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2893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태평산 정상.

항성 이 씨 가문은 빅토리아 항이 내려다보이는 태평산 꼭대기에 있었다.

오렌지색 불빛들이 잔잔하게 바다를 비추는 이 시간,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항성 이 씨 가문의 상석에 앉은 노부인 이일해는 일찌감치 자리에 나와 있었다.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띠었다.

그녀는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늘이 우리 가문을 도운 거야!”

“방금 공항 쪽에서 연락이 왔어.”

“런셀에서 온 노국 황실 넷째 공주와 성전 기사단 부단장 이 소주가 우리 항성 이 씨를 방문한다는 전갈을 보내왔어!”

“하늘이 우리 가문을 도운 거야!”

“노국에서 온 귀인의 비호가 있으니 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될 거야!”

이일해의 옆에 서 있던 하민석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는 하구천이 큰 인물을 한 명 초대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큰 인물이 과거 항성에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계획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번에 항성 4대 가문이 안보를 책임질 때 항성 이 씨 가문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일이라든가 또 다른 예로 그 큰 인물을 이 씨 가문에 초청하기 위해 하민석은 물심양면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영돈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미 여러 차례 대접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하민석의 얼굴에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미소가 떠오른 것이다.

그는 이장성을 대신해 항성 이 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이 씨가 아니었으므로 사실 명분이 서지 않았다.

이일해가 모든 상황을 제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국에서 온 귀인의 지지만 얻는다면 그의 자리는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항성 이 씨 가문 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의기양양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노국 황실에서 온 공주와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 항성 이 씨 가문을 제일 먼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재벌 사위면 될까?   2894장

    사람들은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입을 벌린 채 얼어붙었다.“저, 저 사람은 이걸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 입에선 그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6년 전 항성과 도성에서 어마어마한 존재였던 이걸윤.순간 백여 명의 시선이 모두 이걸윤에게 집중되었다.“그럴 리가!?”“이럴 수가 없어?!”각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에 사람들은 뭐라고 할 말을 잃었다.이걸윤은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고 얼굴빛이 살짝 굳어진 이일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봉수, 그놈도 당신이 가택 연금시켰다 들었어요.”“이장성도 당신한테 내쳐졌다죠.”“이일해, 당신 정말 대단해요.”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이일해는 눈꼬리를 가늘게 뽑으며 말했다.“이걸윤, 당신은 진작에 우리 항성 이 씨 사람이 아니야!”“여기 뭐 하러 온 거야?”“버르장머리 없는 개자식!”“썩 꺼져!”“퍽!”무덤덤한 얼굴로 이걸윤은 그대로 이일해의 뺨을 갈겼다.조금 전까지 위엄 서린 모습으로 앉아 있던 노부인은 반응할 사이도 없이 몸이 날아가 버렸다.순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말도 안 돼!항성 이 씨 가문 사람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 있었다.이걸윤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가?항성 이 씨 가문에 나타나 단숨에 권력자의 뺨을 갈겨 쓰러뜨리다니!“도대체 뭐 하는 거야! 당신...”반응을 보인 건 오직 하민석뿐이었다.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걸윤을 노려보았다.절대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퍽!”이걸윤은 손을 휘둘러 하민석도 바닥에 넘어뜨렸다.이어 이일해의 전유물과도 같은 자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은 이걸윤은 다리를 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잘 들으세요!”입구에서 이영돈의 냉엄한 얼굴이 걸어 들어왔다.“당신들 앞에는 노국의 남작, 성전 기사단 부단장이신 이걸윤, 이 소주가 앉아 계십니다!”“지금부터 이 가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895장

    밤 열 시.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항성의 하늘에는 사방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한바탕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아 마음이 더없이 심란하다.하현은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에 들어가던 길이었다.하문준이 빨리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하수진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온 것이다.하문준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하현은 얼른 돌아왔다.요 며칠 동안 가든 별장에서 지냈으니 정상적으로 매일 하문준과 마주치는 거나 다름없었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급하게 그를 찾는 걸 보면 큰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그렇지 않으면 하수진이 급하게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리가 없다.가든 별장의 식탁에는 이미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하현을 기다리며 젓가락도 들지 않고 있던 하문준은 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손에 쥔 사진 몇 장을 건네주었다.하현은 맞은편에 앉은 당난영과 하수진에게 목례를 하고서야 사진에 눈길을 돌렸다.사진 속 두 사람은 혼혈 얼굴의 여자와 잘생긴 남자였다.사진으로 보는 얼굴이지만 두 사람은 거대한 산 같은 기질과 권력자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졌다.보통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감히 두 눈도 똑바로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하현은 잠시 동안 사진을 바라본 후에야 입을 뗐다.“이 두 사람은?”“한 사람은 노국의 넷째 공주이고.”“또 한 사람은 노국의 남작이자 성전 기사단 부단장인 이걸윤이야.”“아.”하현은 외마디 짧은 반응을 보이며 하수진을 힐끔 쳐다보았다.마치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의 싸구려 약혼자와 그의 내연녀냐고 묻는 것 같았다.하문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오늘 밤 두 사람은 항성 국제공항에 도착했어.”“항성 4대 가문과 다른 가문들이 똘똘 뭉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고 해.”하현은 약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세상 일은 때론 바둑보다 더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오늘 오후에 진소흔으로부터 이걸윤과 넷째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896장

    만약 이 일이 단순히 항성과 도성의 가문들 간의 원한에 관련된 일이었다면 하현은 별로 개입할 마음이 없었다.하지만 하문준이 소위 왕의 귀환이라는 이걸윤의 등장에 대한 본질을 직시하고 말하자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항성과 도성에 손을 뻗는 섬나라 놈들을 겨우 발로 걷어찼더니 이제는 노국을 등에 업은 이걸윤이 나타난 것이다.그의 이력을 보면 서방을 대표하고 있었고 서방을 대표해 대하를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하현도 이 부분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제가 전화를 해서 이걸윤 일행을 노국으로 돌려보낼까요?”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정도의 연줄은 그도 가지고 있었다.필요하다면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노국의 장녀 빅토리아 공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체면을 좀 세워 달라고 하면 그만이었다.다만 하현은 정말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인정에 호소해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결국 인정이라는 것은 한 번 쓰면 한 번 빚진 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번에 이걸윤을 돌려보낸다고 해도 몇 년 후에 또 돌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잖아?”“게다가 이걸윤을 돌려보내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하문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가득 찬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서양 진영은 우리 대하의 부상에 대해 줄곧 언짢아했지.”“이번에 이걸윤이 돌아온 건 그의 개인적인 의지 외에도 우리 대하를 견제하는 일환으로 일종의 탐색을 하기 위한 것도 있어.”“통상적으로 봤을 때 그가 이렇게 온 이상 우리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릴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없다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서양이 우릴 우습게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거야.”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일은 왕의 귀환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리 대하를 향한 서방 진영의 탐색전인 거죠.”“항도 하 씨 가문의 실력으로 이걸윤 한 사람 상대하는 건 별로 큰 문제없잖습니까?”“그가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자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897장

    ”그리고 넷째 공주가 곁에 있다는 건 노국 황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거야.”“4대 가문이 한때 자신들의 주인이나 다름없었던 노국과 싸울 수 있겠어?”“들은 바로는 4대 최고 가문이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하더군. 그들은 이미 천문학적 수표를 준비해 놓았고 다른 가치 있는 자산과 주식을 이걸윤에게 보내려고 해.”“그들은 돈으로 이걸윤을 때려눕히려 하는 거지.”“게다가 이걸윤이 자기들을 죽이러 이번에 항성에 왔다고 생각했지만 먼저 손을 쓰지 않는 걸 보고 오히려 이걸윤이 일부러 그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고 믿고 있어.”“그래서 그들은 돈으로 6년 전 해묵은 사건을 해결하기로 작정한 거야.”“봐, 이걸윤은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저 집 하나 차지했을 뿐이야.”“4대 가문은 이미 그에게 무릎을 꿇었어.”“우리 항도 하 씨 가문 내부도 사분오열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하겠나?”하문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하수진과 이걸윤이 약혼한 상태라서 명목상 이걸윤은 자신의 사위가 되는 셈이었다.세상에 장인어른이 직접 군대를 보내 예비 사위를 때려눕히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4대 최고 가문이라...”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소위 이 4대 최고 가문은 줄곧 항성과 도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말려 있었다.하현이 항성과 도성에 와서 적잖은 일을 겪었는데 그 대부분의 일에 이 최고 가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이전에 그들이 하구천을 대신해 나선 것은 각자 자기 주인을 위한 셈이었지만 이번에 이렇게 빨리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하현은 오히려 4대 최고 가문의 스타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한다!절대적으로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그들은 감히 함부로 대항하지 않는다.그럴 때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릎을 꿇는 것이다.“사실 4대 가문이 무릎을 꿇고 이걸윤의 바짓가랑이 밑으로 들어간다고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898장

    하현은 하문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문주님, 저에게 왜 이런 말들을 해 주시는 겁니까?”“이걸윤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씀이십니까?”하문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이 말을 남겨두려고 온 걸세. 무슨 일이 생기면 자네가 날 대신해 내 처와 딸을 대하로 보내주게.”분명 하문준에게는 나름의 해결책이 있는 듯했다.하현을 이렇게 불러 많은 얘길 한 것은 하현이 이런 사실을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처와 자식을 부탁한 것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부인과 하수진은 절대 아무 일 없을 겁니다.”“항성과 도성에서는 저와 동 씨 가문, 화 씨 가문, 최 씨 가문이 있으니 절대로 아무 일 없을 거예요.”“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복수만을 위한 거라면 그가 뭘 하든 전 아무 상관없습니다.”“하지만 그가 항성과 도성을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온 것이라면 분명 항성과 도성을 대하의 지도에서 없애버리려고 할 겁니다.”“그렇다면 전신으로서의 그의 이름은 여기까지일 겁니다.”하현은 냉엄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든지 감히 대하를 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하문준은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또 하나,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한 가지 더 알려줄 일이 있어서야.”“이번에 이걸윤을 잘 해결하면 하구천은 절대 상석에 오를 기회를 갖지 못할 거야.”“그래서 말인데, 난 자네가 내 데릴사위가 되는 걸 고려해 봤으면 하네.”“앞으로 항도 하 씨 가문은 자네의 손에 있는 거야.”하현은 눈을 번쩍 뜨며 당난영의 미소 띤 눈동자에 시선을 돌렸다.하현은 도무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마침내 그는 장모가 사위를 바라보며 보면 볼수록 흡족해하는 표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30분 후, 하현은 도망치듯 황급히 그곳을 나왔다.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당난영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899장

    하현이 멍한 표정을 짓자 하수진은 핸들을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농담이라고?”하현이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무슨 농담?”하수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졌지만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는 않았다.“마지막에 아버지가 한 말 말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예전에 난 당신을 오빠로 생각했었고 한때는 원수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수진은 말이 자꾸 꼬이는 것 같은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그냥 그렇다고...”“아, 데릴사위 삼으려 한다는 말씀 말이야?”하현이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가 자신도 별 할 말이 없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사실 난 아무 생각 없는데 왜 만나는 사람마다 날 데릴사위 삼으려 하는 거야?”“설마 내가 정말 먹히는 얼굴인가?”하수진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조용히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이 남규방에 가면 아마 꽤나 돈을 벌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됐다고. 당신도 알다시피 난 아내가 있어. 그건 이미 알고 계시겠지, 아마도...”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하현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이럴 때 두 사람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하수진은 화제를 바꾸려는 듯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며칠 동안 내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쭉 하구천의 뒤를 밟아 왔거든.”“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그럼 이걸윤에게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하라고 말을 해 둬야겠군.”하현이 화제를 돌리는 걸 보고 하수진은 빙그레 웃었다.서로 껄끄러운 얘기에 그가 더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다만 그녀의 눈가에 희미한 쓸쓸함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하현의 마음속에 기껏해야 여동생 또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900장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애써 떨치려는 듯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손을 쓰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잠시 지켜보려고.”하현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고 잠시 후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걸윤을 두고 왕의 귀환이라고 하지 않았어?”“모두 문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자살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싶군.”“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시작하려고.”“그때가 되면 기회는 많을 거야.”“그리고 그동안은 항도 재단도 보안을 철저히 강화해야 할 거야. 그의 첫 번째 목표는 당신이 아닐까 하거든.”하현이 이걸윤 같은 사람을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었다.젊고 패기가 넘치고 살육도 불사르는 사람은 보통 기세가 하늘을 찌르게 마련이다.예전에 대구에 있던 정용, 방현진보다 몇 배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기회가 된다면 하현은 노국의 성전 기사단의 신진 전신과 직접 만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성전 기사단 단장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지금 신진 전신이 야망을 가지고 단원들을 이끌고 함부로 칼을 휘두르겠다는 건 그가 얼마나 자신만만한지를 말해 주었다.하수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당신 말대로 할게.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가든 별장이 지내기가 좋았는데.”“지금은 돌아갈 수가 없어.”“삼계호텔로 데려다줘.”하수진은 아무 말없이 웃으며 핸들을 돌렸고 주저하지 않고 액셀을 밟아 삼계호텔로 향했다.그러나 하현이 삼계호텔에 도착했을 때 푹 쉬고 싶었던 하현의 계획은 허사가 되었다.항성 최고 책임자 동정감과 그의 딸 동리아가 이미 로비에서 한참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동정감은 평상복 차림에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항성 최고 책임자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 특유의 권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불안감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재벌 사위면 될까?   2901장

    ”이걸윤이 돌아온 거 이미 알지?”동정감은 숨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가 온 것도 알고 있고 그가 항성의 귀족들에게 3일 이내에 자신 앞에 와서 배를 가르고 죽으라고 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왜 그러십니까? 항독께서 이 일을 직접 해결하시려고요?”“항성 경찰서에서 직접 손을 댈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강남 병부에 보고하실 겁니까?”동정감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걸윤이 법과 규율을 어기지 않았는데 어찌 관청에서 힘으로 손을 쓸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의 곁에는 노국 황실의 공주가 있다는데 관청이 무슨 뭇매를 맞으려고 먼저 나서겠는가?”하현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동정감을 바라보았다.“그러면 항독께서는 제가 용전을 이용하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용문을 이용하길 바라십니까?”“둘 다 아니네.”동정감은 한숨을 내쉬었다.“자네에게 직접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러네만 항성에 돌아오기 전 나도 반은 노국 황실 사람이었어. 노국의 넷째 공주를 몇 번 만난 적도 있고.”“물론 돌아오고 나서는 철저히 대하만을 위해서 일해 왔어.”하현이 흥미로워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그럼 넷째 공주를 설득해서 우선 이곳을 떠나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그녀가 떠날지 안 떠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해 보겠네. 그녀를 설득해서 이걸윤에게 모두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권해 보라고 말이야...”“하현, 자네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든 간에 잠시 멈추고 내가 먼저 가서 화해를 청해 보는 게 어떻겠나?”하현은 빙긋 웃었다.동정감이 항성 최고 책임자 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 익히 알았지만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그는 하현이 이걸윤에게 손을 쓸지도 모른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일부러 삼계호텔까지 온 것이었다.동정감의 예리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하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70% 이상. 더 높을지도 모르지. 난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재벌 사위면 될까?   3888장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 재벌 사위면 될까?   3887장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 재벌 사위면 될까?   3886장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 재벌 사위면 될까?   3885장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 재벌 사위면 될까?   3884장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 재벌 사위면 될까?   3883장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 재벌 사위면 될까?   3882장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 재벌 사위면 될까?   3881장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 재벌 사위면 될까?   3880장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