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971 - 챕터 2980

3664 챕터

2971장

하구천은 자신이 태어나서 이 자리에 앉기까지 처음으로 죽음의 압박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느꼈다.지금 그의 곁에는 아무도 그를 보호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5분 동안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탕탕탕!”하구천이 도랑을 타고 기어 나올까 어쩔까 망설이고 있을 때 총소리가 울렸다.곧이어 원래도 견고하지 않았던 시멘트 판이 진동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하구천의 안색은 더욱 흙빛이 되었고 한껏 움츠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가 지금처럼 진흙탕 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이것은 하구천의 일생일대 가장 큰 수치였다.이를 악물며 눈썹을 찡그리던 하구천은 순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이 저격수는 왜 이런 쓸모없는 저격을 할까?그가 지금 숨어 있는 곳은 절대적인 사각지대였다.상대방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만 단기간에 그를 어찌할 수는 없다.일반적으로 그의 옆에 있는 시멘트 벽은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단단한 생명의 부적이었다.그러나 순간 하구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상대방의 사격에 시멘트 벽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렸다.“제기랄!”순간 시멘트 벽이 흔들리며 떨어졌고 하구천을 향해 덮치려 하고 있었다.“개자식!”하구천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뛰쳐나왔다.무너지는 시멘트 벽을 피해 밖으로 나온 하구천을 맞이한 것은 오싹한 죽음의 공포였다.죽음의 그림자가 그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위험하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탕탕탕!”총알이 빗발쳤다.하구천은 그 자리에서 굴렀다.위험한 상황에서 그는 극적으로 총알 세 발을 피했다.지하실에서의 폭격과 빗발치는 총알 속에 하구천의 전투력은 이미 반쯤은 상실한 상태였다.원래의 그였다면 이 포탄 속에서도 어떻게든 역추격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고 무슨 생각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는 최선을 다해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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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2장

항성 마리아 병원.급히 달려온 하백진은 수술 중인 하구천을 기다리며 이를 갈았다.“개자식! 그 혼혈 여자가 감히 우리 구천이를 함정에 몰아넣다니!”“죽여 버릴 거야!”“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말 거야!”하백진은 하구천이 넷째 공주의 계략에 말려들어 이걸윤마저 목숨을 잃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서로에게 유리해 보이는 단 한 번의 동맹도 결국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죽음의 함정이 될 수 있다.하구천의 측근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하구천도 거의 죽을 뻔했다.오매도관 사람들이 제일 먼저 현장에 오지 않았더라면 하구천은 수년간 공들이기만 하다가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것이다.상대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지금 하백진에겐 분노가 더 앞섰다.“하현 이 개자식! 하수진 이 나쁜 년! 그들이 다른 사람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넷째 공주도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함부로 움직이진 않았을 거야!”“개 같은 연놈들! 다 죽여 버릴 거야!”“이봐, 중병들을 소집해! 하현 그 개자식에게 피맺힌 원한을 꼭 되갚아 주어야겠어!”하백진이 이를 갈며 병력을 동원하고 있을 때였다.드디어 수술실 문이 ‘찰칵'하고 열렸다.“고모, 흥분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휠체어에 앉은 하구천을 몇몇 측근들이 밀고 나왔다.그는 다소 초췌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우린 하현과 하수진에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그 두 연놈이 한 짓이라는 걸 알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게 문제죠.”“잊으시면 안 돼요. 지금 하현은 문주의 가장 귀한 손님이고 하수진은 항도 재단 집행총재라는 걸 말이에요.”“둘 다 항도 하 씨 가문의 핵심 권력에 들어 있는 인물이죠.”“아무런 확실한 증거도 없이 사람을 잡으려고 하면 결국 하구봉처럼 자기 등골만 부러지게 될 거예요.”방금 죽을 고비를 넘긴 그였다.비록 수술 때문에 방금 마취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오히려 지금 그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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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3장

하구천의 얼굴에 원망의 빛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그는 설마 이대로 끝나길 원하는 걸까?절대!그는 절대로 이대로 끝나길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문제는 그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증거도 없이 움직이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습을 당할 수가 있다.다들 신중한 여우들이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도 많다.하백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녀의 마음은 깊은 원망과 독기로 가득 들어찼고 절대로 이대로 화를 삼키며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구천의 말처럼 지금 섣불리 하현과 넷째 공주를 찾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오히려 괜한 문제를 일으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이런 일은 단순히 이치로만 따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까딱하다가는 상대방에게 역습을 맞아 곤혹을 치를 수도 있는 것이다.닭 한 마리 훔치려다가 손에 있는 쌀 한 줌마저 잃을 수도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백진은 가슴속에 들끓었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고 서서히 냉정을 찾아갔다.“설마 이 일을 정말 이대로 넘어갈 거야?”“넌 죽을 뻔했다구! 네가 죽을 수도 있었어!”하구천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고모, 이 일이 전부 쓸모없는 일이 된 건 아니에요. 지금 병원 안팎은 모두 우리 사람들이잖아요.”“난 지금 병원에 누워 무고한 피해자인 척해야 해요.”“그렇게 해서 한편으로는 상대의 경계심을 늦추게 하고 외세를 현혹시킬 수 있죠.”“또 한편으로는 동정을 얻어 불쌍한 피해자의 탈을 쓸 수 있는 거예요. 우린 그 카드를 아주 잘 쓰면 되는 거구요.”“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닌가요?”“하루에 세 번 위독하다는 소식을 노부인에게 알린다면 노부인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우리가 일을 저질러 큰 손실을 입고 남에게 빌미를 주긴 했지만 그 일로 노부인은 노발대발하시며 우리 쪽에 동정을 일으키지 않을까요?”“우리는 그 여세를 몰아 기세를 잡는 거예요.”“대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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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4장

”참, 고모. 나 대신 후한 선물을 골라 오매도관에 좀 보내주세요.”하구천의 눈빛이 뜨거워졌다.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이는 것 같았다.“이번 일 외에도 그동안 오매도관의 몇 가지 일들을 틀어쥐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툭툭 털고 신세도 좀 갚으려고요.”“오매도관께 나 하구천이 목숨을 구해 주신 성녀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좀 전해주세요.”“오매도관은 강남 지역의 영원한 무학 성지예요.”“누구도 그들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어요!”하백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한눈에 하구천의 마음을 알아챈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했다.“구천아, 걱정하지 마.”“오매도관은 늘 너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하나였어.”“설령 얼굴을 숙이고 찾아가더라도 난 오매도관이 계속해서 너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도록 할 수 있어.”하백진은 온화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하구천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을 솟구쳤다.“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현실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오매도관의 다른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괜찮아.”“하지만 성녀 사비선한테는 절대 관심을 가지지 마.”“그녀는 오매도관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사람이야. 오매도관 관장도 항상 관심을 쏟는 사람이라고.”“그녀는 훗날 후계자가 될 사람이니까.”“그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건 오매도관의 뿌리를 흔들려는 것과도 같아.”“오매도관 관장이 알면 널 죽이려고 들 거야.”“그렇게 되면 너의 가장 큰 후원자와 끈끈한 동맹을 잃게 되는 거야. 큰 적이 하나 더 생기는 거라고.”하백진의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마음이 아팠지만 하구천이 불가능한 마음을 접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하구천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말씀하신 점은 잘 알아들을게요.”“난 그저 성녀에게 존경의 마음만 있을 뿐 다른 뜻은 없어요...”“성녀는 너의 칼이 되고 방패가 되는 사람이야. 후원자이기도 하고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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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5장

하백진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던 하구천이 입을 열었다.“고모, 당분간은 그런 먼 훗날 얘기는 하지 마세요.”“우선 눈앞의 골칫거리부터 해결하자고요.”“제대로 상석을 차지하지 않으면 항도 하 씨 가문 문주가 될 수 없어요.”“부마 자리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자, 우선 우리가 퍼뜨려야 할 소문들을 하나씩 내보내죠...”하백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하구천이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이해한 눈치였다.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여세를 몰아 노부인의 생신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노부인을 화나게 하든 마음을 아프게 하든 자리에 오를 수만 있다면 뭐든 다 상관없었다....하백진과 하구천이 여생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짜는 데 고심하던 그 시각, 하현은 최문성에게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대장님, 넷째 공주가 하구천을 건드린 모양입니다.”“또한 항성과 도성에 비밀요원들을 풀어 많은 일들을 폭로했습니다.”“누나가 이미 사람을 보내 그쪽을 조사하고 있습니다.”“곧 항성과 도성에서 노국과 내통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최문성이 그동안의 일들을 보고했다.총교관은 비록 직접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앉아서 모든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영상 하나와 사진 몇 장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런셀의 무리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어 자발적으로 수면 위로 나오게 했다.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항성과 도성에서 넷째 공주로 대표되는 노국의 세력은 하구천과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하구천도 큰 타격을 입었다.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위신도, 역량도, 지위도 모든 면에서 연쇄 타격을 입은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하현은 간단한 계략으로 천군만마보다 더한 것을 얻었다.“아쉽게도 하구천은 죽지 않았어.”하현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하지만 그 역시 전신급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야. 어쨌든 전장을 누빈 사람이니까 쉽게 죽지는 않을 거야.”“정말 하구천도 보통 사람은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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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6장

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눈꼬리를 가늘게 할 뿐 얼굴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웃으며 말했다.“항도 하 씨 가문의 노부인은 젊었을 때 무자비한 분이라고 들었어.”“당시 항성과 도성에 반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그녀에 의해 제압당했어. 들판에 시체가 널리고 그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루었다고 했어...”“그런 일이 있긴 했었죠”최문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다 해묵은 옛날 일입니다. 그때의 일은 항도 하 씨 가문 문주가 오래전에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전설로 전해질 뿐이죠.”“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은 어마어마한 집안입니다.”“하구천이 고육지책으로 노부인을 등장시킨다면 아마 하수진 아가씨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두려워? 노부인의 생신을 망치려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야. 우린 선량한 시민이야.”“잊었어? 동리아가 나한테 시민 표창을 하나 빚지고 있다는 걸!”“하지만 노부인이 나선다면 우리도 넷째 공주를 도와야 하지 않겠어?”“만약 넷째 공주가 노부인을 이길 수 없다면 우린 골치 아프게 될 거야...”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말머리를 돌려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우리 금의환향한 이 소주는 어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어?”“난 그가 등판해서 넷째 공주를 도와 변방을 일구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최문성은 하현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분부하신 대로 에어컨이 켜져 있는 방에 48시간 가둬두었습니다.”“사향 커피를 한 시간마다 갈아주는 것 외에 찬물로 두 시간에 한 번씩 잠을 깨우고 있습니다.”“에어컨은 최대 풍속으로 틀어 놓았습니다.”“거칠고 포악했던 전신이 지금 이렇게 사람 같지 않은 몰골로 초췌해졌다는 게 믿기 어려울 뿐입니다...”“얼마 안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전신이 곧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도요...”“좋아.”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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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7장

”찰깍.”에어컨실 문이 발에 걷어차여 힘없이 열렸다.하현은 따뜻한 후드티를 입고 보이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하현은 식탁에 아무렇게나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에 있는 이걸윤을 바라보았다.하현이 나타난 것을 본 순간 이걸윤의 눈가에 원망과 독기가 가득 번뜩였다.하지만 곧 원망과 독기는 사라졌고 전신의 눈에는 전의가 사라졌다.요 며칠 동안 그는 계속 한숨도 못 자고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처음에는 강한 의지력과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텼다.하지만 가벼운 최면과 심리적 암시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전신급의 정신력도 오래가지 못했다.이걸윤의 지금 모습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만약 그가 최면을 반복해서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만약이란 없다.“하 씨, 원하는 게 뭐야?”그의 의지는 무너져 내렸지만 그는 애써 눈에 힘을 주었다.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숨결과도 같았다.하현은 담담하게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소주, 잘 지냈어? 하루 못 본 것이 마치 3년 같군그래!”“당신 말이야. 왜 이런 고생을 하고 그래, 응?”“그때 바로 하구천의 이마에 총을 쏴 버렸으면 좋았잖아.”“당신이 해외로 망명했다고 해서 이 지경이 될 필요는 없는 거 아냐? 응?”하현은 앞으로 천천히 나와 오른손으로 이걸윤의 얼굴을 두드리며 그의 얼굴에 찻물을 부었다.찻물에 흠칫 놀란 그는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메마른 그의 입술은 촉촉한 찻물에 반응했다.그는 필사적으로 혀를 내밀어 핥으려 했다.그러나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하현이 웃는 듯 마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짓자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어졌다.지금 자신이 보인 행동 때문에 이미 하현 앞에서 자신의 모든 존엄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그는 한동안 굳어 있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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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8장

이걸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그는 하현이 자신에게 어떤 선택을 하게 할 속셈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냥 죽든지 아니면 하현의 개가 되든지.한 세대를 풍미한 전신에게 개 취급을 하다니!어떻게 이걸윤이 이를 보고 참을 수 있겠는가!순간 이걸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그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이성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뇌었다.만약 하현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평생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이걸윤은 벌벌 떨면서 탁자 위에 놓인 총을 집어 들었다.그의 눈에 누군가를 향한 달갑지 않은 빛이 넘쳐흘렀다.그가 이번에 돌아온 것은 결코 남의 개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복수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이대로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금의환향한 영웅의 위대한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하현은 이걸윤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다가 엷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사실 난 당신의 그런 기개가 아주 마음에 들어.”“대하 사람으로서 노국의 개가 되었는데도 아직 자존심 때문에 나에 대한 분노를 거두지 않잖아.”“무릎 꿇는 일, 그거 별일 아니잖아?”“6년 전에 이미 무릎을 꿇지 않았어?”“그때 당신은 복수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되갚아 줄 날을 위해 그 치욕을 다 참아낼 수 있었던 거잖아.”“그런데 지금은 왜? 이번엔 할 수 없겠어?”“무릎을 꿇는 일은 치욕스러운 게 아니야.”“결국 월왕의 구천도 와신상담을 했잖아...”“내 개가 되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언젠가 내가 기분이 좋아질 때 당신을 자유롭게 해 줄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덤덤하게 웃으며 농담하듯 비아냥거렸다.이걸윤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상대에게 끝없는 절망을 안겨준 후에 한 가닥 희망을 던져 주어야 무릎을 꿇릴 수 있다는 걸 하현은 잘 알고 있었다.종종 이런 수법이 상대를 짓누르는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촥!”이때 갑자기 식탁 위에 소갈빗살이 튀겨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고소한 냄새는 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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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9장

다음날 밤, 항성 빅토리아항의 어느 식당.이곳은 하수진이 영업하는 곳이자 하현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이었다.예전에 여기서 하현은 톱스타 진소흔을 처리하며 그를 암살자로 만들었다.공교롭게도 오늘 여기서 넷째 공주를 처리하게 되었다.마치 당연한 수순처럼.넷째 공주는 자신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미리 식당 전체를 세내어 최고급 식재료를 준비시키라고 일렀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노국에서 82년산 샤토 와인을 한 병 공수해 오도록 하였다.푸짐한 음식들이 한 상 차려졌고 하현은 사양하는 기색 없이 젓가락을 들어 맛있게 먹었다.넷째 공주는 하현의 먹는 것만 바라볼 뿐 식사는 들지 않고 다리가 긴 와인 잔을 들어 천천히 와인을 음미했다.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는 석양 아래서 더욱 투명하고 은은한 향기를 자아내었다.그러다 갑자기 그녀는 자신들의 경호원들을 모두 물렸다.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는 거만함과 냉랭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뿐이었다.“나 피곤해. 이제 더는 못하겠어.”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번 판은 아무래도 당신한테 안 될 것 같아.”“아무리 이런저런 궁리를 해 봐도 당해낼 재간이 없어.”“항도 하 씨 가문의 집안 서열에 큰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이 중요한 순간에 당신이란 거물까지 나타났으니 내 실패는 자명한 것이었는지도 모르지.”“인정해, 인정!”“하현, 이제 새로운 조건을 말해 봐.”“내가 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해 줘. 내 남자들을 무사히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조건 말이야.”“그들이 내 휘하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난 당신이 원하는 걸 해 줄 수 없어. 당신이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넷째 공주는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그녀가 데려온 병왕도 하현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이걸윤은 목숨을 잃었고 원탁의 기사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게다가 성전 기사단의 대하계 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그녀가 수년간 고생하며 쌓은 기초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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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0장

”셋째 난 이걸윤을 돌려주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다 돌려줄 것입니다.”“게다가 당신이 총을 원하면 총을 드릴 겁니다. 당신이 사람을 원하면 사람을 보내줄 겁니다.”“난 당신이 항성과 도성을 떠날 때 하구천과 죽기 살기로 싸워주길 바랍니다.”“아무래도 버리는 남자를 상대하는 데 우리가 예의를 차릴 수는 없잖습니까?”넷째 공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내가 마지막 조건을 들어주기 싫어서가 아니야.”“난 이미 당신의 사람됨과 태도를 잘 알게 되었어.”“당신이 이걸윤을 나한테 돌려주겠다는 걸 보니 이미 그는 당신한테 매수당한 모양이야.”“그런 남자, 적어도 절반은 못쓰게 되었다고 봐야지.”“이 상황에서 당신이 나한테 사람을 보내준들, 총을 쥐여준들 내가 어떻게 하구천을 상대할 수 있겠어?”“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조건을 바꿔 줘.”지금 이 순간 넷째 공주는 과거의 위엄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하게 하현과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당신의 그런 태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당신이 내 조건을 들어주지 않아 좀 불쾌하긴 하지만 뭐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그럼 성의를 봐서 조건을 하나 바꾸겠습니다.”“난 당신이 이 일 후에 핑계를 대고 이곳에서 물러나기를 바랍니다.”“노국으로 돌아가 당신 수하의 대하계들을 계속 통합해 나가며 오래오래 잘 사는 겁니다.”“오래오래. 어떻습니까?”“어느 날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런셀에 한번 가 보겠습니다.”“누가 알겠습니까? 그때 내가 공주님을 부축해 올려 상석에 앉혀 드릴지.”넷째 공주는 어리둥절해하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이런 조건을 제시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현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의심스러워할 필요도, 놀라워할 필요도 없습니다.”“당신들 노국은 항성과 도성에 이렇게 많은 첩자를 두었잖아요.”“난 런셀에 미리 그런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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