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2841 - Chapter 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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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1장

곧 이시카와 다이치가 항도 재단에 들이닥쳐 이런저런 요구를 해댈 것이 분명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얼굴을 맞은 이시카와 다이치가 이렇게 일찍 항도 재단에 올 수 있단 말인가?떠들썩한 가운데 하문성은 냉정을 되찾고 곧 들이닥칠 이시카와 다이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이시카와 다이치, 어서 오세요!”하문성이 일어나 이시카와 일행을 맞을 준비를 하던 그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섬나라 사람 여남은 명을 데리고 회의실에 들어섰다.맨 앞에는 섬나라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그녀는 진중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왔다.그녀의 뒤에는 살짝 움츠린 이시카와 다이치가 있었다.이어 뺨을 맞은 김 비서를 비롯해 보좌관, 법무사, 경호원 등이 눈에 띄었다.하현은 사뭇 흥미진진한 시선을 이시카와 유키코에게 던졌다.보자마자 그녀가 대구에서 그에게 밟혔던 이시카와 유키코란 것을 알아차렸다.이번에 이런 우연한 기회로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잊힐 인물이었다.“이시카와 대표님이 이리 오셨는데 멀리 영접도 못 갔습니다.”“항도 하 씨 가문과 항도 재단을 대표해 이렇게 오신 것에 감사드립니다!”“정말 영광입니다!”하문성도 이시카와 유키코를 알아본 모양이었다.그녀가 나타나자 하문성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한껏 미소를 지으며 이시카와 유키코를 맞았다.재단의 또 다른 이사와 여성 임원들도 모두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나누었다.맹효남은 이시카와 유키코를 알지 못했지만 이시카와 유키코의 기세나 하문성의 태도를 보고 바로 보통 인물이 아님을 눈치챘다.이시카와 유키코의 뒤편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한 채 개처럼 벌벌 떨고 있는 이시카와 다이치가 서 있었다.이 여자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히 짐작할 만했다!절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순간 맹효남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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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2장

하문성은 열정이 가득 넘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시카와 대표님의 일이라면 항도 재단이 능력이 있든 없든 다 해결해 드려야죠.”“항성과 도성에서 제가 해결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아마 우리 항도 재단 사람들이 실수로 이시카와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나 본데 이시카와 대표가 말씀만 하시면 내가 만족할 만한 보답을 드리겠습니다.”하문성은 오늘 이시카와 유키코가 사람들을 동원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어제 일에 대해 단단히 해명을 듣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시카와 유키코가 대구에서부터 친히 이 먼 길을 올 리가 있겠는가?게다가 이렇게 급하게 오다니!어찌 보면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시하라 유키코 측이 아직까진 예의 바르게 자신을 대하는 것도 다 일리가 있다고 하문성은 생각했다.어찌 되었건 먼저 인사를 나눈 후에 후일을 도모해도 도모해야 하는 것 아닌가?섬나라는 예의가 바른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만나더라도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칼을 뽑는다 하지 않던가!그러니 지금 그들이 예의를 차려 미소를 띠는 것도 정상인 것이다.하문성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맹효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함박미소로 입을 열었다.“우리 회장님은 항상 공명정대하시죠. 절대 사사로운 정을 위해 법을 어기실 분이 아니거든요.”“이시카와 대표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말을 마치며 맹효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수진과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맹효남의 생각으로는 이제 이시카와 유키코가 나섰으니 하현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제가 볼일이 좀 있어서 오늘 여기 왔어요.”이시카와 유키코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전 오늘 이시카와 가문을 대표해서 사죄하러 왔습니다.”맹효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사, 사죄하러 왔다고요?”“무릎 꿇어!”이시카와 유키코는 아직 하현을 보진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그녀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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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3장

하문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시카와 유키코,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소주는 하구천이지 하현이 아닙니다.”이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하현은 항도 하 씨 사람이 아니니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하문성은 이시카와 다이치의 곁으로 다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시카와 다이치, 어제 일 나도 들었어요.”“별일도 아니고 이미 다 지난 일이니 이제 일어나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손을 뻗어 이시카와 다이치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시카와 다이치는 그를 무시한 채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자신의 뺨을 계속 때렸다.“하 회장님의 배려에 감사하지만 우리 이시카와 가문에서는 자신이 잘못했다면 인정해야 하는 규율이 있습니다.”“저는 오늘 하현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왔습니다.”이시카와 유키코는 하문성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몸을 숙였다.그녀는 말로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자신의 뜻을 보여준 셈이었다.이를 본 하문성의 얼굴에 약간 언짢은 빛이 스쳤다.이시카와 유키코가 하현에게 이렇게 고개를 숙일 정도로 큰일이 일어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숙이고 있는 이시카와 유키코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지는 않았다.그러자 하문성은 하수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수진아,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해. 맺힌 채로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옛말이 있어.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 해.”“이시카와 대표가 굉장히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됐다고 말씀드려.”하문성의 입장에서는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현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오래 보이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그는 의도적으로 이런 국면을 전환해 보려고 애를 썼다.하수진은 하문성의 말을 무시한 채 하현을 보고만 있었다.오늘 이 일은 하현이 결정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았다.“이시카와 다이치 도련님이 어떻게 무릎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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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4장

하문성과 이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누가 봐도 하현이 그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광경이었다.하수진이 데려온 고문이란 작자가 이시카와 집안사람들을 개처럼 취급하며 무릎을 꿇리고 짓밟아 버렸다.이 광경을 보고 앞으로 항도 재단에서 누가 감히 하수진에게 반항하겠는가?앞으로 하수진이 집행총재로서 자리를 굳건히 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당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사람답게 살게.”이시카와 다이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이시카와 유키코가 그에게 슬쩍 눈길을 던지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하현이 오빠를 용서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바다에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야.”“고맙게 생각해!”이시카와 유키코가 단호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적잖이 실망한 얼굴이었다.섬나라 사람들은 정말 잔인하다.적에게 잔인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잔인했다.하현은 옅은 미소와 함께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시카와 유키코를 쳐다보았다.동시에 섬나라 사람들에게는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만약 자신이 이시카와 유키코를 제압하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 여기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손목이 부러진 사람은 이시카와 다이치가 아니라 자신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번에 꽤나 먼 길을 온 이시카와 유키코가 이렇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니 앞으로 이시카와 가문을 괴롭힐 명분은 사라지게 되었다.말하자면 이시카와 유키코가 보인 이 수법은 두 발 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와도 같은 것이었다.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것은 그녀가 마음먹은 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셈이었다.그래서 지금 공손해 보이는 이시카와 유키코를 눈앞에 두고도 하현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결국 섬나라 민족이 이렇다.굽신거리고 찌질할 때는 한없이 굽신거리고 찌질해 보인다.하지만 그들은 독사 같아서 어두운 구석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어나와 딩신을 모질게 물어뜯을지도 모른다.“하현, 이건 대하 권역에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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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5장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계약서에 딸려 오는 이익만 눈에 보였겠지만 하현은 지금 이시카와 유키코가 계약서 이면에 숨겨 놓은 음흉한 속셈을 간파한 것이다.말인즉슨 하현이 대리점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그는 항도 재단, 나아가서는 항도 하 씨 가문의 눈엣가시로 전락할 것임이 틀림없다.그다음의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자신을 죽이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싸움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이시카와 유키코는 하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마찬가지로 항도 하 씨 가문은 5대 문벌 중 하나로서 실로 어마어마한, 감히 예측할 수도 없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이런 양측이 정말 쉬지 않고 싸우면 그 싸움은 양측 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하 상류층에까지 번질 것이다.3년 동안 독점 계약이라는 미끼를 던져 놓고 하현과 항도 하 씨 가문 둘 다 죽여 버리려는 속셈이었다.대하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섬나라 사람들에게 이것은 손해 볼 것 없는 안정적인 거래였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현은 손을 내밀어 이시카와 유키코의 옥같이 아름다운 턱을 치켜올리고는 입을 열었다.“이시카와 아가씨, 3년 독점 계약으로는 부족해.”“두 가지 조건이 더 있어.”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이시카와 유키코는 이내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요구하는 건 뭐든지 우리 이시카와 가문에서 들어줄게요.”“그래, 좋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첫째, 3년 동안 대하 지역의 독점 계약으로는 부족해. 난 당신네 섬나라 본토를 포함한 극동 지역의 독점 계약도 원해.”이시카와 유키코는 흠칫 놀랐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좋아요. 들어드리죠.”“둘째, 3년 동안 극동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각지에서 우리도 이시카와 그룹의 모든 물건을 팔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거지.”이시카와 유키코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잠자코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이시카와 유키코는 원하는 바를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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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6장

하수진이 독점 판권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음으로써 이시카와 그룹 사태가 일단락되었다.또한 이것은 하수진이 항도 재단에서, 심지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상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했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꽁무니를 내빼는 이시카와 유키코 일행을 지켜보던 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맹효남에게 시선을 돌렸다.맹효남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쳤고 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맹 부장님, 어제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하시죠?”“내가 오늘 이시카와 그룹과의 계약을 따내면 당신은 당장 짐을 싸서 물러나야 한다는 약속 말이에요.”“이제 계약은 성사되었는데 부장님은 언제 짐을 싸실 생각입니까?”하현의 말을 들은 임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현의 시선을 피하듯 서로를 쳐다보았다.이 시점에서 하현이 그 일을 언급할 줄은 몰랐다.맹효남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신음하듯 더듬거렸다.“나, 내, 내가...”“나 뭐요?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순간 하문성이 세상 정의롭고 늠름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맹효남, 하 고문과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어서 나가.”“여러 해 동안 우리 항도 재단을 위해 일해 온 노고를 생각해 퇴직금으로 1년 치 연봉을 줄 테니 앞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여기 어서 돈 줘서 보내!”하문성은 정의롭고 호방한 듯이 행동했지만 사실은 은밀히 맹효남을 감싸 준 것이었다.어찌 되었건 하수진과 하현이 이시카와 그룹의 대리점 계약을 손에 넣었다.게다가 조금 이익이 남는 게 아닌 막대한 이윤을 볼 수 있는 계약이었다.이런 상황에서 하문성도 함부로 하수진의 미움을 사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쓸데없이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하문성의 말이 떨어지자 비서가 맹효남을 데려가려고 다가왔다.하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하현이 앞으로 나서며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잠깐만요, 하 회장님.”“회장님이 회장님의 오랜 최측근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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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7장

”당신 정말!”하문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결국 차가운 표정으로 하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해서 하문성은 항도 재단에서 절대적인 신망을 잃게 되었다.하수진이 그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개자식!”빅토리아 항에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온 후에도 하문성은 완전히 냉정해질 수 없었다.그의 손에 든 찻잔이 끊임없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그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 주었다.그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하구천에게로 향했다.“구천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함부로 넷째네를 건드리지 말라고. 특히 당난영은 주의해야 할 인물이야. 절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돼.”“그 여자는 문주의 가장 큰 역린이라고.”“무슨 일이 있어도 건드리지 말아야 됐어!”“그런데 넌 어땠니? 그 여자를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넷째를 격노하게 했고 지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양딸을 상석에 앉혀 너와 경합하게 만들었어!”“이제 어떻게 할 거야?”“노부인 생신날까지 이제 닷새 남았어.”“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생겼으니 원.”“까딱 잘못하다간 항도 재단이 그 계집애의 손에 넘어갈 판이야...”“이시카와 그룹이 치욕스럽게 머리를 조아리며 하수진과 독점 계약을 했다는 게 관건이야.”“하수진이 독점 계약권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항도 재단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야...”하문성은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되새겨 보았다.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움이 앞섰다.하현과 하수진이 별다른 공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그가 놓은 함정에서 벗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항도 재단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보 후퇴하는 능수능란한 수를 썼다는 것이다.이렇게 계속 끌려가다간 항도 재단의 모든 발언권을 그 천한 하수진에게 다 뺏길지도 모른다.그것은 하문성으로서는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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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8장

하백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문성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빠, 이번 일이 모두 나와 구천이 잘못이라는 거야?”“오빠한테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해서 우리가 이렇게 큰 손해를 봤다는 거냐고?”하문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백진아, 내 말은 그게 아니야.”“정확한 자료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말하는 거야.”“이제 와서 누구를 탓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하 씨 그놈이 음흉하고 악랄한 것을 탓해야 하고 하수진 그 계집애가 교활한 걸 탓해야지. 그 둘이 손을 잡고 우릴 맞설 줄은 정말 몰랐어!”“아버지, 이번 일은 순전히 제 잘못이에요.”침묵하고 있던 하구천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그는 하문성 앞으로 다가가 몸을 굽혔다.“제가 하현을 얕잡아 봤어요.”“난 하수진 같은 애는 단칼이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여자가 항도 재단에 들어간들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고 방심했던 거예요.”“그런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요.”“하현이든 하수진이든 모두 쉽지 않은 상대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아버지가 지금 화를 내시는 건 이해하지만 이런 일로 아버지와 고모 사이에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모든 잘못은 사실 하현과 하수진에게 있어요.”“나한테도 물론 있구요.”“하지만 지금 급선무는 서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기세가 오른 하수진을 꺾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하수진의 명성에 기세까지 갖춘다면 앞날은 정말 장담할 수가 없어요. 할머니의 생신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두려워요.”하구천의 말을 듣고 하문성과 하백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들에게 지금 이런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일은 노부인의 생신날 하구천이 정식으로 후계자 자리를 꿰차는 일이었다.하지만 하수진의 부상이 하구천의 지위를 무섭게 위협하고 있었다.이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두려운 일이었다.하문성은 항성에서 가장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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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9장

이걸윤을 돌아오게 하려고 하구천이 음모를 꾸미고 있던 그때 하현은 항성에서 걸려온 전화에 낮잠을 깼다.핸드폰에 뜬 번호를 보고 하현은 몹시 의아해했다.도박왕 화풍성 이 늙은 여우가 예전부터 정식으로 대구 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하현의 명의로 넘기겠다고 했지만 이 일은 결국 실행되지 않았었다.게다가 하현과 화 씨 집안의 관계는 이미 많이 가까워져서 모두 같은 진영 사람이라 생각한 탓인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된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화풍성이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어찌 되었건 늙은 여우 같은 화풍성이 아무 일도 없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리는 만무했다.잠시 고민한 후 핸드폰이 두 번째로 울렸을 때 하현은 비로소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이 눈치챌까 조심스러웠는지 화풍성은 얼른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자네, 왜 이렇게 한동안 연락이 뜸했나?”“설마 항성에서 너무 재미있게 노느라 도성에 처박혀 있는 나 같은 늙은이 잊은 건 아니지? 그렇게 재미있는가?”하현은 차분하게 말했다.“어르신, 그럴리가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 맞은편에서 화풍성은 멋쩍은 듯 침을 삼켰다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아니야, 별일 없어.”“별일 없다구요?”하현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별일 없는데 어르신이 이렇게 전화를 하신다구요? 어르신은 제가 도성에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하시는군요, 그렇죠?”화풍성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별건 아닌데. 자네한테 주려던 지분을 손님한테 잃을 것 같아서 말이야.”“그렇지만 자네 걱정하지 말게. 내가 이미 다 손을 써 두었네. 이 까다로운 손님을 해결할 방법을 다 생각해 뒀어!”“어차피 우리 같이 카지노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두려워하겠나, 안 그래?”화풍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하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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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0장

화풍성의 목소리에는 속절없이 당한 것에 대해 난감해하는 빛이 역력했다.“우리 화 씨 집안이 도성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카지노를 운영해 도박왕이라고 불렸는데 노년에 이렇게 망신을 당할 줄은 몰랐어...”“하지만 자네 걱정하지 마.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뺏기더라도 다른 도박장으로 꼭 보상해 주겠네.”“자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이니까.”화풍성의 말 속에는 자존심을 세우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구원의 손길을 구하고는 있었지만 집안의 자존심도 지키려고 무척 애쓰는 모습이었다.하현은 헛웃음이 났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얼굴색을 가다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어르신. 더 이상 농담은 집어치우겠습니다.”“자,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지금 화 씨 집안과 싸우는 상대는 매우 까다로운 사람인 거죠?”“확실히 까다롭긴 하지만 뭐 내 손으로 통제할 수는 있지...”화풍성은 잠시 침묵한 뒤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그는 하현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좋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너무 까다로워.”“상대방이 네 번 왔는데 올 때마다 딱 세 판만 해. 세 판 중에 두 판은 완승. 21점으로 완벽한 블랙잭이었지!”“나흘 연속으로 우린 졌어.”“첫날과 둘째 날은 우리가 보통 실력의 사람을 내보내서 졌으니 뭐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하지만 3일 차, 4일 차에는 우리도 진짜 고수를 내보냈거든. 그런데도 졌어...”이 말을 했을 때 화풍성은 자신도 모르게 어이가 없는지 말꼬리를 흐렸다.당당했던 카지노 집안이 상대방에게 네 번이나 연달아 지다니!이 일은 정말 입 밖에 내기도 창피했다.사실 이 일은 벌써부터 며칠 동안 도성을 떠들썩하게 했다.하지만 하현이 계속 항성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성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줄 몰랐을 뿐이다.하현은 핸드폰을 쥐고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뒤 침착하게 말했다.“상대방이 나흘 연달아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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