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하현이 막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맞은편에서 갑자기 냉소가 전해졌다.상상 속 설은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끝 모를 비아냥과 악의에 찬 목소리였다.“하현, 맞지?”“이 뻔뻔한 놈. 분명히 전화할 줄 알았어. 내 진작에 알아봤다구!”“오늘 우리가 습격당한 걸 다 알고 있는 모양이군. 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고 직접 알려주려고 전화했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사실이잖습니까?”“야! 네가 언제 그랬어?”“내 앞에서 시치미 뗄 생각하지 마. 나 이미 다 알고 있어!”최희정은 냉소를 연발했다.“그래 해 봐! 아주 오만방자하기가 끝이 없군!”“네가 항성에서 넷째 공주를 모욕했기 때문에 무슨 성전 기사인지 원탁의 기사인지 그들이 날 괴롭히러 왔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얘기해 주지 않았더라면 난 완전히 너한테 속아넘어갈 뻔했지 뭐야!”“너 이렇게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어?”“자기가 밖에서 일을 저질러 놓고 그 피해를 아내한테 뒤집어씌우다니!”“중요한 건 너 때문에 나까지 된통 당했다는 거야!”“잘 들어! 난 진작에 너란 놈의 진면목을 알아봤어. 우릴 보호한답시고 전신이네 병왕이네 그딴 놈들 절대 보내지 마! 알았어?”“허세를 부리고 싶으면 어디 한번 부려 봐! 내가 당장에 네 실체를 다 까발려 줄 거니까!”다짜고짜 퍼붓는 최희정의 말에 하현은 눈밑이 차가워졌고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모든 것이 용천오가 장모님께 말한 겁니까?”최희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뾰로통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잘 들어. 적어도 용천오 그 사람은 예의를 차려서 날 아주 깍듯이 대해!”“사건이 발생한 후 30분 만에 그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이 일을 조사하고 있어!”“모든 증거와 추측은 차고 넘쳐. 어떻게 해서든 네가 우리 모녀를 죽이려 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말 거야!”“그리고 네가 용천오를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전화를 끊고 난 하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문성이 공손한 얼굴로 나타났다.“조사는 해 봤어?”최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확인해 보니 그 사람들의 신원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고 여러 경로를 통해 그들의 신원을 알아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하지만 그들이 성전 기사단 소속인 것은 확실합니다. 앞장섰던 사람은 아마도 성전 기사일 거구요.”“결과적으로 이번 습격은 99% 넷째 공주가 계획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그녀는 항성과 도성에서 우리한테 대적할 수 없게 되자 형수님 쪽을 위협하려고 했을 겁니다.”“이제 어떻게 할까요?”하현이 일어서며 담담하게 말했다.“역시 넷째 공주의 행동은 내가 예상한 대로군.”“절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야.”“겉으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미동도 없지만 속으로는 강풍을 동반한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는 사람이지!”“안타깝게도 대하의 피가 절반만 섞여 있어서 그런지 대하의 예의를 전혀 배우지 못했구만.”최문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우리는 이제...”하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거지.”“원래 이런 더러운 수법은 쓰기 싫었는데 말이야.”“하지만 남들이 다 뻔뻔스럽게 더러운 수법으로 덤벼드는데 나 혼자 너무 도덕성만 중시하면 안 되지.”“어찌 되었든 상대가 이렇게 나온다면 절대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여기까지 말하고 난 뒤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시킨 건 준비 잘 되어 가? 어때?”전화기 맞은편에서 맑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든 건 다 준비되었어. 딱 하나만 빼고.”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노국의 내무부에 전화하는 거 알고 있지?”“이런 황실 추문은 일단 그들한테 먼저 던져 주고 난 다음에 해결이 안 되면 그때 만나자고 하면 돼.”...그 시각 태평산 중턱에 있는 별
”극동의 강대국이면 뭐?”넷째 공주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꼼꼼히 추려봤는데 설은아 주변 쪽 방어가 제일 약했어.”“그리고 우리 말고도 그녀를 죽이려는 세력이 있어. 그들이 우리를 도와줬다고.”“이런데도 우리가 실패할 이유가 뭐 있겠어?”“말도 안 되지!”“게다가 원탁의 기사들은 성전 기사들 중에서도 엄선된 강자들이야!”“그들은 저마다 실력이 쟁쟁하고 모두 최고의 병왕인데 어떻게 놓칠 수 있겠어?”“설은아 하나를 치는 게 뭐 그리 위험한 일이냐구?”넷째 공주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다시 연락해서 그들한테 말해.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나한테 좋은 소식 가져오지 않으면 내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거야!”잘생긴 남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들고 재빨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몇 통의 통화를 한 후 남자 비서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조심스럽게 넷째 공주의 곁으로 다가왔다.“넷째 공주님,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임무는 이미 실패했다고 합니다.”“우리가 보낸 성전 기사들은 전멸했고 팀을 인솔하던 원탁 기사들도 단칼에 찔려 죽었다고 합니다.”“대구 경찰서에서 그들의 신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그들이 입국할 때 신원을 여러 번 세탁하긴 했지만 대구 경찰서 쪽에서 신원을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최대한 빨리 계획을 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외부에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넷째 공주님이 이 사람들을 보낸 게 드러날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앞으로 높은 자리에 앉는 데 불리할 게 틀림없습니다.”“어쨌든 지금 국제적으로 극동 강대국인 대하한테 미움을 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미국이라도 직접 대하를 들어오지 못하고 섬나라를 통해 은밀히 대하와 접촉하지 않습니까?”“만약 우리 노국 황실이 대구 같은 국제 대도시에서 누군가를 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하 외교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대하 외
남자 비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공주님, 큰일이 있을 때마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그건 공주님이 저희한테 매번 하시던 말씀입니다. 제발 자중하시길 바랍니다...”“찰싹!”넷째 공주는 손바닥을 들어 올려 다시 남자 비서의 뺨을 후려갈겼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빨리 꺼져! 명령이야!”“머뭇거리면 거세할 거니까 어서!”남자 비서가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곧이어 차가 대문을 들이받는 소리가 들렸다.초목이 무성한 집주변이 갑자기 사람들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순간 호위병들이 튀어나와 대문 쪽으로 몰려들었다.“개자식! 여기가 어딘지 몰라?”“감히 넷째 공주의 행궁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당신들 간덩이가 부었어?”넷째 공주는 어안이 벙벙했다.순간 벌떡 일어선 그녀는 손을 뻗어 탁자 밑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하현 그 자식 일당들이야?”“그렇다면 잘 들어. 명령이야! 보이면 바로 죽여!”넷째 공주는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하현에게 매번 당하던 참이어서 도저히 분노가 솟구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어렵게 데려온 원탁의 기사를 하현 때문에 잃었다는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지금 온몸에 살기가 들끓어 올랐다.호위대 한 무리는 모두 총을 꺼내 직접 상대를 겨누었다.양측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둘러싸였다.“넷째 공주님, 큰일 났습니다. 하현이 아닙니다!”바로 그때 성전 기사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딱 보아도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노국 황실 사람들이 왔습니다...”“내무부의 덩컨 후작입니다.”황실 사람?내무부?덩컨 후작?부하들의 보고를 들은 넷째 공주는 넋이 나간 듯했다.내무부와 후작이 감히 자신의 거처를 찾아와 총을 겨누다니?!자신을 해치려고
”넷째 공주님, 오늘 저는 공작대인의 부탁을 받고 여기 온 것입니다.”“황실의 명성, 황실의 권위가 걸린 일이라 공작께서 가문의 휘장도 내려주셨습니다.”덩컨 후작이 말하는 공작대인은 노국 내무부의 장관으로 여왕의 최측근이다.일언이 중천금인, 말 그대로 권위가 높은 사람이다.노국에서의 권위는 총리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이런 이유로 넷째 공주는 공작대인이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그제야 오늘 덩컨 후작이 여기 온 것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설마 대하가 노국 황실에 대구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달라고 공문을 보낸 건 아니겠지?넷째 공주는 마음에 떠오르는 여러 의혹을 뿌리치고 입을 열었다.“덩컨 후작, 만약 당신이 대구의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라면 나중에 내가 따로 내무부에 가서 설명하겠어요.”“하지만 그것은 항성과 도성을 제압하기 위한 일종의 계획이었어요. 지금은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대구의 사건이요?”덩컨 후작은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으며 말했다.“넷째 공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일은 아직 거론할 단계가 아닙니다. 당분간은 공주님께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고요.”“물론 공주님이 만약 일을 저질렀다면 황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손을 좀 써 주시길 바랍니다.”“오늘 전 황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성을 위해서 여기 온 것입니다.”“넷째 공주님이 무슨 짓을 하셨는지 본인이 잘 알고 계시겠죠?”“내무부에 가서 어떻게 설명하실 생각이십니까?”덩컨 후작의 말에 넷째 공주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덩컨 후작은 한숨을 내쉬며 암호화된 태블릿 PC를 꺼낸 뒤 ‘휙'하고 넷째 공주 앞에 내던지듯 놓았다.“어제 오후 8시 런셀 최대 신문사 5곳의 헤드라인 사진입니다.”“내무부 쪽에서도 이 헤드라인을 접했고요.”“사진을 본 순간 내무부는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들여
”이 사진들, 당신이 제보한 거지?”하현이 웃으며 입을 느물댔다.“네, 맞아요. 앵글이 좀 괜찮았는지 공주님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유치하게 이런 짓을 하다니! 이렇게 뉴스에 폭로한다고 해도 내 얼굴에 살짝 먹칠만 할 뿐 나한테 실질적인 피해가 뭐가 있을까?”“하현, 당신도 성인이고 권세가 있는 사람인데 이런 저급한 짓을 하는 건 좀 웃기지 않아?”넷째 공주는 냉소를 연발했다.하현이 참 찌질하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가 하현의 아내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려 하다니!결국 복수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이런 잔꾀나 부리다니!정말 찌질한 소인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실질적인 피해? 제가 왜 공주님께 실질적인 피해를 주어야 합니까? 뭐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게다가 공주님은 황녀이신데 제가 공주님을 죽이면 뭐 하겠습니까?”“노국 황실의 미움이나 된통 받겠지요.”“빅토리아 공주님이 일을 수습하러 절 만나러 오시거나 하겠고요.”“난 넷째 공주님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하지만 그냥 가만히 놔두기도 좀 불쾌하죠. 결국 넷째 공주님은 제 아내를 죽이려 했으니까요.”“그렇다면 전 당신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죠.”“내일 고귀하신 넷째 공주님이 대하인에게 무릎을 꿇는 영상이 국내외 언론에 퍼질 겁니다.”“아, 걱정은 하지 마세요.”“제가 많은 버전으로 준비해 뒀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는다면 바로 다음 버전으로 연달아 폭로해 한 달은 거뜬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이 스캔들이 당신을 계속 옥죄어 결국 모든 기회를 다 잃게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간단히 말해서 넷째 공주님은 이제 아웃인 겁니다...”“무릎을 꿇은 황녀는 여왕이 될 수 없죠...”계속 옥죈다고?여왕이 될 수 없다고?많은 버전을 준비해 뒀다고?한 달 동안이나 올릴 수 있을 정도로?넷째 공주의 고운 얼굴이 한순간에
덩컨 후작의 뒷모습을 보며 넷째 공주는 폭발하려던 분노를 애써 누르며 냉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잘 알고 있다.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는 한 그녀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을.그렇지 않으면 하현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지금 그녀는 운명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그러자 넷째 공주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흔들어 남자 비서를 불러들였다.“하현에게 사람을 보내서 이걸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풀어주라고 해.”“그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부디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길 바랄 뿐이야!”...도성, 대구 엔터테인먼트.하현은 서재에서 탁자를 바라보며 이후의 국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하수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방금 넷째 공주가 사람을 보내서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억류되어 있는 사람들을 풀어주라고 했다면서?”“그녀가 움직이기로 한 모양이야.”“당신이 약속을 지켜주길 바라겠지.”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우리 넷째 공주는 이 지경이 되어서도 아직 자신의 찌질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양이야. 한 수를 남겨두는 걸 보면.”“무슨 말이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넷째 공주가 항성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이걸윤을 금의환향하게 하고 나아가 항성을 노국의 품에 다시 안기려는 것이었어.”“이런 일들은 이걸윤 단 한 사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누군가는 천하를 다스려야 하고 누군가는 천하를 지켜야 해.”“간단히 말해서 이걸윤 외에 그녀는 항성에 많은 첩자를 심어 놓은 거지. 대부분 과거 명문가들이겠지.”“그녀가 이 중요한 때에 나와 거래를 한 것은 단지 한 수를 남겨 두기 위해서일 뿐이야.”“심지어 하구천을 죽이는 데 성공하면 그녀는 그 모든 죄를 우리 두 사람한테 뒤집어씌울 거야.”“어쨌든 손을 쓴 사람은 원래 우리 손에 있던 사람이니 그때 가서 우리한테 오물을 뒤집어씌워 씻을 수 없게 만들려는 수작이지.”하수진은 고개를 살
”그놈이 정말 그렇게 말했어?”“아직 풀어줄 준비가 안 됐다고?”넷째 공주는 손에 들고 있던 청화 자기 찻잔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네, 그렇습니다.”남자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넷째 공주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각 방면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할까요?”“점심시간이 이미 지났으니 빨리 하지 않으면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넷째 공주는 심호흡을 한 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당초 이걸윤이 준비했던 플랜 B, 지금도 있어?”남자 비서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얼른 말했다.“플랜 B는 계속 준비되어 있었으니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하지만 항성과 도성 상류층 안의 반역자들을 죽이는 데 쓸려고 했었던 건데 지금 써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까요?”“네가 뭘 알아?”“당장 이 시국을 해결하지 못하면 플랜 B는커녕 플랜 A도 아무 소용없어!”넷째 공주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핸드폰을 꺼내 천천히 전화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하구천?”“당신을 만나 이걸윤을 구출해 내는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싶은데.”전화기 맞은편에서 하구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담담하게 말했다.“아, 넷째 공주님이시군요.”“도성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있을 때 이걸윤 그 작자가 나를 쏴서 하마터면 내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걸 잊으셨나 보군요.”“그것에 대한 대갚음도 아직 안 했는데 나보고 지금 그놈을 구하라고요?”“무슨 농담하시는 겁니까?”하지만 하구천은 지금 누군가에게 빠르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24시간 대기하는 IT 기술자 몇 명이 빠르게 움직이며 넷째 공주의 핸드폰을 감청하기 시작했고 금세 넷째 공주의 위치를 파악했다.곧이어 넷째 공주가 머무는 별장 주변으로 아주 은밀히 감시 차량 몇 대가 도착했다.소형 드론은 소리 없이 그 주변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넷째 공주의 전화를 기다리며 하구천도 나름의 많은 준비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넷째 공주는 잠시 침묵한 후에야 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