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왕? 전쟁의 신?”자신의 부하들이 계속 픽픽 쓰러지자 앞장섰던 원탁의 기사는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재빨리 손에 든 시가를 던져버리고 칼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갔다.원탁의 기사가 든 성전 십자검은 다른 일반 성전 기사들의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강력했다.“촹!”당도를 손에 든 남자가 가로로 칼을 한번 휘두르자 원탁의 기사가 들고 있던 성전 십자검이 두 동강이 나며 날아올랐다.“푹!”원탁의 기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얼이 나가 있는 눈빛을 하자 당도는 다시 원탁의 기사에게 날아와 그의 목을 관통했다.원탁의 기사는 ‘꺽'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그는 노국의 고귀한 원탁의 기사였다.어떤 공격에도 결국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던 그였다.그런데 오늘 예상치 못한 형국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눈빛을 하며 원탁의 기사는 그대로 주저앉았다.설유아는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몰래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요즘 대구 연예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지만 대구의 몇몇 거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설유아의 얼굴이 얼어붙었다.“전신 당천도?!”“당천도가 어떻게 우릴 구하러 왔지?”어리둥절하기는 설은아도 마찬가지였다.한 세대의 전신이 홀연히 나타나 그녀를 구하다니.그녀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정말로 눈앞에 벌어진 일이었다.순간 설은아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설마 하현이 보낸 걸까?그러나 안타깝게도 설은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자기 차창 밖에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그들은 은빛 장총을 들고 사나운 표정으로 그녀의 심장을 옥죄듯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백주대낮에 쥐새끼 같은 놈들이 어디서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괴롭혀?”“푹푹푹!”은빛 장총들이 땅에 떨어져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당천도는 냉랭한 표정으로 이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설은아 쪽을 돌아보았다.그는 하현의 명
”아유, 어떻게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말만 골라서 할 수 있담!”최희정은 흐뭇한 표정으로 용천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그가 자신에게 준 수십억 원의 선물을 떠올렸다.순간 바라만 봐도 흐뭇한 사위를 대하듯 그녀의 눈빛에선 애정이 뚝뚝 흘러넘쳤다.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었다.최희정은 곧바로 차에 올라 설은아를 끌어내렸다.“용천오, 감사의 표시로 우리 두 딸들과 함께 무성에 가기로 했어.”“잘 됐네요. 환영합니다...”용천오는 노국의 원탁 기사가 설은아를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왔다.역시 의외의 순간에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다.“이봐, 여기 설 사장님 일행을 보호해 드려.”“이제부터 설 사장님 일가는 나 용천오의 귀한 손님이야!”“누가 감히 나의 귀빈에게 손 하나 까딱하기라도 한다면 당장 그놈의 목을 꺾어 버릴 거야!”설은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그녀도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용천오가 그녀를 구하러 와 주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하현은 어디에 있을까?설유아는 조심스럽게 설은아의 곁에 다가가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언니, 방금 그 당천도 말이야. 형부가 보낸 것 같아.”설은아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뭔가 말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설유아의 말을 들은 최희정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하 씨 그놈이 전신을 보냈다고? 우리를 보호하라고?”“설유아! 너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그 개자식이 어떻게 전신을 움직이라 마라 할 수 있겠냐고?”“내 추측이 맞다면 아까 그 전신은 분명 용천오가 보낸 게 틀림없어.”“다만 용천오가 워낙 겸손한 사람이라 그와 전신의 관계를 드러내 놓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라고.”“서로 모른 척 연기하는 거 안 보였어?”“그렇지 않고서야 용맹하게 사람들을 때려눕히고도 아무 소리 없이 슥 사라질 수 있겠어?”최희정은 확신에 찬
최문성의 말을 듣고 난 하현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는 자료를 뒤적이며 말했다.“용천오는 또 뭐야?”최문성은 잠시 핸드폰을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용천오, 대하 10대 최고 가문인 용 씨 집안 직계 제 십삼대 손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용도령이라 부릅니다.”“무성에서는 용 씨 가문 차기 후계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더군요.”“그를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는 용천진과 용천두입니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 사람들뿐이야?”최문성이 말했다.“물론 아니죠. 용 씨 가문 문주의 또 다른 신분은 바로 용문 문주입니다.”“용문 문주인 동시에 용 씨 가문 문주인 거죠.”“말하자면 용 씨 가문 중 이 세 사람은 누가 상석에 앉든 간에 가문의 문주가 되면 자동으로 용문의 문주가 되는 겁니다.”“그래서 용 씨 집안 이 세 도련님들이 몇 년 동안 무성에서 이 자리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습니다.”“그중 용천진이 용문 장로회와 옛 집법당 원로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용문 서른여섯 지회장 중 절반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죠.”“물론 이 사람들 중 대장님은 포함되지 않습니다.”“용천두는 용 씨 가문 내에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어요. 특히 용 씨 가문 노부인의 총애가 두텁다고 합니다.”“한 마디로 용천진과 용천두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태입니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용천오는 어떻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지?”최문성이 입을 열었다.“비즈니스로 그 자리에 올랐죠.”“대장님도 아시겠지만 무성은 특수한 곳입니다. 고원에 위치하여 과거에는 매우 황폐한 땅이었지만 대하가 건국된 후 발전하기 시작했죠.”“하지만 국가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성의 경제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곳은 일반적으로 관광업으로 발전한 도시입니다.”“하지만 약 6년 전, 용 씨 가문 용천오가 등장에 단기간에 무성의 많은 중소기업들과 소매상들을 통합하여 무성 상업연맹을 결
최문성이 그다음 말을 하지 않아도 하현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뻔히 알 것 같았다.탐욕스러운 최희정이 돈도 많고 설은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용천오를 그냥 넘길 리 없다.게다가 최희정은 지금 하현에게 악감정이 가득한 사람이었으니 아마 용천오와 설은아를 이어주는 일에 열을 울리고 있을 것이다.“당천도한테는 연락했어? 용천오의 실력은 어때?”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최문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통령께서 말씀하시길 용천오는 아마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실력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의 곁에는 병왕급 고수도 많고요.”“그리고 상대가 별로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자 대장님의 지시를 받고 바로 물러났습니다.”하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본뜻은 당천도와 자신의 관계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가서 설명하면 오히려 최희정에게 당천도를 보낸 일이 제 발 저런 사람의 행동쯤으로 보일지도 모른다.용천오를 마음에 들어 하는 최희정은 이미 사위가 된 것 마냥 그를 대할 것이다.“또 무슨 일이 있었어?”하현은 찻잔을 천천히 돌리며 한 모금 마시려다가 마음이 심란한지 찻잔을 내려놓고 툭 내뱉었다.최문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대구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 용천오와 대구 정 씨 방주가 금광 개발 건에 협업하기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합작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용천오가 최 여사님과 형수님을 무성으로 초대했다고 합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역시 대단하신 장모님답군. 아직도 그렇게 머리에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니. 마냥 즐거운 잔치도 마냥 즐거운 회합도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시나?”“남들이 에르메스 가방 몇 개 쥐여주고 밥 몇 끼 대접하면 덮어 놓고 좋은 사위라고 생각하시다니!”“대구에서는 대구 정 씨 가문이 그의 큰 뒷배가 되어 줄 것 같으니까 그가 이렇게 점잖고 온화하게 구는
”은아...”하현이 막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맞은편에서 갑자기 냉소가 전해졌다.상상 속 설은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끝 모를 비아냥과 악의에 찬 목소리였다.“하현, 맞지?”“이 뻔뻔한 놈. 분명히 전화할 줄 알았어. 내 진작에 알아봤다구!”“오늘 우리가 습격당한 걸 다 알고 있는 모양이군. 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고 직접 알려주려고 전화했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사실이잖습니까?”“야! 네가 언제 그랬어?”“내 앞에서 시치미 뗄 생각하지 마. 나 이미 다 알고 있어!”최희정은 냉소를 연발했다.“그래 해 봐! 아주 오만방자하기가 끝이 없군!”“네가 항성에서 넷째 공주를 모욕했기 때문에 무슨 성전 기사인지 원탁의 기사인지 그들이 날 괴롭히러 왔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얘기해 주지 않았더라면 난 완전히 너한테 속아넘어갈 뻔했지 뭐야!”“너 이렇게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어?”“자기가 밖에서 일을 저질러 놓고 그 피해를 아내한테 뒤집어씌우다니!”“중요한 건 너 때문에 나까지 된통 당했다는 거야!”“잘 들어! 난 진작에 너란 놈의 진면목을 알아봤어. 우릴 보호한답시고 전신이네 병왕이네 그딴 놈들 절대 보내지 마! 알았어?”“허세를 부리고 싶으면 어디 한번 부려 봐! 내가 당장에 네 실체를 다 까발려 줄 거니까!”다짜고짜 퍼붓는 최희정의 말에 하현은 눈밑이 차가워졌고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모든 것이 용천오가 장모님께 말한 겁니까?”최희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뾰로통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잘 들어. 적어도 용천오 그 사람은 예의를 차려서 날 아주 깍듯이 대해!”“사건이 발생한 후 30분 만에 그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이 일을 조사하고 있어!”“모든 증거와 추측은 차고 넘쳐. 어떻게 해서든 네가 우리 모녀를 죽이려 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말 거야!”“그리고 네가 용천오를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전화를 끊고 난 하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문성이 공손한 얼굴로 나타났다.“조사는 해 봤어?”최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확인해 보니 그 사람들의 신원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고 여러 경로를 통해 그들의 신원을 알아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하지만 그들이 성전 기사단 소속인 것은 확실합니다. 앞장섰던 사람은 아마도 성전 기사일 거구요.”“결과적으로 이번 습격은 99% 넷째 공주가 계획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그녀는 항성과 도성에서 우리한테 대적할 수 없게 되자 형수님 쪽을 위협하려고 했을 겁니다.”“이제 어떻게 할까요?”하현이 일어서며 담담하게 말했다.“역시 넷째 공주의 행동은 내가 예상한 대로군.”“절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야.”“겉으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미동도 없지만 속으로는 강풍을 동반한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는 사람이지!”“안타깝게도 대하의 피가 절반만 섞여 있어서 그런지 대하의 예의를 전혀 배우지 못했구만.”최문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우리는 이제...”하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거지.”“원래 이런 더러운 수법은 쓰기 싫었는데 말이야.”“하지만 남들이 다 뻔뻔스럽게 더러운 수법으로 덤벼드는데 나 혼자 너무 도덕성만 중시하면 안 되지.”“어찌 되었든 상대가 이렇게 나온다면 절대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여기까지 말하고 난 뒤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시킨 건 준비 잘 되어 가? 어때?”전화기 맞은편에서 맑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든 건 다 준비되었어. 딱 하나만 빼고.”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노국의 내무부에 전화하는 거 알고 있지?”“이런 황실 추문은 일단 그들한테 먼저 던져 주고 난 다음에 해결이 안 되면 그때 만나자고 하면 돼.”...그 시각 태평산 중턱에 있는 별
”극동의 강대국이면 뭐?”넷째 공주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꼼꼼히 추려봤는데 설은아 주변 쪽 방어가 제일 약했어.”“그리고 우리 말고도 그녀를 죽이려는 세력이 있어. 그들이 우리를 도와줬다고.”“이런데도 우리가 실패할 이유가 뭐 있겠어?”“말도 안 되지!”“게다가 원탁의 기사들은 성전 기사들 중에서도 엄선된 강자들이야!”“그들은 저마다 실력이 쟁쟁하고 모두 최고의 병왕인데 어떻게 놓칠 수 있겠어?”“설은아 하나를 치는 게 뭐 그리 위험한 일이냐구?”넷째 공주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다시 연락해서 그들한테 말해.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나한테 좋은 소식 가져오지 않으면 내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거야!”잘생긴 남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들고 재빨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몇 통의 통화를 한 후 남자 비서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조심스럽게 넷째 공주의 곁으로 다가왔다.“넷째 공주님,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임무는 이미 실패했다고 합니다.”“우리가 보낸 성전 기사들은 전멸했고 팀을 인솔하던 원탁 기사들도 단칼에 찔려 죽었다고 합니다.”“대구 경찰서에서 그들의 신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그들이 입국할 때 신원을 여러 번 세탁하긴 했지만 대구 경찰서 쪽에서 신원을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최대한 빨리 계획을 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외부에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넷째 공주님이 이 사람들을 보낸 게 드러날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앞으로 높은 자리에 앉는 데 불리할 게 틀림없습니다.”“어쨌든 지금 국제적으로 극동 강대국인 대하한테 미움을 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미국이라도 직접 대하를 들어오지 못하고 섬나라를 통해 은밀히 대하와 접촉하지 않습니까?”“만약 우리 노국 황실이 대구 같은 국제 대도시에서 누군가를 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하 외교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대하 외
남자 비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공주님, 큰일이 있을 때마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그건 공주님이 저희한테 매번 하시던 말씀입니다. 제발 자중하시길 바랍니다...”“찰싹!”넷째 공주는 손바닥을 들어 올려 다시 남자 비서의 뺨을 후려갈겼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빨리 꺼져! 명령이야!”“머뭇거리면 거세할 거니까 어서!”남자 비서가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곧이어 차가 대문을 들이받는 소리가 들렸다.초목이 무성한 집주변이 갑자기 사람들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순간 호위병들이 튀어나와 대문 쪽으로 몰려들었다.“개자식! 여기가 어딘지 몰라?”“감히 넷째 공주의 행궁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당신들 간덩이가 부었어?”넷째 공주는 어안이 벙벙했다.순간 벌떡 일어선 그녀는 손을 뻗어 탁자 밑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하현 그 자식 일당들이야?”“그렇다면 잘 들어. 명령이야! 보이면 바로 죽여!”넷째 공주는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하현에게 매번 당하던 참이어서 도저히 분노가 솟구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어렵게 데려온 원탁의 기사를 하현 때문에 잃었다는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지금 온몸에 살기가 들끓어 올랐다.호위대 한 무리는 모두 총을 꺼내 직접 상대를 겨누었다.양측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둘러싸였다.“넷째 공주님, 큰일 났습니다. 하현이 아닙니다!”바로 그때 성전 기사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딱 보아도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노국 황실 사람들이 왔습니다...”“내무부의 덩컨 후작입니다.”황실 사람?내무부?덩컨 후작?부하들의 보고를 들은 넷째 공주는 넋이 나간 듯했다.내무부와 후작이 감히 자신의 거처를 찾아와 총을 겨누다니?!자신을 해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