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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9장

하현이 멍한 표정을 짓자 하수진은 핸들을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농담이라고?”

하현이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무슨 농담?”

하수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졌지만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한 말 말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예전에 난 당신을 오빠로 생각했었고 한때는 원수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수진은 말이 자꾸 꼬이는 것 같은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냥 그렇다고...”

“아, 데릴사위 삼으려 한다는 말씀 말이야?”

하현이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가 자신도 별 할 말이 없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사실 난 아무 생각 없는데 왜 만나는 사람마다 날 데릴사위 삼으려 하는 거야?”

“설마 내가 정말 먹히는 얼굴인가?”

하수진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남규방에 가면 아마 꽤나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하현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됐다고. 당신도 알다시피 난 아내가 있어. 그건 이미 알고 계시겠지, 아마도...”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하현은 갑자기 말을 뚝 멈췄다.

이럴 때 두 사람이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수진은 화제를 바꾸려는 듯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이걸윤이 돌아온 것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요 며칠 동안 내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쭉 하구천의 뒤를 밟아 왔거든.”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이걸윤에게 스스로 살 길을 도모하라고 말을 해 둬야겠군.”

하현이 화제를 돌리는 걸 보고 하수진은 빙그레 웃었다.

서로 껄끄러운 얘기에 그가 더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의 눈가에 희미한 쓸쓸함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하현의 마음속에 기껏해야 여동생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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