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901 - 챕터 2910

3664 챕터

2901장

”이걸윤이 돌아온 거 이미 알지?”동정감은 숨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가 온 것도 알고 있고 그가 항성의 귀족들에게 3일 이내에 자신 앞에 와서 배를 가르고 죽으라고 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왜 그러십니까? 항독께서 이 일을 직접 해결하시려고요?”“항성 경찰서에서 직접 손을 댈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강남 병부에 보고하실 겁니까?”동정감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걸윤이 법과 규율을 어기지 않았는데 어찌 관청에서 힘으로 손을 쓸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의 곁에는 노국 황실의 공주가 있다는데 관청이 무슨 뭇매를 맞으려고 먼저 나서겠는가?”하현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동정감을 바라보았다.“그러면 항독께서는 제가 용전을 이용하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용문을 이용하길 바라십니까?”“둘 다 아니네.”동정감은 한숨을 내쉬었다.“자네에게 직접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러네만 항성에 돌아오기 전 나도 반은 노국 황실 사람이었어. 노국의 넷째 공주를 몇 번 만난 적도 있고.”“물론 돌아오고 나서는 철저히 대하만을 위해서 일해 왔어.”하현이 흥미로워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그럼 넷째 공주를 설득해서 우선 이곳을 떠나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그녀가 떠날지 안 떠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해 보겠네. 그녀를 설득해서 이걸윤에게 모두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권해 보라고 말이야...”“하현, 자네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든 간에 잠시 멈추고 내가 먼저 가서 화해를 청해 보는 게 어떻겠나?”하현은 빙긋 웃었다.동정감이 항성 최고 책임자 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 익히 알았지만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그는 하현이 이걸윤에게 손을 쓸지도 모른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일부러 삼계호텔까지 온 것이었다.동정감의 예리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하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70% 이상. 더 높을지도 모르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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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2장

하현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다.당시 동정감이 쏟은 노고는 지금 넷째 공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결국 동정감은 다음날 넷째 공주를 만나기로 결정했다.그는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이기 위해 하수진도 함께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동정감의 표현대로라면 하수진은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한다.게다가 동정감은 기본적으로 항성 상류층의 각 방면의 의지를 대변한다.하현은 이렇게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동정감이 굳은 의지로 밀어붙이고 싶어 하는 표정을 보자 심사숙고 끝에 하수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하현에게는 넷째 공주든 이걸윤이든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도 아무 두려울 것이 없는 상대였다.하지만 상대방이 정말로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길 원한다면 그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결국 모든 세상사 일은 하루 종일 서로 싸우고 죽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삼계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동정감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데리고 태평산으로 갔다.넷째 공주를 만나기 위해 동정감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거의 10시가 되었을 무렵 동정감 일행은 이 씨 가문 집 앞에 나타났다.이 씨 가문은 최근에 다시 단장하였는지 황실 못지않은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문 입구에는 항성 4대 가문에서 온 사람 몇몇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용서를 빌러 왔는지 사과를 하러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동정감 일행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들은 상류층 사람들이었다.변두리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오금을 저리며 벌벌 기는데 그들은 상류층 사람이 되어서는 이렇게 체면을 구기는 짓을 하다니, 볼썽사나워서 동정감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동정감은 잠시 침착하게 눈을 치켜세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하수진, 긴장할 필요없네.”“상대방이 정말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획했다면 이런 데서 저런 자잘한 수를 쓰지 않을 거야.”“그들이 이런 수법을 썼다는 건 넷째 공주나 이걸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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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3장

동정감은 상대방의 냉랭한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자, 들어가지. 넷째 공주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말을 하며 동정감은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하수진과 동리아는 서로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그의 발걸음을 따라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일행은 건물 측면에 있는 응접실로 안내되었고 은발의 집사는 세 사람에게 공손히 홍차 한 잔씩을 따라준 후에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동 선생님, 편한 대로 계시면 되지만 이 응접실 외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십시오.”“지금 공주님은 시차 때문에 누워 계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공손하고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왠지 동정감을 긴장하게 하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어찌 되었든 그는 항성의 최고 책임자다.평소 미국 대사관의 대사가 항성에 오더라도 관청으로 친히 그를 알현하러 왔었다.그런데 그가 체면을 잠시 놓아두고 이렇게 넷째 공주를 만나러 왔는데 이런 분위기로 맞이하다니!그의 체면이 적잖이 손상된 느낌이었다.이것은 노국이 여전히 동정감을 노국의 개로 여기는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이런 생각이 들자 동정감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오늘 온 목적을 떠올리며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가 오늘 여기 온 목적은 화의를 하기 위해서이다.평화롭게 담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제 대도시인 항성에서 거물들의 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그 후폭풍은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여기서 하나 삐끗 잘못되면 대하 남쪽 관문에 문제가 생긴다.그래서 그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항성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오늘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고 뻗을 줄도 알아야 한다.동정감은 심호흡을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지. 여기서 넷째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겠소. 공주님이 시차 적응이 빨리 되셨으면 좋겠군.”은발의 집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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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4장

”이제 와서 넷째 공주님은 왜 찾으십니까? 이번에는 대하를 팔려고요?”“당신의 대단한 변절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보시게요?”“뭐, 안 될 것도 없지만 일단 밖에 나가 무릎을 꿇고 있으면 나와 넷째 공주님이 당신에게 기회를 줄 겁니다.”이걸윤은 한껏 빈정거리며 동정감에게 쏘아붙였다.동정감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확 변했다.변절자라는 말은 그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이걸윤이 거리낌 없이 항독인 동정감의 눈앞에서 함부로 이런 말을 지껄이다니!하지만 동정감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애써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 소주, 농담도 잘 하시는군.”“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입니까?”이걸윤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시가에 불을 붙인 다음 동정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변절자 노릇을 할 게 아니라면 여긴 웬일이십니까?”“항독이 되어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습니까? 그래서 여기 중재라도 하려고 온 거예요?”“동 씨,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거 아닙니까?”말을 하는 동안 이걸윤은 시가를 낀 오른손을 내밀어 동정감의 얼굴을 몇 번이고 툭툭 두드리며 비아냥거렸다.“이걸윤, 나에 대해 오해가 많은 모양이군. 난 문명인이고 점잖은 사람이야. 싸우고 죽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때로는 평화롭게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잖아, 안 그래?”동정감은 껄껄 웃었다.“이 소주가 당당하게 금의환향한 걸 잘 알고 있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넘지 않으면 된다는 말도 잘 알고 있고.”“다만, 싸우고 죽이는 건 지금 이 시대에 안 맞아.”“앉아서 평화롭게 얘기하면 좋잖아. 서로 원수처럼 치고받고, 그게 언제 적 얘기야!”이걸윤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6년 전 일, 당신이 관여할 바가 못 되지만 굳이 내 일에 끼어들려 한다면 말이죠.”“뼈에 사무칠 만큼 원한이 깊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려줄 테니 그렇게 아세요.”“또한 항독이란 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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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5장

”뭐?!”“죽고 싶어 환장했어?”“우리 단장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아주 둘이서 같이 죽고 싶어 미쳤어?!”이걸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성전 기사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그들의 눈에는 이걸윤이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다.그런데 어떻게 이걸윤이 모욕당하는 걸 용납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이걸윤은 담담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애 둘이 한 말 가지고 뭘 그렇게 화를 내?”“괜찮아, 곧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을 거니까.”“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야.”이걸윤의 말에 뒤에 있던 기사들은 만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흘렸다.그들은 과거 전쟁터에서 강직하게 저항하던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그 여자들이 자신들의 단장에게 노예처럼 학대받고 유린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구 여자들을 휘둘렀다.부잣집 천금 같은 여자 둘이 무릎을 꿇고 노예처럼 핥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이 짜릿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이걸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정감을 바라보았다.“좋아요. 비록 당신은 변절자이긴 하지만 당신이 가져온 이 두 가지 선물은 마음에 드는군요.”“그럼 이만 꺼지세요. 이 두 가지 선물은 내가 며칠 동안 잘 데리고 놀겠습니다.”“충분히 다 논 다음에 항성에서 누굴 얼마나 죽일지 생각해 보죠.”“어때요? 제 성의가 마음에 들어요?”“어떻게,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요?”“어쨌든 이 여자는 명목상의 내 약혼녀예요. 난 이미 당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걸로 당신 체면을 세워준 겁니다!”“괜히 뻣뻣하게 버티지 말고 체면을 봐 줄 때 곱게 물러가세요.”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바라보며 변태 같은 눈빛을 반짝였다.세간에는 그의 우상이 잭 더 리퍼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그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그의 시선이 두 여자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떨어졌다.탐욕스러운 눈길이 감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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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6장

바깥 복도에는 화려한 복장을 한 십여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이 사람들은 모두 서양인이었고 하나같이 잡아먹을 듯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들은 혼혈로 보이는 냉엄한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여자는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보석과 황금이 가득 박힌 월계관을 쓰고 있었다.나이는 스물일곱, 여덟쯤으로 보였고 온화하면서도 당당한 기품이 서린 모습이 아주 기세등등해 보였다.그녀의 카리스마는 역시 노국의 공주다웠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녀의 발자국에 카리스마가 검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동정감을 향했다.“이 소주는 내 사람이고 성전 기사단 부단장입니다. 그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것입니다.”“사과하지 않고는 절대 넘어갈 수 없어요.”분명 넷째 공주는 동정감과의 과거 인연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그녀는 동정감을 그저 그런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이걸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넷째 공주님의 말씀이 곧 하늘의 뜻입니다.”“어서 무릎을 꿇으세요. 못 알아들었어요?”넷째 공주의 뒤를 따르던 이영돈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이곳은 엄연히 넷째 공주와 이걸윤이 주인공인 무대였다.“아버지를 모욕하고 뺨을 때렸는데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구요?”동리아는 이 상황이 불쾌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너무 함부로 행동하는 거 아니에요?”하수진도 냉랭한 표정으로 거들었다.“우리는 평화로운 담판을 하러 왔지만 꼭 평화로워야 할 필요는 없죠.”“강하게 맞서겠다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어요.”동정감은 차가운 눈초리로 넷째 공주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눈가에 실망스러운 빛만 가득 고였다.“이젠 개나 소나 나한테 짖어대는군. 누가 당신들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했어?”넷째 공주는 하수진과 동리아를 무시한 채 동정감에게 다가와 담담하게 말했다.“동 항독, 무릎 꿇을 거예요? 안 꿇을 거예요?”“꿇지 않겠다면 썩 꺼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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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7장

다른 이들이 놀라서 어리둥절해 있을 때 이걸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매번 무릎 꿇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무릎을 꿇는 동정감의 모습도 그에게는 심드렁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이걸윤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동정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동 항독, 왜? 잘 안 될 것 같았어요?”“아니, 방금 그렇게 총을 뽑으려고 할 땐 언제고 넷째 공주님이 나오니까 바로 이렇게 무릎을 꿇어요?”“보아하니 노국의 고위층들이 한 말이 틀리지 않는군요. 항성의 귀족들은 노국의 개라고 하던데.”“평소에는 콧대 바짝 세우고 다니다가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오니까 누구보다 바로 무릎을 갖다 대시는군요.”“당신 같은 사람 별로 재미없어요.”“그래도 체면을 봐서 기회를 드리죠. 내 구두를 깨끗이 닦아 보세요. 그럼 용서할 테니. 그리고 나와 담판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리죠.”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입가에 거만한 미소를 내걸고 동정감에게 구두를 내밀었다.이 광경을 본 동리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걸윤, 당신 너무 하는 거 아냐?”“좋아. 이 소주의 구두를 닦다니 영광이군!”동정감은 동리이를 향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며 눈짓을 한 후 자신의 맞춤양복으로 이걸윤의 구두를 깨끗하게 닦았다.이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소주, 어디 만족하시는가?”지금 이 순간에도 동정감은 여전히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을 유지했다.다만 누군가의 눈에는 그의 눈 밑에서 의미심장하게 떨리는 미세한 파동을 눈치챘을 것이다.고위층에 있는 사람이 이런 수모까지 견디다니 그가 얼마나 깊은 꿍꿍이를 품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 상상하기 어려웠다.“만족스러워요. 확실히 사람을 만족시킬 줄 아는군요.”“어쩐지 당신이 변절하고 이렇게 항독 자리까지 오르더라니, 굽신 거리는 능력이 이렇게 탁월할 줄은 몰랐어요!”이걸윤은 동리아를 다시 한번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가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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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8장

”하지만 당신도 알아야 할 거야. 이걸윤이 이번에 돌아온 것은 묵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는 걸.”“당신의 과거 공로를 봐서, 그리고 오늘 무릎 꿇은 걸 봐서 내가 이걸윤을 설득해 당신들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지.”“두 도시의 대혼란을 막을 기회.”동정감은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넷째 공주님은 정말 영민하십니다.”“무슨 조건이라도 있을까요?”그가 오늘 밤 이 수모를 감수한 것은 오로지 눈앞의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평화적인 회담의 기회.넷째 공주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항성 4대 가문의 자산 중 절반을 나한테 가져와야 해. 고정자산부터 주식, 유동 현금까지 모두 포함해서 절반으로.”“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라. 이걸윤이 당신들에게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의 자산은 그보다 더 했을 거야. 이건 당연한 거야.”동정감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4대 가문을 대신해 약속드리겠습니다.”넷째 공주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둘째, 원한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고 일에는 반드시 근원이 있는 법. 돈으로 해결이 된다면 이걸윤을 설득해 그들을 죽이지는 않도록 하겠어.”“하지만 애초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모든 사람들은 정한 시간 내에 이 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해.”“연루된 사람들 리스트는 우리보다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하수진과 동리아는 모두 안색이 일그러졌다.넷째 공주의 두 번째 요구는 직접적으로 칼에 피를 묻히지는 않지만 항성을 낭자하게 난도질하겠다는 뜻이었다.동정감은 하수진과 동리아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들을 저지하며 말했다.“세 번째 조건은요?”“세 번째 조건은 간단해요.”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이걸윤이었다.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무덤덤한 눈길로 하수진을 바라보았다.“당시 항도 하 씨 가문은 직접적으로 연루되진 않았지만 뒤에서 일을 꾸민 장본인이라는 거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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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9장

저녁 식사 시간.삼계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정원.하현은 이미 항성식 다과상을 풍성하게 준비해서 낙담한 얼굴로 돌아온 동정감을 대접했다.근심이 가득 서린 동정감을 바라보며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항독 어르신, 설령 대장부가 뻗을 수도 굽힐 수도 있다지만 무릎을 꿇다니 천지가 경악할 일입니다. 잘못하면 오늘 밤 항성에 큰 파도가 밀려올 것입니다.”하현은 오늘 이 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하현에게 있어 오늘 일의 결말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이걸윤이 금의환향하며 돌아왔는데 어떻게 동정감과의 사사로운 인정 때문에 노국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겠는가?이걸윤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해 하현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이번에 이걸윤이 귀환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살의가 충만한 이걸윤이라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외부 사람들이 날 변절자라고 부르는데 자네 모르는가?”옷을 갈아입은 동정감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항성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노국에게 아첨하는 자였고 돌아온 뒤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하의 정부에 귀의했네.”“나 같은 사람은 솔직히 대세에 순응하는 거야. 굽힐 땐 굽히고 펼 땐 펴는 게 기본이지.”“지금은 내가 대하의 정부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대하를 위해 평화롭게 화의를 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것이 대수겠는가? 뺨을 몇 대 맞은 게 대수겠는가?”“할 만큼 노력을 했으니 전혀 후회하지 않네.”“다만 내 체면 생각하느라고 이 일을 끝까지 수습하지 못하고 게다가 서양인들과 그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더욱 날뛰게 만든 것은 유감이네.”동정감은 오늘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사람 같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한 얼굴로 보이차를 한 잔 따라 마셨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동정감을 바라보았다.그는 동정감이 오늘 무릎을 꿇은 것이 평화로운 화의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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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0장

하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구천도 이런 사태를 예상 못 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아마 하구천도 이걸윤의 야망과 성격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하구천은 우리가 끝까지 이걸윤과 맞서 싸우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거예요.”“그래야 우리의 힘이 소진되기 때문이죠.”“우리가 힘이 다 소진되었을 때 하구천은 산을 호령하던 호랑이처럼 느긋하게 산을 내려와 어부지리로 최후의 승자 자리를 차지할 테죠.”하수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우리만 골치 아프게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거야?”“항독 어르신, 지금부터 사방에 연락해서 소식을 전하십시오.”“특히 이걸윤이 항도 하 씨 가문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상세하고 조금은 과장되게 말해야 합니다.”“하구천이 충분히 위기감을 느끼도록 해야 해요.”“하구천이 가만히 있는다 하더라도 하문성, 하문천 그 늙은 여우들이 가만히 앉아 있을지 어떨지 정말 궁금하군요!”...하현 일행이 다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마칠 무렵 빅토리아 항 사무실에서 하구천은 태블릿PC를 내려놓고 어두운 표정으로 사무실 한구석을 바라보았다.전통의상 차림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하백진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다만 오늘 하구천은 고모인 하백진의 부드러운 선율에 귀를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그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하백진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이걸윤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에요?”“다른 일이라면 나도 그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요. 그가 총을 원하면 그에게 총을 줄 수 있고 사람을 원하면 사람을 줄 수 있어. 그가 원하는 건 뭐든 다 줄 수 있다고!”“그런데 왜 항도 하 씨 가문 상석을 차지하려는 거야?”“나 하구천을 어디다 팔아먹고 자기가 그 자리를 탐내?”“개자식!”“이러고도 나와 의형제라고 할 수 있어?!”전략을 짜 놓고 덫을 놓은 후 멀리서 지켜보다 승리를 손에 넣을 줄 알았던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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