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871 - 챕터 2880

3665 챕터

2871장

왕의 귀환!전신의 귀환!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말들은 정말로 이걸윤의 막강함을 방증하는 말이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야?”하현은 생각에 잠겼다가 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지금까지 입수한 자료들을 보면 이걸윤이 돌아온 목적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괜찮아. 내 손에는 대단한 카드가 있거든.”하수진은 묘하게 웃으며 하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나?”하현이 웃었다.“이걸윤과 확실하게 얘기할 게 있긴 하지.”“예를 들어, 대구 엔터테인먼트의 일.”“뭐 그리고 숏폼에서 망신당한 진소흔의 일이라든가.”“다만 내가 손을 쓰기 전에 당신도 확실히 각오해야 할 거야.”“수년 안에 전쟁의 신으로 거듭난 사람이야.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하수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항도 하 씨 가문의 최고 자리에 앉기 전에는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하구천의 음모에 대비해 그녀도 나름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던 것이다.그렇지 않고 하현에게 의지해 그가 최전선에서 싸우게 된다면 정말로 하현이 상석을 장악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펑!”하수진이 이걸윤의 일로 고뇌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식당 입구가 소란스러웠다.그리고 누군가 문을 밀고 들어와 하현과 하수진이 있는 룸을 향해 거침없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하수진의 경호원이 손을 써 보기도 전에 상대는 이미 룸 입구에 들어와 ‘퍽’하고 무릎을 꿇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무릎을 꿇은 사람에게 온통 쏠렸다.하현과 하수진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올렸다.방금 도망치듯 떠났던 진소흔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의 원망이나 노기가 없었고 그 자리에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미간에는 온갖 두려움과 황망함으로 주름져 있었다.진소흔의 뒤에는 그녀의 매니저와 경호원 몇 명이 있었다.그들도 하나같이 창백하고 핏기 잃은 얼굴로 말없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의아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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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2장

경악할 만한 진소흔의 행동에 많은 구경꾼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어찌 되었건 그녀는 미녀였다.미녀가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보면 동정도 할 법하다.그러나 하현은 언짢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진소흔이 자신을 하 선생님이라 칭할 때부터 그는 이미 누군가가 그녀 뒤에서 이런 행동을 코치했음을 알아차렸다.연기하러 온 건가?아니면 울상을 지으며 동정을 바라고 온 건가?“아까 꺼지라고 했잖아. 이미 끝난 일이야.”하수진은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연예계에서 퇴출된 거, 그 누구와도 관계없어. 자업자득이야!”“하현이 아니었더라도 조만간 누구라도 나타나 당신을 봉쇄할 참이었어.”“하 선생님,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진소흔은 두 발을 옮겨 하수진과 하현에게 가까이 다가와 애원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이번에 항성에 온 건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였어요. 대하가 처음 콘서트를 여는 곳이라고요. 내 연예계 인생 최고의 순간이에요!”“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예요!”“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그렇지 않으면 내 앞날이 망쳐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영돈 선생님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내가 당신들한테 용서를 받지 못하면 그는 아마도 날 죽여버릴 거라구요!”“물론 당신들한테 사과하는 제 마음은 진심이에요. 진심으로 두 분이 절 용서해 주시길 바라고 있어요!”“어찌 되었건 당신들 같은 거물들 눈에는 그저 한낱 딴따라일 뿐이잖아요. 이런 딴따라와 굳이 따질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네?”“이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드릴게요!”“집에 돌아가면 당신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위패라도 만들어 모실게요!”말을 하는 동안 진소흔은 다시 ‘쿵쿵쿵'하며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게다가 처량하게 울부짖는 그녀의 모습은 진상을 모르는 군중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충분해 보였다.많은 사람들은 하현과 하수진이 너무 사람을 몰아붙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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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3장

경호원이 몸을 붙잡자 진소흔은 몸부림치며 애원 섞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한 번만 봐주세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봐주세요!”“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진소흔이 애원하기 시작하자 매니저와 그녀를 따르던 사람들도 덩달아 울부짖기 시작했다.진상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진소흔이 남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끌려가는 줄 알 것이다.진소흔 무리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하수진은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여자도 참 보통 인물은 아니야. 처음에는 그렇게 당당하고 의기양양하게 콧대를 세우더니 지금은 스스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다니.”“뻗을 땐 뻗더라도 굽힐 때는 확실히 넙죽 엎드리는 걸.”“꼭 그렇지만은 않아.”하현이 일어서며 문쪽으로 향했다.“내가 나가 볼게.”말을 하는 사이 하현의 몸은 어느새 문밖으로 사라졌다.하수진은 의아한 듯 미간에 살짝 주름을 지었고 생각에 잠긴 눈동자에 뜻 모를 빛이 스쳐 지나갔다....빅토리아 항 광장에 버려진 진소흔은 식당 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녀는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 울부짖으며 땅을 쳤다.용서해 달라는 말이 빗속을 뚫고 하수진에게 닿기라도 바라는 듯 소리쳐 용서를 빌었다.이 장면을 본 지나가는 행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중 몇몇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진소흔의 유명세는 아주 대단했으므로 이 영상은 업로드되자마자 바로 핫이슈가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항도 하 씨 가문 하수진이 진소흔을 제압했다는 소문이 빠른 속도로 돌았다.특히 동영상 속에 팩트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외모를 장착한 진소흔을 동정하기 시작했다.어찌 되었건 네티즌들의 기억력은 3분짜리다.진소흔의 동영상이 업로드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비하하며 서양을 찬양했던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렸다.눈앞의 이 연극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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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4장

잘생긴 남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소흔, 잘했어. 이번에 고생했어!”“이 선생님, 별말씀을요. 당신을 위해, 그리고 이걸윤 선생님을 위해 일하게 되어 제가 영광이죠!”진소흔은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하현과 하수진이 감히 날 이렇게 괴롭히고 게다가 대하에서 내 입지를 봉쇄시키다니.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게 뭔지 꼭 보여줄 거예요!”“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왜 내게 하현보다 하수진을 겨냥하라고 말씀하신 거예요?”“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번에 날 SNS에서 퇴출시킨 사람은 내륙에서 온 하현이라는 작자일 텐데 말이에요!”“우리는 그 사람을 겨냥했어야 해요!”진소흔은 자신이 한 짓이 하수진 쪽을 골치 아프게 했다는 것을 알지만 그보다 하현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인기로 해피톡 플랫폼이 떴다고 자부했다.그녀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하 연예계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성그룹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진소흔은 누구보다 하현에게 복수하고 싶었다.“일에도 순서가 있어. 차근차근 진행해야지. 우선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들을 충돌없이 처리해야 하는 거라고.”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이영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하현이라는 사람의 속내를 내가 대충 짐작해 보았어. 그는 상대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그가 아니라는 거야!”“이번에 우리가 항성에 온 첫번째 목표는 하수진과 항도 하 씨 가문이야.”“하수진을 항도 하 씨 가문의 핵심에서 몰아내야만 해.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이 소주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그 여자를 해결하고 나면 콧대가 센 하구천을 해결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거야.”“이 소주의 능력으로 하수진을 이용하여 항도 하 씨 가문을 통제한다면 항성과 도성의 왕이 되는 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까!”“그때가 되면 이 소주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테니 당신이 누구를 괴롭히든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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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5장

”이러다간 며칠 뒤면 정말 카지노를 손에 넣게 되겠는 걸요.”진소흔은 설레발을 치며 이영돈의 어깨를 감싸주었다.이 남자는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항성과 도성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완전히 판세를 몰아붙이다니 정말 수완이 대단한 남자다.도성 화 씨 가문을 무너뜨리려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항도 하 씨 가문에 불을 지르려는 것이다.진정한 남자라면 무릇 이래야지!이영돈은 덤덤하게 말했다.“도성 화 씨 가문은 이 소주가 깔아뭉개려고 했던 집안이야.”“하지만 이 소주가 말하기를 화 씨 가문을 상대할 때는 도박판에서 완전히 그들을 탄복하게 해서 어쩔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그러니 대구 엔터테인먼트라는 카지노는 시작에 불과해.”“난 화 씨 집안이 그들의 손에 가진 카지노와 재산을 순순히 다 내놓게 만들 거야.”“그래야 재미있거든.”진소흔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 선생님 오늘 밤에도 깡그리 다 무찔러 버릴 거죠?”“나도 가서 그 좋은 구경 좀 하면 안 돼요?”“오늘 밤? 아니. 오늘은 그러지 않으려고.”이영돈은 희미한 눈빛으로 말했다.“어젯밤 도박왕 화풍성이 SNS에 떠들썩하게 발표했어”“지금 그 집안은 온통 적개심으로 불타오르고 있겠지!”“오늘이 그들의 사기가 가장 충천할 때라고 할 수 있는 거야.”“다만 사기라는 건 처음에는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가 그다음엔 쇠퇴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지.”“난 삼일 동안 그들을 내버려둘 거야. 그리고 삼일 후에 그들과 생사를 건 한 판을 벌일 생각이야!”“이번에는 반드시 그들에게 이기고 지는 게 어떤 건지 알려주고야 말겠어!”“삼일 후면 대구 엔터테인먼트의 카지노가 완전히 내 손에 넘어오는 거지!”“그 모습을 보여주려고 당신을 초대했는데 당신이 하프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네.”이영돈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진소흔에게 과일을 집어 주며 그녀를 달콤하게 했다.“단판 승부!”진소흔이 감탄하며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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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6장

이영돈은 빙긋 웃으며 진소흔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진소흔, 당신 역시 인물은 인물이야.”“당신 같은 사람은 딴따라가 아니라 이 소주의 핵심 측근으로 들어가 진정한 여전사가 되어야 해!”“바다에 뛰어드는 시늉이라니, 난 생각지도 못했어.”“그런데 당신은 그런 방법을 생각해낸 거지!”“좋은 방법이야! 최고 인플루언서가 항도 하 씨 가문의 딸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견디지 못해 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주 인터넷이 난리가 날 거야.”진소흔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선생님, 그럼 우리 어느 정도까지 연기하면 될까요? 어디서 뛰어드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요?”“개인적으론 빅토리아 항구가 좋을 것 같은데요.”“관광객도 많아서 제가 뛰어내리면 금세 SNS에도 퍼질 거구요.”“그때 선생님이 관광객인 척 지나가다가 나를 구해주고 난 울며불며 서럽게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정말 완벽하지 않아요?!”이영돈은 손바닥을 마주치며 크게 웃다가 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겼다.“진소흔, 당신의 계획은 완벽하지만 좀 더 완벽해야 해.”“예를 들어 아무도 구조하지 않는다든가...”“뛰어내린 당신의 생사는 그냥 운명에 달렸고 부귀영화는 하늘에 달린 거지.”진소흔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듯 멍한 눈동자로 이영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러면 내가 죽잖아요.”“죽으면 좋지. 당신이 죽어야 불타오르는 데 확실히 기름을 부을 수가 있지.”이영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어느 군주 아래서든 신하들의 희생은 필요한 거야.”“이 소주를 위해 희생한 것이니 당신한테는 행운이나 마찬가지야, 안 그래?”“결국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 자를 위해 용서해야 해...”진소흔은 더욱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럼 좀 더 확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이영돈은 나른하고 권태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떠난 후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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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7장

저녁 6시.화려한 존재감을 뽐내며 저마다 불을 밝히는 시간.항성 빅토리아 항의 야경은 저승길 가는 저승사자도 홀릴 만큼 매혹적이었다.화려한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은 진소흔은 동영상을 무사히 찍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멍한 표정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등대로 향했다.자칫 고결하여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마저 풍기는 것은 그녀의 화려한 의상 때문일 것이다.그녀를 알아본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촬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저마다 스쳐 지나갈 찰나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저장하기 바빴다.6시 15분이 지날 무렵, 의아해하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진소흔은 빅토리아 항에서 가장 높은 등대 꼭대기에 올랐다.그녀는 전망대 가장자리에 서서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었다.바닷바람은 놀랍도록 시렸고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그녀의 뺨에 촉촉하고 짭짭한 바다 내음을 실어 날랐다.진소흔의 그림 같은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고 그녀의 화려한 웨딩드레스는 밤하늘에 달무리처럼 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사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등대 꼭대기에 서 있는 진소흔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하지만 진소흔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등대에서 아래로 몸을 날렸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날리던 순간 전망대 기둥에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그녀를 잡아당겨 안쪽으로 사정없이 던졌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소흔은 땅바닥에 세게 부딪혔다.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버둥거리고 일어서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바로 그때 하현은 냉엄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진소흔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진소흔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허공을 바라보다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아!”진소흔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마침내 희미하게 정신을 차렸다.어두컴컴하고 좁은 공간이 흐릿한 기억을 뚫고 시야에 들어왔다.누군가가 뺨을 때렸고 진소흔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여기저기 쑤셨다.“개자식!”진소흔은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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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8장

진소흔의 얼굴에 의아해하는 표정이 떠오르자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뭔가 생각이 났어?”“생각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내가 힌트가 될 만한 걸 말해 줄게.”“빅토리아 항 광장에 있다가 삼계호텔로 돌아갔는데 당신은 거기서 이영돈을 만났어.”“그리고 당신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어.”“마지막에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여기까지 와서 뛰어내리려고 했어.”“못 믿겠다면 당신 핸드폰을 봐.”진소흔은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열었다.실제로 동영상이 찍혀 있었다.그러나 진소흔은 아무리 봐도 동영상 속의 사람이 자기 같지 않았다.“당신과 이영돈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그의 연극에서 당신은 그냥 죽는 척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죽어야만 그의 연극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거지.”“하수진을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대상으로 만들어서 항도 하 씨 가문의 핵심에서 내려오게 한 뒤 어쩔 수 없이 이걸윤이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려는 수작이지.”“왜냐하면 당신이 죽으면 경찰들이 조사를 할 것이고 당신의 죽음이 하수진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여론은 절대적으로 하수진을 향하고 있을 테니까.”“그들은 상황을 이용해 항성 경찰서장과 심지어 정의를 수호하는 항성 총독까지도 내쫓을 수도 있어.”“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죽음은 이영돈의 손에 예리한 칼이 될 거란 얘기야.”“불난 집에 부채질도 하고 말이야. 완전히 일석이조인 거지!”“대단해! 정말 대단해!”순간 하현은 감탄을 가장해 비아냥거렸다.이런 비열하고 파렴치한 짓을, 사람의 생명을 장기판의 말처럼 쓰는 이런 짓을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가 있는가!그들의 눈에는 사람의 목숨쯤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하찮은 것이었다.하현은 하루 종일 진소흔을 따라다니며 시간을 허비했지만 사건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진소흔은 죽고 하수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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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9장

진소흔은 이영돈과 나눴던 말들을 곰곰이 떠올리다가 문득 깨달았다.하현이 오늘 제때 그녀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녀는 이미 송장으로 발견되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을 것이다.그러나 오후 내내 이영돈과 접촉했던 과정을 떠올리며 자신이 무심코 투신 얘기를 꺼냈던 기억이 떠올랐다.진소흔은 이영돈이 자신을 죽게 할 의도로 그랬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아냐, 그럴 리가 없어...”진소흔은 창백한 얼굴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 선생님이 어떻게 날 죽게 할 수가 있겠어?”“설령 그가 나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난 그에게 있어 쓸 만한 카드야!”“난 그가 같은 편으로 묶고 싶은 사람한테 살랑거리며 다가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그가 날 왜 죽이겠어? 날 죽인다고 뭐 좋은 게 있다고!”“게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하수진에게 누명을 씌우자는 얘기는 내가 먼저 얘기했어!”“내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이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아예 못했을 거야.”“그래서 난 당신 말을 믿을 수가 없어!”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진소흔 앞에 꺼내놓았다.“오후에 당신 방에 틀어져 있던 영화야. 제목은 ”“방에 들어갔을 때 마침 여주인공이 바다에 뛰어내리는 장면을 봤을 거야, 그렇지?”“그걸 보고 당신은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어 하수진을 함정에 빠뜨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이게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당신도 식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잖아. 주변의 환경과 암시가 당신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쯤은 알고 있잖아...”“당신이 감정이 격해져서 빨리 이영돈에게 뭔가 보여주려 했을 때 마침 이 대목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바다에 뛰어들겠다는 말을 하게 된 거야...”“그리고 이영돈의 능력으로. 성전 기사단이라는 간판으로 당신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준 거야. 당신이 깊은 바다에 뛰어들어 정말로 죽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거지...”“그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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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0장

”단물 빠진 껌이야. 토사구팽이라고...”하현은 그간의 일을 말하며 탄식하듯 내뱉었다.“이영돈은 정말 대단해. 어쩐지 도박왕 화풍성마저도 그에게 당해 나한테 도움을 손길을 펼치더라니.”하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진소흔은 여전히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저항하고 있었다.“아니야. 난 당신 말 못 믿어!”“이 선생님은 날 죽이지 않았어. 그럴 리가 없어. 영상을 찍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죽으려 했던 건 내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몽유병에 걸려서 그런 거라구!”이영돈은 그녀에게 영주권을 준 남자나 마찬가지였다.그녀의 가장 큰 물주이자 후원자였다.그녀는 자신의 부귀영화와 미래에 딸려올 고귀함이 모두 이 남자에게서 나온다고 믿었다.이제 그녀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고 이 남자는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진소흔의 성격으로 볼 때 분명 받아들이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다.“몽유병?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하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진소흔, 눈 똑바로 뜨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당신의 능력은 정말 경이로워. 인정! 인정!”“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스스로를 속이려는 의도 아니야?”“그가 가벼운 최면술로 당신한테 심리적 암시를 준 거, 당신 정말 눈치 못 챘어?”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만약 당신이 믿지 못하겠다면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난 당신을 보고 그가 놀라는지 안 놀라는지 시험해 보면 알 거 아니야.”“물론 갑자기 나타난 당신을 그가 죽일지도 몰라. 그건 꼭 염두에 둬.”“그리고 내가 당신을 구한 것은 당신한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살아있는 것이 나한테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하지만 이영돈이 당신을 죽이려 했다는 걸 믿지 않는 한 뭐 내가 아무리 말해 봐야 소용없지.”“당신 알아서 해.”하현은 헛헛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진소흔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건드린 후 명함을 남겼다.“난 이영돈이랑 달라.”“난 책임감 있는 남자거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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