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하문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문주님, 저에게 왜 이런 말들을 해 주시는 겁니까?”“이걸윤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씀이십니까?”하문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이 말을 남겨두려고 온 걸세. 무슨 일이 생기면 자네가 날 대신해 내 처와 딸을 대하로 보내주게.”분명 하문준에게는 나름의 해결책이 있는 듯했다.하현을 이렇게 불러 많은 얘길 한 것은 하현이 이런 사실을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처와 자식을 부탁한 것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부인과 하수진은 절대 아무 일 없을 겁니다.”“항성과 도성에서는 저와 동 씨 가문, 화 씨 가문, 최 씨 가문이 있으니 절대로 아무 일 없을 거예요.”“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복수만을 위한 거라면 그가 뭘 하든 전 아무 상관없습니다.”“하지만 그가 항성과 도성을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온 것이라면 분명 항성과 도성을 대하의 지도에서 없애버리려고 할 겁니다.”“그렇다면 전신으로서의 그의 이름은 여기까지일 겁니다.”하현은 냉엄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든지 감히 대하를 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하문준은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또 하나,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한 가지 더 알려줄 일이 있어서야.”“이번에 이걸윤을 잘 해결하면 하구천은 절대 상석에 오를 기회를 갖지 못할 거야.”“그래서 말인데, 난 자네가 내 데릴사위가 되는 걸 고려해 봤으면 하네.”“앞으로 항도 하 씨 가문은 자네의 손에 있는 거야.”하현은 눈을 번쩍 뜨며 당난영의 미소 띤 눈동자에 시선을 돌렸다.하현은 도무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마침내 그는 장모가 사위를 바라보며 보면 볼수록 흡족해하는 표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30분 후, 하현은 도망치듯 황급히 그곳을 나왔다.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당난영이
하현이 멍한 표정을 짓자 하수진은 핸들을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농담이라고?”하현이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무슨 농담?”하수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졌지만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는 않았다.“마지막에 아버지가 한 말 말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예전에 난 당신을 오빠로 생각했었고 한때는 원수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수진은 말이 자꾸 꼬이는 것 같은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그냥 그렇다고...”“아, 데릴사위 삼으려 한다는 말씀 말이야?”하현이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가 자신도 별 할 말이 없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사실 난 아무 생각 없는데 왜 만나는 사람마다 날 데릴사위 삼으려 하는 거야?”“설마 내가 정말 먹히는 얼굴인가?”하수진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조용히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이 남규방에 가면 아마 꽤나 돈을 벌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됐다고. 당신도 알다시피 난 아내가 있어. 그건 이미 알고 계시겠지, 아마도...”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하현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이럴 때 두 사람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하수진은 화제를 바꾸려는 듯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며칠 동안 내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쭉 하구천의 뒤를 밟아 왔거든.”“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그럼 이걸윤에게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하라고 말을 해 둬야겠군.”하현이 화제를 돌리는 걸 보고 하수진은 빙그레 웃었다.서로 껄끄러운 얘기에 그가 더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다만 그녀의 눈가에 희미한 쓸쓸함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하현의 마음속에 기껏해야 여동생 또는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애써 떨치려는 듯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손을 쓰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잠시 지켜보려고.”하현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고 잠시 후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걸윤을 두고 왕의 귀환이라고 하지 않았어?”“모두 문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자살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싶군.”“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시작하려고.”“그때가 되면 기회는 많을 거야.”“그리고 그동안은 항도 재단도 보안을 철저히 강화해야 할 거야. 그의 첫 번째 목표는 당신이 아닐까 하거든.”하현이 이걸윤 같은 사람을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었다.젊고 패기가 넘치고 살육도 불사르는 사람은 보통 기세가 하늘을 찌르게 마련이다.예전에 대구에 있던 정용, 방현진보다 몇 배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기회가 된다면 하현은 노국의 성전 기사단의 신진 전신과 직접 만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성전 기사단 단장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지금 신진 전신이 야망을 가지고 단원들을 이끌고 함부로 칼을 휘두르겠다는 건 그가 얼마나 자신만만한지를 말해 주었다.하수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당신 말대로 할게.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가든 별장이 지내기가 좋았는데.”“지금은 돌아갈 수가 없어.”“삼계호텔로 데려다줘.”하수진은 아무 말없이 웃으며 핸들을 돌렸고 주저하지 않고 액셀을 밟아 삼계호텔로 향했다.그러나 하현이 삼계호텔에 도착했을 때 푹 쉬고 싶었던 하현의 계획은 허사가 되었다.항성 최고 책임자 동정감과 그의 딸 동리아가 이미 로비에서 한참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동정감은 평상복 차림에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항성 최고 책임자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 특유의 권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불안감이
”이걸윤이 돌아온 거 이미 알지?”동정감은 숨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가 온 것도 알고 있고 그가 항성의 귀족들에게 3일 이내에 자신 앞에 와서 배를 가르고 죽으라고 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왜 그러십니까? 항독께서 이 일을 직접 해결하시려고요?”“항성 경찰서에서 직접 손을 댈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강남 병부에 보고하실 겁니까?”동정감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걸윤이 법과 규율을 어기지 않았는데 어찌 관청에서 힘으로 손을 쓸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의 곁에는 노국 황실의 공주가 있다는데 관청이 무슨 뭇매를 맞으려고 먼저 나서겠는가?”하현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동정감을 바라보았다.“그러면 항독께서는 제가 용전을 이용하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용문을 이용하길 바라십니까?”“둘 다 아니네.”동정감은 한숨을 내쉬었다.“자네에게 직접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러네만 항성에 돌아오기 전 나도 반은 노국 황실 사람이었어. 노국의 넷째 공주를 몇 번 만난 적도 있고.”“물론 돌아오고 나서는 철저히 대하만을 위해서 일해 왔어.”하현이 흥미로워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그럼 넷째 공주를 설득해서 우선 이곳을 떠나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그녀가 떠날지 안 떠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해 보겠네. 그녀를 설득해서 이걸윤에게 모두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권해 보라고 말이야...”“하현, 자네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든 간에 잠시 멈추고 내가 먼저 가서 화해를 청해 보는 게 어떻겠나?”하현은 빙긋 웃었다.동정감이 항성 최고 책임자 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 익히 알았지만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그는 하현이 이걸윤에게 손을 쓸지도 모른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일부러 삼계호텔까지 온 것이었다.동정감의 예리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하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70% 이상. 더 높을지도 모르지. 난
하현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다.당시 동정감이 쏟은 노고는 지금 넷째 공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결국 동정감은 다음날 넷째 공주를 만나기로 결정했다.그는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이기 위해 하수진도 함께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동정감의 표현대로라면 하수진은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한다.게다가 동정감은 기본적으로 항성 상류층의 각 방면의 의지를 대변한다.하현은 이렇게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동정감이 굳은 의지로 밀어붙이고 싶어 하는 표정을 보자 심사숙고 끝에 하수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하현에게는 넷째 공주든 이걸윤이든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도 아무 두려울 것이 없는 상대였다.하지만 상대방이 정말로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길 원한다면 그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결국 모든 세상사 일은 하루 종일 서로 싸우고 죽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삼계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동정감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데리고 태평산으로 갔다.넷째 공주를 만나기 위해 동정감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거의 10시가 되었을 무렵 동정감 일행은 이 씨 가문 집 앞에 나타났다.이 씨 가문은 최근에 다시 단장하였는지 황실 못지않은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문 입구에는 항성 4대 가문에서 온 사람 몇몇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용서를 빌러 왔는지 사과를 하러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동정감 일행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들은 상류층 사람들이었다.변두리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오금을 저리며 벌벌 기는데 그들은 상류층 사람이 되어서는 이렇게 체면을 구기는 짓을 하다니, 볼썽사나워서 동정감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동정감은 잠시 침착하게 눈을 치켜세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하수진, 긴장할 필요없네.”“상대방이 정말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획했다면 이런 데서 저런 자잘한 수를 쓰지 않을 거야.”“그들이 이런 수법을 썼다는 건 넷째 공주나 이걸윤이
동정감은 상대방의 냉랭한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자, 들어가지. 넷째 공주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말을 하며 동정감은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하수진과 동리아는 서로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그의 발걸음을 따라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일행은 건물 측면에 있는 응접실로 안내되었고 은발의 집사는 세 사람에게 공손히 홍차 한 잔씩을 따라준 후에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동 선생님, 편한 대로 계시면 되지만 이 응접실 외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십시오.”“지금 공주님은 시차 때문에 누워 계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공손하고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왠지 동정감을 긴장하게 하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어찌 되었든 그는 항성의 최고 책임자다.평소 미국 대사관의 대사가 항성에 오더라도 관청으로 친히 그를 알현하러 왔었다.그런데 그가 체면을 잠시 놓아두고 이렇게 넷째 공주를 만나러 왔는데 이런 분위기로 맞이하다니!그의 체면이 적잖이 손상된 느낌이었다.이것은 노국이 여전히 동정감을 노국의 개로 여기는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이런 생각이 들자 동정감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오늘 온 목적을 떠올리며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가 오늘 여기 온 목적은 화의를 하기 위해서이다.평화롭게 담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제 대도시인 항성에서 거물들의 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그 후폭풍은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여기서 하나 삐끗 잘못되면 대하 남쪽 관문에 문제가 생긴다.그래서 그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항성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오늘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고 뻗을 줄도 알아야 한다.동정감은 심호흡을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지. 여기서 넷째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겠소. 공주님이 시차 적응이 빨리 되셨으면 좋겠군.”은발의 집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구석
”이제 와서 넷째 공주님은 왜 찾으십니까? 이번에는 대하를 팔려고요?”“당신의 대단한 변절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보시게요?”“뭐, 안 될 것도 없지만 일단 밖에 나가 무릎을 꿇고 있으면 나와 넷째 공주님이 당신에게 기회를 줄 겁니다.”이걸윤은 한껏 빈정거리며 동정감에게 쏘아붙였다.동정감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확 변했다.변절자라는 말은 그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이걸윤이 거리낌 없이 항독인 동정감의 눈앞에서 함부로 이런 말을 지껄이다니!하지만 동정감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애써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 소주, 농담도 잘 하시는군.”“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입니까?”이걸윤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시가에 불을 붙인 다음 동정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변절자 노릇을 할 게 아니라면 여긴 웬일이십니까?”“항독이 되어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습니까? 그래서 여기 중재라도 하려고 온 거예요?”“동 씨,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거 아닙니까?”말을 하는 동안 이걸윤은 시가를 낀 오른손을 내밀어 동정감의 얼굴을 몇 번이고 툭툭 두드리며 비아냥거렸다.“이걸윤, 나에 대해 오해가 많은 모양이군. 난 문명인이고 점잖은 사람이야. 싸우고 죽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때로는 평화롭게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잖아, 안 그래?”동정감은 껄껄 웃었다.“이 소주가 당당하게 금의환향한 걸 잘 알고 있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넘지 않으면 된다는 말도 잘 알고 있고.”“다만, 싸우고 죽이는 건 지금 이 시대에 안 맞아.”“앉아서 평화롭게 얘기하면 좋잖아. 서로 원수처럼 치고받고, 그게 언제 적 얘기야!”이걸윤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6년 전 일, 당신이 관여할 바가 못 되지만 굳이 내 일에 끼어들려 한다면 말이죠.”“뼈에 사무칠 만큼 원한이 깊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려줄 테니 그렇게 아세요.”“또한 항독이란 직위
”뭐?!”“죽고 싶어 환장했어?”“우리 단장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아주 둘이서 같이 죽고 싶어 미쳤어?!”이걸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성전 기사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그들의 눈에는 이걸윤이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다.그런데 어떻게 이걸윤이 모욕당하는 걸 용납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이걸윤은 담담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애 둘이 한 말 가지고 뭘 그렇게 화를 내?”“괜찮아, 곧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을 거니까.”“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야.”이걸윤의 말에 뒤에 있던 기사들은 만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흘렸다.그들은 과거 전쟁터에서 강직하게 저항하던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그 여자들이 자신들의 단장에게 노예처럼 학대받고 유린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구 여자들을 휘둘렀다.부잣집 천금 같은 여자 둘이 무릎을 꿇고 노예처럼 핥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이 짜릿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이걸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정감을 바라보았다.“좋아요. 비록 당신은 변절자이긴 하지만 당신이 가져온 이 두 가지 선물은 마음에 드는군요.”“그럼 이만 꺼지세요. 이 두 가지 선물은 내가 며칠 동안 잘 데리고 놀겠습니다.”“충분히 다 논 다음에 항성에서 누굴 얼마나 죽일지 생각해 보죠.”“어때요? 제 성의가 마음에 들어요?”“어떻게,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요?”“어쨌든 이 여자는 명목상의 내 약혼녀예요. 난 이미 당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걸로 당신 체면을 세워준 겁니다!”“괜히 뻣뻣하게 버티지 말고 체면을 봐 줄 때 곱게 물러가세요.”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바라보며 변태 같은 눈빛을 반짝였다.세간에는 그의 우상이 잭 더 리퍼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그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그의 시선이 두 여자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떨어졌다.탐욕스러운 눈길이 감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