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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2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하현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다.

당시 동정감이 쏟은 노고는 지금 넷째 공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동정감은 다음날 넷째 공주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그는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이기 위해 하수진도 함께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동정감의 표현대로라면 하수진은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한다.

게다가 동정감은 기본적으로 항성 상류층의 각 방면의 의지를 대변한다.

하현은 이렇게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동정감이 굳은 의지로 밀어붙이고 싶어 하는 표정을 보자 심사숙고 끝에 하수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하현에게는 넷째 공주든 이걸윤이든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도 아무 두려울 것이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상대방이 정말로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길 원한다면 그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모든 세상사 일은 하루 종일 서로 싸우고 죽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이튿날 아침 하현은 삼계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동정감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데리고 태평산으로 갔다.

넷째 공주를 만나기 위해 동정감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거의 10시가 되었을 무렵 동정감 일행은 이 씨 가문 집 앞에 나타났다.

이 씨 가문은 최근에 다시 단장하였는지 황실 못지않은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문 입구에는 항성 4대 가문에서 온 사람 몇몇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용서를 빌러 왔는지 사과를 하러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동정감 일행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안색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상류층 사람들이었다.

변두리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오금을 저리며 벌벌 기는데 그들은 상류층 사람이 되어서는 이렇게 체면을 구기는 짓을 하다니, 볼썽사나워서 동정감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동정감은 잠시 침착하게 눈을 치켜세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수진, 긴장할 필요없네.”

“상대방이 정말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획했다면 이런 데서 저런 자잘한 수를 쓰지 않을 거야.”

“그들이 이런 수법을 썼다는 건 넷째 공주나 이걸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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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재벌 사위면 될까?   2903장

    동정감은 상대방의 냉랭한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자, 들어가지. 넷째 공주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말을 하며 동정감은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하수진과 동리아는 서로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그의 발걸음을 따라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일행은 건물 측면에 있는 응접실로 안내되었고 은발의 집사는 세 사람에게 공손히 홍차 한 잔씩을 따라준 후에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동 선생님, 편한 대로 계시면 되지만 이 응접실 외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십시오.”“지금 공주님은 시차 때문에 누워 계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공손하고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왠지 동정감을 긴장하게 하는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어찌 되었든 그는 항성의 최고 책임자다.평소 미국 대사관의 대사가 항성에 오더라도 관청으로 친히 그를 알현하러 왔었다.그런데 그가 체면을 잠시 놓아두고 이렇게 넷째 공주를 만나러 왔는데 이런 분위기로 맞이하다니!그의 체면이 적잖이 손상된 느낌이었다.이것은 노국이 여전히 동정감을 노국의 개로 여기는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이런 생각이 들자 동정감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오늘 온 목적을 떠올리며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가 오늘 여기 온 목적은 화의를 하기 위해서이다.평화롭게 담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제 대도시인 항성에서 거물들의 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그 후폭풍은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여기서 하나 삐끗 잘못되면 대하 남쪽 관문에 문제가 생긴다.그래서 그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항성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오늘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고 뻗을 줄도 알아야 한다.동정감은 심호흡을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지. 여기서 넷째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겠소. 공주님이 시차 적응이 빨리 되셨으면 좋겠군.”은발의 집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구석

  • 재벌 사위면 될까?   2904장

    ”이제 와서 넷째 공주님은 왜 찾으십니까? 이번에는 대하를 팔려고요?”“당신의 대단한 변절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보시게요?”“뭐, 안 될 것도 없지만 일단 밖에 나가 무릎을 꿇고 있으면 나와 넷째 공주님이 당신에게 기회를 줄 겁니다.”이걸윤은 한껏 빈정거리며 동정감에게 쏘아붙였다.동정감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확 변했다.변절자라는 말은 그에게 있어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이걸윤이 거리낌 없이 항독인 동정감의 눈앞에서 함부로 이런 말을 지껄이다니!하지만 동정감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애써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 소주, 농담도 잘 하시는군.”“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입니까?”이걸윤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시가에 불을 붙인 다음 동정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변절자 노릇을 할 게 아니라면 여긴 웬일이십니까?”“항독이 되어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습니까? 그래서 여기 중재라도 하려고 온 거예요?”“동 씨,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거 아닙니까?”말을 하는 동안 이걸윤은 시가를 낀 오른손을 내밀어 동정감의 얼굴을 몇 번이고 툭툭 두드리며 비아냥거렸다.“이걸윤, 나에 대해 오해가 많은 모양이군. 난 문명인이고 점잖은 사람이야. 싸우고 죽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때로는 평화롭게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잖아, 안 그래?”동정감은 껄껄 웃었다.“이 소주가 당당하게 금의환향한 걸 잘 알고 있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넘지 않으면 된다는 말도 잘 알고 있고.”“다만, 싸우고 죽이는 건 지금 이 시대에 안 맞아.”“앉아서 평화롭게 얘기하면 좋잖아. 서로 원수처럼 치고받고, 그게 언제 적 얘기야!”이걸윤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6년 전 일, 당신이 관여할 바가 못 되지만 굳이 내 일에 끼어들려 한다면 말이죠.”“뼈에 사무칠 만큼 원한이 깊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려줄 테니 그렇게 아세요.”“또한 항독이란 직위

  • 재벌 사위면 될까?   2905장

    ”뭐?!”“죽고 싶어 환장했어?”“우리 단장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아주 둘이서 같이 죽고 싶어 미쳤어?!”이걸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성전 기사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그들의 눈에는 이걸윤이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다.그런데 어떻게 이걸윤이 모욕당하는 걸 용납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이걸윤은 담담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애 둘이 한 말 가지고 뭘 그렇게 화를 내?”“괜찮아, 곧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을 거니까.”“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야.”이걸윤의 말에 뒤에 있던 기사들은 만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흘렸다.그들은 과거 전쟁터에서 강직하게 저항하던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그 여자들이 자신들의 단장에게 노예처럼 학대받고 유린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구 여자들을 휘둘렀다.부잣집 천금 같은 여자 둘이 무릎을 꿇고 노예처럼 핥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이 짜릿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이걸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정감을 바라보았다.“좋아요. 비록 당신은 변절자이긴 하지만 당신이 가져온 이 두 가지 선물은 마음에 드는군요.”“그럼 이만 꺼지세요. 이 두 가지 선물은 내가 며칠 동안 잘 데리고 놀겠습니다.”“충분히 다 논 다음에 항성에서 누굴 얼마나 죽일지 생각해 보죠.”“어때요? 제 성의가 마음에 들어요?”“어떻게, 수지맞는 장사 아닌가요?”“어쨌든 이 여자는 명목상의 내 약혼녀예요. 난 이미 당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걸로 당신 체면을 세워준 겁니다!”“괜히 뻣뻣하게 버티지 말고 체면을 봐 줄 때 곱게 물러가세요.”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동리아와 하수진을 바라보며 변태 같은 눈빛을 반짝였다.세간에는 그의 우상이 잭 더 리퍼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그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그의 시선이 두 여자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떨어졌다.탐욕스러운 눈길이 감상하

  • 재벌 사위면 될까?   2906장

    바깥 복도에는 화려한 복장을 한 십여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이 사람들은 모두 서양인이었고 하나같이 잡아먹을 듯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들은 혼혈로 보이는 냉엄한 여자를 에워싸고 있었다.여자는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보석과 황금이 가득 박힌 월계관을 쓰고 있었다.나이는 스물일곱, 여덟쯤으로 보였고 온화하면서도 당당한 기품이 서린 모습이 아주 기세등등해 보였다.그녀의 카리스마는 역시 노국의 공주다웠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녀의 발자국에 카리스마가 검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동정감을 향했다.“이 소주는 내 사람이고 성전 기사단 부단장입니다. 그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것입니다.”“사과하지 않고는 절대 넘어갈 수 없어요.”분명 넷째 공주는 동정감과의 과거 인연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그녀는 동정감을 그저 그런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이걸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넷째 공주님의 말씀이 곧 하늘의 뜻입니다.”“어서 무릎을 꿇으세요. 못 알아들었어요?”넷째 공주의 뒤를 따르던 이영돈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이곳은 엄연히 넷째 공주와 이걸윤이 주인공인 무대였다.“아버지를 모욕하고 뺨을 때렸는데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구요?”동리아는 이 상황이 불쾌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너무 함부로 행동하는 거 아니에요?”하수진도 냉랭한 표정으로 거들었다.“우리는 평화로운 담판을 하러 왔지만 꼭 평화로워야 할 필요는 없죠.”“강하게 맞서겠다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어요.”동정감은 차가운 눈초리로 넷째 공주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눈가에 실망스러운 빛만 가득 고였다.“이젠 개나 소나 나한테 짖어대는군. 누가 당신들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했어?”넷째 공주는 하수진과 동리아를 무시한 채 동정감에게 다가와 담담하게 말했다.“동 항독, 무릎 꿇을 거예요? 안 꿇을 거예요?”“꿇지 않겠다면 썩 꺼지세요.”

  • 재벌 사위면 될까?   2907장

    다른 이들이 놀라서 어리둥절해 있을 때 이걸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매번 무릎 꿇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무릎을 꿇는 동정감의 모습도 그에게는 심드렁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이걸윤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동정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동 항독, 왜? 잘 안 될 것 같았어요?”“아니, 방금 그렇게 총을 뽑으려고 할 땐 언제고 넷째 공주님이 나오니까 바로 이렇게 무릎을 꿇어요?”“보아하니 노국의 고위층들이 한 말이 틀리지 않는군요. 항성의 귀족들은 노국의 개라고 하던데.”“평소에는 콧대 바짝 세우고 다니다가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오니까 누구보다 바로 무릎을 갖다 대시는군요.”“당신 같은 사람 별로 재미없어요.”“그래도 체면을 봐서 기회를 드리죠. 내 구두를 깨끗이 닦아 보세요. 그럼 용서할 테니. 그리고 나와 담판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리죠.”말을 마치며 이걸윤은 입가에 거만한 미소를 내걸고 동정감에게 구두를 내밀었다.이 광경을 본 동리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걸윤, 당신 너무 하는 거 아냐?”“좋아. 이 소주의 구두를 닦다니 영광이군!”동정감은 동리이를 향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며 눈짓을 한 후 자신의 맞춤양복으로 이걸윤의 구두를 깨끗하게 닦았다.이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소주, 어디 만족하시는가?”지금 이 순간에도 동정감은 여전히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을 유지했다.다만 누군가의 눈에는 그의 눈 밑에서 의미심장하게 떨리는 미세한 파동을 눈치챘을 것이다.고위층에 있는 사람이 이런 수모까지 견디다니 그가 얼마나 깊은 꿍꿍이를 품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 상상하기 어려웠다.“만족스러워요. 확실히 사람을 만족시킬 줄 아는군요.”“어쩐지 당신이 변절하고 이렇게 항독 자리까지 오르더라니, 굽신 거리는 능력이 이렇게 탁월할 줄은 몰랐어요!”이걸윤은 동리아를 다시 한번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가 이렇

  • 재벌 사위면 될까?   2908장

    ”하지만 당신도 알아야 할 거야. 이걸윤이 이번에 돌아온 것은 묵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는 걸.”“당신의 과거 공로를 봐서, 그리고 오늘 무릎 꿇은 걸 봐서 내가 이걸윤을 설득해 당신들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지.”“두 도시의 대혼란을 막을 기회.”동정감은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넷째 공주님은 정말 영민하십니다.”“무슨 조건이라도 있을까요?”그가 오늘 밤 이 수모를 감수한 것은 오로지 눈앞의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평화적인 회담의 기회.넷째 공주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항성 4대 가문의 자산 중 절반을 나한테 가져와야 해. 고정자산부터 주식, 유동 현금까지 모두 포함해서 절반으로.”“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라. 이걸윤이 당신들에게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의 자산은 그보다 더 했을 거야. 이건 당연한 거야.”동정감은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4대 가문을 대신해 약속드리겠습니다.”넷째 공주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둘째, 원한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고 일에는 반드시 근원이 있는 법. 돈으로 해결이 된다면 이걸윤을 설득해 그들을 죽이지는 않도록 하겠어.”“하지만 애초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모든 사람들은 정한 시간 내에 이 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해.”“연루된 사람들 리스트는 우리보다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하수진과 동리아는 모두 안색이 일그러졌다.넷째 공주의 두 번째 요구는 직접적으로 칼에 피를 묻히지는 않지만 항성을 낭자하게 난도질하겠다는 뜻이었다.동정감은 하수진과 동리아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들을 저지하며 말했다.“세 번째 조건은요?”“세 번째 조건은 간단해요.”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이걸윤이었다.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무덤덤한 눈길로 하수진을 바라보았다.“당시 항도 하 씨 가문은 직접적으로 연루되진 않았지만 뒤에서 일을 꾸민 장본인이라는 거 잘 알고

  • 재벌 사위면 될까?   2909장

    저녁 식사 시간.삼계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정원.하현은 이미 항성식 다과상을 풍성하게 준비해서 낙담한 얼굴로 돌아온 동정감을 대접했다.근심이 가득 서린 동정감을 바라보며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항독 어르신, 설령 대장부가 뻗을 수도 굽힐 수도 있다지만 무릎을 꿇다니 천지가 경악할 일입니다. 잘못하면 오늘 밤 항성에 큰 파도가 밀려올 것입니다.”하현은 오늘 이 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하현에게 있어 오늘 일의 결말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이걸윤이 금의환향하며 돌아왔는데 어떻게 동정감과의 사사로운 인정 때문에 노국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겠는가?이걸윤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해 하현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이번에 이걸윤이 귀환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살의가 충만한 이걸윤이라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외부 사람들이 날 변절자라고 부르는데 자네 모르는가?”옷을 갈아입은 동정감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항성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노국에게 아첨하는 자였고 돌아온 뒤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하의 정부에 귀의했네.”“나 같은 사람은 솔직히 대세에 순응하는 거야. 굽힐 땐 굽히고 펼 땐 펴는 게 기본이지.”“지금은 내가 대하의 정부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대하를 위해 평화롭게 화의를 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것이 대수겠는가? 뺨을 몇 대 맞은 게 대수겠는가?”“할 만큼 노력을 했으니 전혀 후회하지 않네.”“다만 내 체면 생각하느라고 이 일을 끝까지 수습하지 못하고 게다가 서양인들과 그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더욱 날뛰게 만든 것은 유감이네.”동정감은 오늘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은 사람 같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한 얼굴로 보이차를 한 잔 따라 마셨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동정감을 바라보았다.그는 동정감이 오늘 무릎을 꿇은 것이 평화로운 화의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 재벌 사위면 될까?   2910장

    하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구천도 이런 사태를 예상 못 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아마 하구천도 이걸윤의 야망과 성격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하구천은 우리가 끝까지 이걸윤과 맞서 싸우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거예요.”“그래야 우리의 힘이 소진되기 때문이죠.”“우리가 힘이 다 소진되었을 때 하구천은 산을 호령하던 호랑이처럼 느긋하게 산을 내려와 어부지리로 최후의 승자 자리를 차지할 테죠.”하수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우리만 골치 아프게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거야?”“항독 어르신, 지금부터 사방에 연락해서 소식을 전하십시오.”“특히 이걸윤이 항도 하 씨 가문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상세하고 조금은 과장되게 말해야 합니다.”“하구천이 충분히 위기감을 느끼도록 해야 해요.”“하구천이 가만히 있는다 하더라도 하문성, 하문천 그 늙은 여우들이 가만히 앉아 있을지 어떨지 정말 궁금하군요!”...하현 일행이 다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마칠 무렵 빅토리아 항 사무실에서 하구천은 태블릿PC를 내려놓고 어두운 표정으로 사무실 한구석을 바라보았다.전통의상 차림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하백진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다만 오늘 하구천은 고모인 하백진의 부드러운 선율에 귀를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그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하백진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이걸윤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에요?”“다른 일이라면 나도 그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요. 그가 총을 원하면 그에게 총을 줄 수 있고 사람을 원하면 사람을 줄 수 있어. 그가 원하는 건 뭐든 다 줄 수 있다고!”“그런데 왜 항도 하 씨 가문 상석을 차지하려는 거야?”“나 하구천을 어디다 팔아먹고 자기가 그 자리를 탐내?”“개자식!”“이러고도 나와 의형제라고 할 수 있어?!”전략을 짜 놓고 덫을 놓은 후 멀리서 지켜보다 승리를 손에 넣을 줄 알았던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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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4470장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9장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8장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 재벌 사위면 될까?   4467장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 재벌 사위면 될까?   4466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5장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4장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 재벌 사위면 될까?   4463장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 재벌 사위면 될까?   4462장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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