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인의 말을 듣고 하구천과 하백진의 안색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그전엔 하현과 하수진이 쓸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구천과 하백진의 진영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하문준이 돌아온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조용하고 무기력해 보이던 하문준은 돌아온 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하수진을 풀어주는 일만 했다.하수진 때문에 하구천은 연달아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심지어 하문준은 하현과 하수진을 통해 일을 집행시킨 일도 있지 않은가?하백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러게. 어떻게 하현이 금의환향한 이걸윤을 이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겠어? 노국의 넷째 공주를 어떻게 이렇게 처리할 수 있겠냐고?”“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야!”“하지만 그들 뒤에 넷째 오빠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하백진은 하문준이 가진 역량과 무서운 실력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구천은 심호흡을 하고 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그럼 할머니 뜻은...”하구천을 상석에 앉히고자 하는 것이 노부인의 뜻이었다.노부인이 하문준을 싫어하고 하문성을 편애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하지만 하구천도 노부인의 허락을 받기 전에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왜? 이제는 대놓고 당당하게 문주인 네 숙부에게 덤벼들려고?”“잊지 마. 네 숙부는 이 가문의 문주라는 걸.”“비실비실한 네 수하들을 데리고 문주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이냐?”“그걸로 누구 코에 붙이려고?”노부인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더군다나 난 너희들 내부의 선의의 경쟁을 막지 않아. 유능한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지. 단 어디까지나 선이란 게 있는 것이야.”“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 것. 최소한의 도리 같은 것 말이야.”“문주를 암살하려고 한다는 소문으로 더 이상 주변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하구천은 눈을 껌뻑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알겠어요.”“그
”문주 어르신.”“아버지.”하구천과 하백진이 항도 하 씨 본가를 떠나던 그 시각.하현과 하수진 두 사람은 해변에 있는 당난영의 거처로 향했다.당난영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하문준은 해변 별장 근처 모래사장에서 바비큐 그릴을 준비하고 있었다.하현과 하수진이 도착했을 때 바비큐 그릴 위에 생굴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향긋한 냄새를 사방에 풍기고 있었다.하현은 사양하지 않고 향긋한 냄새로 코끝을 자극하는 굴을 집어 ‘후룹'하고 들이마시듯 한입에 털어 넣었다.“섬나라에서 온 굴은 정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군요.”“섬나라 사람들은 다 별로지만 그들의 음식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하현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하문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상석에 앉은 자는 적들에 대해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하네. 이렇게 작은 것은 한입에 털어 넣고 큰 것은 군대부터 하나하나 철저히 살펴 공평하고 치우치지 않은 시야를 가져야 해.”“한 나라가 싫다고 해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돼. 반대로 한 나라를 좋게 본다고 해서 너무 치켜세워서도 안 되지.”“실사구시만이 진정 부강한 나라를 이룩할 수 있어.”하문준의 말에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하수진에게 시선을 돌렸다.“잘 들었어? 지금 문주 어르신께서 당신한테 상석에 앉은 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가르쳐 주고 계신 거야.”하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 없이 웃었다.하현이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것을 보고 하문준도 더 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고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좋아. 야식 먹으러 왔으니 이런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자고.”“닭 날개 몇 개 더 구워지면 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된 셈이구만.”하현은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더니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문주 어르신, 요즘 바쁘시죠?”“십 년 전 일은 잘 진행되고 계십니까?”하현의 눈에 오늘 하문준이 여기에 나와 한잔하자는 걸 보니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아주
”정확히 말하면 섬나라의 신당류일 거야.”하문준은 직접 닭 날개 하나를 집어 하현에게 주었다.“다른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임무를 맡겼을지도 몰라.”“하지만 자네와 섬나라 신당류가 좀 불편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은 자네한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호위대 사람들을 같이 보내 주겠네. 호위대의 리더는 하구봉이야.”“자네는 그와 맞춰 행동하면 되네.”“이 일이 성공을 거둬 이의평을 데려온다면 하구봉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는 셈이 되지.”“물론 자네의 은혜는 내 평생 잊지 않겠네.”하현은 눈꼬리를 가늘게 뽑았다가 잠시 후 옅은 미소를 띠었다.“문주 어르신, 다른 곳이라면 정말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신당류라면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텐푸 쥬시로가 지난번 도망갔을 때 제가 직접 섬나라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기회가 주어졌으니 놓치면 안 되죠.”“언제 출격할까요?”하문준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그의 동작과 함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뚫고 요트가 파도를 헤치며 접안을 시도했다.요트 위에는 위장복을 입은 호위대가 있었다.“군사를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첫 번째는 신속성이죠.”“지금 출발해서 동틀 무렵에 돌아오겠습니다.”하현이 웃으며 흔쾌히 승낙하고 일어나 요트에 올랐다.하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하수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신당류를 처리하는 일은 아버지 밑에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요.”“왜 외부인을 보내셨어요?”하문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네 할머니께서 이미 손을 쓰셨기 때문이야.”“방금 들은 바로는 할머니가 천도를 내세워 하현을 24시간 내에 출국시키라고 명령하셨다더군.”“천도의 성격을 알지 않느냐? 하현이 그 시간 안에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무슨 일을 저지르실 거야.”“하현도 대단한 친구지만 천도가 누구냐? 최고의 전투신 아니냐?!”“그는 여러 해 동안 노부인의 곁은 지켰어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처럼 하문준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하현이 천도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거야?”“잊으셨군요. 그가 직접 섬나라 음류검객을 참살했다는 걸요. 그에 놀라 텐푸 쥬시로는 줄행랑을 쳤죠.”“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겠어요?”하문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껄껄껄 웃었다.“좋아, 좋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느냐?”“그의 실력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다면 손쉽게 신당류를 처리하고 이의평을 데려올 수 있을 거야.”“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 되는 것이고.”“할머니는 다 좋은데 자신감이 너무 넘치세요.”“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할머니는 아직도 천도 하나로 항도 하 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다 제압할 수 있다고 믿으시니까요.”“이번에는 시대가 변했다는 걸 똑똑히 보여 드려야 해요...”...세 시간이 흐른 새벽 4시, 섬나라.이 지역은 섬나라의 남동쪽 해안에 위치하며 예로부터 개인 영지였다.바다 건너 해변가에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위용을 드러내며 우뚝 서 있었다.구름 사이로 우뚝 서 있는 건물들은 신선의 나라에 신비롭게 떠 있는 묘령의 성 같았다.오래된 건물 외에도 현대식 건물들도 사이사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골프장, 크루즈 터미널, 공항 등 없는 것이 없었다.아마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군사기지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그러나 이곳은 실제로 신당류의 본거지였다.그 말인즉슨 군사적으로도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건물의 외곽에는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성벽이 있었다.성벽 위에는 항상 신당류의 고수들이 주둔하며 철옹성처럼 견고히 지키고 있었다.그리고 이곳은 섬나라 안에서도 무학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었다.다름 아닌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인 신당류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1대 검객 텐푸 쥬시로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얼마 전 텐푸 쥬시로가 항
호위대 맨 앞에 서 있는 하구봉의 표정은 냉랭했다.그의 바로 앞에 서 있는 한 줄의 그림자가 뒷짐을 진 채 냉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하현!하구봉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그를 향한 두려움이 일렁거렸다.애초에 그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은 모두 이 남자 때문이었다.하문준이 호위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하구봉은 다시 군대를 이끌고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이번이야말로 하구봉은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하구봉은 이번에 자신이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린다면 문주 자리를 놓고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재로선 문주 자리는 당분간 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이런저런 생각이 하구봉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의 시선도 하현에게서 자연스럽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 위로 떨어졌다.이 건물은 하현 일행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기껏해야 300미터 정도였다.절벽과도 같은 성벽을 타고 올라온 하현 일행 앞에 건물 가장자리에 돌담처럼 둘러쳐져 있는 벽은 더 이상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어느 날 갑자기 기습자가 철옹성 같은 성벽을 뚫고 올라올 줄은 신당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아니면 수백 년 동안 이 신당류에 그 누구도 습격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래서 신당류는 감히 누가 자신들을 공격하랴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에 가득 찼던 것이다.이로 인해 그들은 눈앞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심지어 건물 앞의 경비는 성벽에 있던 경비보다도 훨씬 적었고 적외선 순찰로 비춰 보니 행동도 확연히 느릿느릿했다.“하현, 우리가 어떤 임무를 맡고 있는지 잘 알고 있겠지?”하구봉이 전방을 주시하며 깊은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조직의 리더인 이의평을 잡아야 해.”“확실한 소식통이 그러던데 역시나 그가 십 년 전 그 일의 집행자였다더군!”“그를 잡을 수만 있다면 십 년 전 일은 똑똑히 밝혀질지도 몰라.”하현은 하구봉을 힐
그렇지 않다면 지금 하구봉의 처지로 어떻게 이런 임무를 맡았겠는가?다만 하구봉은 하현이 여기 나타난 목적을 알 수 없었다.그는 잠시 하현을 실눈으로 바라본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사실대로 말해 봐.”“당신은 항도 하 씨 가문과 얽히고설킨 관계잖아. 심지어 당신도 항도 하 씨 가문 방계라고도 할 수 있고.”“그래서 말인데, 항도 하 씨 가문 내부 싸움이 당신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항도 하 씨 가문의 일에 이렇게 깊숙이 개입한 이유가 뭐냐고?”“설마 외부인인 주제에 혹시 항도 하 씨 가문의 상석을 노리는 건 아니야?”“상석?”하현은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당신들의 눈에는 그 자리가 어마어마한 자리로 보이는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당신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그래, 난 지금 항도 하 씨 가문 일에 개입해 있어. 왜냐하면 이 가문의 일이 대하 남쪽 문호의 안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야.”“상석에 앉은 사람이 대하 남쪽 문호의 안위를 잘 지켜주기만 한다면.”“그게 하구천이든 하수진이든, 아니면 당신이든 난 아무 상관없어.”“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해도 당신은 못 알아들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면 내가 말한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야.”하현은 손을 뻗어 하구봉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거들먹거리듯 자신의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됐어, 하구봉. 이제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제 시작해야겠어.”“해가 떠 버리면 너무 늦어지거든.”하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손짓했다.뒤에 있던 사람들 중 용전 항도 지부에서 온 정예들은 빠르게 흩어졌다.그들을 이끄는 인솔자는 다름 아닌 최영하였다.하현이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을 데려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그들은 누가 보더라도 최정예였다.용전은 줄곧 대외적으로 대하를 지켜주는 초석 역할을 톡톡히 해 왔으며 용옥, 용
”퍽퍽퍽!”건물 구석에서 이따금씩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적의 습격을 눈치챈 신당류들이 반응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소리였다.항도 하 씨 가문의 가차없는 습격에 신당류는 큰 낭패를 보았다.주변에 건물을 지키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하현 일행은 현대적인 건물들을 스쳐 지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오래된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오래된 비석 하나가 앞에 나타났고 그 위에는 섬나라 문자가 번잡하게 새겨져 있었다.순간 비석 양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섬나라 검객이 무릎에 가로놓고 있던 장도를 들어 잠에서 번쩍 깨어났다.“누구야?!”“웬 놈들이냐?”사납게 생긴 두 명의 검객은 본능적으로 일어나 굳은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하현이 한 걸음 나아가 오른손으로 그들을 후려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병왕급 신당류 검객 두 명이 그대로 날아와 몸을 착지하는 순간 이미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오른손으로 뺨을 후려갈겼을 뿐인데 두 병왕급의 존재를 무력화시켜 버렸다.하현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방이었다.뒤에 있던 하구봉의 눈동자가 금세 움츠러들었다.하지만 하현은 멈추지 않고 하구봉 일행들과 함께 계속 속도를 높였다.곧 전방에서 소리를 듣고 온 신당류 검객 십여 명이 나타났다.그러나 신당류 검객들이 허리춤에 찬 장도를 꺼내들기도 전에 하현의 몸이 이미 그들을 스쳐 지나갔고 낭랑하고 찰진 소리와 함께 신당류 검객들의 몸이 하나둘씩 날아올랐다.하현의 전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왜냐하면 그의 목적은 뚜렷했기 때문이다.이의평을 찾는 것.어쨌든 지금 덤벼드는 사람들은 신당류의 핵심 인물들이 아니었다.기껏해야 텐푸 쥬시로가 키우는 사람들일 뿐이다.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가능한 한 빨리 사람을 찾아내야 했다.혹여 상대방이 도망이라도 가게 된다면 다시는 그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게다가 이곳은 텐푸 쥬시로의 본거지이다.일
”텐푸 쥬시로는 잘 있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가 죽으라고 해!”“병신 같은 놈! 당신도 부담없이 당신 스승 언급해도 돼!”무사복을 입은 사내의 안색이 급변했다.순간 그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 갑자기 얼굴빛이 일그러졌다.“당신이 하현?!”“어서 해치워!”하현의 신원을 알아본 순간 무사복을 입은 사내는 쏜살같이 명령을 내렸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명령을 내리기엔 이미 늦었다.하현은 몸을 움직여 군중 속으로 뛰어들었다.여덟 명의 병왕급 검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허리춤에 찬 섬나라 장도를 꺼내들려고 했다.그러나 그들이 허리춤에 손을 대기도 전에 온몸이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그들의 입과 코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고 순간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무사복을 입은 남자는 낯빛이 어두워졌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물러서려고 했지만 그의 동작은 이미 너무 늦었다.하현은 몸을 움직여 그의 앞에 다가와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무사복을 입은 남자의 머리가 땅에 세게 부딪혔고 순간 남자는 두 눈이 뒤집힌 채 의식을 잃었다.하구봉은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가 멍하니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는 동안 하현은 이미 앞으로 나가 문을 발로 걷어찼다.주위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불빛에 녹아들어 순식간에 하현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이를 본 하구봉은 손을 크게 흔들었고 총을 들어 섬나라의 적진을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그러나 빗발치는 총탄도 섬나라 검객들에겐 아무 소용없었다.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위의 분위기를 더 살벌하게 만들어 버렸다.“이 자식들!”“섬나라 검객들이다!”하구봉은 낯빛이 일그러졌고 총알을 다시 장전하는 그의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그도 전쟁터에 나가 본 사람이다.강한 상대를 만나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그였으나 눈앞의 기괴한 광경은 그를 긴장시키고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그제야 하구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