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정말!”하문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결국 차가운 표정으로 하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해서 하문성은 항도 재단에서 절대적인 신망을 잃게 되었다.하수진이 그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개자식!”빅토리아 항에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온 후에도 하문성은 완전히 냉정해질 수 없었다.그의 손에 든 찻잔이 끊임없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그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 주었다.그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하구천에게로 향했다.“구천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함부로 넷째네를 건드리지 말라고. 특히 당난영은 주의해야 할 인물이야. 절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돼.”“그 여자는 문주의 가장 큰 역린이라고.”“무슨 일이 있어도 건드리지 말아야 됐어!”“그런데 넌 어땠니? 그 여자를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넷째를 격노하게 했고 지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양딸을 상석에 앉혀 너와 경합하게 만들었어!”“이제 어떻게 할 거야?”“노부인 생신날까지 이제 닷새 남았어.”“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생겼으니 원.”“까딱 잘못하다간 항도 재단이 그 계집애의 손에 넘어갈 판이야...”“이시카와 그룹이 치욕스럽게 머리를 조아리며 하수진과 독점 계약을 했다는 게 관건이야.”“하수진이 독점 계약권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항도 재단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야...”하문성은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되새겨 보았다.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움이 앞섰다.하현과 하수진이 별다른 공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그가 놓은 함정에서 벗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항도 재단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보 후퇴하는 능수능란한 수를 썼다는 것이다.이렇게 계속 끌려가다간 항도 재단의 모든 발언권을 그 천한 하수진에게 다 뺏길지도 모른다.그것은 하문성으로서는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하백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문성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빠, 이번 일이 모두 나와 구천이 잘못이라는 거야?”“오빠한테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해서 우리가 이렇게 큰 손해를 봤다는 거냐고?”하문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백진아, 내 말은 그게 아니야.”“정확한 자료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말하는 거야.”“이제 와서 누구를 탓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하 씨 그놈이 음흉하고 악랄한 것을 탓해야 하고 하수진 그 계집애가 교활한 걸 탓해야지. 그 둘이 손을 잡고 우릴 맞설 줄은 정말 몰랐어!”“아버지, 이번 일은 순전히 제 잘못이에요.”침묵하고 있던 하구천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그는 하문성 앞으로 다가가 몸을 굽혔다.“제가 하현을 얕잡아 봤어요.”“난 하수진 같은 애는 단칼이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여자가 항도 재단에 들어간들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고 방심했던 거예요.”“그런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요.”“하현이든 하수진이든 모두 쉽지 않은 상대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아버지가 지금 화를 내시는 건 이해하지만 이런 일로 아버지와 고모 사이에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모든 잘못은 사실 하현과 하수진에게 있어요.”“나한테도 물론 있구요.”“하지만 지금 급선무는 서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기세가 오른 하수진을 꺾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하수진의 명성에 기세까지 갖춘다면 앞날은 정말 장담할 수가 없어요. 할머니의 생신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두려워요.”하구천의 말을 듣고 하문성과 하백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들에게 지금 이런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일은 노부인의 생신날 하구천이 정식으로 후계자 자리를 꿰차는 일이었다.하지만 하수진의 부상이 하구천의 지위를 무섭게 위협하고 있었다.이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두려운 일이었다.하문성은 항성에서 가장 잘
이걸윤을 돌아오게 하려고 하구천이 음모를 꾸미고 있던 그때 하현은 항성에서 걸려온 전화에 낮잠을 깼다.핸드폰에 뜬 번호를 보고 하현은 몹시 의아해했다.도박왕 화풍성 이 늙은 여우가 예전부터 정식으로 대구 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하현의 명의로 넘기겠다고 했지만 이 일은 결국 실행되지 않았었다.게다가 하현과 화 씨 집안의 관계는 이미 많이 가까워져서 모두 같은 진영 사람이라 생각한 탓인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된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화풍성이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어찌 되었건 늙은 여우 같은 화풍성이 아무 일도 없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리는 만무했다.잠시 고민한 후 핸드폰이 두 번째로 울렸을 때 하현은 비로소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이 눈치챌까 조심스러웠는지 화풍성은 얼른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자네, 왜 이렇게 한동안 연락이 뜸했나?”“설마 항성에서 너무 재미있게 노느라 도성에 처박혀 있는 나 같은 늙은이 잊은 건 아니지? 그렇게 재미있는가?”하현은 차분하게 말했다.“어르신, 그럴리가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 맞은편에서 화풍성은 멋쩍은 듯 침을 삼켰다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아니야, 별일 없어.”“별일 없다구요?”하현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별일 없는데 어르신이 이렇게 전화를 하신다구요? 어르신은 제가 도성에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하시는군요, 그렇죠?”화풍성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별건 아닌데. 자네한테 주려던 지분을 손님한테 잃을 것 같아서 말이야.”“그렇지만 자네 걱정하지 말게. 내가 이미 다 손을 써 두었네. 이 까다로운 손님을 해결할 방법을 다 생각해 뒀어!”“어차피 우리 같이 카지노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두려워하겠나, 안 그래?”화풍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하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화풍성의 목소리에는 속절없이 당한 것에 대해 난감해하는 빛이 역력했다.“우리 화 씨 집안이 도성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카지노를 운영해 도박왕이라고 불렸는데 노년에 이렇게 망신을 당할 줄은 몰랐어...”“하지만 자네 걱정하지 마. 대구 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뺏기더라도 다른 도박장으로 꼭 보상해 주겠네.”“자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이니까.”화풍성의 말 속에는 자존심을 세우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구원의 손길을 구하고는 있었지만 집안의 자존심도 지키려고 무척 애쓰는 모습이었다.하현은 헛웃음이 났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얼굴색을 가다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어르신. 더 이상 농담은 집어치우겠습니다.”“자,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지금 화 씨 집안과 싸우는 상대는 매우 까다로운 사람인 거죠?”“확실히 까다롭긴 하지만 뭐 내 손으로 통제할 수는 있지...”화풍성은 잠시 침묵한 뒤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그는 하현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좋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너무 까다로워.”“상대방이 네 번 왔는데 올 때마다 딱 세 판만 해. 세 판 중에 두 판은 완승. 21점으로 완벽한 블랙잭이었지!”“나흘 연속으로 우린 졌어.”“첫날과 둘째 날은 우리가 보통 실력의 사람을 내보내서 졌으니 뭐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하지만 3일 차, 4일 차에는 우리도 진짜 고수를 내보냈거든. 그런데도 졌어...”이 말을 했을 때 화풍성은 자신도 모르게 어이가 없는지 말꼬리를 흐렸다.당당했던 카지노 집안이 상대방에게 네 번이나 연달아 지다니!이 일은 정말 입 밖에 내기도 창피했다.사실 이 일은 벌써부터 며칠 동안 도성을 떠들썩하게 했다.하지만 하현이 계속 항성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성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줄 몰랐을 뿐이다.하현은 핸드폰을 쥐고 차를 한 잔 따라 마신 뒤 침착하게 말했다.“상대방이 나흘 연달아 카지노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상대방에게 무슨 특별한 이력이라도 있습니까?”화풍성은 이미 조사를 마친 듯 천천히 되뇌이며 말했다.“그게 좀 특이해. 노국 귀족 이 씨 집안 자제인데다 성전 기사단의 기사단장 이영돈.”하현은 살짝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노국 귀족 이 씨 집안, 성전 기사단 등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말들이었지만 이영돈이라는 이름은 정말 처음 들었다.“구체적으로 좀 더 말씀해 주세요.”“노국의 이 씨 가문은 당시 항성의 이 씨 가문에서 갈라져 나간 가문이야.”“노국 이 씨 가문의 장손 이름이 이걸윤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예전에는 항성 S4의 우두머리였대. 심성이든 사회적 수완이든 아주 뛰어나다고 해.”“이영돈은 그의 휘하에서 제일가는 맹장이야.”“이걸윤, 이영돈, 항성 이 씨 가문...”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잠시 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한번 가겠습니다. 가서 CCTV를 좀 봐야겠어요.”상대방의 이력과 행동 스타일을 보고 하현은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왕자가 돌아온 건지 강자가 왕림한 것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4시간 후.어둠이 안개처럼 소리 없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다.하현은 도성에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이곳은 원래 도성 화 씨 가문의 화옥현과 대구 정 씨 가문이 합작하여 만든 오락 시설이었다.하지만 설은아는 이미 지분을 포기한 셈이었다.그리고 화 씨 가문 쪽에서는 하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것의 지분을 그에게 넘기려고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이영돈이라는 사람과 이런 일이 생겨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 못했다.하현이 카지노에 도착했을 때 화풍성은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다른 말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어서 오시게. 30분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이영돈이 이미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나와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고 있다고 하네.”
하현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동영상을 조정하게 하여 이영돈의 정면을 똑바로 보았다.지금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하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한편 이영돈은 자리에 앉은 후 주위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딜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리따운 아가씨가 오셨군요. 오늘 밤도 수고 많으십니다.”“사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 오늘 밤 규칙도 원래 하던 대로라고.”“아무나 보내주셔도 된다고 하세요.”“중간에 바꿔도 아무 상관없어요.”말을 할 때는 온유하다고 할 만큼 위압감이나 권위 의식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영돈은 이웃집 오빠처럼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이런 태도는 주위의 구경꾼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호감도를 급상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카지노의 종업원들마저도 설레게 했다.어찌 되었건 카지노 특성상 돈 많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눈만 뜨면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터였다.그러니 눈앞에 있는 이영돈은 그야말로 종업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고객이었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재미있군요.”“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거나 승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거죠.”“카지노에 왔으니 승패에 연연해하지 않을 리는 없을 테고. 역시 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요.”“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하현이 화풍성을 힐끔 바라보았다.화풍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알았다면 자네한테 전화하지 않았을 거야.”“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잘생긴 외모와 매너를 겸비한 이영돈은 이미 많은 귀족 자제들로부터 구애의 손길을 받으며 도박의 신으로 칭송받는다는군.”“솔직히 말해서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 방식으로 했다면 이영돈 같은 인물은 높은 가격을 치르고라도 명예 지배인으로 앉히거나 직접 주주로 삼았을 거야.”“안타깝게도 상대는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우리 카지노를 노리고 왔지만 말이야.”화풍성의 얼굴에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양측은 한판을 더 남겨 놓고 있었지만 나머지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승패는 기울어져 있었다.카지노 측이 한 판을 이긴다고 해도 카지노의 체면이 조금 세워질 뿐이다.하지만 세 판을 모두 지면 화풍성에 내려보낸 이 도박사는 앞으로 계속 이곳에서 지낼 면목이 없을 것이다.오늘 밤도 또 기세가 기울자 화풍성은 난감한 기색을 띠며 하현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자네 뭐 특이한 점이라도 발견한 거 없나?”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 가까이 다가가 몇 군데를 확대해 보다가 딜러와 도박사 사이에 화면을 고정하도록 지시했다.거대한 스크린에 세 얼굴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이영돈의 담담한 얼굴에 비해 나머지 두 사람은 긴장한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화풍성도 이 장면을 보면서 긴장된 기색을 떨칠 수가 없었다.이 판에서 또 지면 카지노의 지분 60%를 잃는 것뿐만 아니라 15경기를 연속으로 패배하게 된다.그것은 도성 화 씨 가문에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화풍성은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탁!”화면 속에 이영돈은 손가락을 또 한 번 탁 튕기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자, 다음 판 시작해도 되겠죠?”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하현은 두려운 기색이 맴돌았던 중년 남자의 얼굴에 순간 살짝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뭔가 공허한 빛이 감도는 걸 보았다.하현의 표정이 살짝 변하는 걸 본 화풍성은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 도박사는 우리 화 씨 집안에서 직접 고른 사람이야.”“기술도 운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한 사람이지.”“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의 가족들이 우리 가문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아주 풍족하게 잘 살고 있고 우리 화 씨 집안에서는 그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신경 쓰고 있다네.”“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가문을 배신할 리가 없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가벼운 최면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이런 최면술은 과거 노국의 성전 기사가 자신들에게 썼던 이른바 성술이었습니다.”“목적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성전 기사라는 것을 스스로 각인시키고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이기고 어떤 싸움에서도 반드시 이긴다는 최면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거는 겁니다.”“어느 정도 전력에 영향을 줄 수 있죠.”“한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자신의 백전백승을 믿는 기사들은 보통의 기사들보다 더 용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상대하기가 더 무섭죠.”“제 예상이 맞는다면 성전 기사단 출신의 기사 대장이 이 최면술을 익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는 상대의 행동을 철저히 통제할 필요도 없이 상대에게 자신이 질 것이라는 심리적 암시를 주기만 하면 됩니다.”“게다가 상대가 진작에 자신감을 잃고 사기가 떨어진 상태라면 당연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요.”화풍성은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심리적 암시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예를 들어 의학적 위약 요법은 심리적 암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다.다만 이러한 심리적 암시는 일반적으로 조건을 충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환자의 경우 자신이 믿었던 전문의가 최면을 걸어야만 심리적 암시가 작용하여 스스로 최면에 걸릴 수 있다.그런데 이런 카지노에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화풍성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그러자 하현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추측이 맞다면 아마 그 손가락 튕기는 소리일 겁니다.”“그 소리가 울리는 순간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이영돈의 손끝을 쳐다보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영돈은 도박사에게 심리적 암시를 던지는 거예요.”“다만 가벼운 최면 상태인 상대에게 심리적 암시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심지어 이런 가벼운 최면을 상대방에게 적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도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