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851 - 챕터 2860

3665 챕터

2851장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상대방에게 무슨 특별한 이력이라도 있습니까?”화풍성은 이미 조사를 마친 듯 천천히 되뇌이며 말했다.“그게 좀 특이해. 노국 귀족 이 씨 집안 자제인데다 성전 기사단의 기사단장 이영돈.”하현은 살짝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노국 귀족 이 씨 집안, 성전 기사단 등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말들이었지만 이영돈이라는 이름은 정말 처음 들었다.“구체적으로 좀 더 말씀해 주세요.”“노국의 이 씨 가문은 당시 항성의 이 씨 가문에서 갈라져 나간 가문이야.”“노국 이 씨 가문의 장손 이름이 이걸윤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예전에는 항성 S4의 우두머리였대. 심성이든 사회적 수완이든 아주 뛰어나다고 해.”“이영돈은 그의 휘하에서 제일가는 맹장이야.”“이걸윤, 이영돈, 항성 이 씨 가문...”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잠시 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한번 가겠습니다. 가서 CCTV를 좀 봐야겠어요.”상대방의 이력과 행동 스타일을 보고 하현은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왕자가 돌아온 건지 강자가 왕림한 것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4시간 후.어둠이 안개처럼 소리 없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다.하현은 도성에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이곳은 원래 도성 화 씨 가문의 화옥현과 대구 정 씨 가문이 합작하여 만든 오락 시설이었다.하지만 설은아는 이미 지분을 포기한 셈이었다.그리고 화 씨 가문 쪽에서는 하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것의 지분을 그에게 넘기려고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이영돈이라는 사람과 이런 일이 생겨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 못했다.하현이 카지노에 도착했을 때 화풍성은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다른 말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어서 오시게. 30분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이영돈이 이미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나와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고 있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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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2장

하현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동영상을 조정하게 하여 이영돈의 정면을 똑바로 보았다.지금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하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한편 이영돈은 자리에 앉은 후 주위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딜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리따운 아가씨가 오셨군요. 오늘 밤도 수고 많으십니다.”“사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 오늘 밤 규칙도 원래 하던 대로라고.”“아무나 보내주셔도 된다고 하세요.”“중간에 바꿔도 아무 상관없어요.”말을 할 때는 온유하다고 할 만큼 위압감이나 권위 의식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영돈은 이웃집 오빠처럼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이런 태도는 주위의 구경꾼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호감도를 급상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카지노의 종업원들마저도 설레게 했다.어찌 되었건 카지노 특성상 돈 많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눈만 뜨면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터였다.그러니 눈앞에 있는 이영돈은 그야말로 종업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고객이었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재미있군요.”“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거나 승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거죠.”“카지노에 왔으니 승패에 연연해하지 않을 리는 없을 테고. 역시 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요.”“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하현이 화풍성을 힐끔 바라보았다.화풍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알았다면 자네한테 전화하지 않았을 거야.”“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잘생긴 외모와 매너를 겸비한 이영돈은 이미 많은 귀족 자제들로부터 구애의 손길을 받으며 도박의 신으로 칭송받는다는군.”“솔직히 말해서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 방식으로 했다면 이영돈 같은 인물은 높은 가격을 치르고라도 명예 지배인으로 앉히거나 직접 주주로 삼았을 거야.”“안타깝게도 상대는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우리 카지노를 노리고 왔지만 말이야.”화풍성의 얼굴에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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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3장

비록 양측은 한판을 더 남겨 놓고 있었지만 나머지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승패는 기울어져 있었다.카지노 측이 한 판을 이긴다고 해도 카지노의 체면이 조금 세워질 뿐이다.하지만 세 판을 모두 지면 화풍성에 내려보낸 이 도박사는 앞으로 계속 이곳에서 지낼 면목이 없을 것이다.오늘 밤도 또 기세가 기울자 화풍성은 난감한 기색을 띠며 하현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자네 뭐 특이한 점이라도 발견한 거 없나?”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 가까이 다가가 몇 군데를 확대해 보다가 딜러와 도박사 사이에 화면을 고정하도록 지시했다.거대한 스크린에 세 얼굴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이영돈의 담담한 얼굴에 비해 나머지 두 사람은 긴장한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화풍성도 이 장면을 보면서 긴장된 기색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 판에서 또 지면 카지노의 지분 60%를 잃는 것뿐만 아니라 15경기를 연속으로 패배하게 된다.그것은 도성 화 씨 가문에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화풍성은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탁!”화면 속에 이영돈은 손가락을 또 한 번 탁 튕기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자, 다음 판 시작해도 되겠죠?”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하현은 두려운 기색이 맴돌았던 중년 남자의 얼굴에 순간 살짝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뭔가 공허한 빛이 감도는 걸 보았다.하현의 표정이 살짝 변하는 걸 본 화풍성은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 도박사는 우리 화 씨 집안에서 직접 고른 사람이야.”“기술도 운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한 사람이지.”“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의 가족들이 우리 가문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아주 풍족하게 잘 살고 있고 우리 화 씨 집안에서는 그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신경 쓰고 있다네.”“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가문을 배신할 리가 없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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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4장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가벼운 최면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이런 최면술은 과거 노국의 성전 기사가 자신들에게 썼던 이른바 성술이었습니다.”“목적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성전 기사라는 것을 스스로 각인시키고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이기고 어떤 싸움에서도 반드시 이긴다는 최면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거는 겁니다.”“어느 정도 전력에 영향을 줄 수 있죠.”“한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자신의 백전백승을 믿는 기사들은 보통의 기사들보다 더 용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상대하기가 더 무섭죠.”“제 예상이 맞는다면 성전 기사단 출신의 기사 대장이 이 최면술을 익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는 상대의 행동을 철저히 통제할 필요도 없이 상대에게 자신이 질 것이라는 심리적 암시를 주기만 하면 됩니다.”“게다가 상대가 진작에 자신감을 잃고 사기가 떨어진 상태라면 당연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요.”화풍성은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심리적 암시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예를 들어 의학적 위약 요법은 심리적 암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다.다만 이러한 심리적 암시는 일반적으로 조건을 충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환자의 경우 자신이 믿었던 전문의가 최면을 걸어야만 심리적 암시가 작용하여 스스로 최면에 걸릴 수 있다.그런데 이런 카지노에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화풍성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그러자 하현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추측이 맞다면 아마 그 손가락 튕기는 소리일 겁니다.”“그 소리가 울리는 순간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이영돈의 손끝을 쳐다보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영돈은 도박사에게 심리적 암시를 던지는 거예요.”“다만 가벼운 최면 상태인 상대에게 심리적 암시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심지어 이런 가벼운 최면을 상대방에게 적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도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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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5장

카지노장 안은 온통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모든 사람들은 도성 화 씨 가문이 그들의 지분 10%를 잃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이영돈이 이렇게 계속 나흘만 더 이기면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주인이 바뀔 것이다.감시실에 있던 화풍성의 안색이 일그러졌다.하현은 방금 말한 대로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이영돈은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통해 상대방에게 심리적 암시를 내렸고 이를 통해 상대를 제압한 뒤 요 며칠 동안 도성 화 씨 가문을 송두리째 거머쥐려 하고 있다.“이영돈, 수완이 보통이 아니군!”화풍성은 심호흡을 하고 일어섰다.“자네 알려주어서 고맙네. 우리 도성의 규율에 따라 카지노장에서 편법을 써서 상대를 속인 자는 손가락이 부러질 거야.”“이영돈은 닷새 연속으로 카지노에 와서는 속임수를 썼어. 사람을 시켜 그의 손을 자르게 할 수 있어.”화풍성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살의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도박왕 화풍성다웠다.“어르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소위 가벼운 최면, 심리적 암시가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CCTV를 통해 이영돈이 손가락을 튕기는 장면만 봤을 뿐이에요.”“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습관을 가지고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둘째,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영돈은 겉으로는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실상 그의 배후에는 엄청난 세력과 배경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세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의 손을 실질적인 증거도 없이 자른다면 일이 제대로 마무리될 리 없잖습니까?”“세 번째,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어르신이 이영돈에게 손을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이영돈은 카지노 지분의 60%를 가지고 있어요!”“그가 화가 나서 이 놀이를 그만하고 싶어진다면 지분 60%를 가지고 카지노의 주인을 바꾸려 할 수도 있어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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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6장

이후 화풍성은 하현의 지시에 따라 슬슬 작업에 돌입했다.그는 이영돈을 만나러 가지 않고 SNS를 통해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이영돈의 지속적인 카지노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동시에 화풍성 측은 진정한 고수를 맞을 만반의 준비에 착수했다고 알렸다.이 소식이 알려진 후 도성 전체가 들썩였다.어찌 되었건 화풍성 같은 카지노계 거물이 이렇게 대중 앞에 전면으로 나선 적은 최근 몇 년 동안 없었다.그런 그가 대중 앞에 나타나 이런 소식을 전한 것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첫째 이전에는 화 씨 집안이 정식으로 이런 일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집안의 체면을 생각해서였다는 것이다.둘째 그럼에도 이번에는 화 씨 집안이 정식으로 개입할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이후에 벌어지는 판에서 만약 화 씨 집안이 이긴다면 화 씨 집안을 둘러싼 모든 의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찬가지로 지게 되면 도성 화 씨 집안은 완전히 체면을 구길 것이다.하현이 보기엔 도성 화 씨 가문 측에선 이미 배수의 진을 친 것이었다.도성의 소란스러운 일은 그 정도로 해 두고 하현은 항성의 가든 별장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을 했다.해변의 상쾌하고 촉촉한 바닷바람은 온 정신을 맑게 일깨워 주는 듯했다.오늘 밤 하현은 도성에 가서 이영돈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이른 아침이기도 한 지금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가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하수진이 이미 외출한 것을 본 하현은 잠시 생각한 끝에 차를 타고 항도 재단으로 향했다.비록 항도 재단은 이제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하수진이 최고 상석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하현은 자신이 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총재실 앞에 와 보니 총재실 안에 이미 모르는 얼굴의 남녀가 와 있는 것이 보였다.남자 둘 여자 둘, 보아하니 그들은 서양인이었고 키가 크고 말쑥한 차림에 마치 자신들의 체취를 감추려는 듯 향수로 목욕을 했는지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딱 봐도 사람들에게 강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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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7장

”당신은 그저 우리 도련님의 선의를 거절했을 뿐이겠지만 도련님으로서는 당신의 거부가 도발이자 선전 포고로 여겨질 수 있어요.”“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라 잘 알겠지만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의 뉴타운이 아니라 노국의 런셀입니다...”“당신은 런셀에서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우리 도련님의 미움을 사게 되는 겁니다.”“그것이 앞으로 항도 재단과 항도 하 씨 가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하수진 아가씨,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이영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하수진에게 은근한 협박의 메시지를 던졌다.“게다가 당신은 항도 재단 집행총재일 뿐이에요.”“당신은 도련님을 거절할 수 있겠지만 항도 재단,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해서 우리 도련님을 거절할 수 있습니까?”“그러니까 거절하지 말고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그렇게 된다면 우리 둘 다 조금씩 물러설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주는 척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말투와 위선적인 미소였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영돈을 지켜보았다.이영돈의 입에서 나오는 도련님이란 사람이 하수진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바로 항성 S4의 우두머리였던 이걸윤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아차렸다.이영돈의 말은 하수진을 설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위장된 협박에 불과했다.하현은 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복도 구석에 서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영돈, 걱정 어린 당신의 충고 잘 받았어요.”이영돈의 위협에도 하수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그건 내 일이니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어요!”“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내 대답은 같습니다. 거절합니다.”“가서 이걸윤에게 전하세요. 나 하수진이 지나가는 거렁뱅이에게 시집을 갈지언정 그에게는 절대 시집가지 않을 거라고요. 다시는 헛된 꿈 꾸지 말라구요!”“아가씨, 소문대로 정말 강하시군요. 아주 성정이 보통이 아닙니다.”이영돈은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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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8장

”거절한다고 했잖아요!”“얼른 꺼져요!”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하수진은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버럭 화부터 냈다.“하 총재, 방금 당신을 상석에 올려준 사람을 이렇게 대할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하현의 목소리를 듣고 마침내 하수진은 뒤를 돌아보았다.하현이 들어온 것을 본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얼른 냉정을 되찾았다.“미안해. 난 또 그 사람이 들어온 줄 알고...”하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미안해할 것 없어.”“마침 방금 밖에 있었는데.”“왜? 집행총재가 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누가 또 와서 문제를 일으킨 거야?”하현은 대화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하수진에게 사적인 공간을 남겨 주었다.그러나 하수진은 숨기는 기색 없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방금 밖에 있었으니 아마 무슨 일인지 짐작했을 거야.”“아까 그 사람 이영돈이라는 사람인데 이걸윤 휘하의 맹장이야. 당신 이영돈을 혹시 알아?”하현은 무심한 듯 말했다.“대충 들어봤지만 잘 몰라.”하수진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이걸윤은 한때 항성과 도성에서 가장 전설적인 인물이었어. 항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항성 이 씨 가문 장손이야.”“다만 그는 노국의 런셀에서 줄곧 자랐어.”“그러다가 6년 전쯤 항성에 나타났지.”“그 몇 년 사이에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분오열된 항성 이 씨 가문을 통합해서 4대 가문 중 최고의 자리에 당당히 올려놓았지.”“그가 있었을 때 항성 이 씨 가문은 항도 하 씨 가문에 비견될 정도였으니까.”“그러나 나중에 그의 야심을 눈치챈 항도 하 씨 가문은 항성 이 씨 가문 내부에서 이장윤을 추켜세우고 이걸윤을 런셀로 내쫓듯이 보내버렸어.”“노국으로 돌아간 뒤 기세가 주저앉은 이걸윤을 보고 사람들은 그가 폐위될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마음에 두지 않았어.”“다시 6년 만에 그가 왕의 귀환을 할 줄은 몰랐어.”“지금 여기 온 사람은 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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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9장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거기에 문주도 포함되는 거야?”하수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아버지는 분명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야. 나와 이걸윤의 혼사에 동의한다면 이는 내가 항도 하 씨 가문의 핵심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걸 의미해.”“하지만 이 혼사를 취소하는 대가가 너무 커서 노부인은 절대 취소하지 않으려고 하실 거야.”“그리고 아버지는 효자셔...”하수진은 고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래서 아마 이번에 난 시집가게 될 것 같아.”“귀족 가문들은 서로 정이 별로 없어. 하물며 난 수양딸에 불과해.”하현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가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이 상황을 보니 역시 이번 일은 당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문주를 겨냥한 것이 분명해.”“문주께서 당신을 이용해 하구천을 견제했잖아.”“이번엔 하구천 쪽에서 아예 끝장을 보려고 손을 쓴 거야. 그래서 이걸윤을 끌어들인 거라고.”“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 제나라처럼 항도 하 씨 가문을 압박해 하구천을 구해내려는 거지.”하현의 말을 듣고 하수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물었다.그 바람에 하마터면 그녀는 어금니를 깨물 뻔했다.“하구천, 개자식!”“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 설마 하구천이 승리의 거만한 미소를 짓는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해?”하현은 옥처럼 부드럽게 미소 짓는 이영돈의 얼굴을 떠올렸고 벌떡 일어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이걸윤이 스스로 파혼하게 만들면 모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그런데 중요한 건 이걸윤이 파혼하겠냐는 거야.”“왕의 귀환이라...”하현은 눈을 희미하게 뜨며 말을 이었다.“이걸윤이 등장한 이 판은 결국 우리와 하구천의 재대결인 셈이야.”“이걸윤의 등장이 왕의 귀환이든 강자의 귀환이든 그건 아무 상관없어.”“우리가 이 판에서 물러난다면 그동안 했던 모든 것은 아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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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0장

요즘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스타 진소흔이 노국에서 영주권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그러자 플랫폼에는 그녀의 영상들로 도배가 되었다.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모두 노국을 찬양하는 말들로 가득했다.하현이 그 영상을 열자 진소흔이 화려한 옷을 입고 청초하고 섹시한 매력을 뽐내는 모습이 보였다.아주 유명한 여배우가 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팬들이 왜 노국의 영주권을 받았냐고 저한테 물어보세요.”“그러면 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신선하고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라고.”“닷새 전 대하에서 비행기를 타고 노국으로 왔을 때였어요.”“노국에 올 때 마스크를 다섯 개 준비했었고 마스크 하나를 꺼내 쓰려고 했죠.”“그런데 노국의 첫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 마스크를 다시 집어넣었어요.”“공기가 너무 상쾌하고 심지어 달달한 맛이 느껴질 정도였어요.”“이해 안 되실지 모르겠지만 전 정말 이런 이유로 노국의 영주권을 신청해 받았어요.”간단하고 짧은 동영상이었지만 수천만 건의 트래픽을 이끌며 인기를 얻고 있었다.영상 아래 댓글에는 진소흔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고 매국노라 칭하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결국 이 영상 때문에 진소흔이 더 관심을 끌게 된 건 부인할 수 없었다.“이 여자...”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영상을 몇 개 더 뒤져보았다.빅데이터 때문인지 진소흔과 연관된 많은 영상들을 손쉽게 볼 수가 있었다.동영상에는 진소흔에 대한 평가가 반반이었지만 대체적으로 젊은이들은 진소흔의 자유분방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했다.비록 수많은 젊은이들의 댓글이 고용된 댓글 부대의 글이라는 걸 하현도 눈치챘지만 여전히 뭔가 거북스럽고 불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런 댓글들이 범람하면 젊은 세대의 가치관은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양심적인 기업들은 이런 일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슬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비록 진소흔은 그에게 있어 별로 큰 존재는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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