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891 - 챕터 2900

3665 챕터

2891장

이영돈의 시야에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십여 명이 나타났다.한복판에는 귀족 차림을 한 여인과 차가운 표정의 의기양양한 남자가 있었다.오밀조밀 조화로운 얼굴 생김새, 높은 콧대, 그림 같은 눈매,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신비스러운 외모를 가리지는 못했다.노국 황실 4순위 후계자인 넷째 공주.그보다 한 발짝 뒤처져 있는 남자는 180센티미터 육박하는 키에 칼날같이 예리하게 조각된 이목구비가 단연 시선을 끌었다.그의 외모는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말할 수 없는 음흉한 기운을 뿜고 있어서 그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절로 오금을 저릴 정도였다.노국의 남작, 성전 기사단 부단장, 전신, 이걸윤!그의 냉랭한 눈빛이 입국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한번 훑었다.이윽고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가늘고 긴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이영돈은 한달음에 앞으로 걸어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입을 열었다.“공주님, 이 소주.”“이영돈, 요즘 날 아주 많이 실망시키는군.”넷째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걸윤이 이영돈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그는 손을 뻗어 이영돈의 얼굴을 툭툭 쳤다.“내 사람을 데리고 이곳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데도 제대로 된 일은 하나도 못 했어.”“화 씨 가문의 카지노는 아직도 손에 넣지도 못했어.”“듣자 하니 당신이 벌인 그 연극조차도 당신한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했다더군.”“내가 당신을 어떻게 처벌했으면 좋겠어, 말해 봐?”얼굴빛이 살짝 움츠러든 이영돈은 이걸윤의 말을 듣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단장님, 저의 무능 때문입니다.”순간 무릎을 꿇은 이영돈을 본 이걸윤은 냉랭한 표정만 지을 뿐 가타부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걸윤, 내가 듣자 하니 이영돈은 항성과 도성에서 열심히 했대.”옆에서 입을 떼지 않던 넷째 공주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대하어도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였다.아마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임이 분명했다.“어찌 되었건 그도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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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2장

이영돈은 입을 앙다물고 천천히 몸을 곧게 세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 소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제가 처리하는 일이 비효율적이게 보이시겠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이틀만 더 시간을 주시면 완전히 새로운 항성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그렇게 되길 바라.”“하지만 당신이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어.”“결국은 내가 나서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르니까.”말을 하면서 이걸윤은 손에 쥔 시가의 재를 툭툭 털었고 이영돈에게 자신과 함께 나가자고 전방으로 손짓을 했다.발걸음을 옮기며 이걸윤이 말했다.“예전에 내가 처음 항성 이 씨 집안에 왔을 때 아주 기력이 왕성하고 패기가 넘쳤지.”“항성 이 씨 가문이 비록 나를 좋게 보지 않았지만 난 이 씨 가문을 위해서 고군분투했어. 스스로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했지!”“항성 이 씨 가문을 항성과 도성에서 제일가는 가문으로 만들고 싶었거든!”“내 손으로 항성 이 씨 가문의 비즈니스 규칙을 재조정했지. 항성 이 씨 가문은 나날이 번영했고 가문은 부와 권세를 얻어 한때는 항성 최고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되기도 했어!”“심지어 곧 항도 하 씨 가문의 위치를 따라잡을 기세였어.”“그러나 안타깝게도 항성 이 씨 가문 사람들은 줄곧 날 고깝게 보았어.”“그들은 내가 항성 이 씨 가문 사람이지만 어쨌든 노국에서 왔으니 노국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했던 거야.”“그들은 내가 계속 강해져서 항성 이 씨 가문을 좌지우지할까 봐 두려웠던 거야.”“그러니 그들 눈에는 내가 아무리 강하고 대단한들 아무 의미가 없는 거였지.”“내가 열심히 일한 것들을 그들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던 거지.”“결국 항도 하 씨 가문 하수진과 약혼을 한 날 밤, 일이 터지고 말았어...”“난 술에 취한 상태로 누군가에 의해 사촌형수의 방에 버려졌고 돌이키지 못할 짓을 저질러 버렸지...”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이걸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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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3장

태평산 정상.항성 이 씨 가문은 빅토리아 항이 내려다보이는 태평산 꼭대기에 있었다.오렌지색 불빛들이 잔잔하게 바다를 비추는 이 시간,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항성 이 씨 가문의 상석에 앉은 노부인 이일해는 일찌감치 자리에 나와 있었다.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띠었다.그녀는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늘이 우리 가문을 도운 거야!”“방금 공항 쪽에서 연락이 왔어.”“런셀에서 온 노국 황실 넷째 공주와 성전 기사단 부단장 이 소주가 우리 항성 이 씨를 방문한다는 전갈을 보내왔어!”“하늘이 우리 가문을 도운 거야!”“노국에서 온 귀인의 비호가 있으니 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될 거야!”이일해의 옆에 서 있던 하민석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그는 하구천이 큰 인물을 한 명 초대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러나 큰 인물이 과거 항성에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이것이 그의 계획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이를테면 이번에 항성 4대 가문이 안보를 책임질 때 항성 이 씨 가문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일이라든가 또 다른 예로 그 큰 인물을 이 씨 가문에 초청하기 위해 하민석은 물심양면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다.이영돈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미 여러 차례 대접하기도 했다.그러니 지금 하민석의 얼굴에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미소가 떠오른 것이다.그는 이장성을 대신해 항성 이 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이 씨가 아니었으므로 사실 명분이 서지 않았다.이일해가 모든 상황을 제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노국에서 온 귀인의 지지만 얻는다면 그의 자리는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항성 이 씨 가문 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의기양양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노국 황실에서 온 공주와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 항성 이 씨 가문을 제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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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4장

사람들은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입을 벌린 채 얼어붙었다.“저, 저 사람은 이걸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 입에선 그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6년 전 항성과 도성에서 어마어마한 존재였던 이걸윤.순간 백여 명의 시선이 모두 이걸윤에게 집중되었다.“그럴 리가!?”“이럴 수가 없어?!”각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에 사람들은 뭐라고 할 말을 잃었다.이걸윤은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고 얼굴빛이 살짝 굳어진 이일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봉수, 그놈도 당신이 가택 연금시켰다 들었어요.”“이장성도 당신한테 내쳐졌다죠.”“이일해, 당신 정말 대단해요.”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이일해는 눈꼬리를 가늘게 뽑으며 말했다.“이걸윤, 당신은 진작에 우리 항성 이 씨 사람이 아니야!”“여기 뭐 하러 온 거야?”“버르장머리 없는 개자식!”“썩 꺼져!”“퍽!”무덤덤한 얼굴로 이걸윤은 그대로 이일해의 뺨을 갈겼다.조금 전까지 위엄 서린 모습으로 앉아 있던 노부인은 반응할 사이도 없이 몸이 날아가 버렸다.순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말도 안 돼!항성 이 씨 가문 사람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 있었다.이걸윤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가?항성 이 씨 가문에 나타나 단숨에 권력자의 뺨을 갈겨 쓰러뜨리다니!“도대체 뭐 하는 거야! 당신...”반응을 보인 건 오직 하민석뿐이었다.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걸윤을 노려보았다.절대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퍽!”이걸윤은 손을 휘둘러 하민석도 바닥에 넘어뜨렸다.이어 이일해의 전유물과도 같은 자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은 이걸윤은 다리를 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잘 들으세요!”입구에서 이영돈의 냉엄한 얼굴이 걸어 들어왔다.“당신들 앞에는 노국의 남작, 성전 기사단 부단장이신 이걸윤, 이 소주가 앉아 계십니다!”“지금부터 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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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5장

밤 열 시.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항성의 하늘에는 사방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한바탕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아 마음이 더없이 심란하다.하현은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에 들어가던 길이었다.하문준이 빨리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하수진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온 것이다.하문준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하현은 얼른 돌아왔다.요 며칠 동안 가든 별장에서 지냈으니 정상적으로 매일 하문준과 마주치는 거나 다름없었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급하게 그를 찾는 걸 보면 큰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그렇지 않으면 하수진이 급하게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리가 없다.가든 별장의 식탁에는 이미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하현을 기다리며 젓가락도 들지 않고 있던 하문준은 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손에 쥔 사진 몇 장을 건네주었다.하현은 맞은편에 앉은 당난영과 하수진에게 목례를 하고서야 사진에 눈길을 돌렸다.사진 속 두 사람은 혼혈 얼굴의 여자와 잘생긴 남자였다.사진으로 보는 얼굴이지만 두 사람은 거대한 산 같은 기질과 권력자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졌다.보통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감히 두 눈도 똑바로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하현은 잠시 동안 사진을 바라본 후에야 입을 뗐다.“이 두 사람은?”“한 사람은 노국의 넷째 공주이고.”“또 한 사람은 노국의 남작이자 성전 기사단 부단장인 이걸윤이야.”“아.”하현은 외마디 짧은 반응을 보이며 하수진을 힐끔 쳐다보았다.마치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의 싸구려 약혼자와 그의 내연녀냐고 묻는 것 같았다.하문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오늘 밤 두 사람은 항성 국제공항에 도착했어.”“항성 4대 가문과 다른 가문들이 똘똘 뭉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고 해.”하현은 약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세상 일은 때론 바둑보다 더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오늘 오후에 진소흔으로부터 이걸윤과 넷째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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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6장

만약 이 일이 단순히 항성과 도성의 가문들 간의 원한에 관련된 일이었다면 하현은 별로 개입할 마음이 없었다.하지만 하문준이 소위 왕의 귀환이라는 이걸윤의 등장에 대한 본질을 직시하고 말하자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항성과 도성에 손을 뻗는 섬나라 놈들을 겨우 발로 걷어찼더니 이제는 노국을 등에 업은 이걸윤이 나타난 것이다.그의 이력을 보면 서방을 대표하고 있었고 서방을 대표해 대하를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하현도 이 부분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제가 전화를 해서 이걸윤 일행을 노국으로 돌려보낼까요?”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정도의 연줄은 그도 가지고 있었다.필요하다면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노국의 장녀 빅토리아 공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체면을 좀 세워 달라고 하면 그만이었다.다만 하현은 정말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인정에 호소해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결국 인정이라는 것은 한 번 쓰면 한 번 빚진 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번에 이걸윤을 돌려보낸다고 해도 몇 년 후에 또 돌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잖아?”“게다가 이걸윤을 돌려보내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하문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가득 찬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서양 진영은 우리 대하의 부상에 대해 줄곧 언짢아했지.”“이번에 이걸윤이 돌아온 건 그의 개인적인 의지 외에도 우리 대하를 견제하는 일환으로 일종의 탐색을 하기 위한 것도 있어.”“통상적으로 봤을 때 그가 이렇게 온 이상 우리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릴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없다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서양이 우릴 우습게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거야.”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일은 왕의 귀환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리 대하를 향한 서방 진영의 탐색전인 거죠.”“항도 하 씨 가문의 실력으로 이걸윤 한 사람 상대하는 건 별로 큰 문제없잖습니까?”“그가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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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7장

”그리고 넷째 공주가 곁에 있다는 건 노국 황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거야.”“4대 가문이 한때 자신들의 주인이나 다름없었던 노국과 싸울 수 있겠어?”“들은 바로는 4대 최고 가문이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하더군. 그들은 이미 천문학적 수표를 준비해 놓았고 다른 가치 있는 자산과 주식을 이걸윤에게 보내려고 해.”“그들은 돈으로 이걸윤을 때려눕히려 하는 거지.”“게다가 이걸윤이 자기들을 죽이러 이번에 항성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먼저 손을 쓰지 않는 걸 보고 오히려 이걸윤이 일부러 그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고 믿고 있어.”“그래서 그들은 돈으로 6년 전 해묵은 사건을 해결하기로 작정한 거야.”“봐, 이걸윤은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저 집 하나 차지했을 뿐이야.”“4대 가문은 이미 그에게 무릎을 꿇었어.”“우리 항도 하 씨 가문 내부도 사분오열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하겠나?”하문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하수진과 이걸윤이 약혼한 상태라서 명목상 이걸윤은 자신의 사위가 되는 셈이었다.세상에 장인어른이 직접 군대를 보내 예비 사위를 때려눕히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4대 최고 가문이라...”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소위 이 4대 최고 가문은 줄곧 항성과 도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말려 있었다.하현이 항성과 도성에 와서 적잖은 일을 겪었는데 그 대부분의 일에 이 최고 가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이전에 그들이 하구천을 대신해 나선 것은 각자 자기 주인을 위한 셈이었지만 이번에 이렇게 빨리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하현은 오히려 4대 최고 가문의 스타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한다!절대적으로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그들은 감히 함부로 대항하지 않는다.그럴 때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릎을 꿇는 것이다.“사실 4대 가문이 무릎을 꿇고 이걸윤의 바짓가랑이 밑으로 들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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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8장

하현은 하문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문주님, 저에게 왜 이런 말들을 해 주시는 겁니까?”“이걸윤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씀이십니까?”하문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이 말을 남겨두려고 온 걸세. 무슨 일이 생기면 자네가 날 대신해 내 처와 딸을 대하로 보내주게.”분명 하문준에게는 나름의 해결책이 있는 듯했다.하현을 이렇게 불러 많은 얘길 한 것은 하현이 이런 사실을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처와 자식을 부탁한 것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부인과 하수진은 절대 아무 일 없을 겁니다.”“항성과 도성에서는 저와 동 씨 가문, 화 씨 가문, 최 씨 가문이 있으니 절대로 아무 일 없을 거예요.”“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복수만을 위한 거라면 그가 뭘 하든 전 아무 상관없습니다.”“하지만 그가 항성과 도성을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온 것이라면 분명 항성과 도성을 대하의 지도에서 없애버리려고 할 겁니다.”“그렇다면 전신으로서의 그의 이름은 여기까지일 겁니다.”하현은 냉엄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든지 감히 대하를 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하문준은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또 하나,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한 가지 더 알려줄 일이 있어서야.”“이번에 이걸윤을 잘 해결하면 하구천은 절대 상석에 오를 기회를 갖지 못할 거야.”“그래서 말인데, 난 자네가 내 데릴사위가 되는 걸 고려해 봤으면 하네.”“앞으로 항도 하 씨 가문은 자네의 손에 있는 거야.”하현은 눈을 번쩍 뜨며 당난영의 미소 띤 눈동자에 시선을 돌렸다.하현은 도무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마침내 그는 장모가 사위를 바라보며 보면 볼수록 흡족해하는 표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30분 후, 하현은 도망치듯 황급히 그곳을 나왔다.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당난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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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9장

하현이 멍한 표정을 짓자 하수진은 핸들을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농담이라고?”하현이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무슨 농담?”하수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졌지만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는 않았다.“마지막에 아버지가 한 말 말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예전에 난 당신을 오빠로 생각했었고 한때는 원수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수진은 말이 자꾸 꼬이는 것 같은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그냥 그렇다고...”“아, 데릴사위 삼으려 한다는 말씀 말이야?”하현이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가 자신도 별 할 말이 없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사실 난 아무 생각 없는데 왜 만나는 사람마다 날 데릴사위 삼으려 하는 거야?”“설마 내가 정말 먹히는 얼굴인가?”하수진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조용히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이 남규방에 가면 아마 꽤나 돈을 벌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됐다고. 당신도 알다시피 난 아내가 있어. 그건 이미 알고 계시겠지, 아마도...”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하현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이럴 때 두 사람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하수진은 화제를 바꾸려는 듯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며칠 동안 내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쭉 하구천의 뒤를 밟아 왔거든.”“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그럼 이걸윤에게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하라고 말을 해 둬야겠군.”하현이 화제를 돌리는 걸 보고 하수진은 빙그레 웃었다.서로 껄끄러운 얘기에 그가 더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다만 그녀의 눈가에 희미한 쓸쓸함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하현의 마음속에 기껏해야 여동생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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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0장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애써 떨치려는 듯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손을 쓰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잠시 지켜보려고.”하현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고 잠시 후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걸윤을 두고 왕의 귀환이라고 하지 않았어?”“모두 문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자살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싶군.”“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시작하려고.”“그때가 되면 기회는 많을 거야.”“그리고 그동안은 항도 재단도 보안을 철저히 강화해야 할 거야. 그의 첫 번째 목표는 당신이 아닐까 하거든.”하현이 이걸윤 같은 사람을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었다.젊고 패기가 넘치고 살육도 불사르는 사람은 보통 기세가 하늘을 찌르게 마련이다.예전에 대구에 있던 정용, 방현진보다 몇 배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기회가 된다면 하현은 노국의 성전 기사단의 신진 전신과 직접 만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성전 기사단 단장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지금 신진 전신이 야망을 가지고 단원들을 이끌고 함부로 칼을 휘두르겠다는 건 그가 얼마나 자신만만한지를 말해 주었다.하수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당신 말대로 할게.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가든 별장이 지내기가 좋았는데.”“지금은 돌아갈 수가 없어.”“삼계호텔로 데려다줘.”하수진은 아무 말없이 웃으며 핸들을 돌렸고 주저하지 않고 액셀을 밟아 삼계호텔로 향했다.그러나 하현이 삼계호텔에 도착했을 때 푹 쉬고 싶었던 하현의 계획은 허사가 되었다.항성 최고 책임자 동정감과 그의 딸 동리아가 이미 로비에서 한참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동정감은 평상복 차림에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항성 최고 책임자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 특유의 권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불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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