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941 - 챕터 2950

3664 챕터

2941장

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을 바라보다 정신이 멍해졌다.항성이 노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는 노국의 공주가 오면 위로는 항독부터 아래로는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큰길에서 무릎을 꿇고 맞이해야만 했다.하지만 지금 하현은 노국의 넷째 공주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왕이 이렇게 콧대를 세우고 강하게 나오는데도 하현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이것은 넷째 공주의 자존심을 꺾는 일일 뿐만 아니라 노국 황실의 얼굴을 때리는 것이었다.그래서 지금 넷째 공주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다.넷째 공주의 마음속에는 하현 이놈을 씹어 먹어도 모자랄 판이었다.그녀가 정말 무릎을 꿇으면 하현의 손에 어마어마한 꼬투리가 생기게 된다.이 장면이 폭로가 된다면 그녀는 하루아침에 체면이 떨어져 노국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개자식, 감히 날 모욕해?”넷째 공주는 화가 극에 달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냉소를 흘리며 하현 앞에 있던 식탁을 발로 걷어차 엎어버렸다.“내가 천군만마를 불러들여 이 대구 엔터테인먼트를 박살 내 버릴 거야!”순식간에 찻잔이 널브러졌고 평화롭던 아침 식사는 엉망이 되었다.하현과 함께 있던 하수진의 얼굴빛이 살짝 일그러졌다.넷째 공주가 하현의 식탁마저 엎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화풍성, 강학연 두 사람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온몸에 차를 뒤집어썼다.그야말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되었다.그러자 넷째 공주는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계속해서 모욕을 당했는데 이제야 겨우 약간은 만회를 한 기분이었다.“퍽!”하현은 일어서서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넷째 공주의 얼굴에 손바닥을 날렸다.갑자기 맑고 찰진 소리가 울렸다.생각지도 못한 한 방에 넷째 공주는 순간 온몸이 비틀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타올랐다.옆에 있던 두 명의 성전 기사들이 제때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녀는 바닥에 넘어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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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2장

”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바로 어젯밤!”“당신이 최측근 기사들을 당난영 부인의 처소로 보내 그녀를 습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지금 당신을 때려죽일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당신이 죽는다고 해도 노국 황실은 아무 소리도 못할 거예요. 장담합니다!”“어디 한번 해보시겠습니까?”하현의 표정은 누구보다 결연했고 매서웠다.다른 곳에서는 노국의 고귀한 황실 신분이 먹힐지는 몰라도 하현에겐 어림도 없었다.“장공주 빅토리아의 체면을 봐서 이번 한 번만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무릎을 꿇든지 아니면 당장 꺼지든지 선택하세요!”“당신들 너무 하는 거 아니야?!”금발의 성전 기사가 끝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비록 방금 동료가 하현에게 걷어차여 땅바닥에 널브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자신의 공주가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이를 갈며 달려든 것이다.공주를 지키겠다고 맹세한 기사들에게 눈앞에서 공주가 당하는 꼴을 보고 있는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루스벨트! 물러서!”자신의 부하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것을 본 넷째 공주는 얼른 그들을 제지했다.왜냐하면 하현이 지금까지 보여준 전력으로 봤을 때 성전 기사들이 하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일찌감치 알아차렸기 때문이다.넷째 공주는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하 씨, 나와 꼭 이렇게 얼굴을 붉혀야만 하겠어?”“내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그렇습니다. 당신의 체면 따위 내가 상관할 바 아니죠.”하현은 넷째 공주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인내심도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이 못 됩니다. 10초만 더 드리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가 대신 선택하겠습니다.”“개자식! 당신 눈에 뵈는 게 없어?!”하현이 넷째 공주를 위협하자 루스벨트는 순간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순식간에 허리춤에 있던 기사 장검을 꺼내더니 기세등등하게 전방을 향해 내리꽂았다.장검이 뱀의 혀처럼 독기를 내뿜었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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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3장

모욕!말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루스벨트의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패배감이 일렁였다.그는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하현의 무덤덤한 시선 아래 도저히 무릎에 힘을 쓸 수가 없었다.온몸이 그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만약 여기서 억지로 일어나 하현에게 반격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해졌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성전 기사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시선을 넷째 공주에게로 돌렸다.“공주님, 당신의 기사가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공주님에게는 이제 3초가 남았습니다...”“개자식!”“사람을 이리 모욕하다니!”그때 성전 기사들이 포효하며 하현을 향해 돌진해 왔다.그러나 그들이 발을 떼자마자 최문성이 호위병들을 데리고 나타나 성전 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1초 남았습니다...”하현은 성전 기사들의 움직임에 눈도 깜짝하지 않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1초 후 당신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죄송하게도 내가 당신을 대신해 선택하겠습니다.”“개자식!”넷째 공주는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고귀한 신분으로 어찌 그녀가 이런 수모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매서운 눈빛의 하현을 보자 그녀의 마음속엔 어느새 무력감이 크게 자리잡았다.그녀는 하현의 뺨을 세차게 때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를 때리면 하현은 절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좋아! 과연 듣던 대로군!”“무릎을 꿇으라는 거지?”“당신이 뒷감당을 할 수만 있다면!”“당신이 내 사람들을 풀어줄 수만 있다면!”“무릎을 꿇겠어!”이를 앙다문 넷째 공주는 갑자기 ‘털썩'소리를 내며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넷째 공주님!”눈앞의 광경에 성전 기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떤 이들은 자신의 외투가 찢어질 정도로 분노하며 포효했다.그들은 당장이라도 하현을 산산조각 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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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4장

하현은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넷째 공주님,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장사도 이렇게 말을 꺼내는 법은 없지요.”“풀어주고 말고 하기 전에 이걸윤의 생사부터 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잊지 마세요. 카지노에서 한 서약서. 현재 그의 목숨은 나한테 달려 있습니다. 그는 나의 개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내가 물라고 하면 물고 짖으라면 짖어야 하는 개 말이죠.”“그가 살아남길 바란다면 간단해요. 당신 부하들을 데리고 하구천을 죽이러 가는 겁니다.”“하구천은 죽고 이걸윤은 사는 거죠. 이 거래는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니 취소할 뜻이 전혀 없습니다.”넷째 공주는 심호흡을 한 뒤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하현, 당신이 항성과 도성 귀족들을 도발해서 우리 노국과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 잘 알고 있어.”“노국이 다시는 항성과 도성의 일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잖아, 안 그래?”“이걸윤에게 하구천을 죽이라고 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지.”“하지만 나도 한 가지 일러둘 게 있어. 당신은 날 혼혈 공주라고 치켜세우는데 말이야.”“난 일개 공주일 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노국 황실을 대변할 수 있겠어?”“나와 항도 하 씨 가문이 사이가 틀어진다고 해도 노국과 항도 하 씨 가문이 틀어지는 건 아니야.”“노국과 두 도시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신이 단칼로 베어버린다고 해서 베어질 수 있는 게 아니야.”“게다가 지금 내 손에 쥔 능력으로는 하구천을 죽일 수 없어.”“죽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이야. 항도 하 씨 내부에 조력자가 없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그러니 하현, 당신의 음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당신이 작위를 원하든, 돈을 원하든, 영주권을 원하든 이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당신네 대하인들은 다 그런 거 아니야?”“미국의 영주권 한 장을 위해 조상을 등지고 나라를 팔아 영예를 추구하잖아.”“난 지금 당신한테 노국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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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장

”하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넷째 공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방금 말했잖아?”“첫째, 하구천을 죽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둘째, 내가 가진 역량으론 하구천을 죽일 수가 없어!”“다른 조건을 제시해 봐!”“너무 지나친 조건이 아니라면 내가 만족시킬 수 있을 거야!”넷째 공주는 이를 살짝 깨물었다.뭔가 단단히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난 당신이 거의 불가능한 일을 원해도 다 들어줄 수 있어!”넷째 공주는 진심을 보여주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죄송하지만 그렇게는 못 합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다른 조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하구천을 죽이는 게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아니라 내가 판단합니다.”“노국과 항도 하 씨 가문 사이를 이간질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그러길 원한다면 당신은 하구천을 죽일 방법을 생각해내야 합니다.”“하구천 하나도 못 죽이면서 어떻게 당신의 진심을 믿으란 말이죠?”“하구천이 죽어야만 당신의 진심을 믿을 수 있습니다. 정말 나와 화해를 하고자 하는 성의가 있다면 말이죠.”하현에게 있어서 하구천은 확실히 다루기 힘든 사람이다.하구천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진을 상석에 앉힌다는 전제하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하지만 만약 하구천을 건드린 사람이 노국의 넷째 공주라면 상황이 달라지고 하현은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넷째 공주가 실제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기회주의자들인 항성과 도성의 귀족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노국 황실의 눈에 그들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바둑돌 같은 존재들이다.간단히 말해서 이것은 항성과 도성의 전반적인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하현이 보기에는 넷째 공주가 하구천을 죽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실용적인 대국이다.넷째 공주가 보기에 하현의 모든 행동은 복수를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이것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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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6장

”손님들 배웅해 드려!”보이차를 한 주전자 더 우려낸 후 하현은 넷째 공주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하 씨!”넷째 공주는 이를 악물었다.뭐라고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삼켰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보이차를 하현의 얼굴에 뿌리고 싶었지만 결국 그 충동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한동안 하현을 노려보던 넷째 공주는 결국 그대로 돌아섰다.몇 분 뒤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앉은 그녀의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멋지고 유려한 남자 비서가 샴페인 한 잔을 공손히 건네며 말했다.“넷째 공주님,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넷째 공주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탁의 기사들!”원탁의 기사란 성전 기사단 내에서 선발된 정예부대였다.말하자면 성전 기사단의 특전사이며 병왕 중의 병왕이었다.넷째 공주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원탁의 기사를 대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녀의 부름을 듣고 잘생긴 남자 비서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감돌았다.넷째 공주의 마음에 전력을 다할 결심이 선 것 같았다....넷째 공주의 럭셔리한 차량 행렬이 떠나는 순간 하현은 응접실 발코니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해안선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도도하고 차가운 그림지가 아름다운 형체를 뽐내며 다가왔다.하수진.그녀는 방금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었다.옷은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날씬한 그녀의 라인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보통 남자들은 이런 아리따운 여자 앞에서 이성을 붙잡아 놓기 어렵다.그러나 하현은 몇 번 훑어보고는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에 눈길을 돌렸다.하수진은 이 모습을 보고 눈을 흘겼다.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봤다면 심장이 목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넷째 공주가 떠난 후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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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7장

하수진은 하현의 말뜻을 알아듣고 빙긋이 웃었다.“그렇다면 내 쪽에서 방비를 더 강화해야 할까?”“만에 하나 넷째 공주가 사람을 구해 낸다고 한다면 하구천과 손잡고 우릴 죽이려 들 테니까.”“괜찮아.”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넷째 공주가 가진 힘의 한계는 별개로 하더라도 그녀가 결국 동원할 수 있는 건 대하계의 힘뿐이야.”“성전 기사단, 원탁의 기사들을 모두 데려온다고 해도 내 앞에서 사람을 구해 내진 못할 거야.”하수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만약 사람을 구할 방법이 없다면 그녀는 몇 명을 인질로 붙잡아 당신과 협상을 하려 할지도 몰라.”하수진의 말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말은 할 필요도 없어. 항도 하 씨 정예 부대가 여기 있는데 누가 당신을 건드리겠어?”“동리아는 도성 정부에서 비호하고 있는 인물이야...”“최영하에겐 용전 항도 지부가 있고...”“강옥연에겐 용문 항도 지회가 있어...”“화소혜 뒤엔 화 씨 집안에 버티고 있고...”“넷째 공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사람들을 죽이지는 못할 거야.”“그렇게 쉽게 납치될 사람들이었다면 아마 몇 명은 벌써 함정에 빠지고도 남았을 텐데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어?”하현은 단호한 표정이었다.이미 이걸윤과 맞서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현재 항성과 도성에서 그를 뒷받침해 주는 세력의 힘은 강철처럼 막강했다.넷째 공주가 이 강철을 뚫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하수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항성에서 손을 쓸 수 없다면 강남과 대구도 있어.”하현은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강남에는 당인준이 있어!”“대구에는 당천도가 있고.”“게다가 대하는 우리 땅이야. 그녀가 부리는 개와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대하 경내에 버려졌어. 그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나 마찬가지야.”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니 지금 넷째 공주의 신세가 참 난처하기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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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8장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하현을 보고 하수진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는 이걸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하현은 한 걸음, 아니 두어 걸음 앞서서 진을 치고 이걸윤 일행이 쳐들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이제 하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넷째 공주가 어떤 선택을 할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제발 그녀가 하구천을 죽이러 가길 바랄 뿐이다.그렇지 않으면 넷째 공주가 무엇을 선택하든 하현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참, 우리 넷째 공주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아.”하현이 화제를 바꾸며 USB를 꺼내 하수진 앞에 놓았다.“이 USB에 담긴 자료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딱 필요할 때 런셀일보 기자한테서 나왔으면 좋겠어.”하수진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으며 의아해했다.“이건...”“별 거 아니고 넷째 공주가 무릎을 꿇는 영상이야.”“물론 내 얼굴은 편집했지.”“만약 콧대 높은 노국 황실에서 노국의 넷째 공주가 극동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넷째 공주라는 자리가 온전히 그녀를 위해 존재할까?”하수진은 입을 쩍 벌리며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은 도대체 몇 수를 앞에 보고 일을 진행한 걸까?넷째 공주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정말로 처참한 꼴로 죽음을 맞을 것이다....하현이 넷째 공주의 뒷일을 도모하던 그 시각.태평산 중턱에 있는 건물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넷째 공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검은색 봉투를 열었다.그 안에는 주소와 이름이 있었다.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그녀는 곁에 있던 남자 비서에게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원탁의 기사에게 이걸 전해줘.”“빨리 대구에 다녀오라고 일러.”“살아 있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죽었다면 시체를 보게 되겠지.”...환한 햇살이 비치는 도시, 대구.대하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은 나가주에 위치해 있었고 지금 사무실에서는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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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9장

용천오는 맞은편에 앉은 설은아를 실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제안한 사항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습니다.”“하지만 난 양측의 수익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에를 들어 내가 7에 당신이 3이라든지...”“물론 나도 잘 알아요. 그렇게 된다면...”“우리의 합작 사업이 성사되지 않을 거라는 걸요.”“이틀 정도 시간이 있다면 나와 함께 무성에 잠시 다녀오시는 건 어떠세요?”“무성에서 우리 용 씨 집안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보시면 좋을 듯한데요.”“그렇게 된다면 우리 용 씨 가문과 합작하게 된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도 알게 되실 거구요.”“심지어 용 씨 가문이라는 큰 나무에 기댄다면 대구 정 씨 가문에서의 당신 지위는 더없이 안정될 거예요.”“어찌 되었든 대구 정 씨 가문은 대하의 10대 가문 중 거의 꼴찌나 다름없고 우리 용 씨 가문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니까요.”“물론 당신이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우리도 양보할 수 있죠.”“이 세상에서 결혼보다 더 단단하고 온당한 협력 방식은 없으니까요...”“나 용천오, 설은아 당신을 향한 마음은 진심입니다.”“당신도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하고 싶은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었어요...”용천오의 말에 설은아의 곁에 있던 여비서와 여보좌관은 감격에 겨운 눈빛을 보였다.이것이 바로 전설로만 듣던 박력남의 모습인가!듣자 하니 용천오가 대구 정 씨 가문과 새로 발견한 금광 채굴권을 합작하게 된 것도 대구에 와서 우연히 설은아를 만나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안타깝게도 설은아는 줄곧 그에게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용천오는 이런 합작건을 만들게 된 것이다.심지어 정 씨 가문 내부에서는 설은아가 계약한 몇 건의 사업도 뒤에서 다 용천오가 힘을 썼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정 씨 가문 상석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설은아가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가문을 장악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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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0장

설은아는 천천히 계약서를 작성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지만 얘기가 진전되기 전에는 어떤 시찰도 무의미하다고 봅니다.”용천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비즈니스 합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럼 사적으로 기분 전환한다고 생각하면 어떻습니까?”“참, 내가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군요. 최여사님을 무성에 초대했더니 아주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최여사님이 오실 때 같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어쨌든 어머니 혼자 먼 길 보내시게 할 순 없잖습니까!”설은아의 매끈한 이마 위에 검은 실가닥이 언짢은 듯 떠올랐다.설은아는 용천오의 부지런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한편 도성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녀와 하현은 보름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또 한편으로 최희정은 하현과의 이혼을 완전히 정리하라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며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설은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용천오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좋아요, 설은아 씨. 오늘은 더 이상 당신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무성에 갈지 말지는 나중에 알려줘요. 답장 기다릴게요!”“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하지만 당신이 답을 주지 않더라도 우리 사이의 공적인 합작은 계속되는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없어요.”용천오는 말을 마치고서야 돌아섰다.꼿꼿한 체구에 잘생긴 얼굴, 최고 명문가 특유의 기품 넘치는 모습에 뭇여성들의 마음이 절로 녹아들었다.떠나는 용천오의 뒷모습을 보며 설은아는 계약서에 시선을 떨구었다.왠지 허한 마음 바닥에서 그네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대구 정 씨 가문은 그녀가 이 계약을 따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금광 개발 사업에 발을 담근다는 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는 일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용천오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저돌적인 모습에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오후 4시, 남아 있던 일을 처리하고 난 후 설은아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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