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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장

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또 무슨 심리인가? 진건후는 사이코패스 인가?백재욱은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조바심을 냈다.그는 닥치는 대로 코트를 벗어 경호원에게 던지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누구든 나는 상관할 바 아니야, 지금 꺼져, 이 어르신이 하는 일을 망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이 너를 죽일 거야.”말하는 중에 그가 뒤에 있는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자, 그 경호원이 알록달록한 지폐를 땅 위에 떨어뜨렸다.백재욱은 이런 하수인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몇 마디 협박하고 돈을 꺼내면 상대방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오늘 밤 즐기러 왔기 때문에 이런 하수인을 처리할 마음이 없었다.이 광경을 보고 건후는 당황했다. 만약 하현이 이 돈을 가지고 가버리면 하현 혼자 벼락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그 순간 그는 소리쳤다.“백 도련님. 그를 보내시면 안됩니다. 이 남자는 다윤이 짝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다윤을 짓밟는 걸 보게 해야죠. 그래야 더 시원하지 않겠어요?”백재욱은 화가 날 것 같았지만 이 말을 듣고는 눈이 밝아졌다.“의미가 있네. 진건후. 네가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그러면서 그는 직접 돈다발을 땅 위에 던지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들었지? 저 여자를 저기에 혼자 눕혀. 너는 옆에서 그냥 보기만 해……”이 말을 듣자 다윤의 절망에 빠졌다. 그녀는 이 악마가 이렇게 끔찍할 줄 몰랐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 때 하현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백 영감님. 보아하니 지난번에 우지용이 당신을 편히 모시지 못 한 거 같은데……”귀에 익은 소리를 듣고서, 웃고 있던 백재욱의 안색이 굳어졌다. 하현의 얼굴이 순간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의 얼굴은 극도로 일그러졌다.하현! 확실히 하현이었다!이 데릴사위가 백재욱의 신분을 어디 안중에 둘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 전의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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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장

설은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하현 역시 묻지 않았고, 물건들을 서재로 옮겨 하룻밤을 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현이 아침 준비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설민아가 차갑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오늘부터 우리 집 아침식사는 네가 준비할 필요 없어.”하현은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여보, 어제 일은 당신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아. 나랑 서연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와 싸울 기미는 없었지만 표정이 유달리 싸늘했다.원래 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고 여겼다. 그녀는 심지어 어떨 때는 두 사람이 정상적인 부부와 같이 변해야 된다고까지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심지어 병원 일까지도 그녀가 오해했었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려고까지 했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어젯밤 한 통의 전화와 한 장의 사진이 그녀의 모든 환상을 깨뜨려 버렸다.이전에 그녀는 이혼에 대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반대를 했었지만,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냉담하기만 했다.……설은아의 표정을 보고 하현은 이것이 단지 병원 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설민혁과 관련된 일인 줄은 전혀 몰랐다. 지금 이 일은 좀 번거롭게 되었다.하현은 또 다른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아침 일찍부터 플래티넘 호텔에 왔다.회장실 안에서 변백범은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는 빠르게 일어나 몸을 숙이며 말했다.“하 도련님, 오셨습니까?”“일은 어떻게 처리됐어?”어젯밤 집에 들어간 후에 하현은 계속 변백범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백재욱의 태도가 그로 하여금 조금 경계하도록 했다. 백 씨 집안이 이미 그렇게 자신을 불쾌하게 한 이상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하 도련님, 어젯밤 제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조사를 해봤는데, 백 씨 집안은 수완이 좀 있습니다. 별볼일 없는 2류 가문이지만 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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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장

세오 맞은 편 테이블 뒤편에서 병원 원장이 세오의 표정을 보았다. 두려우면서도 자신이 받은 혜택을 생각하면 지금 아무리 무서워도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다.결국 죄를 지어도 세오는 살길이 있었다. 변백범의 일을 하면서 양다리를 걸친다면 마지막에는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었다.“당신 여동생 상황이 어떤지는 우리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우리 병원의 상황으로는 수술을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다시는 그런 말은 꺼내지 마세요.”“당신들은 오랜 시간 동안 독실을 차지하고도 병원비가 계속 끊겼잖아요. 솔직히 우리도 너무 유감스러워요. 지금 많은 환자 가족들도 불만이 있어요. 그냥 가세요. 남은 병원비는 계산하지 않을게요.”원장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세오의 여동생은 병원에 있는 것도 두려웠다. 한 달치 입원비와 진료비가 몇 백만 원이었다. 요 몇 년 세오가 번 돈은 여기로 다 들어갔다.하지만 원장의 말대로 별 다른 차도가 없었다. 병원도 제대로 된 치료법을 내놓지 못했기에 함부로 여동생의 발을 수술할 수도 없었다.이런 큰 수술은 모두 서울시에서도 종합병원만이 성공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세오는 그렇게 큰 돈은 낼 수가 없었다.“처음에 우리가 이 병원에 왔을 때, 동생의 병을 치료해 줄 방법을 반드시 찾아보겠다고 본인이 말씀하셨는데 잊으셨나요?”세오는 사무실 테이블을 쳤다. 사무실에 있던 모든 테이블이 흔들렸다.원장은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선생님, 진정하세요…… 우리도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했잖아요. 어차피 지금 병세가 거의 안정되어 악화 되지는 않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서 돈을 좀 아끼세요. 종합병원에 가면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요!”“누가 내 여동생을 고칠 수 있나요! 말해보세요!”세오는 눈 앞이 조금 밝아졌다. 자기 여동생만 고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리라.“서울 종합병원의 부원장, 손서연 의사선생님. 그녀라면 여동생을 고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수술비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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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장

“세오, 나랑 잘 지내보자. 내가 네 여동생의 다리를 고칠 사람을 찾았어.”하현도 군말 없이 벌떡 일어나 변백범을 제지했다.세오는 하현을 경멸하듯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한 말을 내가 믿을 거 같아?”하현은 미리 준비한 명함 한 장을 꺼내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손서연 의사의 명함이야. 당신이 그녀에게 전화하면 그녀는 제일 좋은 병실에서 당신 여동생의 수술을 준비해 줄 거야.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줄게.”“어떻게 한 거야? 설마 나를 속이는 건 아니겠지?”세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울 종합병원의 부원장. 정말 뛰어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은 몇 먹이 아니면 칼을 잡지 않을 거야. 눈앞의 작은 것들은 해결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렇게 큰 일을 어떻게 해결해? 그가 이렇게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관건은 방금 돌아오는 길에서 세오도 사람을 찾아 알아봤었다. 손서연의 의술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부원장이고, 일반인들은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내 말을 못 믿겠으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나서 다시 나를 찾아와.”하현은 군말 없이 돌아서 가 버렸다.이런 거만한 사람을 상대할 때는 다그칠 필요가 없다. 적당히 비위를 맞추면 그만이었다.세오는 하현의 뒷모습을 주시하였다. 그가 마당을 나오려고 할 때야 입을 열었다.“기다려봐요.”말을 마치자,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나타나 하현이 심호흡하는 것을 지켜보며 말했다.“내가 뭘 도와주길 바래요?”“백 씨네 집안에 아직 약간의 세력이 있으니 네가 나를 대신해서 맡아줘. 만약 불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를 대신해서 해결해주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으면 해. 백 씨 집안 사람을 포함해서 모두 자기 사람이 없어진 줄도 모르게.”“나를 윗사람으로 모실 수 있겠어? 변백범도 같이?”세오는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이런 일이라면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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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장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설민혁의 안색이 완전히 일그러졌다.“안돼. 설은아를 그냥 놔두면 안되겠다. 절대 그녀가 이혼을 하게 두면 안돼. 나랑 자리 싸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 안돼. 방법을 찾아야겠다!”설민혁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쉽지 않은 일이지만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지금은 하엔 그룹의 중요한 시기니까 우리 설 씨 집안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큰 일 날 수 있다고, 할아버지께 그들이 이혼하지 못하도록 말씀드릴까?”지연이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자기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일리가 있어!”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설지연의 눈을 보자 경각심이 생겼다. 보아하니 설지연도 생각없이 단순한 사람이 아니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하현이 설 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은아를 볼 수 없었다. 대신 희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희정은 “짝” 소리와 함께 손에 들린 합의서를 땅으로 내던지며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오늘부터 너는 더 이상 설 씨 가문의 사위가 아니니, 짐 정리해서 썩 꺼져!”그 순간, 희정은 웃기만 했다. 그녀가 3년 내내 바랐던 일이다. 마침내 이 쓸모 없는 녀석을 쓸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꿈에서도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그 다음 훌륭한 사윗감만 찾으면 되었다. 그러면 그녀는 바로 이 집안에서 편히 누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하현은 바닥에 있는 이혼 합의서를 들고 몇 번을 보았지만 서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아는요?”희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방금 설은아의 방에 들어갔을 때, 책상에서 이 이혼합의서가 눈에 들어왔다.지금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현이 없어지고, 자신의 딸이 마침내 이혼을 준비하다니 이거야말로 가장 좋은 일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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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장

핸드폰에 흐릿한 사진이 한 장 있었다. 그 날 저녁 하현과 서연이 함께 있을 때 몰래 찍힌 것이 확실하다.하현은 말문이 막힌 채, 다시 오늘 설민혁의 태도를 떠올렸다. 진상이 밝혀졌다. 설민혁이 찍은 사진임에 틀림이 없었다. 특별히 은아에게까지 보낸 것이다.“너 아직도 할 말이 있어? 사실이 눈 앞에 있는데 아직도 변명할 게 있어?”하현은 변명할 게 없어 말없이 서 있었고, 그 순간 은아는 확실히 단념한 것 같았다.그녀가 하현에게 핸드폰을 보여준 것은 그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었지만,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보, 이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야……”하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설명해봐!”설은아가 냉랭하게 말했다.자신은 그녀에게 밥을 사주고 세오 여동생의 일을 해결하려고 그녀에게 작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복잡한 일을 설명하자니 은아가 접해보지 않은 너무 어두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이 길바닥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일들이 더 붉어질지 모른다.“은아야, 내가 지금은 너한테 말할 수가 없어. 하지만 나랑 서연은 정말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전혀 없어……”하현의 설명은 조금 부족했다.희정이 핸드폰을 빼앗아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독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이 잘난 녀석아. 네가 데릴사위 주제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어! 너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너 집에서 돈 훔쳤지!”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내가 필요해? 나 지금 출근도 못하고 있어!”“하현, 너는 우리가 이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 보니까 서울호텔 최상층 레스토랑이네. 너는 여기가 동물원인 거 같니? 아무나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야? 멍청하긴, 우리가 너처럼 바보 같은 줄 아니?”이 순간 희정은 기뻤다. 이번 기회로 하현과 그녀의 집안의 관계가 끊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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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장

“이런 남자는 절대 안돼, 딸아. 그냥 이혼해. 내가 수천 배, 수만 배 훌륭한 신랑 찾아 줄게!”“거기다, 이미 말도 안 되는 병이라도 걸려서 옮기면 어떡해? 너무 무섭다!”희정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하고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만약에 정말 이런 스캔들이 퍼지기라도 하면, 설 씨 어르신은 그들 가족 일가를 바로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다시 생각해봐, 설민혁 그 집안은 너를 공격할 기회를 찾지 못 할까 봐 걱정하고 있어! 만약에 그가 이 일을 알게 되면, 너를 비난 당할 빌미만 하나 더 생기는 거 아니겠어!?”“너는 설 씨 집안에서 이런 자리를 갖는 게 쉽지 않아. 근데 이 쓸모 없는 남자 하나 때문에 앞길을 그르치면 안 되잖아!”“엄마, 그만해!”설민아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한편으론 하현을 보는 서연의 눈빛과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바라보는 하현의 눈빛이 화면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심이 떠나질 않았다.그녀는 하현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는가? 그 놈이 해명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데.“이 바보 같은 계집애야. 너 그의 몇 마디에 정말 감동받은 건 아니지? 엄마가 옛날 사람으로서 너에게 한 마디 할게. 남자를 믿을 수 있다면, 암퇘지도 나무에 오를 수 있는 법이야! 남자는 귀신같이 잘 속이지. 그들이 10마디를 하면 반만 믿어도 다 속는 거야. 아마 그들이 팔린다면 돈을 계산해 줘야 할지도 모를 정도야!”희정은 옛날 사람의 말투로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설은아는 눈썹을 찡그렸고, 손에 들린 이혼 합의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희정은 이미 자신이 설은아를 설득했다고 생각하며 계속 말했다.“이 결혼은 반드시 깨져야 해. 하지만 딸아. 확실히 해둬야 할 것은 전의 그 10억은 그 사람이 자기가 빌린 것이니까 그 사람 빚 인 거야. 너는 이혼 합의서에 서명만 확실히 하면 돼. 알았지?”“빚을 다 갚게 되면 너희들 빨리 이혼해. 엄마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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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장

서재에서 하현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자리를 폈다.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는 설은아의 마음을 이해했고, 만약에 자신이었다면 그렇게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다.거기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장모는 뒤에서 더 부채질을 할 가능성이 컸다. 이번 일은 점점 더 귀찮아 지겠지.……다음날 아침 식사시간에 하현은 아침 일찍 식사를 차려놓고 설은아에게 인사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설은아는 아침 식사 대신 이혼 합의서를 면전에서 찢었다.하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이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역시, 설은아는 냉랭하게 말했다.“이혼은 천천히 해도 되지만 네가 나한테 해줘야 할 일이 있어.”“뭔데? 반드시 할게.”하현이 서둘러 대답했다.“내가 너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지 묻지도 않고 바로 대답하네? 내가 너한테 불법적인 일을 시키면 어쩌려고? 무섭지도 않아?”설은아는 떨리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직도 너의 됨됨이를 모르겠어? 너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거야.”“히죽거리지 마!”설은아는 냉랭하게 말했다.“이전의 10억까지 포함해서 다시 10억을 빌려줘. 그리고 네가 직접 증명서를 써줘. 그건 너의 개인적인 채무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설은아의 표정을 보고 하현은 이것이 희정이 시킨 일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았다.설은아의 성격으로는 그럴 리가 없었다.하지만 설 씨 집안에서 3년 넘게 살면서 하현은 일찍 희정의 성격에 익숙해졌다. 더구나 이런 사소한 일이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은아가 기뻐할 수만 있다면 하현은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좋아. 현금으로 줄까? 아니면 수표로 줄까? 내가 사람을 시켜서 가져오라고 할게.”하현이 말했다.“현금”“문제없지. 나에게 반나절의 시간을 줘.”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희정은 오늘 아주 신이 났다. 오늘은 흐린 날씨였지만 그녀는 온 몸에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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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장

희정은 하현이 10억을 더 빌려줄 것이라 계산하고 있을 때, 서울 공항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다.서울 공항은 항공편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가장 많은 항공편은 제주에서 날아온 비행기들이었다.이 때 슬림한 정장 차림에 곱슬 머리를 한 남자가 양손에 짐을 들고 출국장입구에 섰다.무관심한 표정으로 핸드폰 대신 장미 한 송이를 뒷짐 진 채 들고 있었다.그의 주위에 많은 어린 소녀들이 지나갈 때 그들은 그의 눈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이 시대에 사람을 데리러 갈 때 핸드폰을 보지 않는 남자는 매우 적었다. 이 제스처만으로도 수천 명의 소녀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잠시 후, 출국장에서 마침내 누군가가 나왔다.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8명이 길을 연 뒤 50대 중반의 부자로 보이는 날씬하고, 그런대로 기품이 있는 여자가 등장했다.이미 나이가 들었지만 이 여인은 여전히 화장을 짙게 하였고, 최신 신상을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그저 걸어 다니기만 했지만 모르는 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녔다.하선미. 강남 하 씨 가문의 2대째 범상치 않은 여인이었다.그녀는 중년에 남편을 잃고 슬하에 자식도 없으니 하 씨 집안에서는 외할머니도 친하지 않고, 아버지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그녀는 비즈니스에 머리가 있어 하 씨 가문에서 강남의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 많은 돈을 벌었고, 본적은 다시 하 씨 가문을 받고 약간의 발언권도 얻었다.물론 전반적으로 하 씨 가문의 변두리 인물이긴 하지만 강남의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절대적으로 두려운 존재였다.이 시간, 그녀가 먼 길을 온 목적은 오직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 박시훈을 위해서였다.이전에 박시훈은 그녀의 시중을 들기 위해 제주로 갔었지만, 최근 박시훈은 그녀에게 서울에 와서 자신을 뒷받침해 달라고 이미 여러 차례 요구를 하였다. 왜냐하면 그가 이미 처참하게 어려움을 당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하선미는 결국 왔다. 그녀가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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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장

설 씨네 별장.하현은 은행에 가서 현금 10억을 찾았다.그가 현금이 든 비닐 봉지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을 때 희정의 눈은 모두 빨갛게 되었다.지금 그녀는 하현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알록달록한 지폐를 재빨리 뒤져보고, 진짜인 것이 확실해지자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증명서는? 네가 빚을 다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어?”고개를 들어올리며 희정이 들뜬 말투로 말했다.하현은 이미 준비된 문서를 꺼냈다. 안에는 하현의 서명이 있었을 뿐 아니라 변호사의 서명까지 되어있었다. 20억은 하현의 개인적인 채무이며 설은아와는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희정은 잠시 자세히 살폈고 다시 몇몇 전문 컨설턴트에게 전화를 한 뒤에 비로소 흐뭇한 미소로 증명서를 받아 들었다.이것이 있으면 그녀는 마음 놓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자금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이미 그녀와 관계가 없는데. 설은아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현을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내가 이렇게 하는 게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해?”설은아는 옆에서 10억은 한 번 쳐보지도 않고 하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전에 희정이 승낙을 한 후에 그녀는 이것이 하현에게 빚진 것처럼 보일 수 있기에 조금 후회가 되었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여러 해 동안 그는 계속 설 씨 집안에서 불평 없이 힘든 일을 마다 하지 않았다.설마 그가 손서연을 만나 정말 다른 일을 했을까?은아가 입을 열자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봐 주니 기분이 좋네. 여전히 나를 아껴주는 거 같아.”“히죽거리지 마. 네가 분명하게 설명해주기 전까지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방에도 들어올 수 없어.”설은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의 웃는 얼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일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이 때 희정은 이미 돈을 가지고 가서 금고에 넣어 두고 구두쇠 행세를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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