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하현을 보고 하수진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는 이걸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하현은 한 걸음, 아니 두어 걸음 앞서서 진을 치고 이걸윤 일행이 쳐들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이제 하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넷째 공주가 어떤 선택을 할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제발 그녀가 하구천을 죽이러 가길 바랄 뿐이다.그렇지 않으면 넷째 공주가 무엇을 선택하든 하현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참, 우리 넷째 공주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아.”하현이 화제를 바꾸며 USB를 꺼내 하수진 앞에 놓았다.“이 USB에 담긴 자료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딱 필요할 때 런셀일보 기자한테서 나왔으면 좋겠어.”하수진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으며 의아해했다.“이건...”“별 거 아니고 넷째 공주가 무릎을 꿇는 영상이야.”“물론 내 얼굴은 편집했지.”“만약 콧대 높은 노국 황실에서 노국의 넷째 공주가 극동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넷째 공주라는 자리가 온전히 그녀를 위해 존재할까?”하수진은 입을 쩍 벌리며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은 도대체 몇 수를 앞에 보고 일을 진행한 걸까?넷째 공주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정말로 처참한 꼴로 죽음을 맞을 것이다....하현이 넷째 공주의 뒷일을 도모하던 그 시각.태평산 중턱에 있는 건물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넷째 공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검은색 봉투를 열었다.그 안에는 주소와 이름이 있었다.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그녀는 곁에 있던 남자 비서에게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원탁의 기사에게 이걸 전해줘.”“빨리 대구에 다녀오라고 일러.”“살아 있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죽었다면 시체를 보게 되겠지.”...환한 햇살이 비치는 도시, 대구.대하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은 나가주에 위치해 있었고 지금 사무실에서는 비즈
용천오는 맞은편에 앉은 설은아를 실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제안한 사항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습니다.”“하지만 난 양측의 수익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에를 들어 내가 7에 당신이 3이라든지...”“물론 나도 잘 알아요. 그렇게 된다면...”“우리의 합작 사업이 성사되지 않을 거라는 걸요.”“이틀 정도 시간이 있다면 나와 함께 무성에 잠시 다녀오시는 건 어떠세요?”“무성에서 우리 용 씨 집안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보시면 좋을 듯한데요.”“그렇게 된다면 우리 용 씨 가문과 합작하게 된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도 알게 되실 거구요.”“심지어 용 씨 가문이라는 큰 나무에 기댄다면 대구 정 씨 가문에서의 당신 지위는 더없이 안정될 거예요.”“어찌 되었든 대구 정 씨 가문은 대하의 10대 가문 중 거의 꼴찌나 다름없고 우리 용 씨 가문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니까요.”“물론 당신이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우리도 양보할 수 있죠.”“이 세상에서 결혼보다 더 단단하고 온당한 협력 방식은 없으니까요...”“나 용천오, 설은아 당신을 향한 마음은 진심입니다.”“당신도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하고 싶은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었어요...”용천오의 말에 설은아의 곁에 있던 여비서와 여보좌관은 감격에 겨운 눈빛을 보였다.이것이 바로 전설로만 듣던 박력남의 모습인가!듣자 하니 용천오가 대구 정 씨 가문과 새로 발견한 금광 채굴권을 합작하게 된 것도 대구에 와서 우연히 설은아를 만나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안타깝게도 설은아는 줄곧 그에게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용천오는 이런 합작건을 만들게 된 것이다.심지어 정 씨 가문 내부에서는 설은아가 계약한 몇 건의 사업도 뒤에서 다 용천오가 힘을 썼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정 씨 가문 상석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설은아가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가문을 장악할 수 있
설은아는 천천히 계약서를 작성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지만 얘기가 진전되기 전에는 어떤 시찰도 무의미하다고 봅니다.”용천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비즈니스 합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럼 사적으로 기분 전환한다고 생각하면 어떻습니까?”“참, 내가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군요. 최여사님을 무성에 초대했더니 아주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최여사님이 오실 때 같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어쨌든 어머니 혼자 먼 길 보내시게 할 순 없잖습니까!”설은아의 매끈한 이마 위에 검은 실가닥이 언짢은 듯 떠올랐다.설은아는 용천오의 부지런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한편 도성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녀와 하현은 보름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또 한편으로 최희정은 하현과의 이혼을 완전히 정리하라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며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설은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용천오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좋아요, 설은아 씨. 오늘은 더 이상 당신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무성에 갈지 말지는 나중에 알려줘요. 답장 기다릴게요!”“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하지만 당신이 답을 주지 않더라도 우리 사이의 공적인 합작은 계속되는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없어요.”용천오는 말을 마치고서야 돌아섰다.꼿꼿한 체구에 잘생긴 얼굴, 최고 명문가 특유의 기품 넘치는 모습에 뭇여성들의 마음이 절로 녹아들었다.떠나는 용천오의 뒷모습을 보며 설은아는 계약서에 시선을 떨구었다.왠지 허한 마음 바닥에서 그네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대구 정 씨 가문은 그녀가 이 계약을 따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금광 개발 사업에 발을 담근다는 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는 일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용천오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저돌적인 모습에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오후 4시, 남아 있던 일을 처리하고 난 후 설은아는 사
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엄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돈은 정 씨 가문 돈이지 내 돈이 아니야.”“난 몇 억밖에 없어요. 전부 엄마한테 줬잖아.”최희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난 그런 거 몰라. 잘 들어. 나한테 매달 몇 십억씩 주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날 피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 내가 기분이 좋아서 요즘 너한테 따지지 않았을 뿐이야.”최희정은 말을 마치며 들고 있던 에르메스 가방을 꺼내 보이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에르메스 가방은 몇 억을 줘야 겨우 살 수 있는 가방인데 최희정이 갖고 있어서 설은아도 놀랐다.“엄마, 이 가방 어디서 났어?”“어디서? 당연히 내가 직접 샀지!”최희정은 설은아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내가 산 게 아니면 뭐 네가 사 줬겠니?”“이런 불효녀 같으니라고!”“똑똑히 들어. 만약 용천오가 아니었다면...”호기롭게 말을 늘어놓던 최희정이 갑자기 뚝 말문을 닫았다.자신이 실언한 것을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이다.최희정은 설은아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다.설은아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분명 용천오가 최희정에게 당부한 것이 틀림없다.“용천오가 준 거야?”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고 최희정을 흘겨보며 말했다.“엄마, 내가 이미 여러 번 말했잖아!”“나와 용천오는 지금 함께 비즈니스를 도모하는 단계일 뿐이야. 엄마가 그 사람이랑 만나서 이런 물건을 받는 건 보기 좋지 않아.”“혹시라도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비즈니스상 굉장히 곤란해져.”“가방 이리 줘. 비서한테 돌려주라고 해야겠어.”“다른 물건이 혹시 또 있으면 그것도 줘. 내가 같이 되돌려줄 테니까.”“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사 줄게.”최희정은 손에 든 에르메스 가방을 얼른 뒤로 숨기며 설은아를 노려보았다.“설은아! 정말 너 너무해!”“나와 용천오가 친한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그 사람이 준 물건을 내가 왜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최희정의 모습에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보름 동안 하현과 연락도 없었다.항성과 도성에서 일어난 일은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설은아는 하현이 정말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피로 물드는 장면은 그녀의 뇌리에 남아 그녀를 계속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그녀도 안다.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정말로 하현이 최희정을 죽이려고 했다면 분명히 깔끔하게 끝내는 게 맞다.하지만 직접 보고 직접 들었음에도 그녀는 도무지 혼란스러워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멀어져 가던 생각을 붙잡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엄마, 우리 그 얘기 그만하면 안 될까?”계모만도 못한 최희정은 괴로워하는 설은아의 표정을 보며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래. 알았어. 이제 그 자식 얘기는 하지 말자!”“참, 오늘 밤 용천오가 웨스틴 호텔에 새로 오픈하는 레스토랑으로 초대했어.”“너도 우리랑 같이 갈 거지?”설은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난 오늘 밤 할 일이 좀 있어...”“가야 돼! 무조건 가야 된다고!”“워라밸도 몰라? 여자애가 제대로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다고 그래? 매일 그렇게 일만 하다 뭐하게?”“그리고 네가 용천오한테 시집이라도 가서 나중에 금광 개발 수익금을 우리한테 좀 준다면 우린 그 돈으로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어. 네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어!”“어쨌든 오늘 밤 넌 꼭 가야 해! 내가 정했어!”“딴소리하지 마!”최희정은 횡포나 다름없는 기세로 설은아를 몰아붙였다.특히 최근에 용천오가 그녀를 추켜세우자 더욱 오만해진 터였다.최희정은 말을 마치며 운전기사에게 얼른 차를 몰라고 손짓했다.최희정과 설은아의 공방전이 일단락되자 뒷자리에 잠자코 앉아 있던 설유아가 입을 열었다.“엄마, 언니. 오늘 저녁에 우리가 뭘 먹을지 모르지만.”“일단 훠궈나 좀
설유아가 최희정의 말에 반박하려고 했을 때 앞에 앉은 운전기사가 갑자기 유리를 내리더니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뒤에 차량 몇 대가 계속 우리를 따라오고 있습니다...”“서너 차례 노선을 바꿔 봤는데도 계속 따라붙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우리를 미행하는 것 같습니다.”“우릴 노리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설은아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얼른 몸을 돌려 백미러 쪽을 바라보았다.역시 로컬 번호판을 단 차량 몇 대가 어김없이 자신의 차를 따라오고 있었다.검은색 일색인 밴들은 겉으로만 보아도 그 위용이 대단해 보였다.이때 따라붙던 차량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들킨 걸 아는지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져 쏜살같이 설은아의 차량을 따라잡았다.차 한 대가 나는 듯이 다가와 설은아 차량의 퇴로를 막았고 다른 차 몇 대는 양쪽에 늘어서서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설은아는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대구 정 씨 가문의 방주인 자신을, 그곳도 대구에서 대놓고 자신을 괴롭히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있을 법한 얘기 같기도 했다.그녀는 지금의 자리에 앉은 뒤 많은 사람들과 부딪혀 왔다.이전에는 은밀하게 그녀를 공격하고 위협했지만 이젠 대놓고 공격하는 이런 방법도 하나 더 생긴 것이다.회사에서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눈빛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일이었다.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설은아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도대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 무얼 원하든지 간에 지금은 안전이 최우선이다.운전기사 겸 보안대장은 잠시 설은아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사장님, 안전벨트 꽉 매세요.”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무전기를 꺼내 위엄 서린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말했다.“당신들 몇 명은 저 차의 행렬을 막아. 난 먼저 사장님 데리고 여길 빠져나가 향산 별장으로 갈 테니까 거기서 합류해!”비록 하현이 잠시 대구를 떠난 뒤 최희정이 향산 별장을 빼앗다시피 했지만 설은아는 내놓을 생각이 없
설은아의 운전기사가 고군분투하며 차량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방금 전복된 차 안에서 금발의 파란 눈을 한 양복 차림의 서양 남자가 튀어나왔다.충격으로 온몸을 휘청거렸지만 그들은 이내 총기를 꺼내 설은아의 운전대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탕탕탕!”미친 듯이 달리던 차는 뒤쪽 바퀴가 터지면서 움찔거렸다.순간 설은아의 차는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이리저리 몸체를 가누지 못하고 충돌하기 시작했다.운전기사는 창백해진 얼굴로 차가 전복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핸들을 붙잡았다.최희정은 이미 놀라서 넋이 나간 듯 눈에 흰자위가 가득한 채 금방이라도 기절할 사람 같았다.최희정만큼은 아니었지만 설유아도 지금의 상황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얘졌다.그녀도 많은 일을 겪어 봤지만 이렇게 쫓기는 일은 처음이었다.설은아는 요즘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인지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을 유지하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어서 도움 요청하세요.”“그리고 문 잠그시고!”“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운전기사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관청에 신고하는 것이 경호원으로서 창피하긴 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그는 재빨리 차 문을 잠그고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경찰서에 전화했다.이때 밖에는 이미 예닐곱 명의 양복 차림을 한 서양인들이 재빨리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그들의 손에는 총 외에도 특수 제작된 쇠망치가 들려 있었다.설유아 일행이 문을 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쇠망치로 창문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쇠망치질을 하는 그들은 한눈에 봐도 이런 일에 프로들인 것 같았다.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남자는 시가를 손에 쥐고는 서툰 대하말로 다가왔다.“어서 어서! 이 여자를 꼭 생포해야 해! 나머지 두 사람은 처리해 버려!”우두머리의 말을 듣자마자 예닐곱 명의 서양인들은 더욱 속도를 높여 특수 제작된 차량 유리를 맹렬하게 부수기 시작했다.결국 차량 앞유리에 커다란 금이 가고 말았다.
”병왕? 전쟁의 신?”자신의 부하들이 계속 픽픽 쓰러지자 앞장섰던 원탁의 기사는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재빨리 손에 든 시가를 던져버리고 칼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갔다.원탁의 기사가 든 성전 십자검은 다른 일반 성전 기사들의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강력했다.“촹!”당도를 손에 든 남자가 가로로 칼을 한번 휘두르자 원탁의 기사가 들고 있던 성전 십자검이 두 동강이 나며 날아올랐다.“푹!”원탁의 기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얼이 나가 있는 눈빛을 하자 당도는 다시 원탁의 기사에게 날아와 그의 목을 관통했다.원탁의 기사는 ‘꺽'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그는 노국의 고귀한 원탁의 기사였다.어떤 공격에도 결국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던 그였다.그런데 오늘 예상치 못한 형국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눈빛을 하며 원탁의 기사는 그대로 주저앉았다.설유아는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몰래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요즘 대구 연예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지만 대구의 몇몇 거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설유아의 얼굴이 얼어붙었다.“전신 당천도?!”“당천도가 어떻게 우릴 구하러 왔지?”어리둥절하기는 설은아도 마찬가지였다.한 세대의 전신이 홀연히 나타나 그녀를 구하다니.그녀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정말로 눈앞에 벌어진 일이었다.순간 설은아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설마 하현이 보낸 걸까?그러나 안타깝게도 설은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자기 차창 밖에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그들은 은빛 장총을 들고 사나운 표정으로 그녀의 심장을 옥죄듯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백주대낮에 쥐새끼 같은 놈들이 어디서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괴롭혀?”“푹푹푹!”은빛 장총들이 땅에 떨어져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당천도는 냉랭한 표정으로 이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설은아 쪽을 돌아보았다.그는 하현의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