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풍성의 목소리에는 속절없이 당한 것에 대해 난감해하는 빛이 역력했다.“우리 화 씨 집안이 도성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카지노를 운영해 도박왕이라고 불렸는데 노년에 이렇게 망신을 당할 줄은 몰랐어...”“하지만 자네 걱정하지 마.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뺏기더라도 다른 도박장으로 꼭 보상해 주겠네.”“자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이니까.”화풍성의 말 속에는 자존심을 세우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구원의 손길을 구하고는 있었지만 집안의 자존심도 지키려고 무척 애쓰는 모습이었다.하현은 헛웃음이 났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얼굴색을 가다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어르신. 더 이상 농담은 집어치우겠습니다.”“자,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지금 화 씨 집안과 싸우는 상대는 매우 까다로운 사람인 거죠?”“확실히 까다롭긴 하지만 뭐 내 손으로 통제할 수는 있지...”화풍성은 잠시 침묵한 뒤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그는 하현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좋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너무 까다로워.”“상대방이 네 번 왔는데 올 때마다 딱 세 판만 해. 세 판 중에 두 판은 완승. 21점으로 완벽한 블랙잭이었지!”“나흘 연속으로 우린 졌어.”“첫날과 둘째 날은 우리가 보통 실력의 사람을 내보내서 졌으니 뭐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하지만 3일 차, 4일 차에는 우리도 진짜 고수를 내보냈거든. 그런데도 졌어...”이 말을 했을 때 화풍성은 자신도 모르게 어이가 없는지 말꼬리를 흐렸다.당당했던 카지노 집안이 상대방에게 네 번이나 연달아 지다니!이 일은 정말 입 밖에 내기도 창피했다.사실 이 일은 벌써부터 며칠 동안 도성을 떠들썩하게 했다.하지만 하현이 계속 항성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성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줄 몰랐을 뿐이다.하현은 핸드폰을 쥐고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뒤 침착하게 말했다.“상대방이 나흘 연달아 카지노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상대방에게 무슨 특별한 이력이라도 있습니까?”화풍성은 이미 조사를 마친 듯 천천히 되뇌이며 말했다.“그게 좀 특이해. 노국 귀족 이 씨 집안 자제인데다 성전 기사단의 기사단장 이영돈.”하현은 살짝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노국 귀족 이 씨 집안, 성전 기사단 등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말들이었지만 이영돈이라는 이름은 정말 처음 들었다.“구체적으로 좀 더 말씀해 주세요.”“노국의 이 씨 가문은 당시 항성의 이 씨 가문에서 갈라져 나간 가문이야.”“노국 이 씨 가문의 장손 이름이 이걸윤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예전에는 항성 S4의 우두머리였대. 심성이든 사회적 수완이든 아주 뛰어나다고 해.”“이영돈은 그의 휘하에서 제일가는 맹장이야.”“이걸윤, 이영돈, 항성 이 씨 가문...”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잠시 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한번 가겠습니다. 가서 CCTV를 좀 봐야겠어요.”상대방의 이력과 행동 스타일을 보고 하현은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왕자가 돌아온 건지 강자가 왕림한 것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4시간 후.어둠이 안개처럼 소리 없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다.하현은 도성에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이곳은 원래 도성 화 씨 가문의 화옥현과 대구 정 씨 가문이 합작하여 만든 오락 시설이었다.하지만 설은아는 이미 지분을 포기한 셈이었다.그리고 화 씨 가문 쪽에서는 하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것의 지분을 그에게 넘기려고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이영돈이라는 사람과 이런 일이 생겨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 못했다.하현이 카지노에 도착했을 때 화풍성은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다른 말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어서 오시게. 30분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이영돈이 이미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나와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고 있다고 하네.”
하현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동영상을 조정하게 하여 이영돈의 정면을 똑바로 보았다.지금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하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한편 이영돈은 자리에 앉은 후 주위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딜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리따운 아가씨가 오셨군요. 오늘 밤도 수고 많으십니다.”“사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 오늘 밤 규칙도 원래 하던 대로라고.”“아무나 보내주셔도 된다고 하세요.”“중간에 바꿔도 아무 상관없어요.”말을 할 때는 온유하다고 할 만큼 위압감이나 권위 의식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영돈은 이웃집 오빠처럼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이런 태도는 주위의 구경꾼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호감도를 급상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카지노의 종업원들마저도 설레게 했다.어찌 되었건 카지노 특성상 돈 많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눈만 뜨면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터였다.그러니 눈앞에 있는 이영돈은 그야말로 종업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고객이었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재미있군요.”“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거나 승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거죠.”“카지노에 왔으니 승패에 연연해하지 않을 리는 없을 테고. 역시 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요.”“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하현이 화풍성을 힐끔 바라보았다.화풍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알았다면 자네한테 전화하지 않았을 거야.”“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잘생긴 외모와 매너를 겸비한 이영돈은 이미 많은 귀족 자제들로부터 구애의 손길을 받으며 도박의 신으로 칭송받는다는군.”“솔직히 말해서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 방식으로 했다면 이영돈 같은 인물은 높은 가격을 치르고라도 명예 지배인으로 앉히거나 직접 주주로 삼았을 거야.”“안타깝게도 상대는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우리 카지노를 노리고 왔지만 말이야.”화풍성의 얼굴에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양측은 한판을 더 남겨 놓고 있었지만 나머지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승패는 기울어져 있었다.카지노 측이 한 판을 이긴다고 해도 카지노의 체면이 조금 세워질 뿐이다.하지만 세 판을 모두 지면 화풍성에 내려보낸 이 도박사는 앞으로 계속 이곳에서 지낼 면목이 없을 것이다.오늘 밤도 또 기세가 기울자 화풍성은 난감한 기색을 띠며 하현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자네 뭐 특이한 점이라도 발견한 거 없나?”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 가까이 다가가 몇 군데를 확대해 보다가 딜러와 도박사 사이에 화면을 고정하도록 지시했다.거대한 스크린에 세 얼굴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이영돈의 담담한 얼굴에 비해 나머지 두 사람은 긴장한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화풍성도 이 장면을 보면서 긴장된 기색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 판에서 또 지면 카지노의 지분 60%를 잃는 것뿐만 아니라 15경기를 연속으로 패배하게 된다.그것은 도성 화 씨 가문에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화풍성은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탁!”화면 속에 이영돈은 손가락을 또 한 번 탁 튕기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자, 다음 판 시작해도 되겠죠?”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하현은 두려운 기색이 맴돌았던 중년 남자의 얼굴에 순간 살짝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뭔가 공허한 빛이 감도는 걸 보았다.하현의 표정이 살짝 변하는 걸 본 화풍성은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 도박사는 우리 화 씨 집안에서 직접 고른 사람이야.”“기술도 운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한 사람이지.”“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의 가족들이 우리 가문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아주 풍족하게 잘 살고 있고 우리 화 씨 집안에서는 그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신경 쓰고 있다네.”“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가문을 배신할 리가 없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가벼운 최면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이런 최면술은 과거 노국의 성전 기사가 자신들에게 썼던 이른바 성술이었습니다.”“목적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성전 기사라는 것을 스스로 각인시키고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이기고 어떤 싸움에서도 반드시 이긴다는 최면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거는 겁니다.”“어느 정도 전력에 영향을 줄 수 있죠.”“한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자신의 백전백승을 믿는 기사들은 보통의 기사들보다 더 용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상대하기가 더 무섭죠.”“제 예상이 맞는다면 성전 기사단 출신의 기사 대장이 이 최면술을 익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는 상대의 행동을 철저히 통제할 필요도 없이 상대에게 자신이 질 것이라는 심리적 암시를 주기만 하면 됩니다.”“게다가 상대가 진작에 자신감을 잃고 사기가 떨어진 상태라면 당연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요.”화풍성은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심리적 암시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예를 들어 의학적 위약 요법은 심리적 암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다.다만 이러한 심리적 암시는 일반적으로 조건을 충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환자의 경우 자신이 믿었던 전문의가 최면을 걸어야만 심리적 암시가 작용하여 스스로 최면에 걸릴 수 있다.그런데 이런 카지노에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화풍성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그러자 하현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추측이 맞다면 아마 그 손가락 튕기는 소리일 겁니다.”“그 소리가 울리는 순간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이영돈의 손끝을 쳐다보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영돈은 도박사에게 심리적 암시를 던지는 거예요.”“다만 가벼운 최면 상태인 상대에게 심리적 암시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심지어 이런 가벼운 최면을 상대방에게 적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도 합
카지노장 안은 온통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모든 사람들은 도성 화 씨 가문이 그들의 지분 10%를 잃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이영돈이 이렇게 계속 나흘만 더 이기면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주인이 바뀔 것이다.감시실에 있던 화풍성의 안색이 일그러졌다.하현은 방금 말한 대로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이영돈은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통해 상대방에게 심리적 암시를 내렸고 이를 통해 상대를 제압한 뒤 요 며칠 동안 도성 화 씨 가문을 송두리째 거머쥐려 하고 있다.“이영돈, 수완이 보통이 아니군!”화풍성은 심호흡을 하고 일어섰다.“자네 알려주어서 고맙네. 우리 도성의 규율에 따라 카지노장에서 편법을 써서 상대를 속인 자는 손가락이 부러질 거야.”“이영돈은 닷새 연속으로 카지노에 와서는 속임수를 썼어. 사람을 시켜 그의 손을 자르게 할 수 있어.”화풍성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살의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도박왕 화풍성다웠다.“어르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소위 가벼운 최면, 심리적 암시가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CCTV를 통해 이영돈이 손가락을 튕기는 장면만 봤을 뿐이에요.”“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습관을 가지고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둘째,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영돈은 겉으로는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실상 그의 배후에는 엄청난 세력과 배경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세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의 손을 실질적인 증거도 없이 자른다면 일이 제대로 마무리될 리 없잖습니까?”“세 번째,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어르신이 이영돈에게 손을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이영돈은 카지노 지분의 60%를 가지고 있어요!”“그가 화가 나서 이 놀이를 그만하고 싶어진다면 지분 60%를 가지고 카지노의 주인을 바꾸려 할 수도 있어요. 아
이후 화풍성은 하현의 지시에 따라 슬슬 작업에 돌입했다.그는 이영돈을 만나러 가지 않고 SNS를 통해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이영돈의 지속적인 카지노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동시에 화풍성 측은 진정한 고수를 맞을 만반의 준비에 착수했다고 알렸다.이 소식이 알려진 후 도성 전체가 들썩였다.어찌 되었건 화풍성 같은 카지노계 거물이 이렇게 대중 앞에 전면으로 나선 적은 최근 몇 년 동안 없었다.그런 그가 대중 앞에 나타나 이런 소식을 전한 것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첫째 이전에는 화 씨 집안이 정식으로 이런 일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집안의 체면을 생각해서였다는 것이다.둘째 그럼에도 이번에는 화 씨 집안이 정식으로 개입할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이후에 벌어지는 판에서 만약 화 씨 집안이 이긴다면 화 씨 집안을 둘러싼 모든 의혹들이 사라질 것이다.마찬가지로 지게 되면 도성 화 씨 집안은 완전히 체면을 구길 것이다.하현이 보기엔 도성 화 씨 가문 측에선 이미 배수의 진을 친 것이었다.도성의 소란스러운 일은 그 정도로 해 두고 하현은 항성의 가든 별장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을 했다.해변의 상쾌하고 촉촉한 바닷바람은 온 정신을 맑게 일깨워 주는 듯했다.오늘 밤 하현은 도성에 가서 이영돈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이른 아침이기도 한 지금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가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하수진이 이미 외출한 것을 본 하현은 잠시 생각한 끝에 차를 타고 항도 재단으로 향했다.비록 항도 재단은 이제 전반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하수진이 최고 상석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하현은 자신이 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총재실 앞에 와 보니 총재실 안에 이미 모르는 얼굴의 남녀가 와 있는 것이 보였다.남자 둘 여자 둘, 보아하니 그들은 서양인이었고 키가 크고 말쑥한 차림에 마치 자신들의 체취를 감추려는 듯 향수로 목욕을 했는지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딱 봐도 사람들에게 강한 인
”당신은 그저 우리 도련님의 선의를 거절했을 뿐이겠지만 도련님으로서는 당신의 거부가 도발이자 선전 포고로 여겨질 수 있어요.”“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라 잘 알겠지만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의 뉴타운이 아니라 노국의 런셀입니다...”“당신은 런셀에서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우리 도련님의 미움을 사게 되는 겁니다.”“그것이 앞으로 항도 재단과 항도 하 씨 가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하수진 아가씨,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이영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하수진에게 은근한 협박의 메시지를 던졌다.“게다가 당신은 항도 재단 집행총재일 뿐이에요.”“당신은 도련님을 거절할 수 있겠지만 항도 재단,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해서 우리 도련님을 거절할 수 있습니까?”“그러니까 거절하지 말고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그렇게 된다면 우리 둘 다 조금씩 물러설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주는 척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말투와 위선적인 미소였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영돈을 지켜보았다.이영돈의 입에서 나오는 도련님이란 사람이 하수진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바로 항성 S4의 우두머리였던 이걸윤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아차렸다.이영돈의 말은 하수진을 설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위장된 협박에 불과했다.하현은 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복도 구석에 서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영돈, 걱정 어린 당신의 충고 잘 받았어요.”이영돈의 위협에도 하수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그건 내 일이니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어요!”“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내 대답은 같습니다. 거절합니다.”“가서 이걸윤에게 전하세요. 나 하수진이 지나가는 거렁뱅이에게 시집을 갈지언정 그에게는 절대 시집가지 않을 거라고요. 다시는 헛된 꿈 꾸지 말라구요!”“아가씨, 소문대로 정말 강하시군요. 아주 성정이 보통이 아닙니다.”이영돈은 어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