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도 하 씨 가문 본가가 선택한 이곳은 처음에는 척박하고 연고가 없는 무덤이 마구 널려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그래서 결국 항도 하 씨 가문은 한번 고꾸라지고 말았다.하지만 거의 백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곳은 깨끗하고 맑은 풍광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되었다.그 안에는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 사이로 작은 정자도 있었다.대하에 현존하는 각양각색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원명원의 복제품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특히 야경은 항성에서 단연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온갖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하백진과 하구천은 이 절경을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구천과 하백진조차도 항도 하 씨 본가를 드나들려면 신분 확인이 필요했다.그야말로 이곳은 항성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입구를 지나자 오래된 작은 정원이 하백진과 하구천의 눈앞에 나타났다.이곳은 바깥에서의 화려한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소박하고 정갈한 맛이 물씬 풍겨났다.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거대한 가문의 시작이 이 작은 정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정원 한가운데에는 회색 가운을 입은 여인들이 손을 모으며 나란히 서 있었다.소리 없이 조용한 가운데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엄숙함이 밀려왔다.이들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이 밖에도 그녀들이 지키고 있는 통로 한가운데 오래된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여든 살쯤으로 보이는 노파가 정갈한 옷차림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미동이 없어서 마치 잠든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상류층의 기운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말할 수 없는 위엄이 사방을 에워쌌다.이 모습을 본 하구천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앞으로 나섰다.“할머니, 손자가 할머니 보러 왔어요.”하백진도 거들었다.“엄마.
노부인의 화가 한풀 꺾이는 것을 보고 하구천은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며 노부인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할머니, 일이 이렇게 되어 저도 속상해요. 저도 원래는 할머니를 찾아오고 싶지 않았다구요...”“하지만 하수진은 지금 넷째 숙부님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데다 저는 넷째 공주의 일마저 엮여 버렸지 뭐예요.”“나더러 폐가 사건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넷째 공주는 저한테 버림을 받았다고 비난하고 있어요...”“지금은 인터넷에 댓글부대마저 동원되었어요...”“언론사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고요...”“종합해 보면 하수진 이 여자가 든 칼이 날 꼼짝달싹도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백 년 동안 쌓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요절내고 있어요...”“할머니 손자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도 있지만 그건 효과가 너무 느려요...”“아무리 해도 할머니 생신 전까지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그래서 오늘 이 손자가 감히 할머니한테 도움을 청하러 왔어요...”“할머니가 나서서 이번 고비만 좀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할머니 생신이 끝나실 때까지 잘 기다렸다가 할머니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게요. 다시는 밖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게요!”“예쁘고 꼬물꼬물한 손자도 많이 낳아드릴 수 있어요!”하백진도 옆에서 조곤조곤 하구천의 말을 거들었다.“엄마, 구천이는 장손이에요.”“엄마가 구천이를 돕지 않으면 얘가 곤란해질 텐데 그럼 누가 구천이한테 시집오려고 하겠어요?”노부인의 얼굴에는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그녀는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잠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수진이는 능력도 수완도 역량도 충분한 아이야...”“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진이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핏줄이 아니야. 아무리 날고 기어 봐도 수양딸일 뿐이지!”“만약 수진이가 자신의 위치를 바로잡아 보겠다고 한다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서는 아마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높은 자리에 앉을 수도 있겠지...”“하지만 지금 수
노부인의 말을 듣고 하구천과 하백진의 안색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그전엔 하현과 하수진이 쓸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구천과 하백진의 진영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하문준이 돌아온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조용하고 무기력해 보이던 하문준은 돌아온 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하수진을 풀어주는 일만 했다.하수진 때문에 하구천은 연달아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심지어 하문준은 하현과 하수진을 통해 일을 집행시킨 일도 있지 않은가?하백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러게. 어떻게 하현이 금의환향한 이걸윤을 이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겠어? 노국의 넷째 공주를 어떻게 이렇게 처리할 수 있겠냐고?”“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야!”“하지만 그들 뒤에 넷째 오빠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하백진은 하문준이 가진 역량과 무서운 실력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구천은 심호흡을 하고 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그럼 할머니 뜻은...”하구천을 상석에 앉히고자 하는 것이 노부인의 뜻이었다.노부인이 하문준을 싫어하고 하문성을 편애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하지만 하구천도 노부인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왜? 이제는 대놓고 당당하게 문주인 네 숙부에게 덤벼들려고?”“잊지 마. 네 숙부는 이 가문의 문주라는 걸.”“비실비실한 네 수하들을 데리고 문주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이냐?”“그걸로 누구 코에 붙이려고?”노부인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더군다나 난 너희들 내부의 선의의 경쟁을 막지 않아. 유능한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지. 단 어디까지나 선이란 게 있는 것이야.”“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 것. 최소한의 도리 같은 것 말이야.”“문주를 암살하려고 한다는 소문으로 더 이상 주변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하구천은 눈을 껌뻑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알겠어요.”“그
”문주 어르신.”“아버지.”하구천과 하백진이 항도 하 씨 본가를 떠나던 그 시각.하현과 하수진 두 사람은 해변에 있는 당난영의 거처로 향했다.당난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하문준은 해변 별장 근처 모래사장에서 바비큐 그릴을 준비하고 있었다.하현과 하수진이 도착했을 때 바비큐 그릴 위에 생굴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향긋한 냄새를 사방에 풍기고 있었다.하현은 사양하지 않고 향긋한 냄새로 코끝을 자극하는 굴을 집어 ‘후룹'하고 들이마시듯 한입에 털어 넣었다.“섬나라에서 온 굴은 정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군요.”“섬나라 사람들은 다 별로지만 그들의 음식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하현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하문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상석에 앉은 자는 적들에 대해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하네. 이렇게 작은 것은 한입에 털어 넣고 큰 것은 군대부터 하나하나 철저히 살펴 공평하고 치우치지 않은 시야를 가져야 해.”“한 나라가 싫다고 해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돼. 반대로 한 나라를 좋게 본다고 해서 너무 치켜세워서도 안 되지.”“실사구시만이 진정 부강한 나라를 이룩할 수 있어.”하문준의 말에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하수진에게 시선을 돌렸다.“잘 들었어? 지금 문주 어르신께서 당신한테 상석에 앉은 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가르쳐 주고 계신 거야.”하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 없이 웃었다.하현이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것을 보고 하문준도 더 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고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좋아. 야식 먹으러 왔으니 이런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자고.”“닭 날개 몇 개 더 구워지면 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된 셈이구만.”하현은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더니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문주 어르신, 요즘 바쁘시죠?”“십 년 전 일은 잘 진행되고 계십니까?”하현의 눈에 오늘 하문준이 여기에 나와 한잔하자는 걸 보니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아주
”정확히 말하면 섬나라의 신당류일 거야.”하문준은 직접 닭 날개 하나를 집어 하현에게 주었다.“다른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임무를 맡겼을지도 몰라.”“하지만 자네와 섬나라 신당류가 좀 불편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은 자네한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호위대 사람들을 같이 보내 주겠네. 호위대의 리더는 하구봉이야.”“자네는 그와 맞춰 행동하면 되네.”“이 일이 성공을 거둬 이의평을 데려온다면 하구봉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는 셈이 되지.”“물론 자네의 은혜는 내 평생 잊지 않겠네.”하현은 눈꼬리를 가늘게 뽑았다가 잠시 후 옅은 미소를 띠었다.“문주 어르신, 다른 곳이라면 정말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신당류라면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텐푸 쥬시로가 지난번 도망갔을 때 제가 직접 섬나라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기회가 주어졌으니 놓치면 안 되죠.”“언제 출격할까요?”하문준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그의 동작과 함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뚫고 요트가 파도를 헤치며 접안을 시도했다.요트 위에는 위장복을 입은 호위대가 있었다.“군사를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첫 번째는 신속성이죠.”“지금 출발해서 동틀 무렵에 돌아오겠습니다.”하현이 웃으며 흔쾌히 승낙하고 일어나 요트에 올랐다.하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하수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신당류를 처리하는 일은 아버지 밑에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요.”“왜 외부인을 보내셨어요?”하문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네 할머니께서 이미 손을 쓰셨기 때문이야.”“방금 들은 바로는 할머니가 천도를 내세워 하현을 24시간 내에 출국시키라고 명령하셨다더군.”“천도의 성격을 알지 않느냐? 하현이 그 시간 안에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무슨 일을 저지르실 거야.”“하현도 대단한 친구지만 천도가 누구냐? 최고의 전투신 아니냐?!”“그는 여러 해 동안 노부인의 곁은 지켰어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처럼 하문준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하현이 천도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거야?”“잊으셨군요. 그가 직접 섬나라 음류검객을 참살했다는 걸요. 그에 놀라 텐푸 쥬시로는 줄행랑을 쳤죠.”“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겠어요?”하문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껄껄껄 웃었다.“좋아, 좋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느냐?”“그의 실력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다면 손쉽게 신당류를 처리하고 이의평을 데려올 수 있을 거야.”“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 되는 것이고.”“할머니는 다 좋은데 자신감이 너무 넘치세요.”“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할머니는 아직도 천도 하나로 항도 하 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다 제압할 수 있다고 믿으시니까요.”“이번에는 시대가 변했다는 걸 똑똑히 보여 드려야 해요...”...세 시간이 흐른 새벽 4시, 섬나라.이 지역은 섬나라의 남동쪽 해안에 위치하며 예로부터 개인 영지였다.바다 건너 해변가에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위용을 드러내며 우뚝 서 있었다.구름 사이로 우뚝 서 있는 건물들은 신선의 나라에 신비롭게 떠 있는 묘령의 성 같았다.오래된 건물 외에도 현대식 건물들도 사이사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골프장, 크루즈 터미널, 공항 등 없는 것이 없었다.아마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군사기지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그러나 이곳은 실제로 신당류의 본거지였다.그 말인즉슨 군사적으로도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건물의 외곽에는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성벽이 있었다.성벽 위에는 항상 신당류의 고수들이 주둔하며 철옹성처럼 견고히 지키고 있었다.그리고 이곳은 섬나라 안에서도 무학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었다.다름 아닌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인 신당류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1대 검객 텐푸 쥬시로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얼마 전 텐푸 쥬시로가 항
호위대 맨 앞에 서 있는 하구봉의 표정은 냉랭했다.그의 바로 앞에 서 있는 한 줄의 그림자가 뒷짐을 진 채 냉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하현!하구봉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그를 향한 두려움이 일렁거렸다.애초에 그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은 모두 이 남자 때문이었다.하문준이 호위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하구봉은 다시 군대를 이끌고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이번이야말로 하구봉은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하구봉은 이번에 자신이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린다면 문주 자리를 놓고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재로선 문주 자리는 당분간 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이런저런 생각이 하구봉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의 시선도 하현에게서 자연스럽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 위로 떨어졌다.이 건물은 하현 일행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기껏해야 300미터 정도였다.절벽과도 같은 성벽을 타고 올라온 하현 일행 앞에 건물 가장자리에 돌담처럼 둘러쳐져 있는 벽은 더 이상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어느 날 갑자기 기습자가 철옹성 같은 성벽을 뚫고 올라올 줄은 신당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아니면 수백 년 동안 이 신당류에 그 누구도 습격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래서 신당류는 감히 누가 자신들을 공격하랴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에 가득 찼던 것이다.이로 인해 그들은 눈앞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심지어 건물 앞의 경비는 성벽에 있던 경비보다도 훨씬 적었고 적외선 순찰로 비춰 보니 행동도 확연히 느릿느릿했다.“하현, 우리가 어떤 임무를 맡고 있는지 잘 알고 있겠지?”하구봉이 전방을 주시하며 깊은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조직의 리더인 이의평을 잡아야 해.”“확실한 소식통이 그러던데 역시나 그가 십 년 전 그 일의 집행자였다더군!”“그를 잡을 수만 있다면 십 년 전 일은 똑똑히 밝혀질지도 몰라.”하현은 하구봉을 힐
그렇지 않다면 지금 하구봉의 처지로 어떻게 이런 임무를 맡았겠는가?다만 하구봉은 하현이 여기 나타난 목적을 알 수 없었다.그는 잠시 하현을 실눈으로 바라본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사실대로 말해 봐.”“당신은 항도 하 씨 가문과 얽히고설킨 관계잖아. 심지어 당신도 항도 하 씨 가문 방계라고도 할 수 있고.”“그래서 말인데, 항도 하 씨 가문 내부 싸움이 당신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항도 하 씨 가문의 일에 이렇게 깊숙이 개입한 이유가 뭐냐고?”“설마 외부인인 주제에 혹시 항도 하 씨 가문의 상석을 노리는 건 아니야?”“상석?”하현은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당신들의 눈에는 그 자리가 어마어마한 자리로 보이는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당신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그래, 난 지금 항도 하 씨 가문 일에 개입해 있어. 왜냐하면 이 가문의 일이 대하 남쪽 문호의 안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야.”“상석에 앉은 사람이 대하 남쪽 문호의 안위를 잘 지켜주기만 한다면.”“그게 하구천이든 하수진이든, 아니면 당신이든 난 아무 상관없어.”“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해도 당신은 못 알아들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면 내가 말한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야.”하현은 손을 뻗어 하구봉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거들먹거리듯 자신의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됐어, 하구봉. 이제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제 시작해야겠어.”“해가 떠 버리면 너무 늦어지거든.”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손짓했다.뒤에 있던 사람들 중 용전 항도 지부에서 온 정예들은 빠르게 흩어졌다.그들을 이끄는 인솔자는 다름 아닌 최영하였다.하현이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을 데려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그들은 누가 보더라도 최정예였다.용전은 줄곧 대외적으로 대하를 지켜주는 초석 역할을 톡톡히 해 왔으며 용옥,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