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죽고 싶어 환장했어?”“우리 단장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아주 둘이서 같이 죽고 싶어 미쳤어?!”이걸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성전 기사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그들의 눈에는 이걸윤이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다.그런데 어떻게 이걸윤이 모욕당하는 걸 용납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이걸윤은 담담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애 둘이 한 말 가지고 뭘 그렇게 화를 내?”“괜찮아, 곧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을 거니까.”“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야.”이걸윤의 말에 뒤에 있던 기사들은 만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흘렸다.그들은 과거 전쟁터에서 강직하게 저항하던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그 여자들이 자신들의 단장에게 노예처럼 학대받고 유린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구 여자들을 휘둘렀다.부잣집 천금 같은 여자 둘이 무릎을 꿇고 노예처럼 핥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이 짜릿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이걸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정감을 바라보았다.“좋아요. 비록 당신은 변절자이긴 하지만 당신이 가져온 이 두 가지 선물은 마음에 드는군요.”“그럼 이만 꺼지세요. 이 두 가지 선물은 내가 며칠 동안 잘 데리고 놀겠습니다.”“충분히 다 논 다음에 항성에서 누굴 얼마나 죽일지 생각해 보죠.”“어때요? 제 성의가 마음에 들어요?”“어떻게,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요?”“어쨌든 이 여자는 명목상의 내 약혼녀예요. 난 이미 당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걸로 당신 체면을 세워준 겁니다!”“괜히 뻣뻣하게 버티지 말고 체면을 봐 줄 때 곱게 물러가세요.”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바라보며 변태 같은 눈빛을 반짝였다.세간에는 그의 우상이 잭 더 리퍼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그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그의 시선이 두 여자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떨어졌다.탐욕스러운 눈길이 감상하
바깥 복도에는 화려한 복장을 한 십여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이 사람들은 모두 서양인이었고 하나같이 잡아먹을 듯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들은 혼혈로 보이는 냉엄한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여자는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보석과 황금이 가득 박힌 월계관을 쓰고 있었다.나이는 스물일곱, 여덟쯤으로 보였고 온화하면서도 당당한 기품이 서린 모습이 아주 기세등등해 보였다.그녀의 카리스마는 역시 노국의 공주다웠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녀의 발자국에 카리스마가 검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동정감을 향했다.“이 소주는 내 사람이고 성전 기사단 부단장입니다. 그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것입니다.”“사과하지 않고는 절대 넘어갈 수 없어요.”분명 넷째 공주는 동정감과의 과거 인연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그녀는 동정감을 그저 그런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이걸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넷째 공주님의 말씀이 곧 하늘의 뜻입니다.”“어서 무릎을 꿇으세요. 못 알아들었어요?”넷째 공주의 뒤를 따르던 이영돈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이곳은 엄연히 넷째 공주와 이걸윤이 주인공인 무대였다.“아버지를 모욕하고 뺨을 때렸는데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구요?”동리아는 이 상황이 불쾌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너무 함부로 행동하는 거 아니에요?”하수진도 냉랭한 표정으로 거들었다.“우리는 평화로운 담판을 하러 왔지만 꼭 평화로워야 할 필요는 없죠.”“강하게 맞서겠다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어요.”동정감은 차가운 눈초리로 넷째 공주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눈가에 실망스러운 빛만 가득 고였다.“이젠 개나 소나 나한테 짖어대는군. 누가 당신들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했어?”넷째 공주는 하수진과 동리아를 무시한 채 동정감에게 다가와 담담하게 말했다.“동 항독, 무릎 꿇을 거예요? 안 꿇을 거예요?”“꿇지 않겠다면 썩 꺼지세요.”
다른 이들이 놀라서 어리둥절해 있을 때 이걸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매번 무릎 꿇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무릎을 꿇는 동정감의 모습도 그에게는 심드렁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이걸윤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동정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동 항독, 왜? 잘 안 될 것 같았어요?”“아니, 방금 그렇게 총을 뽑으려고 할 땐 언제고 넷째 공주님이 나오니까 바로 이렇게 무릎을 꿇어요?”“보아하니 노국의 고위층들이 한 말이 틀리지 않는군요. 항성의 귀족들은 노국의 개라고 하던데.”“평소에는 콧대 바짝 세우고 다니다가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오니까 누구보다 바로 무릎을 갖다 대시는군요.”“당신 같은 사람 별로 재미없어요.”“그래도 체면을 봐서 기회를 드리죠. 내 구두를 깨끗이 닦아 보세요. 그럼 용서할 테니. 그리고 나와 담판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리죠.”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입가에 거만한 미소를 내걸고 동정감에게 구두를 내밀었다.이 광경을 본 동리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걸윤, 당신 너무 하는 거 아냐?”“좋아. 이 소주의 구두를 닦다니 영광이군!”동정감은 동리이를 향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며 눈짓을 한 후 자신의 맞춤양복으로 이걸윤의 구두를 깨끗하게 닦았다.이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소주, 어디 만족하시는가?”지금 이 순간에도 동정감은 여전히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을 유지했다.다만 누군가의 눈에는 그의 눈 밑에서 의미심장하게 떨리는 미세한 파동을 눈치챘을 것이다.고위층에 있는 사람이 이런 수모까지 견디다니 그가 얼마나 깊은 꿍꿍이를 품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 상상하기 어려웠다.“만족스러워요. 확실히 사람을 만족시킬 줄 아는군요.”“어쩐지 당신이 변절하고 이렇게 항독 자리까지 오르더라니, 굽신 거리는 능력이 이렇게 탁월할 줄은 몰랐어요!”이걸윤은 동리아를 다시 한번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가 이렇
”하지만 당신도 알아야 할 거야. 이걸윤이 이번에 돌아온 것은 묵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는 걸.”“당신의 과거 공로를 봐서, 그리고 오늘 무릎 꿇은 걸 봐서 내가 이걸윤을 설득해 당신들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지.”“두 도시의 대혼란을 막을 기회.”동정감은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넷째 공주님은 정말 영민하십니다.”“무슨 조건이라도 있을까요?”그가 오늘 밤 이 수모를 감수한 것은 오로지 눈앞의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평화적인 회담의 기회.넷째 공주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항성 4대 가문의 자산 중 절반을 나한테 가져와야 해. 고정자산부터 주식, 유동 현금까지 모두 포함해서 절반으로.”“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라. 이걸윤이 당신들에게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의 자산은 그보다 더 했을 거야. 이건 당연한 거야.”동정감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4대 가문을 대신해 약속드리겠습니다.”넷째 공주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둘째, 원한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고 일에는 반드시 근원이 있는 법. 돈으로 해결이 된다면 이걸윤을 설득해 그들을 죽이지는 않도록 하겠어.”“하지만 애초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모든 사람들은 정한 시간 내에 이 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해.”“연루된 사람들 리스트는 우리보다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하수진과 동리아는 모두 안색이 일그러졌다.넷째 공주의 두 번째 요구는 직접적으로 칼에 피를 묻히지는 않지만 항성을 낭자하게 난도질하겠다는 뜻이었다.동정감은 하수진과 동리아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들을 저지하며 말했다.“세 번째 조건은요?”“세 번째 조건은 간단해요.”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이걸윤이었다.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무덤덤한 눈길로 하수진을 바라보았다.“당시 항도 하 씨 가문은 직접적으로 연루되진 않았지만 뒤에서 일을 꾸민 장본인이라는 거 잘 알고
저녁 식사 시간.삼계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정원.하현은 이미 항성식 다과상을 풍성하게 준비해서 낙담한 얼굴로 돌아온 동정감을 대접했다.근심이 가득 서린 동정감을 바라보며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항독 어르신, 설령 대장부가 뻗을 수도 굽힐 수도 있다지만 무릎을 꿇다니 천지가 경악할 일입니다. 잘못하면 오늘 밤 항성에 큰 파도가 밀려올 것입니다.”하현은 오늘 이 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하현에게 있어 오늘 일의 결말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이걸윤이 금의환향하며 돌아왔는데 어떻게 동정감과의 사사로운 인정 때문에 노국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겠는가?이걸윤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해 하현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이번에 이걸윤이 귀환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살의가 충만한 이걸윤이라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외부 사람들이 날 변절자라고 부르는데 자네 모르는가?”옷을 갈아입은 동정감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항성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노국에게 아첨하는 자였고 돌아온 뒤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하의 정부에 귀의했네.”“나 같은 사람은 솔직히 대세에 순응하는 거야. 굽힐 땐 굽히고 펼 땐 펴는 게 기본이지.”“지금은 내가 대하의 정부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대하를 위해 평화롭게 화의를 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것이 대수겠는가? 뺨을 몇 대 맞은 게 대수겠는가?”“할 만큼 노력을 했으니 전혀 후회하지 않네.”“다만 내 체면 생각하느라고 이 일을 끝까지 수습하지 못하고 게다가 서양인들과 그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더욱 날뛰게 만든 것은 유감이네.”동정감은 오늘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사람 같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한 얼굴로 보이차를 한 잔 따라 마셨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동정감을 바라보았다.그는 동정감이 오늘 무릎을 꿇은 것이 평화로운 화의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하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구천도 이런 사태를 예상 못 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아마 하구천도 이걸윤의 야망과 성격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하구천은 우리가 끝까지 이걸윤과 맞서 싸우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거예요.”“그래야 우리의 힘이 소진되기 때문이죠.”“우리가 힘이 다 소진되었을 때 하구천은 산을 호령하던 호랑이처럼 느긋하게 산을 내려와 어부지리로 최후의 승자 자리를 차지할 테죠.”하수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우리만 골치 아프게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거야?”“항독 어르신, 지금부터 사방에 연락해서 소식을 전하십시오.”“특히 이걸윤이 항도 하 씨 가문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상세하고 조금은 과장되게 말해야 합니다.”“하구천이 충분히 위기감을 느끼도록 해야 해요.”“하구천이 가만히 있는다 하더라도 하문성, 하문천 그 늙은 여우들이 가만히 앉아 있을지 어떨지 정말 궁금하군요!”...하현 일행이 다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마칠 무렵 빅토리아 항 사무실에서 하구천은 태블릿PC를 내려놓고 어두운 표정으로 사무실 한구석을 바라보았다.전통의상 차림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하백진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다만 오늘 하구천은 고모인 하백진의 부드러운 선율에 귀를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그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하백진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이걸윤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에요?”“다른 일이라면 나도 그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요. 그가 총을 원하면 그에게 총을 줄 수 있고 사람을 원하면 사람을 줄 수 있어. 그가 원하는 건 뭐든 다 줄 수 있다고!”“그런데 왜 항도 하 씨 가문 상석을 차지하려는 거야?”“나 하구천을 어디다 팔아먹고 자기가 그 자리를 탐내?”“개자식!”“이러고도 나와 의형제라고 할 수 있어?!”전략을 짜 놓고 덫을 놓은 후 멀리서 지켜보다 승리를 손에 넣을 줄 알았던 하구
”네가 말한 건 가능성이 만 분의 1도 안 되지만 우리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어.”하백진은 옅은 미소를 띠면서 하구천의 말에 단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하수진의 행동 스타일은 우리가 너무 잘 알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야.”“하지만 하현 그 개자식이 만약 죽자 살자 덤빈다면 우리는 손쓸 겨를도 없을지 몰라.”“맞아요!”하구천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계획을 세워야 해요. 그때 가서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웃음거리가 되는 꼴을 절대 좌시할 수 없죠.”하백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손가락을 다시 건반 위에 올려놓은 후 담담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우리는 하현과 이걸윤이 죽을 때까지 싸우도록 불을 붙일 수밖에 없어!”하구천이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어디서 불을 붙이죠?”“탁!”하백진은 핸드백에서 초대장 한 장을 찾아내 탁자 위에 내리쳤다.“여기서부터!”하구천의 시선이 탁자 위로 떨어졌다.‘도박왕 쟁탈전'이라는 여섯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것은...”“내가 들은 바로는 내일 밤 하현 그 자식이 화 씨 집안을 대표해 출전한다고 해.”“이걸윤 쪽은 원래 이영돈이 출전했었어.”“그런데 네가 그 자리에 나선다면 이걸윤이 체면 때문에라도 스스로 전면에 나서지 않을까?”“카지노에서 그를 하현과 더 크고 더 격하게 싸우게 한다면 말이야. 예를 들어 하현의 한 손을 자른다 든가 그런...”“그렇다면 양측은 더 이상 타협이고 뭐고 없을 거야.”하백진의 말을 들은 하구천은 눈앞에 살짝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좋은 방법이에요.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요. 작은 수법이라도 가끔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하백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넌 때때로 너무 큰 줄기만 생각하다가 곁가지를 놓치는 때가 많아.”...하백진과 하구천이 전략을 세운 다음날 밤.카지노 안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오늘 밤 카지노는 항성과 도성의 상류층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수많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현지 번호판을 단 도요타 센추리가 대구 엔터테인먼트 입구에 멈춰 섰다.번호판을 아는 일부 사람들은 이 차들이 항도 하 씨 가문 차량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그중 몇 대는 하구천 전용 차량이었기 때문이다.깜짝 놀라는 사람들의 시선 뒤로 차 문이 열렸고 십여 명의 양복 입은 남자들이 부리나케 나와 일자로 늘어섰다.이윽고 덩치가 크고 상류층 기질이 묻어나는 젊은 남자 두 명이 걸어 나왔다.항도 하 씨 가문 하구천!노국의 남작이자 성전 기사단 부단장 이걸윤!이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은 하구천과 이걸윤이 의형제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하구천과 이걸윤의 뒤편에서 이영돈이 반 걸음 떨어져 걸어 나왔다.이영돈은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을 거느리고 나왔는데 사람들은 그들 모두가 성전 기사단 출신들일 거라고 짐작했다.“이 소주, 오늘 밤 공증인도 준비해 뒀지?”하구천은 뒷짐을 진 채 대구 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며 눈초리를 가늘게 뽑았다.“당신이 도박에서 이겨도 저쪽 집안에서 발뺌을 할까 걱정되어서 말이야.”“하구천,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여기 계신데 누가 감히 잡아떼겠어?”“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이영돈한테 잘 준비해 두라고 했어.”몇 발짝 떨어져 있던 이영돈이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두 분이 오늘 밤 이 대결을 공명정대하게 할 수 있도록 제가 이미 화 씨 집안과 얘기를 해 두었습니다.”“우리는 노국, 대하, 항성, 도성, 그리고 미국까지 덕망 있는 다섯 분을 공증 재판단으로 이미 초대했습니다!”“덕망이 높으신 분들이라 절대 어느 한쪽으로 편을 들지 않을 겁니다.”“또 진 쪽이 인정하지 않을 시 공증 재판단은 바로 제재할 수 있습니다.”“물론 그들이 아무 대가도 없이 온 건 아닙니다. 공증 재판단은 이긴 측으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게 될 겁니다.”“그 외에 화 씨 집안은 항성과 도성의 유력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