지요.”“빅토리아 공주님이 일을 수습하러 절 만나러 오시거나 하겠고요.”“난 넷째 공주님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하지만 그냥 가만히 놔두기도 좀 불쾌하죠. 결국 넷째 공주님은 제 아내를 죽이려 했으니까요.”“그렇다면 전 당신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죠.”“내일 고귀하신 넷째 공주님이 대하인에게 무릎을 꿇는 영상이 국내외 언론에 퍼질 겁니다.”“아, 걱정은 하지 마세요.”“제가 많은 버전으로 준비해 뒀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는다면 바로 다음 버전으로 연달아 폭로해 한 달은 거뜬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이 스캔들이 당신을 계속 옥죄어 결국 모든 기회를 다 잃게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간단히 말해서 넷째 공주님은 이제 아웃인 겁니다...”“무릎을 꿇은 황녀는 여왕이 될 수 없죠...”계속 옥죈다고?여왕이 될 수 없다고?많은 버전을 준비해 뒀다고?한 달 동안이나 올릴 수 있을 정도로?넷째 공주의 고운 얼굴이 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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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5장

덩컨 후작의 뒷모습을 보며 넷째 공주는 폭발하려던 분노를 애써 누르며 냉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잘 알고 있다.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는 한 그녀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을.그렇지 않으면 하현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지금 그녀는 운명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그러자 넷째 공주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흔들어 남자 비서를 불러들였다.“하현에게 사람을 보내서 이걸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풀어주라고 해.”“그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부디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길 바랄 뿐이야!”...도성, 대구 엔터테인먼트.하현은 서재에서 탁자를 바라보며 이후의 국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하수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방금 넷째 공주가 사람을 보내서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억류되어 있는 사람들을 풀어주라고 했다면서?”“그녀가 움직이기로 한 모양이야.”“당신이 약속을 지켜주길 바라겠지.”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우리 넷째 공주는 이 지경이 되어서도 아직 자신의 찌질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양이야. 한 수를 남겨두는 걸 보면.”“무슨 말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넷째 공주가 항성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이걸윤을 금의환향하게 하고 나아가 항성을 노국의 품에 다시 안기려는 것이었어.”“이런 일들은 이걸윤 단 한 사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누군가는 천하를 다스려야 하고 누군가는 천하를 지켜야 해.”“간단히 말해서 이걸윤 외에 그녀는 항성에 많은 첩자를 심어 놓은 거지. 대부분 과거 명문가들이겠지.”“그녀가 이 중요한 때에 나와 거래를 한 것은 단지 한 수를 남겨 두기 위해서일 뿐이야.”“심지어 하구천을 죽이는 데 성공하면 그녀는 그 모든 죄를 우리 두 사람한테 뒤집어씌울 거야.”“어쨌든 손을 쓴 사람은 원래 우리 손에 있던 사람이니 그때 가서 우리한테 오물을 뒤집어씌워 씻을 수 없게 만들려는 수작이지.”하수진은 고개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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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6장

”그놈이 정말 그렇게 말했어?”“아직 풀어줄 준비가 안 됐다고?”넷째 공주는 손에 들고 있던 청화 자기 찻잔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네, 그렇습니다.”남자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넷째 공주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각 방면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할까요?”“점심시간이 이미 지났으니 빨리 하지 않으면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넷째 공주는 심호흡을 한 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당초 이걸윤이 준비했던 플랜 B, 지금도 있어?”남자 비서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얼른 말했다.“플랜 B는 계속 준비되어 있었으니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하지만 항성과 도성 상류층 안의 반역자들을 죽이는 데 쓸려고 했었던 건데 지금 써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까요?”“네가 뭘 알아?”“당장 이 시국을 해결하지 못하면 플랜 B는커녕 플랜 A도 아무 소용없어!”넷째 공주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핸드폰을 꺼내 천천히 전화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하구천?”“당신을 만나 이걸윤을 구출해 내는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싶은데.”전화기 맞은편에서 하구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담담하게 말했다.“아, 넷째 공주님이시군요.”“도성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있을 때 이걸윤 그 작자가 나를 쏴서 하마터면 내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걸 잊으셨나 보군요.”“그것에 대한 대갚음도 아직 안 했는데 나보고 지금 그놈을 구하라고요?”“무슨 농담하시는 겁니까?”하지만 하구천은 지금 누군가에게 빠르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24시간 대기하는 IT 기술자 몇 명이 빠르게 움직이며 넷째 공주의 핸드폰을 감청하기 시작했고 금세 넷째 공주의 위치를 파악했다.곧이어 넷째 공주가 머무는 별장 주변으로 아주 은밀히 감시 차량 몇 대가 도착했다.소형 드론은 소리 없이 그 주변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넷째 공주의 전화를 기다리며 하구천도 나름의 많은 준비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넷째 공주는 잠시 침묵한 후에야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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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7장

전화기 맞은편에서 하구천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넷째 공주님이 주신 조건이 아주 마음에 들어 죽겠군요.”“아주 설렐 정도로 좋아 죽겠어요.”“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들은 별로 실용적이진 못합니다.”“상석에 앉으면 난 당신이 더 이상 필요 없거든요.”“문주 자리에 앉으면 감히 반항하는 사람도 없구요.”“당신이 말한 것은 있으면 더 좋은 거지 딱히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말하자면 없어도 되는 거란 말이죠.”“그 정도로는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요.”넷째 공주는 깊은숨을 들이마신 뒤 계속 말을 이었다.“내 동생을 소개해 주지. 그녀는 나보다 순위가 높아서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눈처럼 새하얀, 그러니까 아직 한 번도 손을 탄 적 없는 순결한 상태라는 거야.”“난 내 동생이 항도 하 씨 문주 부인이 되기에 딱 제격이라고 생각해.”이 말에 하구천은 긴 침묵에 빠졌다가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좋아요!”“그럼 그렇게 결정하죠.”“사람을 어떻게 구하면 되는지, 어디로 가면 되는지 계획이 서면 알려주세요.”“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공주님은 공주님이 한 말이나 절대 잊지 마세요.”말이 끝나자마자 하구천은 마음대로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넷째 공주는 피식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플랜 B를 그에게 보내"“하구천이 우리의 예상대로 악랄하게 일을 처리해 줬으면 좋겠군.”...두 시간 후 황혼의 해거름이 대지를 뒤덮을 즈음 플랜 B에 대한 계획서가 하구천에게 도착했다.그는 하백진과 함께 플랜 B를 들여다보았다.“이걸윤이란 놈이 태평산 산속 별장에 갇혀 있었군.”“이곳은 옛날에 배우 한 명이 멋지게 인테리어를 한 그 집이군.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배우는 미국에서 비명횡사했다지.”“귀신의 집이라 불리는 이곳은 평일에는 길거리 양아치들의 아지트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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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8장

”콰광!”하늘에서 먹구름들이 충돌하는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을 울렸다.15분 만에 도요타 랜드크루저 여덟 대가 태평산 기슭 쓰러져 가는 집 앞으로 돌진했다.집 앞 마당에는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몸 여기저기 피어싱을 한 채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은 건달들이 어른거리고 있었다.하지만 평소에는 거만하게 굴던 양아치들도 차 문을 열고 검은 옷을 입은 터프한 남자들이 들이닥치자 얼른 몸을 낮추며 길을 비켰다.어찌 보면 당연한 광경이었다.눈앞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누가 봐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풀풀 풍겼다.누가 감히 그들에게 반항이란 걸 하겠는가?그들이 옆구리에 차고 있는 총의 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불과 3분 만에 주변은 완전히 통제되었다.이 지역의 건달 우두머리조차도 이 사람들의 신분을 안다면 절대 함부로 몸을 놀릴 수가 없을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들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겠는가?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하는 일에 감히 건달들이 뭐라고 하겠는가?항성과 도성 두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홍성 길바닥이나 남양 길바닥도 마찬가지였다.이곳은 마침 홍성이 점령하고 있는 구역이었다.현장 통제가 거의 다 된 순간 세 대의 도요타 센추리가 바람처럼 나타났다.“들어가지 마! 나가지도 말고!”하구천은 냉랭한 표정으로 뒷좌석에서 내려 측근 몇 명에게 지시를 내렸고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건달 두목을 끌고 와 자기 앞에 무릎을 꿇게 했다.이 건달놈은 감히 저항하지도 못하고 하구천을 가만히 쳐다보았다.많은 건달들 눈에 하구천은 그야말로 하늘과도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짝짝!”하구천이 손뼉을 치자 측근 중 한 명이 항성 달러가 가득 든 알록달록한 상자를 가져와 그대로 바닥에 쏟았다.그러자 하구천의 측근은 손을 뻗어 그 양아치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엊그제 밤 여기서 무슨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한 자도 빠뜨리지 말고 다 말해.”“다 말하고 나면 이게 다 당신 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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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9장

”끼이익.”적막을 깨고 문을 여는 소리가 울렸다.하구천은 지하실 문을 차고 발을 들이밀었다.기분 나쁜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개자식!”하구천은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뒤따라오는 부하들에게 별다른 경고의 손짓을 하지는 않았다.지금 그의 새로운 전투 세력들은 적진을 향한 기개가 최고조에 달했다.눈앞에 적이 나타나면 바로 번개처럼 달려들 태세였다.“펑!”바로 그때 지하실 전체를 울리며 굉음이 들렸다.이윽고 거대한 집채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펑펑펑!”커다란 폭발이 연이어 터지면서 눈앞을 하얗게 만들었다.얼마나 많은 화약이 묻혀 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위력이 셌다.분기탱천하던 하구천 일행은 깜짝 놀라 혼비백산했다!산이 흔들리고 대지가 뒤틀려 금방이라도 땅이 무너질 것 같았다.하구천이 데리고 왔던 측근 몇 명은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건물 전체가 폐허로 변해 버렸다.하구천도 재빨리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송장이 되었을 것이다.자갈이 깔려 있던 마당은 무수한 건물 잔해들이 산을 이루었고 부상당한 사람들까지 이리저리 널브러져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얼굴에 잔해를 뒤집어쓴 하구천 일행의 얼굴은 모두 잿빛으로 변했고 몸에는 여기저기 핏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심지어 하구천은 온몸이 쑤시고 눈가에 경련이 일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하지만 그는 아픈 몸보다 상대의 계략에 빠졌다는 사실 때문에 더 뼈가 아리고 화가 났다.방금 그의 동작이 1초만 늦었어도 그는 아마 지금쯤 저세상 귀신이 되었을 것이다!어떤 의미로 싸움은 이미 승패가 가려진 꼴이 되었다.“하 소주!”밖에 있던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무너진 건물들을 보며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레졌고 하구천이 혹여 목숨을 잃은 게 아닌 건 아닌지 절망에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십여 명의 사내들은 자갈을 헤치면서 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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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0장

옆에 있던 부하가 미처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총알 하나가 ‘퍽'하고 그의 가슴팍에 꽂혔다.하구천의 뒤에 서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가슴을 부여잡고 땅바닥에 고꾸라져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저격수!”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모두 항도 하 씨 가문 정예 부대이며 하구천의 호위병이었다.누구보다 신속하고 용맹하게 대응했던 그가 숨을 거두자 하구천은 화를 낼 겨를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벽 쪽으로 굴러갔다.“펑!”방금 숨은 거둔 부하가 쓰러진 자리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조금만 더 천천히 움직였더라면 자신의 몸이 산산조각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하 소주를 보호해야 한다!”나머지 항도 하 씨 가문 정예들은 안색이 급변했고 모두 하구천을 에워싸기 시작했다.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순 없지만 하구천은 죽을 수 없다.“푹!”또 다른 총알이 날아와 이번에는 최전방을 막고 서 있던 정예의 머리에 박혔다.순식간에 하늘에 선명한 피가 튀었다.항도 하 씨 가문 정예들은 하나같이 비분강개했다.비록 쏟아지는 탄알에 얼굴이 창백해지긴 했지만 그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다.죽음의 위험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하구천을 끝까지 보호했다.하구천은 얼굴 가득 분노가 치솟았지만 침착하게 행동하며 계속 몸을 피했고 결국 한쪽 도랑으로 몸을 숨겼다.악취가 진동했지만 총알이 두어 번 날아왔을 때도 하구천은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그러나 항도 하 씨 가문 정예 두 명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하구천은 분노에 휩싸여 이를 갈았다.이들은 모두 그의 측근들이고 정예 부대에서 책임자급들이었는데 오늘 이들을 잃고 만 것이다.큰 손실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하구천 일행이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이 사실이 하구천을 미치게 만들었다.자신을 겨냥한 암살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낭패스럽고 위험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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