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화려한 존재감을 뽐내며 저마다 불을 밝히는 시간.항성 빅토리아 항의 야경은 저승길 가는 저승사자도 홀릴 만큼 매혹적이었다.화려한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은 진소흔은 동영상을 무사히 찍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멍한 표정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등대로 향했다.자칫 고결하여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마저 풍기는 것은 그녀의 화려한 의상 때문일 것이다.그녀를 알아본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촬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저마다 스쳐 지나갈 찰나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저장하기 바빴다.6시 15분이 지날 무렵, 의아해하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진소흔은 빅토리아 항에서 가장 높은 등대 꼭대기에 올랐다.그녀는 전망대 가장자리에 서서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었다.바닷바람은 놀랍도록 시렸고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그녀의 뺨에 촉촉하고 짭짭한 바다 내음을 실어 날랐다.진소흔의 그림 같은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고 그녀의 화려한 웨딩드레스는 밤하늘에 달무리처럼 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사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등대 꼭대기에 서 있는 진소흔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하지만 진소흔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등대에서 아래로 몸을 날렸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날리던 순간 전망대 기둥에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그녀를 잡아당겨 안쪽으로 사정없이 던졌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소흔은 땅바닥에 세게 부딪혔다.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버둥거리고 일어서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바로 그때 하현은 냉엄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진소흔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진소흔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허공을 바라보다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아!”진소흔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마침내 희미하게 정신을 차렸다.어두컴컴하고 좁은 공간이 흐릿한 기억을 뚫고 시야에 들어왔다.누군가가 뺨을 때렸고 진소흔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여기저기 쑤셨다.“개자식!”진소흔은 맞은편
진소흔의 얼굴에 의아해하는 표정이 떠오르자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뭔가 생각이 났어?”“생각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내가 힌트가 될 만한 걸 말해 줄게.”“빅토리아 항 광장에 있다가 삼계호텔로 돌아갔는데 당신은 거기서 이영돈을 만났어.”“그리고 당신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어.”“마지막에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여기까지 와서 뛰어내리려고 했어.”“못 믿겠다면 당신 핸드폰을 봐.”진소흔은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열었다.실제로 동영상이 찍혀 있었다.그러나 진소흔은 아무리 봐도 동영상 속의 사람이 자기 같지 않았다.“당신과 이영돈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그의 연극에서 당신은 그냥 죽는 척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죽어야만 그의 연극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거지.”“하수진을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대상으로 만들어서 항도 하 씨 가문의 핵심에서 내려오게 한 뒤 어쩔 수 없이 이걸윤이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려는 수작이지.”“왜냐하면 당신이 죽으면 경찰들이 조사를 할 것이고 당신의 죽음이 하수진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여론은 절대적으로 하수진을 향하고 있을 테니까.”“그들은 상황을 이용해 항성 경찰서장과 심지어 정의를 수호하는 항성 총독까지도 내쫓을 수도 있어.”“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죽음은 이영돈의 손에 예리한 칼이 될 거란 얘기야.”“불난 집에 부채질도 하고 말이야. 완전히 일석이조인 거지!”“대단해! 정말 대단해!”순간 하현은 감탄을 가장해 비아냥거렸다.이런 비열하고 파렴치한 짓을, 사람의 생명을 장기판의 말처럼 쓰는 이런 짓을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가 있는가!그들의 눈에는 사람의 목숨쯤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하찮은 것이었다.하현은 하루 종일 진소흔을 따라다니며 시간을 허비했지만 사건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진소흔은 죽고 하수진은
진소흔은 이영돈과 나눴던 말들을 곰곰이 떠올리다가 문득 깨달았다.하현이 오늘 제때 그녀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녀는 이미 송장으로 발견되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을 것이다.그러나 오후 내내 이영돈과 접촉했던 과정을 떠올리며 자신이 무심코 투신 얘기를 꺼냈던 기억이 떠올랐다.진소흔은 이영돈이 자신을 죽게 할 의도로 그랬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아냐, 그럴 리가 없어...”진소흔은 창백한 얼굴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 선생님이 어떻게 날 죽게 할 수가 있겠어?”“설령 그가 나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난 그에게 있어 쓸 만한 카드야!”“난 그가 같은 편으로 묶고 싶은 사람한테 살랑거리며 다가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그가 날 왜 죽이겠어? 날 죽인다고 뭐 좋은 게 있다고!”“게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하수진에게 누명을 씌우자는 얘기는 내가 먼저 얘기했어!”“내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이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아예 못했을 거야.”“그래서 난 당신 말을 믿을 수가 없어!”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진소흔 앞에 꺼내놓았다.“오후에 당신 방에 틀어져 있던 영화야. 제목은 ”“방에 들어갔을 때 마침 여주인공이 바다에 뛰어내리는 장면을 봤을 거야, 그렇지?”“그걸 보고 당신은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어 하수진을 함정에 빠뜨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이게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당신도 식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잖아. 주변의 환경과 암시가 당신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쯤은 알고 있잖아...”“당신이 감정이 격해져서 빨리 이영돈에게 뭔가 보여주려 했을 때 마침 이 대목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바다에 뛰어들겠다는 말을 하게 된 거야...”“그리고 이영돈의 능력으로. 성전 기사단이라는 간판으로 당신에게 일종의 심리적 암시를 준 거야. 당신이 깊은 바다에 뛰어들어 정말로 죽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 거지...”“그는 당
”단물 빠진 껌이야. 토사구팽이라고...”하현은 그간의 일을 말하며 탄식하듯 내뱉었다.“이영돈은 정말 대단해. 어쩐지 도박왕 화풍성마저도 그에게 당해 나한테 도움을 손길을 펼치더라니.”하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진소흔은 여전히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저항하고 있었다.“아니야. 난 당신 말 못 믿어!”“이 선생님은 날 죽이지 않았어. 그럴 리가 없어. 영상을 찍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죽으려 했던 건 내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몽유병에 걸려서 그런 거라구!”이영돈은 그녀에게 영주권을 준 남자나 마찬가지였다.그녀의 가장 큰 물주이자 후원자였다.그녀는 자신의 부귀영화와 미래에 딸려올 고귀함이 모두 이 남자에게서 나온다고 믿었다.이제 그녀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고 이 남자는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진소흔의 성격으로 볼 때 분명 받아들이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다.“몽유병?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하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진소흔, 눈 똑바로 뜨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당신의 능력은 정말 경이로워. 인정! 인정!”“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스스로를 속이려는 의도 아니야?”“그가 가벼운 최면술로 당신한테 심리적 암시를 준 거, 당신 정말 눈치 못 챘어?”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만약 당신이 믿지 못하겠다면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난 당신을 보고 그가 놀라는지 안 놀라는지 시험해 보면 알 거 아니야.”“물론 갑자기 나타난 당신을 그가 죽일지도 몰라. 그건 꼭 염두에 둬.”“그리고 내가 당신을 구한 것은 당신한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살아있는 것이 나한테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하지만 이영돈이 당신을 죽이려 했다는 걸 믿지 않는 한 뭐 내가 아무리 말해 봐야 소용없지.”“당신 알아서 해.”하현은 헛헛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진소흔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건드린 후 명함을 남겼다.“난 이영돈이랑 달라.”“난 책임감 있는 남자거든!”“적
삼십 분 후 삼계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하현은 지금 이곳에 살지 않지만 보안은 여전히 매우 좋았다.진소흔과 방금 이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의 호위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 정원에서 하현은 보이차를 우려내었다.따뜻하고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었다.그는 진소흔이 온몸을 벌벌 떨며 맞은편에 앉자 직접 차를 따라 그녀에게 주었다.“자, 대스타님, 보이차 한 잔 하시고 진정하시죠.”“올해 막 올라온 거야. 한 근에 몇 천만에 육박하는 귀한 차야.”진소흔은 차를 마실 기분이 영 아니었지만 하현이 건네주자 마지못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이 모습을 본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눈앞에 있는 좋은 차를 음미하지 못하는 진소흔이 안타까웠던 것이다.진소흔은 정상급 인플루언서인 만큼 매너를 아주 중시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슴처럼 주변을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았다.하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천천히 차를 마시며 정원에 핀 꽃들을 바라보았다.십여 분 동안 벌벌 떨던 진소흔은 마침내 좀 진정이 되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하현, 난 죽고 싶지 않아.”“날 구해줄 수 있어?”“당신 정말 날 구해줄 수 있긴 한 거야?”“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노국의 남작이자 성전 기사단 부단장인 이걸윤 휘하에 있는 맹장이야, 맹장!”“아무렇게나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구!”“당신을 믿게 하려면 나한테 당신 능력을 보여줘야 해!”하현이 그녀를 보호할 하등의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녀는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을 태세였다.“나 하현이야. 내 앞에서 그런 신분 따위 아무 의미 없어. 난 용문 집법당 당주야. 이거면 충분하겠지.”“항성과 도성에서 용전 항도 지부와 용문 항도 지회 모두 내가 통제하고
진소흔은 별로 믿고 싶지 않았지만 하현이 어딘가에 메시지를 보낸 뒤 자신이 해피톡 플랫폼에서 차단된 일을 떠올렸다.지금 그들은 삼계호텔 가장 꼭대기 층에 있었고 이곳은 왕족이나 귀족들이나 묵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이 사실은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하현이 보여준 능력은 진소흔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는 걸 이미 보여준 것이었다.어찌 되었건 용전 항도 지부와 용문 항도 지회를 모두 아우르는 인물이라면 항성과 도성에선 거의 따를 자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게다가 항성의 최고지도자와 도성의 최고지도자가 모두 하현과 막역한 사이라니!생각에 이에 이르자 진소흔의 가슴이 뛰었다.하현의 품에 안겨 그의 신임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의 말 한마디로 다시 대하 연예계 정상을 탈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진소흔은 얼굴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하현, 내 성의를 보여주려면 뭘 해야 해?”“그건 당신한테 달렸지.”하현은 웃으며 찻잔을 쥐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당신이 더 잘 알잖아.”“내 몸?”진소흔은 자조적인 미소를 띠었다.“나같이 속물적이고 닳고 닳은 여자는 하현 당신 눈에 안 찰 텐데, 안 그래?”“아, 물론 당신이 관심이 있다면 나야 원하는 대로 해 줄 수 있지.”하현은 쓰잘데기 없는 말에 대답하기도 귀찮은 듯 심드렁한 기색을 보였다.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진소흔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필살기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조금은 불쾌한 듯 긴 다리를 움츠린 진소흔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이걸윤에 대해 알고 싶은 거야?”“미안하지만 내가 그의 덕을 보자고 밑에 있었던 건 맞지만 핵심 측근이 아니어서 이 소주에 대해 아는 게 없어.”“그것도 아니면 SNS에 하수진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거라도 올리란 말이야?”“그건 언제든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 가지고 몸을 던진다고 할 수 있겠어?”“어쨌거나 내가 당신한테 빚을 지
하현은 싱긋 웃으며 손에 든 보이차를 한 모금 마셨다.자신의 설득이 별 효과가 없자 진소흔은 손을 벌벌 떨며 말했다.“하현, 당신들은 아랫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독을 쓴다는 걸 알고 있어.”“내가 별 가치가 없다 생각되면 날 독살해. 그러면 내가 배신할까 봐 두려운 일은 없을 거 아니야.”“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난 이제 어딜 갈 수도 없어. 당신 보호 없이 밖에 나갔다가는 당장 차에 치여 죽을 거야!”“하현, 내가 몸을 던지고 진심을 보여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뭘 대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선 독약 같은 거, 나한테 없어. 설령 내가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게 당신 목숨보다 더 가치가 있는데 내가 왜 독약을 낭비하겠어?”“그리고 사람은 변하기 쉬워. 나라를 배신하고 부귀영화를 좇는 당신 같은 사람은 더욱 변덕스럽지.”“난 당신한테 약점 잡힌 것도 없고 진심이 담긴 성의도 보이지 않는데 내가 왜 당신을 보호해야 해?”“단순히 이영돈을 미워해서?”“그럴 필요가 있을까?”“그러니까 당신이 내놓을 것도 없고 성의도 보이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가도 된다는 말이야.”“잘 가. 배웅은 생략할게.”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마쳤다.이걸윤 밑에 있었던 여자를 어떻게 유용하게 써먹을지 아무 생각도 없이 상대했겠는가?하현이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여자는 그동안 적어도 세 자릿수에 달하는 노국의 귀족과 재벌들을 상대했다고 했다.그녀의 체력에 탄복해 마지않으며 하현은 다른 사람에게 모질고 자신에겐 더 모진 진소흔에게 분명 특별한 한 수가 있다고 믿었다.지금까지 미친 척 바보인 척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 가진 패를 다 까놓고 말하면 상대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결국 그녀가 정말로 이걸윤 일행을 하현에게 판다면 그와 함께 끝까지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은 가련한 척하는 이 여자의 표정에 속지 않았다.어찌 되었건
”그동안 내가 숏폼 동영상 올린 것도 그렇고.”“하수진의 식당에 가서 난리를 피운 거.”“빅토리아 항 광장에서 있었던 해프닝, 인터넷에서의 댓글 부대...”“전부 다 이영돈 지시로 이뤄진 거야.”“물론 이영돈이 분명하게 말로 지시를 내린 건 아니야. 단지 몇 마디 말로 심리적 암시를 줬을 뿐이기 때문에 아무런 증거가 없어.”“그의 주선 아래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모를 때도 있었어...”“그래서 나는 아는 게 많지가 않다고 말했던 거야.”“내가 알고 있는 건 정말 이 세 가지뿐이야. 당신한테 이게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있잖아, 그게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말할 필요가 없어 최종 결정권은 나한테 있으니까.”진소흔은 하현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첫째 이걸윤은 비록 성전 기사단 부단장이지만 대하인이었기 때문에 노국 황실 안에서의 인맥에 기댔어야 했어. 그리고 그는 성전 기사단에서 자신을 따르는 패를 만들었지.”“그의 휘하에는 기본적으로 노국을 유랑하던 대하계 후손들이 많았어.”“이 사람들은 피부색과 인종이 노국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에 항상 따돌림을 당해서 무리 지어 일했지.”“성전 기사단 안에서 이걸윤의 패거리들은 그의 말만 듣고 성전 기사단장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다고 들었어.”“노국 황실의 장공주 명령도 따르지 않았다고 했어.”하현은 약간 의아했지만 곧 이해가 되었다.대하계로서 성전 기사단 같은 곳에서 똘똘 뭉치지 않으면 그들은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둘째 이걸윤 본인에 관한 것인데, 그가 도대체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은 성전 기사단의 단장과 맞붙어 승부가 나지 않았던 적도 있었대.”“하지만 그 이후로 성전 기사단장은 그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았다고 해.”하현은 유라시아에서의 전장을 떠올렸다.성전 기사단장이 비록 하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